Story Reader / Affection / 라미아·심요·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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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아·심요·그중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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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예상치 못한 질문에 라미아는 당황했다. 그녀는 입을 벌렸지만, 육지에 좌초된 물고기처럼 말을 잇지는 못했다.

주... 주시하다니요?

쉰 목소리에는 이전과 다른 진지함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인간의 두 눈 또한 라미아의 위장을 뚫어보려는 것만 같았다.

전... 전 그저...

(신경이 대체 얼마나 예민한 거야. 만화 주인공처럼, 그런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하지 말라고!)

(이유... 반드시 이유를 찾아야 해...)

당신도 저처럼 새로 온 인원이라 두어 번 더 주시했을 뿐이에요.

인간의 말투엔 깊은 의심이 담겨 있었다.

얼굴 전체에 붕대를 감고 있는 사람은 드무니까요.

……

(어떡하지.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어. 다른 변명은 준비하지 못했는데...)

라미아는 위장에 능했지만, 거짓말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진짜인 것처럼 완벽하게 위장할 수 있는 라미아에게는 말로 하는 속임수가 실용적인 가치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라미아 성격상 첫 거짓말을 들키지 않기 위해 끝없이 거짓말을 이어가야 하는 일은 버거웠다.

상대의 심문하는 듯한 시선이 라미아를 얼음같이 차가운 조명 아래로 끌어당기는 것만 같았다.

음... 이 문제 다 풀었어. 나가서 좀 둘러봐도 될까?

거짓말. 정답 훔쳐봤지?

몸이 좀 안 좋아. 그래서 말인데, 오늘 책 안 보면 안 돼?

거짓말 마. 네 생명 징후를 검사해 보면, 아주 건강하다고 나와.

배가 너무 고파. 에너지 바 하나만 더 줄 수 있어?

거짓말 마. 네 칼로리 섭취량은 정확히 계산된 거야.

힘들어. 더 이상 압력을 추가하지 마.

거짓말 마. 압력을 더 추가해.

오지 마. 나한텐 너희들이 원하는 게 없어.

???

거짓말 마.

난 살아남고 싶을 뿐이야. 더 이상 묻지 마.

???

거짓말 마.

날카로운 질문에 난 어떻게 했었지?

흑...

수정 같은 눈물이 눈가에 맺혔다. 그리고 얼굴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이 바위에 떨어져 물방울로 부서져 버렸다.

흑흑...

라미아는 작은 주먹을 눈가에 대고 떨어지는 눈물을 닦아냈다.

흑흑... 아...

처음엔 작게 흐느끼다가, 눌린 스프링이 튀어 오르듯이, 흐느낌이 점점 오열로 변했다.

전... 저는 그냥... 당신과 이야기 나눌 기회를 갖고 싶었을 뿐이에요.

이건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의 목적을 알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같은 사람... 저 같은 사람이... 흑... 어떻게 당신에게 말을 걸어야 할지 알 수 없었어요.

이것도 사실이었다. 한쪽은 잠복한 승격자였고, 한쪽은 잠복한 엘리트 지휘관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었어요.

여전히 사실이었다. 무시할 것인지, 아니면 잡아가 공로를 인정받을 것인지 라미아는 긴 고민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속 지켜보고... 계속... 흑흑흑... 제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하지만 저는 정말로 누군가의 지시로 한 건 아니었어요. 이 주둔지에서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지금 말하는 것이 현재인지 과거인지 라미아 자신도 구분할 수 없었다.

라미아는 계속 눈물을 닦았지만, 눈물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물론, 라미아는 눈물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이렇게 주둔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의 심문도 무산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라미아의 예상과 달리, 조금 전까지 진지했던 인간이 이제는 도리어 조심스러워 보였다.

앞에 있는 인간은 조심스러운 자세로 깨끗한 손수건 하나를 건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라미아는 우는 것을 멈추고, 기계적으로 흐느끼기만 했다.

음... 네?

하지만 상대방은 라미아의 이런 반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이윽고 라미아는 인간의 자조 섞인 쓴웃음을 듣게 되었다.

경험이요?

울음을 멈춘 라미아는 상대방이 건넨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돌려주려는 그때...

네.

라미아는 오래전에 본 책이 생각났다.

책에서는 육지의 지평선이 구불구불한 건 그곳에 산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책에서는 온실 속 식물들이 많이 자라는 육지를 "숲"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책에서는...

그럼... 저 좀 안아 주실 수 있나요?

지금 그녀는 뭘 바라고 있는 걸까?

앞에 있던 인간이 잠깐 망설이더니 천천히 다가왔다.

상대가 손을 내밀자, 라미아는 그제야 상대방의 손에도 붕대가 감겨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상대방은 손을 라미아의 등 뒤로 가져가 라미아의 작은 몸을 천천히 감쌌다.

손바닥이 라미아의 등에 닿았다. 라미아는 상대방의 손바닥 온도를 느끼며 부드럽게 밀려났다.

인간은 라미아를 품에 안은 채, 그녀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

라미아는 인간의 가슴에 기대어, 심장 박동 소리와 함께 전해지는 부드러운 위로를 들었다.

책에서는 거기서 아이가 울면 따뜻한 포옹과 부드러운 위로가 있는 곳이라고 했다.

하지만 라미아가 지상에 나올 수 있었을 때는 이미 어린아이가 아니었고, 그녀의 시간도 이미 정지된 상태였다.

울음이 가져다주는 것은 포옹과 위로가 아니라, 침식체나 악의를 품은 스캐빈저뿐이었다.

네.

그래서 "아이린"의 신분으로 얻은 것일지라도, 포옹과 위로를 경험해 보지 못한 라미아에겐 충분했다.

(어쩌면 나도...)

라미아는 손을 들어 상대방의 허리를 감싸안으려 했다.

이봐!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던데. 무슨 일이야? 너희들 왜 그래?

손전등 빛이 비치자, 라미아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방금 제가 넘어졌는데, 너무 아파서 울었어요.

라미아는 앞에 있는 사람을 가볍게 밀어내며 설명했다.

시끄럽게 해서 죄송해요.

이런... 밤에는 조심 좀 해. 그리고 어서 돌아가서 쉬어.

초병은 조금 짜증스럽다는 어투로 말한 뒤, 다시 근무지로 돌아갔다.

(이건 심문을 피하기 위해서였어. 너무 깊게 빠지지 말자.)

조금 전 충동을 떠올린 라미아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뒤에서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도 얼른 쉬세요.

등 뒤의 시선을 피하려는 듯 라미아는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이런 포옹은 다시는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