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로제타·아레테·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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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타·아레테·그중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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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깊이 잠들지 못했다. 끝없는 극야의 어둠이 꿈속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밤이 밤을 잇고, 어둠이 어둠을 뒤따른다. 꿈은 수은으로 된 감옥이었고, 각성과 이성은 그 안에 갇혀 있다.

그리고 꿈과 꿈 사이에서 그녀는 계속 깨어 있었다. 이곳에서 의식은 선형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저 수은의 바다 위를 떠다니는 파편처럼 흩어질 뿐이었다. 세계는 때로는 흐릿한 이미지로, 때로는 그녀가 과거의 감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형상으로 나타났다.

그녀는 기이한 각도에서 자기 자신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언어 체계가 피고 지는 동안에도 그녀는 설명할 수도, 사고할 수도 없었다. 언어라는 틀은 이미 넘쳐흐른 존재를 결코 가두지 못했다.

로제타!

그것은 그녀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녀를 붙잡아 두는 닻이었다. 흩어졌던 감각들이 그 이름을 중심으로 다시 재구성되며, 혼돈의 꿈이 어둠과 함께 급격히 붕괴했다.

신무르만스크 항구

아침노을 혹은 석양이 길게 이어지는 시간.

노인은 손에 들고 있던 종이책을 덮고 항구를 향한 창문을 열었다. 창밖의 조수는 밤빛을 밀어내고, 아침 햇살은 바닷바람을 타고 스며들었다. 바람이 책상 위의 책장이 넘기며 사각사각 소리를 냈다.

달빛의 은색이 수평선 아래로 가라앉고, 태양이 다시 하루를 재단하면 도시와 대지는 깨어난다. 멀리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끊이지 않는 아침의 소리를 실어 이 오래된 땅을 깨운다.

아—! 하아… 하아…

그녀는 꿈에서 몸부림치듯 깨어났다. 눈앞에 익숙하면서도 낯선 천장이 보였다.

잠을 제대로 못 잤어? 뭐, 그럴 만도 하지. 집에서 이렇게 오래 쉰 적이 없었으니 좀 낯설 거다.

아니에요… 그냥…

그녀는 신경 신호에 따라 손을 쥐었다 펴 보며, 정말로 꿈에서 빠져나온 게 맞는지 확신을 하지 못했다.

그때 창밖으로 행렬 하나가 지나갔다. 엄숙하고 침묵이 흐르는 분위기 속에서, 몇몇 노인이 아주 오래된 언어로 슬픈 노래를 낮게 읊조렸다.

좀 괜찮아졌니? 이제 우리도 슬슬 출발해야 해.

출발이요? 어디로요?

마침 행렬의 끝이 창가를 지나갔다. 몇몇 주민이 함께 관을 메고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관 속의 잠을 방해할까 봐 그 울음마저도 눌러 삼키는 듯했다.

장례식에 가야지.

죽은 자들도 장례식이 필요할까?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게 있었다.

누구의 장례식이요?

엠베리아…

영상 속 장례식은 늘 비, 검은 우산, 눈물과 함께였지만 오늘은 날씨가 좋았다. 비도, 검은 우산도 오늘만큼은 필요 없었다.

도착한 묘지에는 이례적으로 많은 조문객들이 와있었다. 쌓여 있던 눈조차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 피해준 것 같았다.

하지만 묘지는 여전히 차가웠다. 여기는 "북적임"과는 본래부터 거리가 먼 곳이었다.

추운 바람 속에서도 이 자리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우리는, 한 친구를 떠나보냅니다…

눈보라가 잠시 잦아들었다. 동굴 안에는 모닥불이 타닥거리는 소리만 남아 있었다.

이 미약한 빛과 열이 혹한의 설원에서 유일한 위안이 되어 주었다.

인간은 동굴 벽에 기댄 채, 파괴된 기계체에서 적출한 저장 코어가 연결된 단말기를 조작하고 있었다.

로제타는 그 맞은편에서 담요를 두르고 불안한 꿈에 빠져 있었다.

떠난 이의 가족과 지인들은 아직 덮이지 않은 무덤 앞에 서서 각자의 애도와 기억을 흙과 함께 묻는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간다. 그리움이 다시 싹틀 때, 이 쓸쓸한 묘지에 또다시 누군가가 찾아올 것이다.

