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제에서 임무 R40-119에 대해 추가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임무 수행자는 [player name]이며, 지원 대상은 레드 로빈 소대입니다. 임무 좌표를 전송했으니 확인하시고 5분 안으로 이동해 주십시오.
지휘관님, 지원 지점의 로드맵을 보냈으니 부디 조심하세요.
임무 완성까지 18분 정도 남았어요. 임무를 완료하면 바로 그쪽으로 이동할게요.
네, 그럼...
통신 중 루시아는 갑자기 태도를 들고 방어 태세를 갖췄다. 카메라가 흔들리더니 그쪽에서 침식체의 비명이 들려왔다.
조금 있다 봬요, 지휘관님.
인근 도시에서 지상 임무를 수행하던 중 상부의 지원 임무를 받게 되어, 부득이하게 루시아와 헤어지고 임무를 수락한 파트너를 기다렸다가 함께 임무 장소로 향해야 했다.
지원 지점의 좌표는 지하여서 지하 통로를 따라 표시된 지점으로 가야 했다.
역시나 끝 쪽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에는 등을 맞대고 땅에 주저앉은 침식체에 둘러싸인 구조체가 있었다.
아... 구조, 구조대 맞죠?!
지휘관님... 혼자... 인 거예요?
제 상태는 괜찮습니다만... 이쪽 팀원은 의식의 바다가 이탈된 것 같아요...
제가 방심했습니다. 적조를 만지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연... 연결...
조심해요!
모든 집중력이 의식의 바다가 이탈된 구조체에게 쏠렸을 무렵, 조심하라는 말이 들려왔다. 그제서야 뒤에서 덮쳐오는 침식체를 발견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무의식적으로 팔을 올리고 방어 태세를 갖춰 머리를 보호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어떠한 공격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귓가에 총알이 빠른 속도로 공기를 뚫고 날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 또 만났네.
멍하니 있지 마. 나는 지휘관처럼 근접전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놀랐어? 나도 보조형이거든.
...마침 지나가는 길이기도 했고.
말하는 와중에도 반즈는 사격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 연결하는게 좋을 텐데.
차징 팔콘은 지휘관이 없기에 차징 팔콘 멤버가 의식 연결을 한다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 하지만 반즈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의식의 바다가 이탈하는 증상이 나타나면, 의식을 연결해도 그건 아주 일시적인 수단일 뿐이야. 공중 정원으로 돌아가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해.
여기 지형은 안정적이지 못해서 곧 무너질 수도 있겠더라고. 어서 여길 떠나야 해.
지금 내가 의식을 연결해서 빨리 전투를 끝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야.
시작하자.
...반즈의 의식의 바다는 아주 고요해서 일부러 느끼지만 않는다면 구조체와 의식 연결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된다.
의식 연결까지 더해지니 반즈는 어느 때보다도 날카로웠다.
주변의 침식체를 처리한 후, 반즈는 휴대하고 있던 가방을 꺼내 능숙하게 구조체를 치료해줬다.
차징 팔콘 소대인가요? 역시 믿음직스럽네요...
원칙대로 했을 뿐이지...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 손도 응급 처치해야 해.
고마워요, 당신들이 아니었다면 저희는 오늘 여기서 끝났을지도 몰라요.
그런 말 하지 마! 파르마가 기다리고 있어... 다음에 같이 임무도 수행해야 하고, 의식 회수도 남았잖아.
반즈가 갑자기 손을 꾹 잡아서 나도 모르게 소리가 나왔고, 반즈는 바로 손을 놓았다.
그래. 움직일 수 있다면 얼른 철수해.
수많은 침식체의 시그널이 이쪽으로 향하고 있어. 일단 보급 지점으로 가. 지원 부대도 그쪽으로 오고 있으니까.
그럼 당신들은요?
난 뒤를 맡을게.
그럼 부탁 좀 할게요...
반즈는 총을 잡은 채 멈춰서서 나를 바라봤다.
음... 지휘관도 같이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아. [player name]
그래도 누군가 저들을 지켜주는 게 낫지 않겠어?
...그런가.
응급 처치했으니 행동 능력에는 문제 없을 거야. 실시간으로 신호를 감시할 때니까 일단 철수해.
네!
팀원이 부축하니 이쪽 구조체도 간신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조체를 동굴 앞까지 데려다주고 나니 강한 진동이 일어났다. 귓가에 굉음이 울렸고, 바닥에는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반응하기도 전에 뒤에 있던 반즈가 달려들어 앞을 막아줬고 둘은 천천히 뒤쪽의 빈 곳으로 기어갔다.
진동과 먼지가 사라지자 어둠 속에서 바로 앞에 있는 반즈의 얼굴이 보였다.
반즈는 어깨에 두 손을 얹고 경이로운 힘으로 마치 작은 새를 들어올리듯 나를 들어 안전한 곳으로 내려줬다.
수많은 전쟁과 어려움을 겪은 지휘관으로서 정말 처음 받는 대우였다. 하지만 반즈의 행동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
반즈는 침착하게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표정을 보니 무슨 뜻으로 불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손이...
상처가 벌어졌네요.
흠, 그러니까... 개인적인 부탁이라 하지... 나는 누군가가 내 앞에서 부상을 당하는 모습은 못 봐.
...어떤 처리도 하지 않고.
반즈는 평온하면서도 피곤한 말투로 내뱉었지만, 이런 묘한 말은 정곡을 찌르고 말았다.
왜 갑자기 이런 요구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손을 내밀었다.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의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상처가 벌어진 것도 몰랐어?
출구를 막은 바위 사이에 햇살이 비쳤다. 반즈는 어둠 속에서 소독제가 묻은 솜으로 상처를 닦아내고 안정적이면서도 깔끔하게 붕대를 다시 감아줬다.
...흠, 조금? 배웠었거든.
...다 됐어.
임무를 수행하다가 지원 메시지를 받고 여기로 온 거지?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반즈가 갑자기 몸을 일으켜 빈 곳으로 가더니 벽돌을 집어 들었다.
반즈는 진지하게 벽돌을 땅에 놓고 앉더니 자연스럽게 누워버렸다.
상황이 이러니... 아쉬운 대로 이럴 수 밖에.
근데, 저번에 가져다준 베개는 정말 편하더라고.
음... 아무튼 지금 할 일도 없지 않나?
지휘관도 좀 자. 일어나보면 구조되어 있을지 모르잖아.
그럴 일은 없어.
이미 특별 채널로 차징 팔콘한테 연락해 놨어. 지휘관의 행적이 바로 그레이 레이븐에 보고될 거야. 제일 가까운 지원 부대가 있는 거리로 계산하면... 음, 공중 정원의 지원이 10분 뒤면 도착하겠네.
그러니 눈 좀 붙여.
일어나면 그레이 레이븐 대원이 나타날 거야.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이 좁은 공간에서 모든 것이 너무나도 조용했다.
…………
음, 아니.
이번에는 빨리 대답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정적이 찾아왔고 반즈가 정신을 차리고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자갈이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니.
안 자.
두 사람은 아이처럼 무의미한 대화를 반복했다.
약 때문인지 팔의 상처가 점점 따가워졌고 어지럼증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빠져나올 수 있어.
간단한 한 마디였지만 반즈의 목소리는 믿음이 가는 마법이 있다.
...하암... 꿈에서 알려줬거든...
...어쩌면 졸음이... 옮는... 마법도 있을 수...
그 이상한 힘에 저항하지도 못하고 마지막 한 가닥의 의식도 고요한 꿈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