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반즈·명각·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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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즈·명각·그중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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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 보니 공중 정원의 의무실이었다. 임무 수행 중 구조를 기다리다 잠이 들 줄은 몰랐지만, 지원 소대의 말에 의하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반즈는 깨어 있었다고 했다.

어쨌든 큰 문제는 없으니까 상처는 물에 닿지 않게 조심하세요.

생명의 별 제복을 입은 의료진이 허공에 투영된 차트를 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당부했다.

아... 그레이 레이븐이요? 들어는 봤지만 멤버는 잘 몰라서요...

하지만 깨기 전에 몇 명이 병문안을 왔었어요. 같이 온 그 세 명 말인가요?

아, 깨기 전에 왔었는데, 급한 임무가 생겨서 떠난 것 같더라고요.

남성 구조체도 혼자 왔었는데...

그건 잘 모르겠어요.

잠깐 앉아있다가 가던데요... 5, 6분 정도?

주의 사항을 보냈으니 다른 문제만 없다면 바로 퇴원하셔도 돼요.

이 말만 남기고 그는 급하게 갔다.

복도를 오가는 의료진과 구조체들을 보니 다들 바쁜 것 같았다.

낯선 구조체

그들은 이미 희생됐어.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암울한 표정의 구조체였다. 헝클어진 머리는 하나로 묶여 있었고, 질문을 던지니 이곳을 슬쩍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복도의 끝으로 걸어갔다.

순간, 그녀 가슴 쪽의 명찰에 적힌 이름이 무심코 눈에 들어왔다.

파르마... 그들이 언급했던 대원이네.

멀지 않은 곳에서 아이들의 뛰어노는 소리가 들려왔고, 어쩌다 보니 축구공이 발 옆으로 굴러왔다.

이름 모를 남자아이

여기요!

남자아이가 공을 던져달라고 손을 흔들었다.

아이는 공을 받고 바로 차버렸으나 빗나가서 골대에 부딪히고 말았다. 다른 아이들이 웃자 남자아이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휴식 구역으로 향해 달려왔다. 코트에는 다른 아이가 교체 투입되었다.

고마워요. 공 던져줘서.

근데 여긴 어쩐 일이세요? 뵌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든 반즈가 보고 싶어서 카무이한테 물어봤더니 학원의 어느 구역에서 쉬고 있을 거라는 대답을 얻었다.

누구요?

기대하진 않았지만 아이는 금세 대답을 내놨다.

이름 모를 남자아이

어? 혹시 반즈 형을 찾고 계신 건가요?

반즈 형이 저희 빈 교실을 차지했거든요!

전에는 금발의 형이 찾아오던데... 그래도 공을 주워줬으니까 알려 줄게요. 2층 복도의 2-31A에 있어요~

아이는 능글맞게 눈을 깜빡였다.

절대로 반즈 형한테 제가 말했다고 이르면 안 돼요!

문을 열자 교실 구석에 익숙한 그림자가 보였다.

반즈는 정말 책상으로 '침대'를 만들었다. 몸을 웅크리고 자는 모습이 불쌍해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반즈가 누운 책상에는 '반즈 휴게실'이라는 어린아이의 글씨가 적힌 쪽지가 붙어 있었다.

이런 곳에서 잠을 잘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리는 곳에서 말이다.

반즈

두 번째네.

반즈

내가 자는 곳에 쳐들어온 게 두 번째네.

대화를 하고 있지만, 상대가 보이지 않는 대화 방식은 익숙하지 않아 나도 모르게 방 안쪽으로 걸어갔다.

창문 밖으로 아이들이 활짝 웃으며 운동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런 활력이 넘치는 모습은 정말 눈을 떼기가 힘들었다.

다른 한 쪽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다른 세상의 일이었던 것 같다.

근데...

반즈

...시끄러운가? 음, 시끄러운 건 문제가 되지 않아.

반즈

음... 시끄러워서 그랬던 건 아니야.

말을 걸고 싶어서 그랬어.

음... 반즈표 특제 캔디로.

반즈

한번 해볼래?

"요구를 들어주는 소원기"... 카무이가 어디까지 말한 거야?

갑자기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반즈는 어느새 몸을 일으켰고 벽에 기대 창 밖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반즈 옆에는 선물로 줬던 베개가 있었다. 여기까지 들고 올 줄은 몰랐다.

신경 쓰지 마.

에덴의 인조 햇빛이 창문을 비추고 금속 재질의 벽에는 흐릿한 무늬가 반사됐다.

책상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있는 반즈의 은빛 머리가 졸음 때문에 빳빳하게 서 있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고요함이 가득했고, 이 모습은 마치 어둠 속에서 비를 맞은 팔콘 같았다.

여기에 있으면 연수받을 때가 생각나. 그때는 너무 바빴어...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밤낮없이 공부했었지.

극심한 피곤함이 밀려오면 그대로 책상 위에 쓰러져 잠들 때가 제일 행복했어.

반즈는 잠꼬대를 하는 듯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바람이 불어오면 금방이라도 흩어질 것처럼 그의 말에는 힘이 없었다.

...응... 생각해보니 기분이 좋진 않네.

...하암... 잠자기 좋은 곳 중 하나를 뺏겼거든...

그레이 레이븐이 어떤 임무 때문에 전술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 것 같던데...

아아... 편안한 회의실 의자...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 지휘관이니까 수많은 전쟁을 겪어봤겠지.

그럼... 전쟁의 의미는 뭐라고 생각해?

큰 꿈을 목표로 삼고, 또 옆에 있는 사람까지 지킬 수 있으면...

그래? 그럼 나도 포함되는 거 맞나?

반즈는 자신을 가리키더니 이쪽으로 쓰러졌다.

망 보는 일은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한테 맡길게.

카무이가 찾아온다면... 흠... 어떻게든 막아줘...

창 밖을 가리키며 바라보니 아래층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논다. 그 에너지는 태양보다도 훨씬 뜨거웠다.

운동장을 누비던 남자아이는 창문 안쪽의 손짓을 봤는지, 신나게 손을 흔들었다.

...그래? 그게 의의인가.

반즈는 팔 사이에 고개를 파묻었다. 목소리도 이 때문에 답답하게 들렸다.

...그 사건 이후로 지휘관도 크롬 리더와 같은 타입인 줄 알았어.

...좋은 쪽으로.

하지만 가까이서 보니... 카무이랑 비슷한 것 같아.

지금? 지휘관은... 음...

...그냥... 지휘관이야.

반즈는 잠꼬대까지 하며 깊은 잠에 빠졌다. 나도 모르게 반즈의 잠꼬대에서 흘러나오는 편안함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