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21호·페럴·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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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페럴·그중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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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와 함께 숲속을 걸었다. 땅을 가득 채운 낙엽에선 카펫과 다른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제멋대로 자란 식물들이 고요라는 이름의 얇은 베일을 숲에 씌워줬다.

공기 중에 습기가 많아서, 손끝으로 잡으면 물방울이 생길 것만 같았다.

하지만, 풀리아 삼림 공원의 살기 가득한 공기와 달리, 이름 없는 이 숲의 공기는 심호흡하고 싶을 정도로 맑았다.

정화 구역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지휘관도 이런 풍경은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어쩌면 세리카 말대로 기분 전환 삼아 이번 임무를 수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았다.

담당자가 상세한 자료를 주긴 했지만, 식물학의 기본적인 지식만 가지고 있는 지휘관에겐 끝없이 펼쳐진 숲에서 특정 식물을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현재 목표는 강을 찾은 뒤, 강가에서만 서식하는 식물을 채집하는 것으로 정했다.

가는 도중에 다른 목표 샘플을 발견할 수 있을진 운에 맡겨야 할 것 같았다.

목표 발견.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지휘관에 비해선 21호의 진척은 훨씬 순조로운 것 같았다.

21호는 눈앞에 있는 식물의 뿌리를 조심스럽게 파낸 뒤, 미리 준비해 둔 용기에 담았다.

그리고 용기를 가지고 지휘관 옆으로 달려왔다.

임무 진행도에 하나를 추가했다.

[player name], 얼마나 찾았어?

21호가 찾은 양에서 4분의 1도 되지 않는 거 같았다.

약해.

21호가 가차 없이 말했다.

역시 21호가 돌봐줘야 해.

[player name]은(는) 그냥 보고 있어.

담당자 사무실에서 했던 것과 똑같은 말을 듣게 되자, 21호가 지휘관과 담당자의 무시에 대한 복수를 하는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21호는 숲에 익숙해. 너희들이 21호를 얕본 거야.

21호가 맞았어.

왠지 21호의 말투에서 복수 성공에 대한 기쁨이 묻어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모든 건 21호에게 맡겨. [player name]은(는) 마스코트만 해.

시야를 가리고 있던 마지막 관목 숲을 젖히자, 갑자기 시야가 확 트였다.

수십 년간 멋대로 성장한 식물들 때문에 이 구역의 지도는 더 이상 신뢰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지질 재해는 발생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지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나무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햇살이 물결치는 "거울"에 드리우자, 투명하던 물줄기가 물들었다.

그건 에메랄드가 티 없는 액체 상태로 멀리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투명한 보석이 돌출된 바위에 부딪혔을 때, 순간적으로 순수한 흰색으로 변했다가 다시 물줄기로 돌아가길 반복했다.

짜증, 더위, 초조 모든 것이 물결과 함께 멀리 흘러가자, 일시적으로 평온을 느꼈다.

기억했던 것과 조금 달라.

매우 위험해. 절대로 건드리면 안 돼. 건드리면 삼켜질 거야.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집행 부대로서, 적조에 오염된 수원을 처리하는 일이 잦았던 탓에 21호는 그런 인상을 가지게 된 거 같았다.

지휘관의 말을 들은 21호가 천천히 강변으로 다가갔다.

21호는 코로 냄새를 맡으며, 낯선 냄새를 자세히 구별하고 있었다.

냄새가 달라.

한편, 지휘관은 부츠를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린 뒤 강으로 들어갔다.

위험해!

강물의 시원함을 채 느끼기도 전에, 부드러운 무언가에 손목이 잡힌 지휘관은 그대로 강가에 끌려 나왔다.

21호가 지휘관의 손목을 감싸고 있던 꼬리를 푼 다음, 혈청을 꺼내 지휘관에게 주사하려고 했다.

지휘관은 자신의 멀쩡한 두 발을 가리켰다. 그 위에는 맑은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정말 괜찮아?

21호는 의심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지휘관의 발바닥을 만졌다.

21호는 발바닥을 만지던 손에 힘을 실었다.

역시 다쳤어!

21호는 손에 들고 있던 혈청을 다시 들어 올려 지휘관에게 주사하려고 했다.

21호는 아프지 않아.

금속으로 만들어진 21호의 발을 보며 지휘관은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21호는 그런 지휘관의 생각을 읽었는지, 손을 놓았다.

