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왔어.
정찰 부대로 자원한 낯익은 이가 서둘러 야채 볶음 안으로 돌아왔다.
녹티스는 지휘관과 눈을 마주치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당!
언제나 주목을 받으며 등장하는 식스의 방식은 일관적이었다.
여전히 같은 사람들이었고, 표정 없는 얼굴이었다.
식스는 직선으로 카운터 앞까지 걸어가 의자를 빼고 앉았다.
방랑자의 야채전 일 인분을 메뉴에 적힌 대로 정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서 주세요.
식스는 주문한 뒤, 주변에 대해 무관심한 듯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그를 쳐다보는 사람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와 시선이 마주친 손님들은 강풍이 휩쓸고 간 잔디밭처럼 고개를 숙였고, 그와 다시는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썼다.
식스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도 있었지만, 야채 볶음을 위해 잠시 숙이기로 했다.
흥...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지루해졌고, 가게 안은 이 때문에 고요 속에 잠겼다. 오직 지휘관이 손에 든 플란넬과 잔 입구가 마찰하며 내는 소리만 들렸다.
에드는요?
식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손에 들고 있던 일을 잠시 내려놓은 지휘관은 사장의 부탁을 떠올렸다.
비웠다고요? 이 가게를 신경 쓰지 않겠다는 건가요?
혹시 카운터 안에 있는 총기를 만지작거리고 있진 않나요?
하지만 에드라면 그랬을 거예요. 한번 찾아보는 건 어때요?
몸을 앞으로 기울인 식스는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 없었고, 오히려 도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지휘관은 뭔가 대단한 걸 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례요? 누가 규정한 거죠? 공중 정원인가요? 공중 정원도 지킬만한 규정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당신의 무기는 주방에 있군요.
당신의... 동료라고요? 재밌군요. 구조체를 동료로 생각하는 지휘관이 있는데, 그게 명성이 자자한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이라니...
절 조사하셨나요?
……
전 한때 에드를 이해한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건 제 일방적인 바람이었어요.
특히 에드가 사람들을 이끌고 떠나기로 한 건, 우리와 완전히 다른 길을 가기로 한 거나 다름없었죠.
아카디 대철수의 피해자들이자 언급할 가치도 없는 방랑하는 무리였죠.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도 우리에게 궁금한 게 있으신가요?
의외로 진심이 느껴지네요.
방랑자의 야채전 나왔어.
요리사인 녹티스가 직접 음식을 주방에서 가져와 식스 앞에 놓았다.
녹티스가 만든 건 간단한 플레이팅으로 아름답게 구워진 야채전이었으며, 한눈에 요리사가 정성을 들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식스는 한 번 바라보고는 일어나서 떠나려고 했다.
서두르지 마. 내가 정성껏 만들었는데, 맛은 봐야 하지 않겠어?
필요 없어요. 제가 원하는 건 이런 게 아니에요.
식스는 아무렇지 않게 블랙카드를 테이블 위에 던졌다.
에드를 불러주세요.
네가 원하는 건 탄 것처럼 까맣게 구워진 그런 거잖아. 나도 알고 있어.
알면서 왜 이런 걸 준 거죠?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마. 레시피는 그대로라서, 여전히 그 이상한 느낌의 맛이 날 거야.
하지만 우리 가게는 그런 탄 음식을 절대로 판매하지 않아.
그렇지만 그게 바로 방랑자의 야채전이에요. 우리 모두 그런 걸 먹으며 살아왔고요.
그래서 난 온갖 잡다한 재료들로 원재료를 만들었어. 손님의 요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말이야.
그리고 적절한 그릇에 제대로 구워낸다. 이게 우리 가게의 원칙이야.
이걸 공중 정원의 뜻으로 이해해도 될까요?
어쨌든 음식은 여기에 있으니까, 네가 다시 만들어달라고 해도 난 절대 탄 걸로 내놓지 않을 거야.
게다가, 고생을 추억하며 감상에 젖는다는 건, 좀 바보 같지 않아?
사장은 모두가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도록, 야채 볶음 요리에 그렇게 엄격한 기준을 둔 게 아닐까?
자주 와서 밥 먹어. 그럼, 사장이 할인해 줄지도 모르잖아?
농담하시는 건가요!
식스가 접시와 구운 전을 함께 바닥에 던져버렸다.
깨지는 소리와 함께 가게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빙점 밑으로 떨어졌다.
저흰 정말 그 모든 걸 다 먹어 치웠어요.
