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루나·은면·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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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은면·그중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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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에는 새하얀 백사장이 펼쳐지고, 짜고 쓸쓸한 해풍이 불고 있다.

난 모래 구덩이에서 일어났다. 입 속에도 모래가 들어간 것 같았다.

여긴...영화의 샛별 리조트다.

백사장에서 바라보니 저번에 왔을 때와 달리 유원지는 불빛이 번쩍거리며 즐거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황금시대를 풍미했던 아코디언 연주자가 연주하는 무곡도 흘러나왔다.

유원지 쪽을 향해 걸어갈수록 영화의 샛별에 소속되어 있는 서비스 로봇들이 점점 더 많이 보였다.

케이시?

어서오세요? 고객님, 노래 들으실래요?

마티니?

손님, 마티니 한 잔 하시겠습니까?

기계 팔 밑부분의 바퀴를 돌리며 빠르게 내 앞으로 다가온 서비스 로봇은 두 기계 팔로는 접시를 들고 남은 두 기계 팔로는 신사처럼 우아하게 인사를 건넸다.

마티니?

아, 미성년자는 술을 마실 수 없군요.

마티니는 아무런 감정도 없는 기계음으로 이렇게 말하더니 홱 돌아서서는 "술 한 잔 하시겠어요?"라는 대사를 다시 읊더니 빠르게 자리를 떠버렸다. 그가 들고 있던 "마티니"는 쏟아져 내 옷을 적시고 말았다.

케이시?

손님! 손님이다! 손님이야! 또 손님이 오셨어!

케이시?

고객님, 따라오세요. 따라오세요!

체구가 작은 로봇들은 배터리도 소모하지 않는 듯 여전히 방방 뛰고 있었다.

케이시?

영화의 샛별에서 가장 성대한 공연이 상영되고 있습니다!

난 로봇의 손길에 이끌려 한 건물 앞에 이르렀고, 문 앞에는 아이스크림과 기념품을 판매하는 수박 아무가 서 있었다. 로봇들은 즐거운 소리를 내며 허공을 향해 간식과 장난감을 건네고 있었다.

아무?

꼬마 친구, 이걸 받으세요.

거절의 말은 깔끔하게 무시하고 로봇은 막무가내로 컬러 포장지로 포장된 선물을 내 품에 밀어 넣었다.

아무?

좋아! 좋아! 좋아!

아무는 내가 그의 선물을 받자 즐겁게 소리를 지르며 다른 곳으로 향했다.

미니 로봇의 가이드를 받아 난 극장의 일반 홀에 도착했다. 무대의 꼭대기에 걸려있는 플랜카드가 희미하게 보였다. 그 위에는 크레파스로 비뚤비뚤하게 "쇼메의 죽음"이라고 적혀있었다.

난 어두운 관객석에서 루나를 찾고 싶었지만, 모든 로봇들이 열정적인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왠지 이상했고 어둠 속에 있어 더 오싹하게 느껴졌다.

재미있는 공연이 시작될 거야! 재미있는 공연이 시작될 거야!

무대에 갑자기 스포트라이트가 들어오고 어느샌가 무대 위에 나타난 샥스빌이 눈부신 빛 속에서 소리치고 있었다.

재미있는 공연이 시작될 거야! 재미있는 공연이 시작될 거야!

그의 머리가 벗겨지더니 그 안에서 쇼메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는 억울하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뜬 표정이었다.

루나? 정말 네가 모든 걸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해?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말 누구도 모를 줄 아냐고?

실망했나? 내가 진실을 말하기 전에 승격자의 신분에서 벗어나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한 적 없다고 말할 수 있어?

일이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는 걸 보는 기분이 어때? 네가 모두에게 준 고통에 비교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넌 이번 생에도, 다음 생에도, 다다음 생에도 영원히 행복해지지 못할 거야!

천배, 만배의 고통을 느끼게 될 거야! 이거 네 업보니까! 네 언니도 너 대신 죗값을 치르는 희생양이 될 거야...

