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루나·종언·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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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종언·그중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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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으로는... 이상이... 없어요. 건강에도... 문제가...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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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이사회의... 보고에 따르면... 의식... 활동이 매우 강렬하다고 해요. 그래서 제안...

적어도... 생명의 위험은... 없는 것 같아요.

?????

제 의견은... 아시... 와 같아요.

▄▆▃▅▂

이 모든 것을 끝내겠어.

떨어져!

▆▆

이곳은 이제 가치가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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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제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 저... 아직... 떠나지... 않았어요.

익숙한 꽃향기가 어렴풋이 나면서 몸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귓가에선 누군가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눈 부신 빛이 눈을 찔러 순간 따끔거렸다. 눈앞의 광경은 흐릿했지만, 초록 위에 하얀 것들이 잔뜩 덮여 있는 게 보였다. 마치...

흥얼거림이 멈췄다.

루나

난초야.

다시 시야가 선명해지자, 눈앞에는 순백색 난초가 만개해 있었다. 그리고 지휘관은 루나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었다.

약속했던 거 기억나? 난초가 만개하면 함께 보러 가기로 했잖아.

우리가 해냈어. [player name].

갑작스러운 기절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어서인지, 두통과 함께 온몸에 힘이 빠졌다. 이번 기절의 후유증은 유독 더 심각한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힘껏 일어나 보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대로 누워있어. 내가 허락할게.

따스한 햇살이 몸을 감쌌고, 소녀는 지휘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의식의 동요로 인한 두통을 달래주었다.

미풍에 나뭇잎들이 사각거리며 속삭였다. 루나와 지휘관은 조용히 마당에 앉아 이 순간의 침묵을 만끽했다.

한참 후, 몸이 완전히 회복되자 지휘관은 일어나 앉았다.

수줍어할 줄은 몰랐네.

화제를 돌리려는 지휘관의 의도를 알아챈 루나는 살짝 미소 지었다.

이렇게 많이 피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

맞아. 언니와 내가 이곳을 하나하나 다시 지었어.

건축 관련 지식도 많이 찾아보고, 하나씩 배워가면서 조금씩 다시 지었지.

처음엔 문제가 너무 많아서, 한때는 다시 못 짓는 줄 알았어.

가장 힘들었던 건 어릴 때 기억이 흐릿해져서, 어떤 곳은 기억 속 모습 그대로 복원할 수 없었다는 거야.

하지만 어떤 사람이 내게 말해줬어. "기억 속 모습 그대로 돌아갈 수 없다면,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보는 건 어때?"라고.

루나는 옆에 있는 지휘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눈을 감은 루나는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린 채, 그 멜로디를 다시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부디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

저 아직 떠나지 않았어요~

제가 산들바람이 되어~

단순한 멜로디와 가사였지만, 소녀의 목소리가 노래를 한층 더 아름답게 만들었다.

어떤 폐허에서 발견한 시야. 이 시를 쓴 사람은 유명한 시인이 아니라 평범한 여인이었대.

어.

……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이 즉흥 음악 수업은 끝이 났다.

빨리 배우네. 난 며칠이나 걸려서 겨우 배웠는데.

할 말은 없었지만, 살짝 올라간 입꼬리를 보아하니 루나 선생님은 이 아부가 꽤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녀가 이마에다 살짝 딱밤을 날렸다.

너무 우쭐대지 마.

마당 옆에 온실도 지었는데, 둘러볼래?

루나를 따라 온실에 도착하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어렸을 때 엄마가 꽃을 좋아하셔서, 나랑 언니한테 꽃 키우는 법을 가르쳐 주셨어.

언니는 대단했어. 빨리 배우고 꽃도 잘 키웠거든.

난 자꾸 꽃을 죽여서, 나중엔 선인장이랑 다육식물을 키웠지.

이번에 소녀는 공중에 떠 있지 않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앞서 걸으며 차분히 과거의 추억을 들려주었다.

엄마도 설광의 난초를 키우셨어. 그래서 그 묘목을 발견할 수 있었나 봐.

온실을 짓기로 결정한 뒤, 언니와 나는 화훼 관련 책을 많이 찾아봤어.

루나가 벽에 있는 책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폐허에선 항상 예상치 못한 것들을 발견하게 돼.

황금시대를 찬양하는 시도 봤고, 초고층빌딩의 설계 도면도 봤어. 그리고 칠판에 깔끔하게 적힌 판서들과 정교한 사치품들도 봤어.

하지만 그것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폐허에 묻혀있을 뿐이야.

현실에는 레보비츠 수도원 같은 건 없으니까.

이런 얘기는 그만하자.

이것 봐. 히아신스야. 이건 키우기도 쉽고 향기도 좋아.

루나는 색색의 꽃들이 줄지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이 여러 색깔 중에서 난 노란 히아신스가 제일 좋아.

그리고 이건 물망초야.

마당 뒤 잔디밭에 숲물망초를 많이 심어놨는데, 꽃이 필 때면 정말 예뻐.

저기 저것도...

루나는 온실을 돌아다니며 가지를 다듬고, 때때로는 물을 주었다.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그녀에게선 이전에 신비롭고 강력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의 루나는 그저 평범한 소녀와 다를 바 없었다.

이것도 봐. 이 꽃은 아직 이름을 모르겠는데,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섬에서 찾은 거야.

어쩌면 완전히 새로운 품종일지도 몰라. 그래서 내가 직접 이름을 지어줄 수 있을 것 같아.

이건 미슬토야. 전설에 의하면 빛의 신 밸러드가 미슬토가 무성한 나뭇가지에 맞아 죽었대.

여신 프리그가 눈물로 미슬토의 맹독을 풀어서 아들 밸러드를 살렸다고 해.

하지만 어떤 곳에서는 이걸 "생명의 황금가지"라고도 불러.

루나는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미슬토 아래 서서 몸을 돌려 손을 내밀었다.

자, 찍자.

소녀가 조용히 온실에 서 있었다. 오후의 햇살이 아치형 창문을 통해 소녀의 몸을 감쌌고, 꽃향기에 취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붉은 눈동자가 빛 속에서 보석처럼 반짝였다. 순간 눈앞의 존재가 소녀인지 꽃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루나는 조용히 눈앞의 지휘관을 기다렸다. 하지만 지휘관은 아무 말 없이 망설이며 서 있었다.

빛의 각도가 변해서일까, 루나의 눈동자 속 붉은빛이 조금 어두워진 것 같았다.

……

들켜버렸네.

지휘관은 루나의 침실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온실에서 질문을 던진 후, 루나는 지휘관에게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설명해주겠다고 했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예상과 달리, 나타난 소녀는 한쪽 날개가 달린 붉은 기체가 아닌 순백의 모습이었다.

놀란 것 같네. 이 정도 변화는 지금 내 힘으로도 충분히 가능해.

네가 이 모습이 더 친숙할 거라 생각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