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루나·종언·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루나·종언·그중 셋

>

어둠이 다시 온몸을 감쌌다. 그리고 희미한 장면과 실루엣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환상과 현실을 뒤섞어 기억을 흐트러뜨렸다.

지난번보다 혼란스러운 소리가 좀 더 선명하게 들렸다.

??

지... 휘관님...

▃▅▄▁▆

너희들 먼저 가. 내가 뒤를 막을게.

???

현재 검사 결과... 이상 없어요.

▃▅▄▁▆

▄▆▃▅▂ 잘 부탁해.

???

공중 정원으로... 돌아... 오셔서... 다음...

▄▆▃▅▂

언니!

……

루나?

난 [player name]을(를) 해치지 않아. 네도 잘 알잖아. 그러니 네 힘을 조금만 더 빌려줘.

……

깼어?

눈을 떴을 때, 낯선 천장이나 죄수의 마차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옆에 루나가 앉아서 담담하게 지휘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시간 정도?

주위 밝기에 눈이 조금씩 적응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비가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공기 중에는 풀 냄새, 흙냄새, 녹슨 철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에 대관람차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보였다. 여기는 버려진 놀이공원이었다.

지휘관 자신은 낡은 소파에 누워 있었고, 소파 앞에는 녹슨 철제 드럼통이 하나 있었다. 예전에 누군가가 이곳에서 불을 피워 몸을 녹였던 것 같았다. 루나는 옆 계단에 앉아 미간을 찌푸린 채 지휘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

여긴 우리 둘뿐이야. 잘못 들은 거 같은데.

루나가 말할 때 대부분은 담담했다. 하지만, 이 말에선 어색함이 쉽게 느껴졌다.

지금은 이런 비밀들을 캐물을 때가 아니었다.

그 구역은 벗어났어. 여긴 폭풍이 없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루나는 방금 전의 어색했던 태도를 감추려는 듯 이번에는 빠르게 대답했다.

날아왔어.

응?

붉은 눈동자가 말을 가로막았다.

실례야. 근데 이번만은 용서해줄게.

갑자기 정신을 잃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차가 전복될 때 부딪혀서인지 모르겠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폭풍에 쫓긴다는 압박감이 없는 상태에서 낡은 소파에 편하게 누워 하늘에 있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뭐가?

백발 소녀가 지휘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도시의 빛 공해가 없는 밤하늘은 놀라울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그렇게 140억 년의 시간이 별들을 통해 눈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지구의 위성인 달이 하늘에 조용히 떠 있으면서 지상을 향해 빛을 뿌리고 있었다.

하지만 루나는 하늘을 보지 않고, 옆에 있는 물웅덩이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물에 비친 달도 똑같이 아름답잖아?

루나의 목소리에는 지울 수 없는 슬픔이 묻어있었다.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난초?

백발 소녀의 눈동자에 놀란 기색이 나타났다.

지휘관은 자신이 어떻게 난초를 발견하게 되었는지 말해주었다.

……

그럼, 이번이겠네?

운명이란 건, 정말 신기하군.

왜 그 난초를 공중 정원으로 가져가려고 했어?

외롭다라...

루나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상자를 꺼냈다.

네가 상자 안에 뭐가 있는지 예전부터 궁금해했었잖아?

가스가 새어 나오는 소리와 함께 상자가 천천히 열리더니, 놀랍게도 그 안에는 난초 한 송이가 있었다.

사실 이번 여정은 이 난초를 위한 거였어. 이 난초를 집에 가져가려고 말이야.

어. 나와 같이 갈래? 일이 끝나면 보수로 널 돌려보내 줄게.

이번은 봐줄게.

고개를 돌려 물에 비친 달을 다시 바라본 루나의 표정은 어둠 속에 가려져 버렸다.

루나는 다시 한번 그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꽃잎을 가볍게 만졌다.

지금의 넌 모르는 게 아직 많아.

예전에 한 약속 때문이야.

내가 어떤 곳에 설광의 난초를 많이 심어둔 적이 있었어.

며칠 전에 폭풍이 그곳을 지나갔는데, 내가 갔을 땐 이 한 송이만 살아남았더라고.

이곳에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조금씩 잦아지고 있어. 그래서 가끔 이 별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비가 온 뒤 한밤의 야외는 꽤 쌀쌀했다. 잠깐 누워 있기만 했을 뿐인데, 추위가 느껴져서 자연스레 몸을 웅크리게 됐다.

루나가 손짓을 하자 붉은 안개가 응집하더니 담요가 되었다.

여기.

네가 모르는 게 아직 많다고 말했잖아.

그냥 담요처럼 보이는 거야. 내가 입은 옷이랑 비슷한 원리지.

눈앞의 소녀를 자세히 보았다. 확실히 붉은 옷을 입었고, 녹색 망토에 황금빛 뿔이 달린 그런 캐릭터가 아니었다.

퍼니싱에 대해 깊이 파고들 필요 없어.

"담요"를 건네받아 덮으니 확실히 따뜻해졌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난초에 대한 이야기를 한 뒤로 루나의 태도가 확실히 달라졌다.

또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인간 문명의 경계 밖에서 인간과 대행자는 힘든 와중에도 즐거움을 찾고 있었다.

너... 이상한 짓은 안 했지?

루나가 멀리 있는 대관람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상한 대관람차라...

기억으로는 루나가 대관람차를 제대로 타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 의식 연결 중에 회전목마와 대관람차가 섞인 이상한 걸 타긴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제대로 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여긴 오래전에 버려졌어.

어차피 할 일도 없었고, 동화 속 괴물을 조종하는 마법사가 갑자기 습격해 올 일도 없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