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녹티스·경천·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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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티스·경천·그중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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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요? 그 귀찮은 녀석 말이죠?

최근에 시행된 야간 통행금지 조례에 그 녀석의 공로가 좀 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전 그들하고 별로 친하지 않아요. 그러니 방랑자의 야채전도 먹으러 갈 일이 없어요.

그 주민에게 인사를 한 지휘관은 목도리를 조금 내리고 깊게 숨을 들이켰다.

이제 17명째네. 식스 그 녀석, 제법 유명하네.

관리 기관에서 직접 그의 파일을 불러올 수는 없나?

지휘관이 말해주지 않았으면, 거의 잊어버릴 뻔했어. 우리 지금 휴가 중이었지.

니콜라도 휴가를 이렇게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월리스랑 같이 카운터에 서 있겠지.

그때가 되면, 꼭 식스를 소개해 줘야겠어. 다들 잘 지내보라고.

입을 벌린 녹티스는 날카로운 이빨로 카작 소리와 함께 빙탕후루의 반을 평평하게 베어 물었다.

구룡 꺼야? 우리 메뉴에 추가해도 좋을 것 같은데.

그리고 전 세계에서 온 식스들까지...

어. 카작.

지휘관. 우리 이제 뭐 해야 돼? 계속 찾아야 해?

그때, 지나가던 노인이 지휘관의 주의를 끌었다.

식스가 예전에 사람들이 말했던 대로 공중 정원과 계속 척지고 있다면,

그의 동료들 또는 방랑자의 야채전을 먹어본 사람도 비슷한 경향이지 않을까?

바로 눈앞의 노인처럼 계속해서 구조체와 관리 인원들을 피해 다니는 사람 말이다.

……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이라고?

장작더미를 하나둘씩 불 속에 던지자, 모닥불이 탁탁 소리를 내며 타올랐다. 그러자 냄비 안의 물도 점점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잡다한 채소들을 냄비에 한가득 넣은 노인을 본 녹티스는 이 과정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저기, 방랑자의 야채전을 만드는 거라면, 내가 제안할 게 있는데...

노인은 손짓으로 침묵을 요구했고, 녹티스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아카디 대철수 이후, 지상의 많은 일들이 조직을 잃었고, 식량이 금방 바닥을 드러냈지.

그래서 우리가 방랑할 때, 손에 무엇이 있든 그걸 먹어야 했어.

방랑자의 야채전에 들어가는 원료는 별것 아니야. 잡다한 것들을 한데 모아 끊이기만 하면 되는 거지.

하지만 나도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봤어, 그 부분에선 문제가 없잖아.

네가 사용한 재료들은 어디서 가져온 거니?

어? 당연히 우리 사장이 정화 구역 관련 시설에서 주문한 거지. 신선한 것도 있고, 통조림도 있어.

바로 그거야. 식스와 우리가 함께 방랑할 때는 공중 정원의 통조림이 정말 소중했었지. 멀쩡하고 신선한 식재료는 사치품에 속했거든.

요즘 정화 구역에서 나오는 것들은 야채전에 사용하기에 좋은 거라 할 수 없어.

노인은 원료를 준비한 뒤, 맨손으로 반죽하기 시작했다.

한눈에 봐도 색깔이 좋지 않자, 녹티스의 얼굴엔 걱정스러운 빛이 떠올랐다.

걱정하지 마. 이건 모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들이야.

방랑하는 무리에게 있어 음식 위생 문제가 생기면, 전체 이동 속도가 늦어지고, 병자를 돌보는 사람을 따로 둬야 했지.

게다가 가끔은... 됐다. 너희들이 그런 것까지 알 필요는 없겠네.

손을 턴 노인이 빚은 반죽을 가열해 구워낼 준비를 했다.

노인이 아주 능숙해 보이긴 했지만, 야채전 가장자리가 타기 시작하자 녹티스는 참지 못하고 노인에게 말했다.

이렇게 굽다간 숯덩이가 되겠어. 이 부분은 내가 하는 게 어때?

젊은이. 내가 노안이 와서 제대로 못 보는 줄 아나? 이건 애초에 야채전을 구울만한 기구가 아니야. 그러니 네가 해도 결국 탈 수밖에 없어.

그래도 이대로 두면 숯덩이가 될 텐데...

괜찮아. 괜찮아.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이 식스가 말했던 방랑자의 야채전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이상, 이 과정은 피할 수 없어.

노인은 먹기가 힘들어 보이는 야채전을 꺼내 접시 위에 그대로 쌓아 올렸다.

장식도 없었고, 기타 조미료도 없었다. 노인은 야채전을 담은 접시를 지휘관 앞에 내려놓았다.

노인은 대답하지 않고, 시식해 보라는 듯한 손짓을 했다.

지휘관은 야채전 더미에서 그나마 덜 엉망인 조각을 골라 집으려 했지만, 녹티스가 먼저 손을 뻗어 입에 넣었다.

걱정하지 마. 내가 말했듯이 문제가 생기진 않을 거야.

……

지휘관...

함부로 시도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입안에서 이상한 맛이 휘몰아쳤다. 맛없다고 할 순 없지만, 상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미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적응이 필요할 것 같았고, 삼킬 때조차 뭔가 매끄럽지 않았다.

큰 손바닥이 지휘관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리고 잠시 후 녹티스가 노인에게 물었다.

만들 때 정말 잘못한 거 없어?

그렇지 않으면, 식스는 예전 방랑할 때 먹었던 그 맛을 그리워했단 건가?

맛은 어때?

내가 레시피대로 만들면서 구워낸 실패작보다 더 형편없었어.

하하. 괜찮아. 오히려 이게 정상적인 평가니까.