엠베리아, 이 소녀가 겪어온 불행과 고난을… 가까웠던 분들이라면 모두 알고 계실 겁니다.

죽음과 오래 마주해 온 사람으로서 이날을 각오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울 줄은 몰랐습니다…

주변의 흐느낌 속에서 목사는 조사를 끝까지 읽어 내려갔다. 그 말들을 통해 로제타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엠베리아"라는 사람을 그려 나갔다.

그녀는 니플헤임 연구소의 피해자였다. 부모는 죽기 전 그녀를 밖으로 탈출시켰다.

통합 기계의 실험은 그녀의 몸에 영구적인 손상을 남겼고, 그녀의 삶은 휠체어 위로 제한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증오하지도, 불평하지도, 자신을 연민하지도 않았다. 남은 날들을 선물처럼 받아들이며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살아갔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던 선생님이었어요…

작은 마을의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 집을 비워야 했고, 집에 남아 있는 아이들은 엠베리아에게 맡겨졌다. 그녀의 온기와 인내는, 자칫하면 극지처럼 차갑고 고단했을 아이들의 인생에 이른 봄의 빛이 되어 주었다.

우리 같은 노인들이 가장 믿던 사절이었지…

외딴곳에 자리 잡은 이 작은 마을에는,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믿을 수 있는 문자 통신이 사용되고 있었고, 편지는 타지로 떠난 자식들과 마을에 남은 노인들을 이어 주는 유일한 끈이었다.

시력이 쇠했거나 글을 모르는 노인들은 멀리 떠난 자식들에게서 온 편지를 품에 안고 엠베리아의 집을 찾았고, 그녀는 대신 그 편지를 한 글자 한 글자 노인들에게 읽어 주었다.

엠베리아 언니는 우리와 제일 잘 놀아줬어요…

내 옷도 공짜로 기워줬고…

글 읽는 법도 엠베리아한테 배웠어요…

……

그녀는 진실하고 이타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수많은 찬사와 추억 속에서 그녀의 삶은 육신과 함께 봉인되었다. 좋은 사람이었다는 말과 함께...

하지만 로제타는 그 모든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사람은 죽은 뒤 조금씩 잊혀진다. 그리고 가장 먼저 잊혀지는 건 그 사람의 결점이다.

꿈에 붙잡혀 있던 로제타는 인간의 주의를 단말기에서 자신에게로 향하게 했다.

인간은 불 너머에 잠든 로제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잠든 중에도 미간을 찌푸린 채 긴장을 늦추지 않았고, 마치 꿈과 싸우는 것 같았다.

인간의 걱정 어린 말에, 꿈의 포로는 그저 표정으로밖에 답할 수밖에 있었다.

로제타는 이 장례식의 슬픔에 완전히 스며들지 못했다. 너무도 완벽하고 정제된 의식은 오히려 그녀에게 낯선 느낌을 안겨주었다.

그녀는 슬퍼하는 사람들 사이에 서 있었지만, 냉정할 정도로 차분했다. 사람들은 관 앞에서 신선한 꽃다발을 내려놓으며 더 많은 눈물과 슬픔을 교환하고 있었다.

이제, 그녀 차례다.

소녀는 관 속에 고요히 누워 있었다. 노란색과 흰색 꽃이 그녀에게 소박한 드레스를 입혀 주었다. 로제타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 얼굴을 바라보며 사람들이 얘기하던 그녀의 생을 떠올렸다.

묻고 싶은 질문은 많았지만, 대답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직 할 말이 있잖아?

꽃에 둘러싸인 소녀가 잠에서 깬 것처럼 눈을 떴다. 적의도, 원망도 없는, 맑고 부드러운 눈동자였다.

그 순간, 시간과 사람들, 그리고 모든 슬픔이 멈췄다.

엠베리아…

"미안해"라는 말은 하지 말고.

나…

아… 알아. "이게 네가 원하던 인생이야?"라고 묻고 싶은 거지? 내 대답은 "맞아"야.

이건 내가 평생 꿈꿔 온 삶이고, 내가 평생 꿈꿔 온 죽음이기도 해.

