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비가 정말 크게 내렸어.
어이. 이렇게 늦게까지 바쁘네?
해가 아직 지지 않았는데, 익숙한 얼굴이 바쁜 걸음으로 카운터 앞에 왔다.
늘 그렇듯 인사말이 오고 간 뒤에 주제로 들어갔다.
식스 문제는 어떻게 됐어?
내가 묻는 건 그 후야, 그 후에 무슨 일이 있었어? 식스가 가게 앞에서 기다리진 않았어?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 만약 그랬대도 내가 어떻게 "방랑자의 야채전"의 원료를 만들어 내는지 보여줬을걸.
작은 창문으로 머리를 내민 녹티스의 볼에는 부스러기와 가루가 가득 묻어 있었다.
녹티스. 왜 그래?
말도 마. 이렇게 튀기기 어려운 건 첨 봤어.
그냥 얼굴만 좀 닦았을 뿐인데, 눈 떠보니 새까맣게 타 있더라고.
오른쪽. 오른쪽. 머리카락 있는 부분...
음... 이렇게 하면?
훨씬 상쾌해졌어. 고마워. 지휘관.
내가 다시 해 볼게. 너희들도 나중에 맛보고 평가 좀 해줘.
창문이 닫히자, 주방에서 달궈진 기름의 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정말 사람을 못살게 하네. [player name]. 용암성 대폭발 한 잔 줘.
"당!"
갑자기, 누군가가 "야채 볶음"의 문을 힘껏 열었다.
뭐야? 식스 일당이 들이닥친 줄 알았잖아.
문이 고장 났는지 밀리다가 갑자기 걸리네. [player name]. 문 경첩에 기름칠 좀 해야 할 거 같아.
맥주 한 잔만 줘.
야! 예전에 공중 정원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거 싫다며? 그런데 이젠 매일 밤 출석부에 도장찍으러 오네!
이쪽은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휘관이야. 의회 그놈들하고는 다르다고. 네가 뭔상관이야?!
친숙한 사이에서 주고받는 고성은 활활 타오르는 화로에 물을 끼얹은 것처럼, 가게 안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무슨 일이야? 또 누가 시비 걸러 왔어?
녹티스가 창밖으로 머리를 다급하게 내밀었다.
북적대는 걸 보니 평소와 다를 게 없네. 지휘관.
녹티스!
어?
이쪽 테이블에 서프라이즈할 만한 것 좀 줄래?
서프라이즈라... 지휘관. 서프라이즈할 만한 게 뭐 있을까?
아... 그럼, 내가 직접 만든 감자전은 어때? 한번 먹어볼래?
어? 아니. 요즘 바빠서 손도 못 댔어. 좋은 기회니까, 사람들한테 시험 삼아 먹여봐야겠어.
지, 지휘관. 그만해. 숨 막힐 것 같아.
지휘관은 수건을 녹티스의 얼굴에 덮은 뒤, 그의 말을 전부 닦아낼 듯 힘껏 문질렀다.
알았어. 알겠다니까.
녹티스는 도망치듯 몸을 움츠리며, 작은 창문을 닫았다.
일련의 행동들로 인해 가게 안 분위기는 오늘 밤의 최고조에 달했다. 이 장면을 축하하는 듯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잔을 높이 들어 올렸다.
한데 어울려 유쾌한 농담을 주고받던 분위기가 끝나자, 사람들은 각자의 대화에 몰두했다.
때론 손뼉을 치고, 때론 크게 웃는 이 순간만큼은 평온한 일상에 최고의 조미료가 되어주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지휘관은 무의식적으로 앞치마에 새겨진 이름을 쓰다듬었다. 야채 볶음과 [player name]...
"당!"
또 누구야? 문 여는 게 그렇게 어렵냐?
죄송하네요. 손님이 많아서 좀 넓게 열어놔야 해서요.
냉정한 말투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순식간에 야채 볶음 안의 분위기를 차갑게 만들었다.
보아하니 식스는 어젯밤보다 더 많은 동료를 데려온 것 같았다.
맞아요. 일주일 안이라고 했죠. 그런데 제가 밥 먹으러 여기 온 것과 무슨 상관이죠?
방랑자의 야채전 일 인분하고, 맥주 한 잔 주세요.
카운터를 떠난 지휘관은 곧장 주방으로 달려가 녹티스를 찾았다.
무슨 일이야? 지휘관. 갑자기 밖이 조용해진 것 같던데?
녹티스는 뜨거운 기름 속에서 튀겨지는 방랑자의 야채전에 정신이 팔려서, 작은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지 못했다.
하? 그가 왜 왔어? 우리에게 일주일 준다고 하지 않았어?
헤이!
됐어. 이 시간이 적당한 거 같아. 어때? 지휘관. 이번 건 괜찮지?
녹티스가 방금 만든 야채전을 간단하게 접시에 담았다. 그 모양이 제법 그럴듯했다.
아니. 내가 갈게. 지휘관은 뒤에 있어.
홀로 돌아온 후...
여기.
이렇게 빨리요?
누구 덕분에 밤새 바빴거든.
식스가 야채전 조각 하나를 집어 들었다.
탄 부분이 없나요?
찾을 필요 없어. 내가 공을 많이 들였거든. 네가 트집 잡을 부분은 절대 없을 거야.
냄새가 아주 좋네요. 재료가 뭐죠?
당연히 보육 구역에서 들여온 거지.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는 없어.
