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녹티스·경천·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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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티스·경천·그중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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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야간 통행금지 시간에 또 몇 명 잡혔다며? 들었어?

어. 들었어. 비밀 거래 같은 걸 하려고 했다는데? 이 사람들 진짜 중독됐나 봐? 정화 구역에 와서도 저러고 있다니 말이야.

그러니까 그 초병들이 밤늦게 길에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다 나쁜 사람들이라고 하는 거겠지.

말이라도 그렇게 하지 마.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은 어때?

지휘관.

녹티스의 머리가 갑자기 나무 창문으로부터 튀어나왔고, 양손은 창틀에 얹었다.

어젯밤 야간 통행금지 보고서... 풉!

서둘러 열린 나무 창문을 닫으며, 녹티스의 머리를 다시 주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

맥주, 큰잔.

나도 맥주, 큰잔.

하, 어디를 가든 마음 편할 날이 없네.

지금이야 많이 나아진 거지. 아카디 대철수 때보다는 말이야.

"아카디 대철수"라는 말을 들은 사장이 테이블 앞에서 갑자기 일어나다가 술을 따르는 손과 부딪치자, 쏟아지던 맥주가 잔을 타고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서둘러 잔을 내려놓고 행주를 찾았지만, 사장이 한발 앞서 행주를 쥐고 있었다.

너희들 죽고 싶은 거야? 과거 얘기는 그만하지. 이미 지난 일 다시 말해 뭐해.

아직 죽을 때도 아니고, 추억만 얘기할 만큼 늙지도 않았잖아.

사장이 질책하는 말투로 농담을 하자, 차례로 머리를 긁적인 손님 둘은 새로 생긴 어떤 규칙에 익숙해지려고 했다.

다행히 카운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주방에서는 계속해서 음식이 나무 창문을 통해 나와 손님들에게 제공됐다.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와 음식 냄새가 어우러져 어색한 분위기를 적당하게 완화했다.

잠시 쉰다고 생각하고 녹티스랑 같이 보육 구역을 좀 도와줘.

구체적인 일정은 세리카가 나중에 보내줄 거다. 이것도 홍보 계획의 일부라고 생각해.

보육 구역 상황이 좀 복잡해. 그래서 뭔가 급박한 일이 생기면, 차분하게 대처해줬으면 하네.

……

지휘관.

왜 멍하니 있어? 받아. 지휘관의 점심이야.

오? 저거 맛있어 보이는데, 나도 일 인분 줘.

저리 가. 이건 우리가 따로 먹는 거야. 가게에선 안 팔아.

그러지 말고 주면 안 돼?

안 된다면 안 돼. 미리 말하지만, 지휘관한테 가서 만들어 달라고 괴롭히지 마. 지휘관은 바빠서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단 말이야.

그나저나 사장! 네 저녁은 시간이 좀 더 걸릴 거야.

하. 저 녀석... 알았어. 너 먼저 좀 쉬어. [player name]. 여긴 내가 잠깐 맡고 있을게.

쳇. 어째서 사장이 여기 있는 거죠? 입맛 떨어지니까,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오라고 하세요.

어서 가. 이따가 녹티스랑 또 싸우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

지휘관은 음식을 들고 어제 사장이 앉았던 구석으로 갔다. 그리고 물 한 잔을 따르고 난 뒤, 녹티스가 만들어준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육즙이 풍부한 고기는 합성품이 아니었고, 야채도 신선한 것들이었다.

이 모든 건 반이중합 탑의 등장과 그로 인해 생겨난 정화 구역 덕분에 가능해진 것이었고, 이 결과로 지상의 생산력도 상당 부분 회복됐다.

하지만 감탄할 틈도 없이, 문 쪽에서 또다시 낯선 인물들이 나타났다.

봐. 저기 저 사람이 바로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이야.

저 사람 지금 쉬고 있는데, 가서 방해하면 안 될 거 같아.

