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아리사·에코·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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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사·에코·그중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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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조해 주셔서 감사해요.

에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상대방은 에코가 아니라 자기 손에 든 단말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회의실에서 나오는 에코를 본 지휘관은 방금 전까지 고민하면서 결정하지 못한 초안을 메모장에 저장했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님이신가요? 네. 여기 계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이제 에코는 계획한 대로 다음 수송기를 타고 지상으로 돌아가야 해요. 임시 감독자로서, 에코가 계획된 지점에 정확히 투입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항공편과 항행 정보는 이메일로 보내놨어요. 이제 끝났어요.

메시지를 확인하니, 투입 지점은 다음 "유토피아" 지부 근처 구역인 것 같았다. 탑승 시간은... 바로 출발해야 할 정도로 빠듯했다.

에코의 신분이 공중 정원에 잠시라도 머물기에는 부적절해서요.

상대는 지휘관이 이런 질문을 할 줄 몰랐는지, 답변에서 망설임이 느껴졌다.

맞아요. 저와 군부의 목표는 여기에 없어요.

그리고 수배령이 철회되었다 해도, 지휘관님과 낯선 구조체가 함께 나타난다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상대는 지휘관에게 경례한 후, 복도 모퉁이로 빠르게 사라졌다.

음? 그렇군요.

에코의 눈에 반짝이는 빛이 스쳤다. 그 모습은 살짝 기운이 빠진 지휘관의 모습과는 달랐다.

하지만 현재 제 신분이 규칙에 살짝 어긋나는 건 사실이니, 이해할 수 있어요.

언젠가 지휘관님께서 그 시집을 읽고 제가 감탄할 만한 시를 쓰실 수도 있겠네요. 그럼, 저도 그 시집의 힘을 다른 방식으로 느껴볼 수 있을 거예요.

괜찮아요. 우리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니까요. 잠깐만요. 수송기 탑승 시간이 언제라고 하셨죠? 출발시간이 다 된 거 아닌가요?

지휘관은 에코의 손목을 붙잡고, 복도를 뛰기 시작했다.

잠, 잠시만요! 벽에 뛰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붙어 있어요!

하지만...

끌려가는 손목을 바라본 에코는 규정 위반 행동을 했는지 볼이 붉어졌다.

그럼... 이번 한 번뿐이에요!

조용한 복도를 따라 둘의 걷는 발소리가 조금씩 멀어져 갔다.

지휘관은 흔들림 때문에 깨어났다.

천이 덮여 있었는데, 에코가 해준 것 같았다.

지휘관은 긴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연속으로 일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렇게 방심한 상태로 수송기에서 잠들어 버린 것은 다소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지휘관은 눈을 비비며 남은 잠기운을 쫓아냈다. 그제야 창밖의 야심한 밤이 눈에 들어왔고, 수송기는 빠른 속도로 하강하고 있었다.

지휘관님. 안심하세요. 수송기가 하강하고 있어서 그래요.

긴급 통보를 받았는데, 곧 유성우가 내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예정된 항로로 봤을 때, 상부와의 통신에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안전을 위해 유성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륙하는 게 좋겠습니다. 잠시 후 착륙해서 잘 대비해 주십시오.

다행히 숙련된 조종사 덕분에 머릿속으로 그렸던 급경사는 현실이 되지는 않았다.

엔진이 꺼지면서 조용해졌고, 적막하고 야심한 밤으로 들어서게 됐다.

아? 혹시 멀미하시는 건가요?

아... 그럼, 너무 멀리 가지 마십시오.

구조체가 에코를 바라봤다.

먼저 문에서 뛰어내린 지휘관은 서 있는 에코에서 손을 흔들었다.

수송기와 멀지 않은 곳에서 작은 모닥불이 타오르기 시작했고, 에코는 그 옆에 앉았다.

모닥불을 만드는 솜씨가 점점 능숙해지시는 것 같아요. 지휘관님.

혹시 이것 때문에 나오신 건 아니시죠?

저요? 공중 정원 사람들에게 전 감시 범위 안에 있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확실히 수송기보다는... 발바닥이 지금 이렇게 땅에 닿는 느낌이 훨씬 좋아요.

