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 구역은 반이중합 탑의 힘을 빌려 개척된 거대한 구역이다.
인간이 이곳에 하나둘씩 정착지를 건설하기 시작하자, 다양한 기능을 갖춘 시설들이 점차 많아지기 시작했다.
집행 부대 대원들은 흔히 이곳에서 휴가를 보냈다.
황금시대에 대한 추억을 더듬기 위해서일 수도 있었고, 미래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느끼고자 하는 마음에서일 수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 전체 부서 대원들을 둘러봤을 때, 어쩌면 지휘관과 녹티스의 상황이 가장 특별하다고 할 수 있었다.
저물어 가는 태양의 빛이 가게 안으로 스며들면서, 목재 공간에 황혼의 색을 더해줬다.
창가에 앉은 남성은 저물어 가는 태양의 빛을 빌려 손에 든 사진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있었다.
난 정말 바보나 다름없지, 참...
순찰할 때 침식체들이 황무지에서 목표를 찾지 못하면, 이쪽으로 이끌린다는 것만 알았지.
이주할 때도 그럴 줄은 몰랐어.
내 친구여!
맞은편에 앉아있던 친구가 그의 손을 잡으며, 위로하는 것 같으면서도 설득하는 것 같았다.
내 오랜 친구여...
친구여!
CD 하나 잃어버린 것뿐인데, 굳이 이렇게 꾀부릴 필요 없잖아.
잠시만. 지나가서 불 좀 켤게.
칵.
불빛이 순식간에 그들이 있는 구석을 환하게 밝혀줬고, 사장은 영화 속 햇살에 노출된 괴물처럼 과장된 동작을 취했다.
간신히 만들어진 무거운 분위기가 술잔이 부딪치는 소리에 완전히 사라졌다.
술, 음료, 양파, 치즈... 모든 것이 마법 같은 밤의 서곡처럼 느껴졌으며, 곧 지게 될 태양에게 작별을 고하는 듯했다.
"야채 볶음"은 오늘도 어김없이 시끌벅적했다.
너희들 정말... 분위기를 전환해 볼 생각은 없어?
시간이 되면, 나도 참여하는 걸 즐거워할 거야.
말을 마친 남성이 머리를 돌려 뒤쪽을 바라봤다.
잡다한 용기로 가득 찬 나무장 앞, 원래는 사장이 있어야 할 그곳에 지금은 다른 "행운아"가 책임을 다하고 있었다.
"감자튀김 일 인분."
"맥주 한 잔."
"보드카, 오렌지주스, 얼음..."
"정답. 오. 너의 미소도."
그렇다. 그 "행운아"는 원래 지휘관으로 불리던 두 발로 걷는 다기능 인간형 생명체로, 지금은 "야채 볶음"의 바텐더로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사장은 턱을 쓰다듬으며, 흥미롭게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 친구가 도와준 후로, 우리 가게 매출이 세 배 이상이나 뛰었어.
저기 서서 방해되느니, 창가에 조용히 앉아서 내가 직접 만든 맥주를 마시는 게 더 나아.
자, 네 저녁 메뉴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녹티스가 손에 든 접시로 사장 옆의 잔을 정확하게 밀어내며 말했다.
다 먹으면 도와주러 와.
말을 마친 녹티스는 카운터에서 일하고 있는 지휘관을 한 번 쳐다보고는 사장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그의 잔을 수거한 후 접시를 들고 걸어갔다.
"17호 폭풍 한 잔."
"럼주, 파인애플주스, 레몬주스..."
"잊지 마.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을 조금 첨가해 주는 거니까."
저기. 손님! 여기 감자튀김 나왔어.
주문이 빗발치면서 뇌가 과부하 되려는 순간, 녹티스가 번개처럼 빠르게 이동해 그 손님의 시선을 중간에서 차단했다.
커다란 접시에 담긴 감자튀김을 손님이 있는 테이블 위에 던지듯이 내려놓자, 공중으로 솟구친 감자튀김들이 그 위에 묻어 있던 소금을 테이블 위에 흩날리게 했다.
손님. 또 뭘 튀겨줄까? 우리 가게엔 감자 말고도 튀길 수 있는 게 많아.
"고... 고마워. 필요한 거 없어."
미소를 보인 녹티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접시를 들고 문발 너머로 사라졌다.
잠시 후, 지휘관 옆 주방과 연결된 작은 나무 창문이 녹티스가 머리를 들이밀자 열렸다.
지휘관. 새로운 튀김 주문 있어?
알았어. 바로 만들게.
아! 그리고 지휘관. 좀 있다 사장이 도와주러 오지 않으면 날 불러.
이번엔 녹티스가 먼저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러자 지휘관은 격려의 미소로 화답했다.
