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함영·단심·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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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단심·그중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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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줄기에 창밖 풍경이 희미하게 지워져갔다.

두 기계체가 얕은 웅덩이의 물을 튀겨가며 배터리 상자를 나르고 있었다.

아무런 기척 없이 갑자기 내린 폭우에 주둔지로 함께 가기로 한 아린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그들은 수색에 나섰다.

[player name] 님! 함영 아가씨!

보치오니가 지휘관과 함영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무거운 컨테이너를 혼자 힘으로 밀고 있는 모습에, 지휘관은 즉시 다가가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보치오니!

우, 우선 이걸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합니다. 제 생각엔... 도둑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도둑이라니요?

본능적으로 허리에 찬 무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누가 제 방수 천을 가져갔습니다!

방수 코팅에만 의지해서 버티고 싶진 않습니다.

함영은 보치오니와 함께 주둔지 창고 문을 활짝 열었다. 이 신속하게 지어진 창고는 패하파가 지은 것이다.

컨테이너를 구석에 두고 조명을 켰다.

감사합니다. 이 자료들이 젖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없습니다. 방금 전에 꼼꼼히 확인했습니다.

누가 급히 빌려 갔을 가능성도 있겠네요.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제가 방금 너무 흥분해서 이성적이지 못했습니다.

혹시 아린을 보셨나요?

아린이요? 설마 아직 집에 돌아가지 않은 겁니까?

마지막으로 아린이를 본 게 언제였죠?

오늘 오후 4시 전이었습니다.

그때는 비가 내리지 않았어요.

??

제가 도와드릴까요?

어둠 속에서 익숙한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들이 왜 여기에 있나요?

대주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셋을 바라보았다.

대주는 왜 여기 계신 거죠?

홍수에 대비해 모래주머니가 더 필요할 것 같아서 가지러 왔어요.

갑자기 비가 오네요.

그 꼬마요? 오늘 한 번도 못 봤어요.

잠깐만... 설마 실종됐어요?

비가 이렇게 내리는 데 어딜 갔겠어요? 패하파를 불러서 같이 찾아보죠.

지금은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게 우선입니다.

어디로 대피시키나요? 이곳은 아직 환기 시설도 없어서 오래 있으면 답답해요.

근처 하천 수위가 높아지면 인명 피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위험 구역은 이미 다 표시해 뒀고, 패하파가 지키고 있을 겁니다.

두 분!

함영이 둘의 대화를 끊었다.

아이들을 먼저 이곳으로 데려오고, 나머지 사람들은 주둔지 구조에 투입하면 어떨까요?

말을 끝낸 함영은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아린이가 나가기 전에 보치오니 만나러 간다고 했어요.

아, 오늘 아린 아가씨가 저를 찾아와 아치 헛간 보강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아치 헛간은 제가 예전에 지었고, 감자는 다음 달에나 수확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 꼬마가 저한테도 덩굴을 좀 달라고 한 적 있어요.

아치 헛간은 묘목이 더 빨리 발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원래 계획은 내일 묘목 상태를 확인하러 가는 거였다.

그게 아린의 비밀일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함영의 눈동자에 불안함이 스치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때는 제 충전 시간이어서, 나중에 다시 찾아오라고 했습니다.

제 추측으로는 이미 집에 돌아갔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답은 바로 눈앞에 있었다. 함영과 눈을 마주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아린이는 그곳에 있을 거예요.

둘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즉시 창고를 떠났다.

주둔지에 남은 보치오니가 대주를 바라보았다.

방금 암호화된 전파로 대화한 겁니까?

이런 걸 "호흡이 잘 맞는다."라고 하죠.

게다가... 저 둘은 원래부터...

원래부터 뭐죠?

에이, 너무 캐묻지 마시고 일이나 합시다.

당신들도 손 발이 잘 맞았으면 좋겠군요.

전 기계체와 공중 정원 사람들한테 무시당하고 싶지 않아요.

대주는 망토를 걸치고 조금씩 불어나는 수위를 보며 모래주머니를 들었다.