누군가 이걸 맛있다고 한다면, 난 그가 장난치는 줄 알았을 거야.

그게 무슨 뜻이야?

예전에 방랑하던 시절의 맛이라고? 그런 걸 기억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야.

진짜 방랑자의 야채전은 애초에 맛있을 수도, 보기 좋을 수도 없는 음식이야. 그건 제대로 된 음식하고는 거리가 먼 난잡한 거였으니까.

음식을 가능한 한 맛있게 만들려는 노력은 이해해. 하지만 그 전에 음식은 보관이 쉽고, 충분히 오랫동안 보존될 수 있어야 하지.

생존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만든 음식을 야채 볶음 메뉴 위에 올려놓고, "진정한 방랑자의 야채전"이라고 부른다면, 그건 선전용 문구일 뿐이지 않겠나?

식스는 그 점이 불만이었던 거군.

그가 불만인 건 한두 가지가 아니야.

그건 네가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이기 때문이겠지. 공중 정원의 그 녀석들이 말하는 것처럼 말이야.

내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어. 그들도 마찬가지일 거야. 땅 위에서든, 공중 정원에서든, 식스는 나처럼 후세 사람들에게 무언가 전달하고 싶었던 거겠지.

어, 돌아왔네? 상황은 어때?

식스가 뭘 원하는지 대충 알 것 같아.

그래? 다행이다.

내가 오늘 밤은 너희들이 식스 일에 관한 대책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정했기 때문에 장사하지 못한다고 단골들에게 다 말해뒀어.

우리 사장은 역시 생각이 깊어.

잠깐. 그러면 오늘 아침에 가슴을 치며 하루 종일 가게를 지킬 거라고 말했던 건, 그저 허풍이었네. 사실은 하루 종일 놀았다는 거잖아.

하하하.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 아. 그건 그렇고...

방해하면 안 되니까, 난 간다. 불 끄는 거 잊지 마.

사장은 말이 끝나자마자, 믿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로 문 옆으로 달려갔다.

열쇠를 남겨둔 사장은 어스름한 밤 속으로 사라졌다.

달리기는 참 빨라.

어? 이 잔들... 하나도 안 닦고 갔잖아. 설마 우리한테 다 맡긴 거야? 난 못해. 사장 잡아 올 테니까, 지휘관은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지휘관?

오. 알았어. 그럼, 이 몸이 다 해결해 줄게.

이 몸에게 다 덤벼라!

녹티스는 팔을 걷어붙이고는 그 잔들을 한 번에 자기 앞으로 쓸어모았다. 그러자 딸랑딸랑하는 잔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깨뜨려도 어차피 사장이 알아서 사 올 거니까, 지금은 효율을 우선으로 설거지부터 하자고.

녹티스는 수도꼭지를 틀고 여러 가지 그릇들을 세차게 닦기 시작했다.

어?

그걸 왜 해봐. 그냥 원료를 이것저것 아무렇게나 막 넣은 뒤에 대충 가열해서 마지막엔 새까만 덩어리로 만들면 되는 거잖아.

그들이 예전에...

이 말을 들은 녹티스는 하던 일을 멈췄다. 그러자 애써 띄우려 했던 분위기도 서서히 가라앉았다.

지휘관. 역시 그 일이 아직 신경 쓰이는 거야? 아카디 대철수, 그리고 지금의 정화 구역 문제 말이야.

하지만 그게 지휘관과 무슨 상관이야?

아카디 대철수 때, 지휘관은 아직 파오스에도 가지 않은 상태였잖아.

지상의 자원과 인력으로 만들어진 공중 정원에 살면서 이 일이 자기와 상관없다고 말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일이었다.

어떡해? 니콜라 사령관이 휴가 때 여기 한 번 와보는 게 최선의 방안일까? 그럼, 카운터에 가서 서 있으라고 하면 되겠네?

……

지휘관 참 착해.

다른 사람이었으면, 벌써 "이건 내 문제가 아니야."라고 말하곤 신경도 쓰지 않았을 거야. 어차피 이런 걸 생각한다는 건 괜한 걱정만 하게 되는 거잖아.

그러니까 지휘관이 착한 거라고. 분명 지상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도, 이 일에 대해선 자신을 좀처럼 놔두질 못하잖아.

나라면 그렇게 많은 생각은 하지 않아.

물론이지. 지휘관이 한 일들은 다들 똑똑히 봤잖아. 심지어 식스도...

어딜 봐서 내가 신경 쓴다는 거야?

그건 그들이 먼저 나한테 불친절하게 굴어서 그런 거지. 난장판을 만들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어쨌든, 지휘관의 명령을 따르는 건 당연한 거잖아. 그리고 니콜라 사령관도 몇 번이나 강조했었고 말이야.

……

귀찮아 죽겠네. 이 잔 설거지 안 할 거야?

이렇게 좋은 일을 혼자만 즐길 순 없지. 당연히 지휘관도 같이해야지.

알았어.

지휘관. 계속 밀기만 하면 나 벽에 박힐 거 같아. 쳇. 싱크대 주변이 왜 이렇게 좁은 거야.

쌓인 잔 더미에서 하나를 꺼내, 물로 잔 바닥에 남은 찌꺼기를 씻어냈다.

생각해 둔 게 있어.

그 녀석 말대로 할 생각은 없어. 그러니 내일을 기대해도 좋아. 지휘관.

오늘 밤 야채 볶음은 유난히 조용했다. 아마 일찍 문을 닫아서일 지도 혹은 가게에 남아 있는 두 점원이 싱크대 앞에서 조용히 수군거리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식스가 무엇을 원하는지 녹티스와 지휘관은 대략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의 생각대로 움직인다는 걸 의미하진 않았다.

날씨는 맑았고,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그렇게 오늘도 평화로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