그것들이 정화 구역에서는 손님을 끌어들이는 장치로 전락해야만 하는 건가요? 그 과거가 추억 속에 누워 이야깃거리로 전락해야 하는 건가요?
우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건가요?!
……
적막이 흘렀다. 말이 끝나자, 야채 볶음 안은 적막만이 흐르게 됐다.
모든 사람이 숨을 죽이고 지휘관 쪽을 바라봤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이 바로 이곳에 서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지휘관이 답을 줄 수 있기를 바랐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처럼, 모두와 조금씩 친숙해지기 전처럼 말이다.
에드를 불러주세요.
집행 부대는 지상을 완전히 되찾기 위해 전력을 다할 거라는 것과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것뿐이에요.
그러니 정화 구역 여러분들도 우리와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요.
머리를 긁적인 녹티스가 마지못해 고개를 숙였다.
지휘관이 생각하는 게 내가 생각하는 거야. 아무튼, 나도 지휘관과 함께 힘을 합쳐 퍼니싱 같은 걸 완전히 없애는 데 힘쓸 거야.
녹티스와 지휘관은 식스를 포함한 모두에게 고갤 숙여 인사했다.
침묵 속에서 기다림이 이어졌다. 기다림이...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이내 적막을 완전히 깨뜨렸다.
잘했어. 좋아. 역시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다워.
솔직히 말해서, 네가 처음 왔을 땐 그냥 형식적인 홍보 작업인 줄 알았어.
한두 손이 아닌 여러 손이 지휘관의 어깨 앞까지 다가와, 부드럽게 일으켜 세웠다.
[player name]의 노력은 우리 모두가 눈으로 봤어. 지휘관이 그런 말을 한다면 우리도 믿겠어.
다른 손님들도 하나둘씩 맞장구를 쳤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지휘관과 녹티스는 몇몇 헛소문에 한동안 시달렸었다.
하지만 감자튀김 한 접시 때문일 수도 있고, 맥주 한 잔 때문일 수도 있었다.
그 불쾌한 말들은 모두 사라졌고, 대신 친한 사람들끼리 농담을 주고받는 웃음으로 바뀌었다.
그때부터 지휘관과 녹티스는 깨달았다. 그들이 원하는 건 거만하게 떠들어대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로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홍보였다.
왜 아무도 날 일으켜 주지 않는 거야. 나 아직도 숙이고 있잖아.
순서라는 게 있으니까, 서두를 거 없어.
이렇게만 하면 다 되는 건가요?
낮은 목소리가 조금씩 따뜻해지는 분위기를 한순간에 멈추게 했다.
이렇게만 하면, 지난 일들이 모두 없었던 일이 되는 건가요?
네 과거와 작별을 고할 필요는 없어.
이번엔 녹티스가 앞으로 나서 식스 앞에 섰다.
그리고 엄지로 자신을 가리키며, 언제나처럼 미소를 지었다.
나도 너처럼 말이야. 지금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있어.
하지만 앞만 보고 나아가면, 다시 한번 걸음을 내디딜 수 있어.
자신의 선택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는 듯 이 말을 끝낸 녹티스는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서 말인데, 이 덕분에 지휘관을 만날 수 있었어.
결국엔 난 득을 본 거야.
나이젤. 정화 부대에 있을 때 내 전우이자,
그리고... 정화 부대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죽인 놈이야.
지휘관...
그렇다. 녹티스는 예전에 그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녹티스가 가볍게 언급만 했음에도, 지휘관은 충분히 과거의 희미한 그림자를 그려낼 수 있었다.
그 미소 뒤에 숨겨진 용기와 결심이 어떤 것인지, 지휘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퍼니싱이 들끓는 이 세상에서 그런 기억이 없는 이는 없었다.
그들은 칼로 뇌리에 새겨진 것처럼, 오늘날까지도 아릿한 통증을 줬다.
그런데도 우린 계속 전진해야 했다.
잊지 말아야 했고, 회피해서도 안 됐으며, 그 때문에 제자리걸음을 해도 안 됐다.
그렇게 한 걸음을 내디뎠다.
테이블 위에 흩어진 야채전을 가볍게 집어 들고, 앞으로 가져갔다.
지휘관은 야채전을 입에 넣고, 힘차게 씹어 부쉈다. 그래서 그 이상한 맛이 입안에서 날뛰게 뒀다.
……
일이 이렇게 끝나진 않을 거예요.
야야야. 또 뭘 원하는 거야?
우리가 이렇게 모인 김에, 지휘관이 말한 "함께 고난을 겪는다."는 게 진짜인지 확인해 보죠.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식스의 주먹이 갑자기 지휘관 쪽으로 날아왔다.
