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루나·은면·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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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은면·그중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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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의 모든 것이 깃털처럼 날아올랐고, 몸은 중력을 잃은 듯 바닥에 착지할 수 없었다.

데이터화된 블럭이 홍수처럼 쏟아져 허공에서 빠르게 변하고 재조립됐다. 지면, 벽...이 모든 것이 생성되었다.

지면에 착지하고 보니 세상은 순식간에 재구성되고 있었다.

이곳은 지하의 깊은 곳, 거대한 계곡과 차가운 강철로 이루어진 지하 도시였다.

"그곳"에서 그녀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난 기억 속 노선을 따라 코어 구역으로 향했다. 오는 길에서 난 길가에 버려진 무기를 발견했는데, 내가 그 전투에서 떨어트렸던 총이였다.

길 끝에서 익숙한 흰색 뒷모습이 보였다. 다른 한 사람의 뒷모습도 딱히 낯설지는 않았다.

가...가브리엘?

루나 아가씨...방금 전의 불경을 용서해 주십시오.

약속드리죠, 루나 아가씨. 지금부터 전 승격 네트워크가 선별한 일원으로서 해야 할 제 직책을 이행할 것입니다.

루나는 심연의 꼭대기에 서 있었다. 그녀와 대립하고 있는 가브리엘은 기계로 구성된 거대한 날개를 편 상태였는데, 마치 지옥에서 기어 나온 타락한 천사 같은 모습이었다.

날개가 만든 거대한 그림자로 인해 루나의 체구는 더 연약해 보였다.

그건 바로——순수하지 않은 대행자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내 힘으로는 부족해...

아직도 모르시는 겁니까? 루나 아가씨 마음에는 허점이 생겼습니다. 감정이 바로 당신의 약점이죠.

가브리엘은 두 손을 들었다. 울퉁불퉁한 강철 손가락이 한 인간의 심장을 쥐고 있었다. 그 심장은 연약한 모습으로 가브리엘의 손가락 사이에서 힘없이 뛰고 있었다.

안 돼...!

당신의 언니가 승격자로 된 뒤로, 대행자로서 당신의 힘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당신은 이미 대행자로서의 자격을 잃었습니다...당신에게는 우리를 이끌고 숙원을 이룰 자격이 없단 말입니다!

가브리엘은 손에 힘을 주었고 붉은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이 모든 게 현실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여전히 가슴이 쿵쾅거렸다.

윽...그만해...

루나의 표정은 아주 고통스러워 보였다. 그녀가 신음하자 공간 전체는 마치 접촉 불량인 재생 설비처럼 흐려지더니 허공에 파문이 생성되었고, 불에 탈 것만 같은 작열감이 느껴졌다.

…………

총알 하나가 가브리엘의 가슴 우측에 명중했다. 그곳은 대부분 인간들의 심장이 있는 곳이었지만 가브리엘의 급소는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작은 돌멩이가 거인의 발가락에 튕긴 듯한 우스운 모습이었다. 고개를 돌린 가브리엘은 총을 든 채 서 있는 인간을 발견했다.

……

당신은 누구지?

…………

이 상황을 정리하고... 그 다음 당신을 처리해드리지요.

……

대화를 하며 난 천천히 루나에게 다가갔고 담담한 표정으로 구조체를 막아섰다.

...좋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가짜 "대행자"와 약하디 약한 저급한 인간이라...

……

눈을 휘둥그레 뜬 채 가만히 있는 루나는 이 "악몽"에 적응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뭐?

난 또다시 가브리엘을 향해 총을 몇 발 쐈지만 한 발도 가브리엘을 맞추지 못했다.

풉...아직도 입니까? 인간, 아무 의미도 없는 시간 낭비에 점점 질려가려던 참입니다.

루나 아가씨, 이렇게 저급한 인간이 당신을 지키려하는데, 치욕적이지 않으십니까?

하지만 괜찮습니다...이제 곧 이 모든 비극을 끝내 드릴테니...

