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끝없는 어둠이다.
그 속에서 루나는 언니의 부름을 들었다.
그녀는 이런 어둠을 혐오했다. 고독감이 그녀를 짓눌렀다.
왜...왜 깨어나지 못하는 거야?
멀리서 반짝이는 적색 빛은, 어둠 속 루나가 볼 수 있는 유일한 빛이었다.
너무 어두워. 너무 어두워...
루나는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과거 그녀는 승격자가 되면 더 이상 무서울 게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전부 그녀의 착각일 뿐이었다. 의식의 바다속에 있는 추억만으로도 그녀는 무너져버렸다.
언니...누구라도...누구라도 있으면 좋겠어...그녀는 뭐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손을 뻗었다.
그 빛은 망망대해 위 등대처럼 물에 빠진 이들의 유일한 희망이 되어주었다.
머릿속에서는 가까이 가지 말라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과거 겪었던 고통스러운 기억은 이미 그녀의 본능으로 자리매김했다...그녀는 붉은 빛을 따라 앞으로 걸어갔다.
과거 그곳에서 그녀는 고통스러운 일을 발견했다. 그것은 빛이 아니라 끔찍한 진실이었다.
하지만 루나는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었다. 그녀는 불빛을 향해 달려드는 하루살이처럼 앞으로 걸어갔다.
루나는 자신이 추억에 통제를 당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절대 바꿀 수 없는 과거의 일들을 다시 재현하고 있었다.
시간이 천번, 만번 흘러도 루나는 또다시 버림받고 배신당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되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걸으며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짓밟을 것이다.
붉은 빛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안...안 돼....루나는 두 눈을 감았고,앞으로의 광경은 그녀의 심장을 멈출 수 있을 정도로 끔찍한 것이었다.
그녀는 다시 손을 뻗었고 이번에는 뭔가 말랑한 것이 손에 닿았다.
…………
……
루나는 두 눈을 천천히 떴다. 그녀의 얼굴에는 실의에 빠진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 지어져 있었고, 훨씬 더 오래 전의 시간으로 되돌아간 듯 어려진 모습이었다.
…………
빛...
어떻게...네가...
오물 구덩이 속에서 난 루나를 부축했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 모습이었다.
……
그만해.
넌 말이 너무 많아.
소녀는 이렇게 말하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정적이 분위기를 더 무겁게 만들었다.
두 사람은 잠시 침묵하다 서로 의지하며 밖으로 걸어갔다.
멀리서 달이 천천히 떠오르고 폐기 처리장을 밝혀주었다. 이렇게 보니 너무나 평범한 쓰레기장이었다. 방금 전, 먹물을 풀어놓은 듯 어두운 밤은 전부 착각이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뭐?
난 이런 거 싫어. 이런 모습들을 봤다고 나에 대해 잘 아는 척 하지마.
너에게는 너의 입장이, 나한테는 내 입장이 있어.
……
……?
…………
날 동정하지 마.
이쪽을 바라보는 눈빛은 차마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 속에는 가시 덤불에서 나온 듯 피가 철철 흐르는 파괴된 도도함이 담겨있었다.
그 가시는 그의 주변에서 퍼져 나와 그녀를 감쌌다. 동시에 세계는 폭풍우를 맞이한 듯 다시 파괴되었다.
루나는 달빛 아래 폭풍의 중심에 서 있었다. 차가운 바람, 휘날리는 흰 옷자락은 점점 피어 오르는 흰 안개인 거 같았고, 6월말 남십자성 아래의 창공 속 흰 구름인 거 같았고, 마치 추락하여 죽은 흰 비둘기와도 같았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전부 어둠 속에 빠져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