사람들이 나 때문에 울고 있어. 나를 소중히 여기고, 나를 그리워하고, 나를 계기로 다시 모이고, 나 때문에 지난날을 떠올려.

시간이 완전히 멈춘 정적 속에서, 엠베리아는 길게 잠들어 있던 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움직이지 못한 채 굳어 있는 사람들 곁으로 다가가 아직 떨어지지 못한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 주었다.

그녀는 굳어 버린 시간 속을 천천히 걸어갔다. 익숙한 얼굴들 앞에 잠깐 멈춰 서, 위로의 시선을 건네고 마지막 작별을 남겼다. 엠베리아는 이 말 없는 순례를 끝낸 뒤, 다시 관 앞에 섰다.

내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인지 알아?

연구소를 탈출했을 때? 마을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졌을 때?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보았을 때? 아니면…

이건 여전히 로제타가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다.

전부 아니야~

엠베리아는 로제타의 생각을 전부 꿰뚫어 본 듯 웃었다.

바로 관 뚜껑이 닫혔을 때야. 그 안에 누워 있는 게 "괴물"이 아니라, "좋은 사람"으로 남겨진 내 인생이야.

로제타는 엠베리아가 다시 꽃과 추억으로 가득 찬 관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녀는 조용히 누워 있었고,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염할 때는 누군가가 네 얼굴을 정리해 주고, 가장 예쁜 옷을 입혀 줘. 그리고 네가 죽은 뒤, 널 보러 오는 사람들은 너의 모든 불완전함을 잊어버리지… 그렇게 너는 네가 한때 그렇게 되고 싶어 하던 모습이 돼.

이게 바로 모든 죽은 사람들이 받게 되는, "떠남"이라는 이름의 선물이야.

잠깐만… 엠베리아, 아직 할 말이 있어!

"미안해"는 말고, 알겠지?

엠베리아, 너는 괴물이 아니야. 이런 인생을 살 자격이 충분해.

고마워…

한때 "괴물"이라 불렸던 소녀는 맑고 투명한 눈을 조용히 감았다.

짧은 막간의 정적은 사람들의 슬픔을 끊어 내지 못했다. 멈춰 있던 틈 사이로 다시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로제타와 엠베리아만의 호박빛 시간은 그렇게 끝이 났다.

로제타는 숨이 가빠지며 무의식적으로 작은 흐느낌을 토해냈다.

[player name]은(는) 즉시 이상을 알아차리고 단말기를 내려놓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조심스럽게 이름을 불러봤지만, 꿈의 그물은 너무도 무거웠다.

슬픔은 너무 오래 머물러선 안 된다. 어떤 눈물은 내일을 위해 남겨 둬야 한다.

장례식이 끝나고 사람들은 하나둘 돌아갔다. 마치 자신의 일부를 고인과 함께 묻고 온 것처럼,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로제타는 묘지를 돌아봤다. 엠베리아의 새 무덤은 이미 수많은 묘비 사이에 섞여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그런데도 그녀는 순간 착각했다. 그 소녀가 자기 묘비 위에 앉아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신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본 것만 같았다.

음? 돌아왔어, 로제타?

누군가 어깨를 톡 치며 그녀의 시선을 앞으로 향하게 했다. 하지만 로제타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묘지를 한 번 더 돌아봤다.

반듯한 묘비에는 새로 떠난 이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해는 이미 기울었고, 하루 종일 일한 죽은 이들도 다시 영원한 잠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누구도 손을 흔들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리하! 너야?

방금 뭘 보고 있었어? 엠베리아? 너 그 애 알아?

음… 아마도.

좋은 사람이었을 거야…

로제타는 어느 엠베리아를 평가해야 할지 몰라 잠시 망설였다. 그건 그녀가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다.

아마도.

근데 로제타, 넌 지금 어디에 있어?

공중 정원에 있어.

우와! 너 공중 정원까지 간 거야? 그, 사람들이 엄청 많이 사는… 하늘에 떠 있는 위성 같은 데잖아?

식민 함선이야…

에이, 그건 중요하지 않아! 그럼 요즘은 어떻게 지내? 일은 뭐 해? 힘들진 않아?