알겠어. 이게 [player name]와(과) 다른 점이야.

발바닥을 누르면 아파한다. 21호 기억했어.

21호가 단말기에 무언가를 기록하는 것 같아서 슬쩍 훔쳐보니,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의 약점"이라는 제목을 가진 문서를 기록하고 있었다. 게다가 기록된 번호가 이미 두 자릿수를 돌파한 상태였다.

다른 것도 많이 기록했어.

지휘관이 추가로 물어볼 틈도 없이 21호는 단말기를 집어넣었다.

그럼, 여기도 다른 거야?

21호가 흐르고 있는 강을 가리켰다.

그럼 빠지면 죽을 거야?

지휘관의 말을 들은 21호가 다시 맑은 강물을 바라봤다. 지휘관도 21호의 곁에 앉은 뒤, 물속에 손을 넣었다.

지휘관의 동작을 본 21호도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내민 뒤, 물결을 살짝 건드렸다. 손끝에서 낯선 차가움이 전해지자, 21호는 전기에 감전된 듯 손을 움츠렸다.

수면이 21호에게 대답하는 듯, 21호의 손가락을 중심으로 물결이 일렁였다.

21호는 기억과는 전혀 다른 강을 응시했다. 눈앞의 강은 쇠의 비린내도 없었고, 아프지도 않았다.

낯선 상황에 부닥친 21호는 다소 망설이는 것 같았다.

부츠를 벗고, 바지를 올린 뒤, 무릎까지 오는 강물에 들어갔다.

강물에 의해 매끄럽게 다듬어진 차가운 돌이 발바닥의 혈 자리를 마사지하듯 자극했다. 발바닥에서 머리끝까지 전해오는 가벼운 통증에 지휘관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덜덜...

이빨이 딱딱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뒤로 돌자, 강에 들어온 21호의 꼬리가 먼지떨이처럼 부풀어 오른 게 보였다.

몸을 떨면서, 두 눈을 질끈 감은 21호의 표정이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것처럼 사나웠다.

21호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아!

21호의 새 기체는 환경에 대한 감지 능력을 대폭 강화했다고 아시모프한테서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것 때문인 걸까?

한참 후에야 21호는 긴장했던 몸을 서서히 풀기 시작했다.

적응 완료...

몸의 떨림이 멈춘 뒤, 21호는 서서히 눈을 떴다. 다시 복슬복슬해진 균형 장치는 기분 좋은 듯 좌우로 작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런 21호를 본 지휘관은 저도 모르게 장난기가 솟구쳤다.

손으로 물 한 움큼 떠서 21호에게 튕겼지만, 재빨리 몸을 돌려 피했다. 그래서 21호가 물에 젖는 광경은 보지 못하게 됐다.

왜 물을 뿌린 거야?

21호는 곤혹스러운 시선으로 지휘관을 바라봤고, 지휘관은 방금 전 물을 뿌리던 자세 그대로 서 있었다.

둘 사이에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다시 생각해 보면, 방금 전의 행동은 너무 유치했던 것 같았다.

21호가 모르는 습관인 거야?

다행히 21호가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물었다.

지휘관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엔 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행위는 아무리 생각해도 유치해 보였다.

[player name]이(가) 방금 뭘 하고 싶어 하는 게 느껴졌어.

21호의 귀가 레이더처럼 돌더니, 지휘관 쪽으로 향했다.

뭘 하고 싶었어?

물을 뿌린다고?

놀이... 축제... 21호 이해했어.

21호는 공격 태세를 취하며, 거대한 클로를 드러냈다.

21호가 최선을 다할게.

21호는 잘 피할 수 있어.

피하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어?

응...

[player name]은(는) 자연의 잔혹함을 몰라.

나뭇잎 사이로 드리우는 햇살 아래, 인간은 공격해 오는 물방울을 힘겹게 피하고 있었다.

신분의 짐을 모두 내려놓고, 가장 순수한 즐거움을 느꼈다.

맞은편 소녀는 모든 "공격"을 가볍게 피했다. 그리고 강물은 21호의 몸짓에 맞춰 춤을 추듯 움직이면서 환상적인 무지개를 만들어냈다.

검은색과 흰색이 무지개색의 공백을 채웠다. 서로의 색깔에 물든 지휘관과 21호는 캔버스 속 실루엣처럼 그림 속 등장인물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