그러지 말고 가보자. 이 일 때문에 이렇게 멀리까지 온 거잖아?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은 어떤 상징처럼, 오늘도 변함없이 "야채 볶음"을 도와 다양한 구역의 손님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웃는 얼굴을 준비하던 찰나, 건장한 체구의 사람이 지휘관 맞은편에 앉았다.

상대방은 일부러 테이블 위에 접시를 세게 내려놓으며 큰 소리를 내게 했다. 그리고 건드리면 큰일날 것만 같은 인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주방 쪽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장

사슴 고기, 내가 얼마 전 조 씨한테 부탁한 신선한 사슴 고기가 어디 갔지? 녹티스. 혹시 못 봤어?

아. 그거 지휘관 저녁으로 만들어버렸는데.

사장

!!

네가 그 식재료는 마음껏 사용해도 된다고 말하지 않았었나? 게다가 네가 가져온 사슴 고기는 양이 너무 작아서 지휘관 혼자 먹기에 적당하더라. 다음번엔 좀 더 많이 주문해 줘.

사장

[삐--]!!!

주방에서 사장의 화난 욕설이 들려오자, 손님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아무렇지 않은 녹티스는 앉은 자세로 지휘관과 함께 계속해서 식사했다.

또 뭘 잘못하셨길래 그래요?

화가 난 사장은 단골에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 손을 휘저은 뒤, 감자 한 그릇을 들고 카운터 앞에 앉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단골들은 여전히 끈질기게 농담을 건네며, 사장의 허물을 잡은 것에 즐거워하는 듯했다.

모든 일의 원흉이자, 운명의 "숙적"인 녹티스는 접시를 든 상태로 몸을 돌려,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 저녁 식사를 즐기며 소란을 감상했다.

이런 곳이 바로 "야채 볶음"이었다. 멀게만 느껴지는 예절 따윈 상관없이 사람들은 잔에 담긴 걸 마시고 나면 훨씬 더 편안해했다.

물론, 아무리 화기애애한 분위기라도 가끔 잡음이 발생하는 건 피할 수 없었다.

요리사를 만나게 해주세요. 이걸 보고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고 싶네요.

이 간식, 겉모습만 봐도 제대로 만든 건지 의심이 가는데요?

한 마디 무심한 말이 작은 가게를 순식간에 조용하게 만들었다.

방금까지 사장을 졸졸 따라다니던 단골들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 말을 한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뭐죠? 전 제 의견을 가질 권리가 없는 건가요?

형씨, 취한 거 아냐? 그거 로봇이 압축해서 만든 거잖아. 그럼, 압축을 한 로봇이 나와서 사과해야 한다는 거야?

로봇 압축? 그 말은 이 가게가 제 블랙카드를 받아 간 뒤, 아무거나 대충 만들어서 제 테이블에 올렸다는 건가요?

이런 식으로 말이 나온 상황에서 말을 보태던 손님도 더 이상 할 말을 잃게 되어 사장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지휘관. 저 사람이 네가 말한 시비 거는 사람이야?

그럼, 이 몸이 한번 만나보지.

분석이 끝나기도 전에 녹티스가 앞장서서 걸어갔다.

어이~ 손님! 무엇을 도와드릴까?

당신은 누구시죠?

난 이걸 데운 사람이야.

녹티스가 접시를 가리키며 말했지만, 손님은 녹티스의 모습에 눈길을 두었다.

구조체인가요?

문제라도 있어?

그냥 이렇게 금속으로 조립된 분도 실제로 먹는 것이 필요하다는 거에 놀랐어요.

개인적인 취미야. 그리고 말 좀 가려서 해주지? 내가 아무리 임무 수행 중이긴 하지만...

그건 그렇고,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이 여기 있다던데 말이죠.

그러니까 당신도 이미 공중 정원과 한통속이었군요? 에드!

할 말 있으면 그냥 해. 식스.

갑자기 높아진 목소리가 가게 안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화약 냄새로 가득 채웠다.

몇몇 손님들은 접시를 들고 다른 자리로 옮겼고, 또 다른 손님들은 테이블 위에 블랙카드를 남긴 채 조용히 가게 밖으로 빠져나갔다.