루나

닥쳐!

어둠 속에서 루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쇼메의 말에 자극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주위에 로봇이 점점 많아지더니 불꽃처럼 뜨거운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루나

왜...다들 날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싫어...이거 놔!

몇 분만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로봇들이 극장을 가득 메웠다. 난 자리에서 밀려나 무엇이라도 잡으려고 했지만 손에 잡히는 건 차가운 강철 뿐이었다. 어둠 속에서 그 어떤 곳도 보이지 않았다.

난 어둠 속에서 온 힘을 다해 무대에 올랐다. 무거운 장막을 젖히고 순식간에 모든 무대의 스포트라이트가 내 몸에 쏠렸다.

동시에 로봇들의 주의를 모두 나한테 돌리는데 성공했다. 그것들은 불빛을 향해 달려드는 하루살이처럼 달려들었다.

불빛에 의지하여 출구 근처를 보았고 로봇들이 흩어지는 그 곳에 루나가 앉아있음을 발견했다.

……

그녀도 내 시선을 느꼈는지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왠지 실의에 빠진 상태로 보였다. 로봇들이 빼곡하게 차지한 관객석을 넘어 두 사람의 눈빛이 서로 마주쳤고 그녀의 시선에 드디어 초점이 생겼다.

난 루나를 향해 입모양으로 말했다. 알아들었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내 말대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난 무대 위에 달린 로프를 바라보았다. 풍선과 리본과 같은 장식품들이 잔뜩 달려있었다.

난 선물을 포장했던 포장지를 뜯어 힘껏 뒤로 뛰었다. 그리고 포장지로 로프를 걸어 아래로 잡아당겼다. 제대로 고정되었음을 확인한 뒤에야 난 두 발의 힘을 빌어 포장지에 의지해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벽이 점점 가까워지던 순간, 난 제때에 손을 놓았다. 안정적으로 착지하려던 찰나, 거대한 소리를 내며 구조체 발 옆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

로봇들도 우리가 도망치려 한다는 걸 눈치챈 모습이었다. 난 별다른 말 없이 루나의 손을 잡고 밖으로 도망쳤다.

...난 또 한번 그녀를 구해냈다.

어디로 가려는 거야?

하지만 전과 달리 루나는 더 이상 반항하지 않았다. 그녀는 놀이동산에 대해 전혀 모르는 듯한 눈치였다.

...거기가 어딘데?

가장 높은 곳...?

두 사람은 극장에서 나와 미친 듯이 달렸고 등불, 음악, 수많은 로봇들을 따돌렸다. 귓가에는 바람이 스치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루나의 손목은 힘 주면 부러질 것만 같이 연약했다. 이런 손에 그토록 무시무시한 힘이 담겨있다니 믿기 어려웠다.

그녀를 잡아당기는 기분은 마치 연을 날리는 것 같았다.

우리는 놀이동산의 가장 높은 건물인 "대관람차" 아래에 도착했다.

가장 높은 곳이...여기야?

눈 앞에 있는 대관람차는 일반 대관람처럼 원형 유리방이 축에 달린 모습이 아니었다. 유리방이 있어야 할 곳엔 2개가 한 세트인 목마가 달려있었다.

따뜻한 오렌지색 빛을 내뿜는 회전목마는 대관람차의 축 위에 달려 회전함과 동시에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마치 회전목마와 대관람차가 결합된 목마 대관람차처럼 말이다.

목마가 우리 앞을 지나가던 찰나, 난 손으로 목마를 잡고 힘껏 점프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루나를 바라보았다.

……

루나의 뒤로는 수많은 로봇들이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달려오고 있었다.

이 세상은 마치 두 부분을 나뉜 듯한 모습이었다. 한쪽은 악몽, 다른 한쪽은 꿈 같은 낙원, 루나는 그 사이에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루나는 한 발자국 내딛더니 날 향해 손을 뻗었고 우리의 세상은 뒤로 넘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