에코의 눈에는 어느새 슬픔이 어려 있었다. 아마 비행 요새에서 보낸 시절이 떠오른 것 같았다.

하지만 전 과거를 직시할 것이고, 그걸 피할 생각이 없어요. 그리고... 나쁜 일만 있었던 건 아니었으니까요.

말하는 순간, 차가운 색깔의 별빛이 밤하늘을 가로질러, 에코의 머리 위 하늘에서 사라졌다.

바로 이어서 수없이 많은 별이 우주에서 한꺼번에 떨어지면서 밤하늘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흔적을 남겼다.

유성우를 본 적은 여러 번 있지만, 이렇게 집중해서 본 건 손에 꼽을 정도였다.

별들의 궤적을 따라가던 눈동자가 별들이 사라진 곳에서 멈췄다. 그러자 에코의 옆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집중해서 고개를 든 에코의 입가에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비치는 반짝이는 별빛이 유성 못지않게 빛났다.

지휘관은 자기도 모르게 멍하니 에코를 바라봤다. 잠시 후, 에코가 침묵을 깨뜨리며 말을 꺼내자, 지휘관은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에코

어렸을 적, 언니가 절 데리고 별 보러 간 적이 몇 번 있었어요.

그러다 한번은 운 좋게 유성이 지나가는 것을 봤어요. 그런데 언니가 눈을 감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소원을 빌었다고 하더라고요. 유성이 사람에게 행운을 가져다준다고요.

그래서 저도 소원을 빌려고 했는데, 유성이 없어진 후였어요. 그때 며칠간 정말 우울했었어요.

그걸 본 언니가 절 기쁘게 해주려고 직접 별 하나를 만들어서 선물해 줬어요. 보상이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의 전 정말 유치해서 웃음이 나올 것 같아요.

에코

네. 하지만 지휘관님께 드리려고 했던 건 바뀌었어요. 그래서 언니가 저에게 준 것과는 조금 다를 거예요.

에코

음. 별 자체 외에... 아마도...

에코는 말하면서 노트를 꺼내 무언가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글을 쓰거나 그리는 에코의 모습을 보면서, 지휘관은 자기도 모르게 그 분위기에 빨려 들어갔다.

지휘관이 몸을 뒤져보자, 쓰거나 저장할 수 있는 건 단말기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순간엔 좀 더 원시적이고 순수한 필기 방식을 원했다.

네. 잠시만요.

에코는 옆에 놓인 가방에서 자신이 들고 있던 것과 똑같은 펜을 하나 더 꺼냈다. 그러고는 자신의 노트에서 종이 두 장을 뜯어서 함께 건네줬다.

시를 쓰는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저에게 있어 무엇으로 쓰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그냥 습관일 뿐이죠.

에코는 펜으로 종이를 톡톡 두드렸다.

표준으로 삼기에는 부족하지만, 제 개인적인 느낌은 분위기를 느끼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 분위기 꽤 괜찮지 않나요? 아. 제 말은 이번 유성우에 관한 거 말이에요!

지. 휘. 관. 님. 어깨가 떨리고 있는데, 웃고 계신 건 아니시죠?

에코가 주먹을 꽉 쥐자, 그 모습을 본 지휘관은 황급히 일어나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결국 두 사람은 어린아이가 노는 것처럼 모닥불을 두고 술래잡기를 시작했다.

다시 하늘을 보자, 유성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세계 정부 예의 표준 제3판>을 준비해달라고 부탁해 놓을게요. 지휘관님께서 잘 읽어보실 수 있게요! 가끔은 정말 무례하실 때가 있으세요!

물론이죠!

이제 전 신이 유성을 통해 우리의 소원을 이루어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소원은 많이 빌었어요.

다음에 지휘관님께서 받게 될 때... 다 알게 되실 거예요.

점점 작아진 에코의 목소리는 결국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제 말은 결국 듣게 될 거라고요!

웃음을 보인 에코의 눈동자에는 유성이 그었던 차가운 빛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대신 불꽃의 부드러운 불빛이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