잠깐. 급하게 가지 마. 아직 계산도 안 했잖아?

대치는 그렇게 사장과 "식스"라고 불리는 남성 사이에서 계속됐다.

어디에서 불씨가 튈지는 알 수 없었지만, 미리 대응한다면 화약통이 폭발하는 걸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당신이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인가요?

식스의 그 검사하는 듯한 시선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마주했던 것과 똑같았다.

오늘은 당신하고 싸울 기분이 아니네요.

하지만 이런 걸 메뉴판에 "방랑자의 야채전"이라고 적어놓고 팔다니, 이건 안 되는 거예요.

제 요구대로요? 좋아요. 저도 굳이 당신들을 괴롭히려는 건 아니에요. 메뉴에 있는 설명대로 "방랑자의 야채전" 일 인분을 제대로 만들어 주세요.

하지만 이 가게에서 진짜 "방랑자의 야채전"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아직 있는진 모르겠군요.

지휘관에게 말하는 것 같았지만, 식스의 눈길은 사장을 향하고 있었다.

사장이 대답하기도 전에, 이미 몇몇 손님들은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봐. 좀 상식적으로 말할 수 없어? 당시 방랑하는 무리는 수없이 많았어. 그런데 너희 쪽 "방랑자의 야채전"이 뭔지 누가 어떻게 알아?

하지만 그가 식스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식스의 동료들이 일어나 그사이를 막아섰다.

하자요? 저기요. 뭔가 잘못 생각하시는 거 같은데요. 이건 하자 문제가 아니에요.

이건 누군가가 건드려서는 안 될 깃발을 내세워 손님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게 문제인 거예요.

식스는 앞치마 위에 적힌 "야채 볶음"이라는 글자를 가리키며 목소리에 위협적인 어조를 더했다.

하지만 그 순간, 철책처럼 강력한 팔이 나타나 상대방의 손목을 꽉 붙잡았고, 그로 인해 상대방은 꼼짝도 하지 못했다.

내가 말했잖아. 말 좀 가려서 하라고. 나도 임무 중이라고...

허? 구조체답네요. 이런 악력이라면, 이런 데 써야 하지 않겠어요?

식스가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자, 그의 동료들이 모두 일어나 녹티스를 포위했고, 예상했던 것보다 인원수가 많았다.

쳇. 오늘은 운이 좋은 거 같네.

식스의 손목을 놓아준 녹티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팔짱을 끼고 식스의 앞길을 막았다.

지휘관은 어쩔 수 없이 상체를 기울여 머리를 내민 뒤, 상대방이 지휘관의 진심이 담긴 얼굴을 잠시나마 볼 수 있도록 했다.

제가 말했잖아요. 오늘은 당신과 대결할 마음이 없다고요.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님.

식스는 사장을 한 번 쳐다본 뒤, 녹티스를 봤다.

식스가 크게 손짓하자, 말없이 있던 십여 명의 손님들이 그를 따라서 가게를 떠났다.

……

에이. 식스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네가 굳이 복잡한 문제를 자처할 필요는 없어.

장부를 보는 사장의 표정으로 미루어 보아 오늘 장사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은 것 같았다.

식스 그 무리. 정말 문제를 일으키려고 작심했군.

다소 미안한 기색으로 머리를 긁적인 사장은 잠겨 있던 수납장에서 노트 한 권을 꺼내 지휘관에게 건넸다.

불완전한 윤곽, 변색한 종이, 닳아빠진 표지 아래엔 수많은 경험이 남긴 흔적들이 있었다. 보아하니 사장이 매우 소중히 여기는 보물인 것 같았다.

미안하게 됐군. 이런 귀찮은 일에 끌어들여서 말이야. 이건 내가 방랑하는 무리에서 식사를 담당할 때 기록한 노트야. 분명 도움이 될 거다.

무리 하지 마. 식스가 너무 지나치다 싶으면 그냥 무시해도 돼. 나도 이 기간에 도와줄 사람을 찾아볼 테니까.

녹티스

지휘관. 안 돼. 저런 신기한 모양은 못 만들겠어. 혹시 정말로 틀 문제인 걸까?