기브리엘의 말은 거대한 충격음에 묻혀버렸다. 사실 방금 전 내 목표는 가브리엘이 아닌 건물 위에 위태롭게 달린 철판이었다.

뭐야...

철판을 맞은 가브리엘은 중심을 잃고 심연 속으로 빠졌고, 난 그 틈에 멍하니 제자리에 있는 구조체의 손목을 잡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만해...날 놔줘...!

십여 미터를 달리다 상황이 파악된 루나는 내 손을 뿌리치려 했다.

루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난 루나의 손목을 잡아 그녀의 몸을 왼쪽으로 돌린 후, 표준적인 체포술에 따라 팔을 뒤로 꺾어 벽으로 밀친 다음 총구를 그녀의 관자놀이에 갖다 댔다.

……!

겨우 이 정도로 날 제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이거 놔. 이렇게 치욕적인 자세로는...!

루나를 제압했던 손에 힘을 풀었지만 그녀를 겨눈 총구는 내리지 않았다.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너부터 먼저 해명하는게 좋을 거야.

루나는 이제 좀 이성을 되찾은 듯 싶었다. 총구가 그녀의 관자놀이를 겨누고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평소처럼 침착한 모습이었다.

뭐?

...뭘 묻고 싶은 건데?

내...의식의...바다?

의식의 바다...

나 자신의...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가브리엘이 날 배신했으니, 내가 직접 벌해야겠어.

네가 움직일 필요 없어.

의식의 바다의 주인인 루나의 기분은 의식의 바다 공간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건 루나와 내 의식의 안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했다.

나도 질문이 있어.

넌...내 꿈인 거야?

...그럼 넌 왜 여기 나타난 거지?

그럼 아까 왜 그렇게 한 거야?

그러니까 넌...

루나는 가볍게 중얼거리더니 손가락을 뻗었다. 날 만져서 내가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은 듯했다.

루나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손가락 끝이 내 얼굴에 닿으려던 순간, 루나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왜 이렇게 이상한 사람이 꿈에 나온 거지?

그럼 아까 왜 그렇게 한 거야?

알겠다...너 몽식맥이구나?

루나는 꽤 진지한 표정이었다.

언니가 말해줬어. "맥"이라는 생물이 있는데, 그 생물은 우리가 악몽을 꿀 때 꿈속으로 들어와 악몽을 먹어버린다고 했어. 그러면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는데.

어렸을 때 루시아가 루나에게 이런 이야기도 들려줬던 건가?

그래?

네가 날 꿈에서 깨어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어?

이유는 모르겠지만...꿈이 깨지질 않아...

...하지만 난 널 믿지 않아.

난 총을 내려놓았다.

총을 놓으려던 순간, 루나는 날 향해 한 손을 들었고 그녀의 이런 행동은 굉장히 익숙했다. 이게 현실이었다면 공간을 가를 수 있는 놀라운 양의 에너지가 방출되어 날 찢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루나가 공격 자세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너도 다른 괴물들 처럼 내 꿈에서 날 죽이려는 거지?

난 그렇게 쉽게 현혹되는 사람이 아니야. 꿈에서도 난 항상 경계심을 유지하지. 실망시켜서 미안.

내가 널 죽이지 않으면 네가 날 죽이겠지. 악몽은 보통 그렇게 흘러가니까.

...왜 날 믿는 거지?

넌 분명 후회할 거야.

너...!

뻔뻔한 자식.

그런데도 루나는 결국 팔을 내렸다.

난...

루나의 말이 채 끝내기도 전, 주위의 환경은 금방 의식의 바다에 들어왔을 때처럼 왜곡되기 시작했다. 루나의 입술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 소리는 퍼즐처럼 조각난 큐브를 통과하지 못했다.

공간 속 두 사람은 지면 위로 떠오르더니 데이터화 된 소용돌이가 이 모든 걸 삼켜버렸다.

루나가 내 말을 들었는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과거의 승격자 리더는 데이터 홍수에 묻혀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날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