식스가 접시 위 야채전에 집중 하자, 지휘관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녹티스가 만든 방랑자의 야채전은 향이 좋았고, 침이 고일 정도는 아니지만, 식욕을 자극할 만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건 제가 원하는 야채전이 아니에요.
손님을 기만하는 또 다른 쓰레기일 뿐이죠.
접시 위에 다시 야채전을 내려놓은 식스가 테이블 위에 블랙카드를 던졌다.
사장님. 계산이요.
이 자식이!
다가오는 녹티스를 보고도 식스는 조금의 동요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녹티스에게 덤벼드는 동료들을 제지했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휘관님. 구조체 관리를 좀 하셔야 할 거 같네요. 정화 구역의 법 어디에도 구조체가 아무런 이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큰소리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러곤 조용히 녹티스의 귀에다 속삭였다.
쳇...
지휘관이 만류하자 녹티스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식스는 흐트러진 옷매무시를 정리했다.
그리고 크게 손을 휘저으며, 동료들을 이끌고 야채 볶음을 떠났다.
……
식스는 밥도 못 먹게 할 작정인가?
하루 종일 얼굴을 보이지 않던 사장이 늦은 밤 야채 볶음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눈앞의 장부를 보며, 찌푸린 미간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제보단 나아졌지만... 가게 분위기가 가장 중요해.
식스가 사람들을 데리고 계속 소동을 피운다면, 우린 많은 손님을 잃게 될지도 몰라.
걱정하지 마. 식스가 이런 식으로 자주 오지 못하게 나도 이리저리 돌아다녔으니까.
내가 장담해. 식스는 몇 일간 가게에 올 시간이 없을 거야.
그러고 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늦었는데 녹티스는 아직도 주방에서 뭔가 하는 건가?
식스 같은 녀석에게 시달리다니, 녹티스도 고생이 많군.
사장!
어?!
사장이 가져온 그 생선 살 써도 돼?!
쓰고 싶으면 써. 재료 걱정 말고 마음껏 해봐!
……
좋아! 지휘관! 오늘 저녁에 다랑어 먹을 수 있어!
난 네가 거기에 사용한다는 건 줄... 방금 한 말 취소할게!
이미 꺼내서 튀기기 시작했는데, 냄새가 좋네!
[삐--].
쳇. 생각해 보니 걱정할 게 없군. 저 녀석을 가장 걱정하는 사람이 바로 눈앞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서 있잖아.
에이. 나 먼저 간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내일 보자.
문 잠그는 거 잊지 마. 그리고 다랑어는 남기지 말고 깨끗이 다 먹어. 내가 정말 고생해서 구한 남방참다랑어라고... 쳇. 큰 손해 봤네.
사장의 한탄 소리가 서서히 멀어져 가더니, 어스름한 밤 속으로 사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접시를 들고나온 녹티스가 생선 살을 지휘관 앞에 놓았다.
왜 그래? 지휘관. 팬에서 나온 지 좀 됐어. 뜨겁지 않으니까 먹어도 돼.
지휘관. 왜 그래? 사장처럼 걱정이 많아진 거야?
그냥 방랑자의 야채전일 뿐이잖아. 그 녀석이 만족할 때까지 만들면서, 나도 재미 좀 찾으려는 거야.
매일 같은 요리 몇 가지만 만들다 보니 지루해 죽겠더라고.
그건 그렇고 지휘관 너도 괜찮은 척하고 있는 건 아니지?
매일 카운터에 서서 꽃처럼 활짝 웃으며, 모든 사람하고 일일이 대화해야 하잖아.
정말 힘들 거 같은데. 바꿔볼래? 나도 카운터 일 한번 해보고 싶어.
어?
녹티스는 다소 당황스러워했지만, 지휘관의 요청에 따라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꿈에서 대형 백상아리와 눈을 마주치는 듯한 기분이었다.
오호, 그것도 재밌겠는데?
그런데 지휘관, 너 왠지 평소하고 다른 느낌이야.
녹티스는 지휘관의 잔을 한 손으로 낚아채더니 한 모금 마셨다. 그 안엔 예전에 디자인했던 음료의 개선 버전이 들어 있었다.
이 맛은... 지휘관. 여기에 뭐 추가했어?
α40 추출물? 그거 술하고 비슷한 거잖아. 알았어. 내일 어떤 천재의 아이디어였는지 한번 확인해 봐야겠어.
지휘관. 내가 만든 감자전 좀 먹어봐.
별로 조정한 건 없어. 이틀 동안 방랑자의 야채전을 만드느라 바빴잖아.
그래서 맛은... 전과 비슷할 거야.
아차...
어때? 지휘관. 다 토하고 나니까 기분이 맑아진 거 같아?
난 여기... 아. 잠깐. 그거 의자잖아. 지휘관 뭐 하는 거야?
멈춰. 멈춰! 여긴 카운터라고, 지휘관 이미지 관리해야지.
도대체 누가 지휘관한테 α40 추출물을 마시라고 한 거야?
야. 야. 지휘관. 진짜로 하려는 거 아니지?!
열쇠. 열쇠...
밤이 깊었는데도, 야채 볶음 안에선 지치지도 않고 탁구공 소리처럼 요란한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이후로 오랫동안, 녹티스는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면, 대충 얼버무리려고 했다.
녹티스가 말하지 않는 이상, 중요한 일은 아니었을 거로 생각하면서, 그냥 교훈으로 간직하기로 했다.
어쨌든, 오늘도 평화로운 하루였다.
아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