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수송기가 도착했지만, 다른 보육 구역의 물자를 싣고 있었다.
공중 정원으로 우선 복귀시키려는 그들의 제안을 거절한 지휘관은 그들에게 임무를 먼저 완료하도록 지시했다.
생존과 희망을 의미하는 물자에 비하면 104번 보육 구역에 2일 더 머무르는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탁탁...
야심한 밤, 장작불이 타오르던 중 불꽃 하나가 자유롭게 튀어 올랐다. 그 불꽃은 땅에 닿기 전 공중에서 사라졌다.
불빛은 지휘관과 에코의 몸 위에서 춤을 추었고, 이 광경은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졌다.
얼마 전의 모험에서 에코는 자기의 족쇄를 벗어나는 여정을 떠났다. 그러던 중 이런 불빛 아래에서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털어놨다.
지휘관님. 정말 수송기에서 쉬지 않으실 건가요?
수송기 안이 훨씬 편하고 따뜻할 거예요.
이건 야영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어요. 모닥불만 있잖아요.
그… 그럼, 편한 대로 하세요.
밤바람은 그렇게 차갑지 않았지만, 약간의 쌀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모닥불이 따뜻함을 제공해 줬다.
수송기로 돌아가서 쉬는 것이 더 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코를 혼자 이곳에 남겨두는 게 마음이 불편했다.
에코의 처지에서는 저녁 무렵에 붙잡힌 사람들과 좁은 공간에 함께 있고 싶지 않을 것 같았다.
모닥불에 비친 에코가 무언가를 노트에 열심히 적고 있었다.
고민하는 에코는 무의식적으로 펜 뚜껑을 깨물었다. 그 모습이 숙제 때문에 고민하는 모범생처럼 보였다.
잠시 멈칫한 에코의 볼은 불빛 때문인지 아니면 홍조 때문인지 알 수 없는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곧 에코의 표정은 다시 진지해졌고, 자기가 적은 내용을 숨기려는 듯 숨에 들고 있던 노트를 품에 꾹 눌러 넣었다.
왜 그러세요? 제 취미가 시라고 하니 좀 이상한가요?
제가 펜 뚜껑을 깨물어 있었나요? 신경 쓰지를 못했네요.
손에 들고 있는 펜 뚜껑을 괴로운 듯 바라보는 에코의 모습은 전투할 때의 진지한 태도와는 사뭇 달랐다.
지휘관님. 제발 잊어주세요. 다시는 하지 않을게요.
다소 우울해하는 에코를 보자, 지휘관도 당황해했다. 그러면서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설명을 가져와 대충 넘기려 했다.
방금 전에 웃긴다고 하셨잖아요!
제가 펜 뚜껑을 깨물어 있었나요? 신경 쓰지를 못했네요.
손에 들고 있는 펜 뚜껑을 괴로운 듯 바라보는 에코의 모습은 전투할 때의 진지한 태도와는 사뭇 달랐다.
지휘관님. 제발 잊어주세요. 다시는 하지 않을게요.
방금 전 말씀하신 내용이 제가 웃긴다는 뜻인 것 같은데요…
정말이요?
반신반의하는 에코가 지휘관을 살펴봤다.
지휘관은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자기 말에 좀 더 신뢰가 갈 수 있게 했다.
음... 그렇다고 할 수 있죠.
감정을 어디에 둘지 몰라서 글자를 마음대로 이어 붙인 거에 불과해요.
어쩌면 진짜 시인의 눈에는 이런 것들이 어린아이의 재잘거림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평소와 다르게 에코의 자신감 없는 모습이 느껴졌다.
"모범생 기준"이 뭐죠?
전 겸손한 게 아니에요. 지금까지 제가 쓴 것들은 대부분 현대 시의 발전 규칙이나 운율을 따르지 않고 막 쓴 것들이에요.
전 찬양해야 할 것들을 찬양하지도 않았어요.
"해야 하는"이요?
말끝을 늘어뜨린 에코는 다시 펜을 집었다. 그리고 무언가가 떠오른 듯, 노트에 글을 신중하게 적기 시작했다.
잠시 후, 에코는 양손으로 노트를 들어 올려 점검한 뒤, 그 페이지를 찢어서 옆에 타고 있는 모닥불에 넣었다.
음... 이 시는 특별히 오늘 구조되지 못한 이들을 위해 쓴 거예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노트에 남겨두는 것보다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 게 더 좋을 거 같았어요.
에코의 노트 옆면을 본 지휘관은 앞쪽 페이지 몇 장이 찢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에코는 예전에 "유토피아"의 무고한 희생자들을 위해 그녀의 기도를 바쳤던 거 같았다.
마지막 두 줄에서 막혔는데 어떻게 써도 좀 이상한 것 같아요. 하지만 지휘관님께서 말씀하신 "해야 하는"걸 무시하니,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결말이 떠올랐어요.
불길에 타오르는 종잇조각을 바라본 에코의 눈동자에는 그 빛나는 불빛이 반짝이며 뛰놀았다.
몰입한 에코가 속삭이기 시작했다.
우린 백색 오로라가 흐르는 땅을 믿는다.
우린 백색 오로라가 흐르는 땅을 벗어나려 한다.
황혼이 회색 연기를 데려 앞뒤에서 몰려왔고,
막막한 눈물이 그 속에 떨어졌으며,
점점 절대 닿을 수 없는 강기슭을 이뤘다.
앳된 목소리가 뒤에서 쫓아오지만,
세상은 빠르게 전진한다.
어둠과 강은 손을 잡고 그들의 발걸음을 막는다.
앳된 목소리가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불이 환히 밝혀야 한다.
우린 여명을 찾아선 안 되고,
여명이 우리를 봐야만 한다.
에코의 목소리는 맑고 침착했다. 지휘관은 잠깐 그 감정에 빠진 것 같았다.
분위기가 조용해지면서, 나무가 불에 타는 소리만 들려왔다.
네?!
제가 올리고 싶다는 뜻은 아니었어요. 그동안은 저 혼자 마무리해서, 저도 모르게 그만...
네? 음. 빛을 추구하기보다는... 이 세상은 원래 빛 속에 존재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게 더 맞을까요?
현실은 아직 멀어 보이긴 하지만, 전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할 거예요.
언젠가 정말로 정의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온다면, 이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들도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거예요.
음... 이렇게 공식적으로 토론을 하다 보니, 뭔가...
안 되겠어요. 지휘관님. 공평하게 지휘관님도 저에게 시 한 편을 공유해 주셔야 해요!
괜찮아요. 지휘관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너무 운율이나 대조에 신경 쓰지 마세요.
감성적인 부분이라면, 몇 가지 규칙 정도는 무시해도 상관없을 거예요!
일단 지휘관님께서 다시 생각해 보고 싶은 일이나 기분을 적어보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네? 동의하신 거예요? 시 쓰는 거에 자신이 있으세요? 지휘관님.
그럼요.
약속하셨어요. 지휘관님.
길게 한숨을 내쉰 에코는 안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조금 의외긴 하지만, 지휘관님과 뭔가를 공유하는 느낌이 그렇게 나쁘지 않은 거 같아요.
물론 조금 부끄럽긴 해요. 하지만 제 실수로 시작된 거니까요.
시도해 보시고 나서 지휘관님도 시에 관심이 생기시면, 혹시...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럼, 지휘관님의 작품을 기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