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루나·은면·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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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은면·그중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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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눈을 떠보니 또 완전히 다른 풍경이었다.

경험적 판단으로는 지금 이곳은 폐기된 쓰레기장처럼 보였고, 공기 중에는 온통 버려진 오일과 오래된 음식물이 내뿜는 악취가 진동했다.

가로등 불빛으로 겨우 전방에 마른 풀처럼 쌓인 쓰레기더미를 확인했다. 가까이 가보니...전부 구조체들의 잔해였다.

이때 쓰레기장 다른 한편에서 미약한 소리가 들려, 그쪽으로 걸어갔다.

루나는 침식체의 잔해가 가득한 곳에 서서 낯선 여자아이와 대치하고 있었다.

언니...

루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흥, 됐어. 너도 더러운 구조체일 뿐이니까!

루나를 마주한 구조체 소녀는 잔뜩 흥분한 채 소리치고 있었다.

언니, 침식체들을 죽이라고 해서 언니 말대로 했어. 침식체들을 다 죽였는데 왜 날 그런 눈빛으로 보는 거야...

루나는 벌벌 떨며 낯선 여자아이의 손을 잡으려 했다.

의식의 바닷속 시간은 거꾸로 흐르고 있었다. 오래 된 상처일수록 더 깊게 묻는 법, 난 루나의 의식의 바다 가장 깊은 곳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만해. 난 그저 못생긴 인형 하나를 훔쳤을 뿐이야. 그런데 날 네 언니라고 생각하다니! 난 너 같은 침식체 동생 따위 둔 적 없어!

침식체, 침식체! 죽어! 얼른 날 공중 정원으로 보내줘! 너 같이 더러운 건 죽어야 해!

여자아이는 총을 들어 루나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루나는 슬픈 표정으로 그곳에 서 있을 뿐이었다.

무의식적으로 루나를 밀어버리고 루나는 몇 걸음을 비틀거렸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비수가 바닥에 떨어졌고 그녀는 그제야 제정신을 차린 듯한 표정이었다.

날 막을 거야?

맞은 편에 선 낯선 여자 아이는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건 사악한 침식체야! 어서 비켜! 내가 죽일 거야!

쟤만 죽이면 공중 정원에 갈 수 있어!

지금 장난해? 허세는 그만 부려. 어디 한번 죽여 보라고! 죽여! 죽여! 죽이란 말이야!

여자아이는 뭐에 홀린 듯 루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유는 모르지만...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이건 굉장히 중요하며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될 거란 예감이 피어 올랐다.

루나는 굳은 표정으로 바닥에서 더러운 비수를 주워 앞으로 걸어갔다.

그...그녀를 죽여...언니, 안, 안돼...

어서, 어서 와서 날 죽여! 그리고 승격자가 되는 거야! 그렇게 해!

난 여자아이의 옷깃을 부여잡았다. 예의 따위는 이미 분노에 타버려 사라진지 오래였다.

젠장...젠장! 역겨워! 역겨운 침식체들!

여자아이는 잔뜩 화난 듯 발을 굴렀지만 결국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자리를 떴다.

지금 장난해?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왜 날 막는 거냐고!

루나의 얼굴은 추악하게 일그러졌지만 적어도 방금 전처럼 정신줄을 놓은 것 같지는 않았다.

꺼져.

내 꿈에서 꺼지라고!

루나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두 손에는 검은색 흙탕물이 잔뜩 묻어있었다.

난 그녀의 진짜 기억 속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날 막는 거야?

정말 건방지네..!

루나는 입술을 꽉 깨물고 온몸을 덜덜 떨었다. 그리고 오물을 닦아내려는 듯 두 손을 가슴 앞 천조각에 닦았다.

난 주머니에 담은 천을 건넸다.

…………

안전한 곳...

난...

루나는 모든 힘을 소진했는지 갑자기 앞으로 쓰러졌다. 그녀는 너무나 연약했다.

그녀가 내 품에 안기기 전, 공간은 또다시 회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