……

소녀는 아치 헛간의 한쪽 모서리를 힘겹게 붙잡고 있었다.

아린이가 방수 천을 펼쳐놓자마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빗물은 강한 바람과 함께 고정용 말뚝을 들썩였고, 어제 보치오니와 함께 설치한 천막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린이는 보치오니가 주둔지를 떠난 뒤, 그가 남긴 방수 천을 챙겨 만반의 준비해를 했다.

우르릉쾅쾅 천둥소리가 울리자 아린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방금까지 천막을 지키던 아린은 그 소리에 놀라 움츠러들었다.

여기만 잘 보강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

아린은 그렇게 생각하며, 눈앞을 가리는 빗물을 닦아냈다.

아린이는 참지 못하고 기침 한 번 하고 나서, 다시 일어나 "부모"를 위해 준비한 깜짝선물을 계속 지키려 했다.

휘몰아치는 비바람이 언덕과 공명을 자아냈다.

거친 숨을 몰아쉰 아린은 아직도 천막 모서리를 고정하지 못한 자신이 이해가 안 됐다.

그러다 문득 보치오니는 어떻게 이런 일을 손쉽게 해냈는지 궁금해졌다.

……

하늘을 올려다보니 폭우가 조금은 약해졌지만 멎을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방수 천이 덮인 아치 헛간의 한쪽 모서리가 강풍에 휘날리고 있었다.

산길은 생각보다 더 험난했고 함영은 지휘관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초록색 방수 천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빠르게 아치 헛간 쪽으로 달려가자 아린이 거기에 있었다.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망토로 아이의 가녀린 몸을 감싸 안아 들었다.

거의 다 왔어...

함영은 정신이 흐릿한 아린을 다독였다.

흙냄새가 수증기와 함께 공중으로 퍼지면서 안개를 만들어냈다.

안개는 산과 울창한 숲을 덮었고, 집으로 가는 방향도 가려졌다.

……

주둔지를 지나가면서 보니, 이미 몇 군데에 물이 들어차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집에 돌아와 아린을 침대에 눕혔다. 하지만 아린의 의식은 흐릿한 상태였다.

상태가 안 좋아 보이자 지휘관은 소녀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외투에서 항상 휴대하던 해열제를 꺼내 반으로 쪼개 아린에게 먹였다.

(걱정하게 만들어서 미안해요.)

아린은 고열 때문에 손을 들어 올리는 것도 힘겨웠지만 어렵게 수화를 이어갔다.

괜찮아.

지휘관과 함영은 함께 아린을 다독였다.

(나무 묘목을 잘 돌보고 싶었어요.)

(나무들이 버틸 수 있을까요?)

아린은 조금 안심한 듯 미소를 지었다.

제가 수건을 가져올게요.

함영은 수건 가지러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린의 손이 지휘관 붙잡았다.

(잠시만 같이 있어줄 수 있어요?)

(함영 언니도요.)

아린의 눈빛에 간절한 부탁이 담겨 있었다.

방으로 빠르게 들어온 함영은 먼저 적신 수건을 정성스럽게 접어 아린의 이마에 얹었다.

아린은 손을 뻗고 있었다.

이렇게?

아린은 함영의 오른손을 잡았다. 그리고 다른 한 손은 지휘관의 왼손을 잡고 있었다.

소녀는 진지하게 그 두 손을 포개 놓았다.

마침내 피부가 맞닿았다.

무의식적으로 함영을 바라보니, 그녀의 호박색 눈동자도 지휘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창밖의 비가 서서히 그치고 있었고, 구름을 가르는 은빛 모래가 창문을 통과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서로 잡은 두 손이 자연스럽기만 했다.

(저도 이곳을 위해 뭔가 하고 싶어요.)

(두 분처럼요.)

다시는 무리하지 마.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함영은 여전히 자신의 소홀함 때문에 생긴 일 같았다.

(근데...)

(둘이... 평범한 친구 사이 아니죠.)

긴 친묵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