녹티스의 실패를 거듭하며 내는 한숨 소리가 주방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건 무언가가 회수용 용기에 떨어지면서 나는 "딸깍"하는 소리였다.

됐어. 그냥 놔둬.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으니 큰맘 먹고 투자할 각오는 이미 했어.

사장은 매우 부자연스러운 표정으로 열쇠를 던져놓고, 조금씩 쌓여가는 회수용 용기에서 시선을 단호히 거뒀다.

인간이 처음 달에 착륙했을 때처럼 엄청난 의지로 몸을 지탱하며, 한 걸음 한 걸음을 힘차게 내디디며 문밖으로 향했다.

사장. 감자 다 썼어. 응? 사장 어디 있어?

식스가 원하는 모양은 도저히 만들지 못하겠어. 틀을 좀 수정해 볼까?

손으로?

녹티스와 함께 주방으로 들어갔다.

테이블 위에는 온갖 도구들이 가득했다. 손을 뻗어 그것들을 한쪽으로 치운 후, 찰흙 같은 원료를 조금 집어 올렸다.

지휘관은 녹티스가 건네준 설계도를 바탕으로 비슷한 모양을 빚어 내기 시작했다.

이거 모양새가 좀 나오는 거 같은데.

녹티스는 팔을 움직여 지휘관의 모습을 따라 하듯 손바닥을 원료 위에 얹었다. 그런 다음 한 움큼 잡았다.

걱정하지 마. 지휘관. 그냥... 한 번에 많이 잡아본 거야.

잡아 올린 재료를 반으로 나눈 녹티스는 한쪽 반을 손바닥에 쥐었다.

하.

…………

쳇.

남은 원료를 모두 사용해 봤지만, 녹티스는 만족할 만한 모습의 야채전 하나 만들어내지 못했다.

녹티스는 실패작들을 한데 모아 다시 반죽하려고 했다. 그러다 옆에 놓인 지휘관의 야채전을 보고 문득 생각이 났다.

맞다. 지휘관이 잘 만든 야채전을 가져다가 정비 부대에 틀을 만들어달라고 하면 되잖아?

그냥 먹는 전인데... 지휘관은 왜 이런 거에 신경 쓰는 거야?

식스 일당이 강하게 나온다면, 나 혼자서 그들을 다 쫓아낼 수 있어.

식스 일당이 에드와 정말 문제를 일으키려 한다면, 선택할 방법이 한둘이 아녔다. 누가 "야채 볶음"이 그 모든 걸 감당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할 수 있을까?

쳇. 골치 아프네.

이게 바로 지상 재건 계획의 어려운 점이야. 녹티스. 모든 사람이 에드와 같지 않아. 보육 구역 안에는 식스보다 더 나쁜 놈들이 많아.

알았어. 다시 한번 해볼게.

녹티스가 다시 원료를 손에 쥐었다.

지... 지휘관?

내가 알아서 펼 거야. 이건 전투 장비라서, 넌 피지도 못해.

알았어. 알았어. 항복. 항복할게. 왜 이렇게 성질이야. 여기 봐. 손가락 다 폈잖아.

야채전 각각의 크기를 조절한다고...

그걸 동그랗게 빚는다...

……

다시 한 번 해보자. 다시 한 번...

창밖을 보니, 보육 구역 안의 건물들이 하나둘씩 불을 끄기 시작했다. 그리고 길 양쪽의 가로등만이 희미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빗물이 떨어지면서 어스름한 밤 속으로 녹아들었다. 그리고 빗방울들이 이어서 퍼붓기 시작하면서 창문에 걸친 방충망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하는 중이야. 홀은 이 몸이 맡을게. 잠깐. 이상한데, 지휘관 어서 2층 창문도 닫고 와!

오늘 밤엔 비가 왔고, "야채 볶음"에도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지휘관과 녹티스가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걱정되는 게 있다면, 사장이 출근해서 재료 사용 목록을 보고 그 자리에서 기절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어쨌든, 비교적 평화로운 하루였다고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