이후 지휘관의 시선은 사장이 빨리 식사를 마치고, 카운터로 돌아와 일을 시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에게 향했다.
……
밤이 깊어지고, 몇 시간에 걸친 분주함에서 정신을 차리고 나니, 카운터 앞 손님들은 모두 떠난 후였다.
잠시 열린 문 사이로 들어온 저녁 바람이 마지막으로 남은 소란스러움마저 날려 보냈다.
칼과 포크가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오늘의 일과가 막을 내렸다.
사용한 그릇들을 깨끗이 씻어 소독 구역에 깔끔하게 정리한 뒤, 사장이 투덜거리며 열쇠를 옆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게 보였다.
피곤해. 난 먼저 갈게.
너희들은 평소처럼 편하게 있다가 퇴근해. 나가면서 문 잠그는 거 잊지 말고.
문이 다시 열렸다. 잠시 후, "야채 볶음"의 홀에는 지휘관 혼자만 남게 됐다.
준비해 둔 그릇을 꺼낸 뒤, 손으로 쓴 메모를 펼쳐 식탁 위에 놓았다.
뚜껑을 열고, 병 안의 추출물이 정확한지 확인한 후, 조심스럽게 병을 기울여 투명한 액체를 천천히 잔 안으로 부었다.
지휘관. 내 새 작품 좀 봐! 드디어 화환 모양의 감자전을 만드는 데 성공했어!
지휘관은 갑자기 부르는 소리에 놀라 병 입구를 재빨리 닫아버렸다. 다행히 예상 범위 안에서만 액체가 나와서, 귀한 추출물이 낭비되지는 않았다.
고개를 들자, 문발을 급하게 들어 올린 녹티스가 접시를 들고 지휘관 앞까지 달려왔다.
녹티스의 감자전은 아름다운 무늬와 윤곽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유혹적인 향기를 끊임없이 풍기고 있었다.
아직 맛은 보지 않았어. 지휘관이 먼저 맛볼래?
녹티스가 먼저 성공하자, 승부욕이 자극된 지휘관은 지치지 않는 두 손으로 "마법"을 부리기 시작했다.
오렌지주스, 레몬, 얼음 조각을 한데 모은 지휘관은 노트에 적어놨던 디자인을 현실로 만들어 냈다.
스템이 긴 유리잔 안에는 작은 별이 반짝이는 별하늘이 나타났다.
오. 예쁜데. 맛있을 거 같아.
음료를 녹티스 앞으로 밀자, 녹티스도 감자전을 지휘관 쪽으로 밀어줬다.
건배!
잔을 부딪친 뒤, 감자전 한 조각을 입에 집어넣었다.
"풉--", "쿨럭. 쿨럭."
순간 홀 안의 불빛이 갑자기 꺼진 것처럼, 눈앞이 캄캄해졌다.
너무 시다. 시어! 지휘관. 여기다 뭘 넣은 거야?
처음엔 서로를 비난했지만, 이내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각자가 만든 음식을 맛보기 시작했다.
"쿨럭. 쿨럭.", "풉--"
……
그냥 버리는 게 나을 거 같은데...
간단히 기름때를 닦아낸 후, 펼쳐진 노트에 큼지막한 빨간 X 표를 쳤다. 그래서 해당 레시피는 완전히 폐기했다.
고개를 돌려 보니, 벽시계의 시곗바늘이 심상치 않은 위치로 이동해 있었다.
녹티스를 주방에서 불러내 급히 밖으로 향했다.
그러자 차가운 밤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그제야 지휘관은 자신이 평소에 입던 따뜻한 제복을 입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두르지 마. 지휘관. 임무를 수행하는 것도 아니고, 굳이 그렇게 시간을 딱딱 맞출 필요는 없잖아.
녹티스가 목도리를 건네주며, 사장이 놔둔 열쇠로 문을 잠갔다.
녹티스가 열쇠를 아무렇지 않게 던지자, 열쇠는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화분 안으로 떨어졌다.
귀찮아. 그 게으름뱅이 녀석보고 내일 직접 찾으라지.
곧 야간 통행금지 시간이니까, 크게 문제 되진 않을 거야.
그렇게 시끄럽게 떠들면서, 가로등이 희미하게 비추는 한산한 거리를 나란히 걸어갔다.
녹티스와 함께 보육 구역에 온 지도 7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날씨는 맑았고,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야채 볶음"을 도와주는 일도 잘 마쳤다.
처음엔 명성을 따라온 공세가 좀 버거웠지만, 모두가 서로 친숙해진 뒤로는 오히려 원래의 거리감이 식사 후 수닷거리로 변했다.
평화롭게 지내다 보면, 언젠가 과거의 아픔도 치유될 거로 생각했다.
어쨌든, 오늘도 평화로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