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함께 노래 부르고..."
"모든 게 다 잘 될 거야..."
다시 눈을 떠보니 난 복도에 서 있었다.
장식을 보니 이미 폐기된 성당 같았다. 벽의 페인트는 벗겨진 지 오래고 방도 무너진 상태였다. 벽 뒤에서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흐릿하게 들려왔다.
복도를 따라 한참을 걸었다. 복도의 끝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이미 다 먹었어! 뭘 어쩔 건데?
그러게. 네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다 네가 너무 순진한 탓이야.
부...부탁드릴게요...
언니...언니...
제발요...이대로 가면 저와 동생은... 이번 겨울을 날 수 없어요...
언니...미안해...
루나는 그 사이에 서 있었다. 아이들 틈에서 그녀의 모습은 더욱 튀었지만 루나는 그런 걸 신경 쓸 여유 같은 건 없어 보였다.
언니...이번에는 내가 언니를 지켜줄게...
소녀는 중얼거리며 비수를 들었다.
이렇게 하면 이 모든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그녀를 부르는 소리에 루나는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를 부르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뒤 루나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player name], 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루나 그 자체라는 걸?
처음부터는 아니지만...그렇게 늦지도 않았잖아?
여기서 널 죽이고 모든 걸 죽이면 이 나약함을 제거할 수 있어.
그렇게 하면 강력한 대행자가 되서 언니를 지키고 언니와 함께 이 세상 끝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어.
난 널 믿지 않아. 난 그 누구도 믿지 않아!
난 믿음 때문에 너무나 큰 대가를 치렀어...이제 내가 믿는 건 나 뿐이야.
내가 그렇게 쉽게 가브리엘을 믿지 않았다면, 만약 쇼메의 망상이 진짜였다면, 만약 쓰레기장에서 "언니"를 죽이지 않았더라면...
만약 내가 개조에 성공했더라면, 내가 언니를 제대로 지켰더라면...그렇게 순진하게 겨울을 날 음식들을 빌려주지 않았더라면...
네가 이 모든 걸 방해하지 않았더라면!
난 그때로 돌아가서 모든 걸 파괴하고 싶어.
이게 바로 내 꿈이야.
그런데...구조체에도 꿈이 보일까?
어렸을 때는 꿈을 꿨었던 것 같은데 이제 기억이 나지 않아.
만약 승격자도 꿈을 꿀 수 있다면 아마 이런 모습이겠지.
어두움, 사악함, 더러움...
이 세상에 비슷한...아니, 더 절망스러운 일을 겪고도 인간성을 지키고 있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난 그런 사람이 아니야.
지금까지 내가 한 선택 하나하나가, 모두 내 결정이었어.
네가 그때 내 삶에 나타나지 않았던 것처럼 나에게 지금의 모든 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야.
난 이미 대행자 루나야. 그리고 영원히 대행자 루나로서...이 세상에 존재할 거야.
루나는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인간에 잡힌 손이 부들부들 떨리며 비수가 떨어졌고 주위의 아이들은 "괴물"이라고 소리를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인간은 팔을 벌려 순백의 구조체를 가볍게 포옹했다. 그 모습은 닻을 내린 듯 힘이 넘쳤다.
……
네가 느끼는 불안감, 상실감, 네가 경험한 진실, 배신...이 모든 것 말이야.
"꿈에서 깨어나면 현실로 돌아간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입장이 정반대인 곳으로 돌아가 자신의 몫을 다 하는 것이다.
갑갑한 공간에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따뜻한 바람은 방에서 서로 포옹하고 있는 두 사람을 감쌌고 주위의 배경은 또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람이 멈추고 방은 평온하고 따뜻한 아이 방으로 변했다.
……
소녀의 무게가 어깨에 쏠렸다. 갑자기 실체가 생긴 듯 묵직함이 느껴졌다.
이런...기분이었구나.
좁은 방 안, 불빛은 어두웠고 루나의 연약한 윤곽을 그대로 비춰주었다. 창백한 얼굴, 오므린 얇은 입술의 그녀는 소리없는 미소를 보여주었다.
어디선가...이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정말이야?
언니, 가능하다면...이 꿈에서 깨지 말았으면 좋겠어.
...가능하다면 내가 잠들기 전에...이렇게 내 곁에 있어줘...
꿈속의 소녀는 중얼거리며 평온한 순백의 모습을 되찾았다.
빛을 내고 있는 작은 랜턴을 난 침대 맡에 올려두었다. 계속 주고 싶었던 선물이 드디어 그녀의 옆에 안착했다.
모든 게 지나갔다는 생각에 피곤함이 몰려왔고 연결 반응도 점점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우리 함께 노래 부르자. 모든 게 다 잘 될 거야..."
"예쁜 꽃봉오리, 부드러운 모래, 우유와 뜨거운 빵, 사슴을 잡은 뒤 피운 모닥불, 타닥거리며 타오르는 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