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분이 아는 사이라는 걸 알았더라면, 그렇게 걱정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괜히 걱정한 거 같아요.
사무실에 들어간 담당자는 조금 전의 당혹스러움이 가시지 않았는지 계속해서 말했다.
담당자의 끝날 것 같지 않은 구시렁에 지휘관은 소리를 내어 그녀의 말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네. 임무는 간단해요. 지휘관님께서 처음 왔을 때, 제가 그랬던 것처럼 새로 온 멤버가 온실의 일상적인 업무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돼요.
새로 온 멤버가 프로세스에 익숙해지면 다른 구역의 온실을 그녀에게 맡기려고 해요. 그러면 우리도 외근 인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온실에 숲이 있어?
하지만 21호는 움직이지 않은 상태로,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잔디밭도 없어?
밤에 야생 동물이 출몰하지 않아?
음...
질문이 이어질수록 21호의 표정은 점점 더 곤혹스러워졌다.
임무랑 달라.
임무 내용엔 숲속 전투 경험이 필요하다고 했어. 그건 21호가 잘하는 부분이야.
그래서 임무를 받고 여기에 왔어.
음... 제가 요청한 건 그런 쪽이 아닌데... 다시 한번 확인해 볼게요.
담당자는 단말기를 켜고 확인하기 시작했다.
엇...
담당자는 다소 당황한 표정으로 지휘관을 바라봤다.
제가 실수로 외근 계획에다가 인력 보충 신청을 올린 것 같아요.
레이아웃을 복사한 후에 붙여 넣은 걸 깜빡하고 지우지 못했나 봐요.
그 말을 듣자, 21호가 방금 전에 왜 그렇게 물어봤는지 이해가 갔다.
그... 온실의 일상적인 관리도 중요한 일인데, 혹시 맡아주실 수 있나요?
여기까지도 왔는데요...
담당자는 21호를 바라보며 용기 내서 말했다.
그럼, 숲에 못 가는 거야?
온실 안에도 식물이 많아요.
잔디밭에서 구를 수 없어?
카펫도 비슷한 촉감을 느낄 수 있어요.
야생 동물들의 움직임도 볼 수 없는 거야?
전에 축제 때 사용했던 인형 탈이 남아 있으니, 제가 분장할게요!
……
21호는 속았다. 돌아갈 거야.
잠깐만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이곳에 남아주시면 안 될까요?
신청서를 다시 제출하면, 언제 승인될지도 몰라요.
21호는 "투명 인간"의 뒤치다꺼리를 하지 않을 거야.
절 투명 인간이라고 불러도 괜찮으니, 제발 이곳에 남아주세요. 진짜 부탁드릴게요. 지휘관님도 좀 설득해 주세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뭐든 도와주신다면서요?
담당자는 "말을 잘 따르던" 친근한 상대가 한 순간에 약속을 배신한 모습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이때, 21호도 지휘관 곁으로 다가와 적개심이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2대1로 "반투명 인간"이 졌어.
더 이상 절 이상하게 부르지 마세요!
목소리를 가다듬고 21호를 설득하려 했지만, 21호는 무언가를 예상한 듯 반항적인 표정을 보였다.
지휘관은 원래 하려던 말을 삼키고, 바꿔 말했다.
그제야 지휘관은 21호가 이전과 다르게 자신만의 의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이럴 땐 21호의 판단에 간섭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말을 바꾸시면 어떡해요!
그게 뭐죠? 차선책이 있다고요?
21호는 숲에 익숙해.
숲에 관해 어떤 자료를 학습했나요?
<생물의 세계>...
음... 입문 서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숲의 노래>...
저도 어릴 적에 그 과학 다큐멘터리를 봤었어요. 그래도 지식이 조금 얕은 것 같아요.
<귀향한 늑대>, <아나콘다의 재앙>, <산골짜기의 거대 원숭이>...
잠깐만요. 모두 영화나 애니메이션이잖아요!
21호는 그 속에서 많은 걸 배웠어. 매우 유용해.
음… 어떤 걸 배웠나요?
사냥하고, 격투하고, 끝까지 살아남는 거야.
우리의 임무는 숲속에서 서바이벌하는 게 아니라 샘플 채취예요!!
[player name](이)가 추천한 거야. 문제없어.
온실 담당자는 무책임한 부모를 바라보는 듯한 눈으로 지휘관을 바라봤다.
21호는 성실히 임무를 수행할게.
숲을 보고 싶어서, 참을 수 있어.
뭘 참는다는 거예요? 역시 안 될 것 같아요. 21호랑 같이 움직이는 건 정말 힘들 것 같네요.
담당자는 보이지 않는 껍질 속으로 들어가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듯한 기색이었다.
아참! 방법이 생각났어요. 지휘관님. 이 케르베로스 대원과 친하다고 하셨죠? 그럼, 외근 임무를 그녀와 함께 수행해 주실 수 있나요?
온실의 일상적인 유지 보수는 제가 맡을게요.
그럼... 21호는 어때요?
21호도 괜찮아.
[player name](을)를 잘 돌볼게.
[player name](은)는 그냥 지켜보기만 하면 돼.
……
자세한 채집 목표와 주의 사항은 정리해서 지휘관님의 단말기로 보내드릴게요.
내용에 적힌 지시대로 수행하시면 돼요.
담당자는 지휘관을 향해 정중히 말했다.
?
21호가 방금 무시당한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