논리에 맞지 않는 공격이 다가오려는 순간, 다른 쪽에서 강력한 팔이 제때 식스의 손을 붙잡아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어이. 나 진짜 화났어. 지휘관에게 손을 대다니...
그냥 확인해 보려는 거예요. 지휘관이 어떤 사람처럼 한 대 맞고 바로 공중 정원으로 꼬리를 말고 도망치지 않는 지를요.
그런 건 됐어.
이런 일은 내가 직접 상대해 주지.
걱정 마. 지휘관.
이 몸이 직접 보여줄게. 가게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처리하는 지를 말이야.
말을 마친 녹티스가 식스에게 주먹을 날렸다.
식스는 팔 블로킹을 하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리고 힘겹게 반격을 시도했다.
이내 둘은 격렬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대장. 우리 어떻게 하죠?!
너희 바보냐? 싸움이잖아. 기사의 결투가 아니야. 어디에 규칙이 있어. 어서 같이 싸워.
오오오. 형제들. 같이 가자!
걱정하지 마. 지휘관. 힘을 제한하더라도 이 몸이...
야야야. 이건 싸움이야. 무기는 반칙이지. 왜 의자를 들고 와? 주먹으로 제대로 붙자고!
녹티스... 녹티스...
야. 우리 [player name](이)가 손해 보는 건 참을 수 없어.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은 날 따라와!
좋아. 네가 리드하면 뒤따라갈게. 돌격.
순식간에 야채 볶음은 난장판이 됐다. 구석에서 응원하는 사람, 몰래 물을 뿌려 지원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 몇몇은 싸움을 지켜보다가, 용기를 내기 위해 술을 들이켜고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싸움에 뛰어들었다.
이 "전장"의 중앙에서 주인공인 식스와 녹티스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머리를 부딪쳤다.
……
헤헤. 이 몸의 머리통은 금속이라서 말이야. 상당히 아프겠네?
대장. 테이블 모서리요. 받으세요.
아아. 너무 아파 죽겠어.
거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저 놈 좀 붙잡아.
지휘관한테 손대 볼 테면 어디 한번 해봐! 이 몸이 바로 무규칙 권투를 보여줄게.
싸움에 뭐 이렇게 많은 규정이 있어. 못 싸우겠으면 비켜.
이건 이 몸이 새로 추가한 거야. 불만 있는 놈들은 다 이 몸이 상대해 주마!
야채 볶음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지만, 사장인 에드는 당황하지 않고 문밖에 서 있었다.
의자나 나무판자 같은 것들이 창밖으로 튀어나오면, 사장은 다가가서 그것들을 주워서 한쪽에 모아놨다.
사장은 벽에 등을 기대고 CD가 들어 있는 박스를 꺼냈다. 거기엔 사라진 CD 외에 낡은 사진이 한 장 들어 있었다.
우리도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잖아. 그렇지?
사장은 사진 속 인물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생각에 잠겼고, 그의 마음은 그날의 오후로 돌아간 듯했다.
녹티스가 말했던 것처럼, 지나간 모든 것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만 같았다.
끝났어. 다 끝났어!
외침이 끝나자마자 박수 소리가 쏟아졌다.
사장이 고개를 돌려 관찰해 보니, 야채 볶음 속 싸움은 끝나 있었고 녹티스는 자신의 지휘관과 포옹하며 승리를 축하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가게 안 오래된 기계 스위치를 켰다. 그러자 급박한 멜로디가 그 안에서 터져 나왔다.
모든 사람에게 그들의 승리를 크게 알리는 듯했다.
어. 내 CD가 기계 안에 있었구나? 이제야 찾았네.
형님.. 에드... 저기 있어요.
이놈들... 어서... 다 같이... 패버려.
??
[player name], 녹티스! 도와줘!
……
오늘의 야채 볶음은 일찍 문을 닫았다.
그 "대전" 때문에 모든 사람이 정화 구역 관리 인원에게 불려 가 심문을 받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누구든 "대전"에 대한 묘사는 애매모호하게 했고, 그저 사소한 불쾌감에서 비롯된 사소한 일이라고 단호하게 주장했다.
아무도 서로를 원망하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먹을 휘두르던 사람들이 이내 한목소리로 작은 다툼이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결국, 양측의 대장인 식스와 녹티스의 연대 보증 아래, 관리 인원은 야채 볶음의 일에 더 이상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도... 음... 평화로운 하루라고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