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들과 난민들을 모두 안치한 후, 밤이 찾아왔다.
자료 검토를 담당한 구조체가 104번 보육 구역 옆의 "유토피아" 소형 수용소에서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에코는 혼자 가까운 황무지로 물건들을 옮기고 있었다.
에코의 발아래에는 종이, 더러운 붕대, 낡은 장식품 등 다양한 물품이 쌓여 있었다.
그것들을 모아 작은 산을 만든 에코는 라이터를 꺼내 그 주인 없는 물건들에 불을 붙였다.
미세한 재가 따뜻한 공기를 타고 천천히 떠올랐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에코의 몸에도 재가 묻었다.
에코가 전에 이유 없이 사과한 것과 폭도의 리더가 말한 것들이 떠오르자, 이 모든 행동이 에코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더 한 건 아닌지 걱정됐다.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지휘관은 저도 모르게 에코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사실 무슨 말 해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잠깐 공기 중에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방금 끌려간 사람 말인가요?
에코는 눈에 띄지 않게 미소를 지었다.
그 사람들은 피크맨 때문에 생각의 방향이 완전히 뒤틀려 버렸어요. 그래서 정의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예요.
지휘관님. 걱정 마세요. 전 그런 말에 좌절하지 않아요.
방금 전 사과한 것 때문에 그러세요?
그건 제가 규정을 어기고 독단적으로 출격해서 지휘관님과 다른 사람들을 위험한 상황에 빠뜨렸기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전 이에 따른 모든 결과를 받아들일 거예요. 그리고 사과하고 싶어요.
네. 최대한 주의할게요.
음... 네. 다음엔 꼭 규정대로 할게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아니라면요.
피크맨과 중앙 비행 요새가 파괴된 지도 시간이 꽤 흘렀어요.
이런 외부의 "유토피아" 지부들과 그의 연락은 대부분 본부에서 이루어지지만, 최근 피크맨을 위해 일하는 이들도 뭔가 눈치챈 것 같아요.
에코가 지휘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어젯밤에 방문자로부터 어떤 소식을 받은 것처럼 보였어요.
다음 날 정오부터 그들은 난민들의 이동을 제한했고, 몇몇 큰 텐트로 모으기 시작했어요.
그러고 나더니 몇몇이 인쇄물을 불태우기 시작했어요. 아마 다음 단계로는 그 사람들을 "처리"하려 했을 거예요.
네. 대충 초병 수를 계산해 봤더니,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어요.
하지만 그들이 중화기를 숨겨둔 건 예상하지 못했어요.
어쨌든... 다행이에요.
하지만 그럼에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어요.
에코는 발아래 다 타지 못한 불을 바라봤다. 이렇게 보면, 이 물건들은 대부분 전투에서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의 것일 가능성이 컸다.
세실리 언니는 조용한 성격이었어요. "일"이 끝나고 나면 자주 동화 이야기를 들려줬죠. 이 이글 모양 장식은 세실리 언니가 가장 좋아하던 거예요.
나타 언니는 성격이 활발했고, 좋고 싫음이 분명했어요. 하지만 놀랍게도... 마음을 마비시키는 책을 좋아했었죠.
그리고 이것들도요.
"유토피아"의 평화가 깨지기 전까지, 이 물건들은 주인과 함께 "평범"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곳에서 자랐기 때문에, 더욱 그 사람들을 구하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요.
지휘관님께서는 아마... 이런 생각은 좀...
정말인가요? 지휘관님도 그런 생각을 하셨군요.
저도요.
지휘관이 손을 펼치며 과장된 동작을 하자, 에코가 마침내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눈빛과 미간의 무거운 기운이 조금은 가벼워진 것 같았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님에게 이런 면도 있군요.
제가 예전에 가지고 있던 인상과는...
음...
잠시 망설인 에코가 입술을 깨물었다.
쿨럭... 정리한 다음에 말씀드릴게요. 이런 일은 예의를 갖추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어쨌든, 감사해요. 지휘관님.
절 위로하기 위해 특별히 오신 건가요? 공중 정원의 지휘관 준칙이 이렇게 인간적이었다니, 공중 정원의 생활이 "유토피아"보다 훨씬 진실적인 것 같아요.
에코의 의식의 바닷속에서 레나의 것이었어야 하는 기억이 떠올랐다.
일시적으로 집결했던 소대, 다양한 모습의 멤버들이 처음보다는 에코에게 이해하기 쉽게 느껴졌다.
기회...
기회가 된다면, 그럴게요.
구체적으로 무언가를 생각한 에코는 입으로는 승낙했지만, 그녀의 미소는 말만큼 가볍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