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는 두 손으로 목마의 머리를 잡은 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로봇들이 지면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순백의 소녀는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보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읽을 수 없었다.
따뜻한 불꽃의 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야외 회전목마를 타니 거센 바람이 그대로 느껴졌다.
기묘한 대관람차는 이 세계를 동화처럼 아름답고 비현실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맞은 편에 앉은 루나의 흰 양갈래 머리는 바람에 따라 흩날리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그녀의 두 눈을 가렸다. 자세히 관찰하고 나서야 난 그녀의 속눈썹도 깨끗한 흰색임을 발견했다.
속눈썹 아래에 빛나는 금빛 눈동자는 아무런 흔들림도, 희노애락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봄처럼 따뜻했고, 마치 촉촉한 구름에 드리운 아침처럼 공허하고 조용했다.
왜 웃어?
뭐가 갑자기야?
그게 뭐가 웃긴지 모르겠네?
……?
루나는 이 말에 담긴 뜻을 이해하지 못한 게 분명했다.
그래...?
루나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주위의 분위기가 점점 이상해졌고 몽둥이에 머리를 맞은 듯 멍해졌다.
난 대관람차에 타 본 적이 없으니까 모르는 것도 당연하지.
내 기억으론...언니와 함께 놀이동산에 숨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아.
난 놀이동산의 놀이기구를 타고 싶어했고, 언니는 힘들게 놀이동산의 전기를 다시 가동시켜줬지.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다시 운행되기 시작한 놀이동산으로 수많은 침식체들이 몰려왔었어.
그 놀이동산의 대관람차는 어떤 모습이었는지...이제 기억이 나지 않아.
……
넌 어떤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인가봐?
아까 날 막지 않았다면 내가 알아서 로봇들을 죽였을 거야. 다들 그닥 강하지 않거든.
왜...이런 일을 하는 거야?
——꿈에서 "깨어나면" 의식의 바다 심층에서 있었던 일은 기억하지 못할 테니까.
왜 날 돕는 거야?
위기가 사라졌다고 네가 느껴야 내가 나갈 수 있으니...까?
이제 네 목적을 말해 봐.
당연히 알지.
콜로이드 분산계에 입사한 광선이 미립자에 의해 산란되면서 그 통로가 빛나게 보여 눈으로도 빛이 어디로 퍼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현상이잖아.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만약 아무 소용도 없다면?
도대체...그런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거야?
나도 제멋대로 믿더니... 넌 모든 걸 그렇게 쉽게 믿는 타입인가?
……
뭐야?
난 품에서 선물을 꺼냈는데, 포장지가 사라져 그 정체가 바로 드러났다... 랜턴이었다.
랜턴...?
언니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한테서 선물을 받는 건 처음이네.
루나는 잠깐 망설이더니 손을 뻗었다. 그녀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상황이었다.
루나의 손가락 끝이 랜턴에 닿는 순간, 공간이 또 무너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