옛 친구의 질문 폭격에 로제타는 잠시 당황했다. 그녀를 더욱 난처하게 만든 건, 정작 자기 자신도 그 질문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럭저럭 괜찮아. 공중 정원 환경도 좋고, 나한테 잘해 주는 전우들도 있어.

일은… 퍼니싱, 그리고 감염체랑 싸우는 거야…

어? 그럼 엄청 위험한 거 아니야? 너 설 …

아아, 아니구나… 아직 살아있구나. 다행이다! 로제타, 너는 너무 빨리 여기에 오면 안 돼.

리하… 너… 왜?

그녀가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던 로제타는 끝내 참지 못하고 부서진 질문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왜라니? 우린 제일 친한 친구잖아! 어떤 사람이 자기 친구가 빨리 죽길 바라겠어?!

소녀는 로제타가 이런 답을 원했던 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고개를 돌려 혀를 쏙 내밀며 웃어 보였다.

아, 내가 왜 "윽—" 하고 죽었는지 묻는 거지?

로제타, 네가 잡혀가서 개조당하고 얼마 안 됐을 때, 전에 너희 집 근처에 있던 숲이 식품 가공 공장으로 바뀌었거든.

리하는 주위를 둘러보며 어느 한 방향을 가리켰다. 그곳은 산들에 가려져 있어 로제타조차도 그곳이 정말로 자신과 할아버지가 살았던 곳인지 가물가물했다.

저쪽에 공장이 들어선 뒤로, 여름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지면 가공식품 냄새가 바람을 타고 흘러왔어.

킁… 생각만 해도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아.

그래서 그때 우린 공장에 몰래 들어가서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는 기회 없을까 하고 맨날 노리고 있었지. 그러다 어른들한테서 공장이 곧 폐기될지도 모른다는 얘길 들은 거야. 완전 절호의 기회였지!

두 사람은 아침에 걸어왔던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얘기를 이어갔다. 이미 저물어 가는 태양은 여전히 힘이 남아 있었고, 두 소녀에게 서둘러 집에 돌아가라 재촉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다음은?

공장이 폐기된 건 북극 항로 쪽에서 감염체 침입 경보를 미리 내려서였어. 그런데 우리 같은 애들은 그런 걸 알 리가 없잖아. 겨우 몰래 들어가서 신나게 먹고 있었는데 감염체들이 들이닥친 거야…

그래도 죽기 전에 먹어 보지 못했던 것들 잔뜩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 로제타도 그 맛을 느껴 봤으면 좋았을 텐데.

아, 우리랑 같이 먹는 건 안 돼. 너는 이제 우리를 대신해 계속 살아가야 하니까.

소녀는 자신의 죽음을 마치 오후의 잡담처럼 담담하고 가벼운 목소리로 얘기했다. 모르는 사람이 들었으면, 오래된 친구에게 방금 읽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리하…

에이.. 그런 얼굴을 하지 마. 다 오래전 일이야.

이 얘긴 그만하고, 아 맞다! 그때 너희가 데려왔던 외뿔고래 있잖아. 걔 진짜 똑똑하더라!

응, 드레이크는 우리 말도 알아들었어.

오~ 이름이 드레이크였구나. 로제타, 네가 지은 이름이야?...

끝이 없을 것 같던 귀갓길은 몇 마디 잡담 사이에 어느새 갈림길에 다다랐다. 지친 저녁 해는 이미 지평선 아래로 가라앉았고, 갈림길에 서 있는 희미한 가로등 아래에서 두 소녀는 헤어질 시간을 맞이해야 했다.

로제타… 너에게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어.

물어봐, 우린 제일 친한 친구잖아.

너…

왜 내 장례식엔 오지 않았어?

오래돼서 관리도 안 된 가로등이 이때다 싶어 깜빡이며, 꺼졌다가 켜지기를 반복했고, 밝음과 어둠이 교차하는 사이 갈림길 아래에는 로제타 혼자만 남게 되었다.

내가 뭘 하면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을까?

왜 내 장례식엔 오지 않았어?

와! 뽑았다! 너 이번엔 무조건 졌어, 로제타!

로제타… 너에게 얘기하지 않은 걸 정말 후회하고 있다…

불안정하던 가로등은 마침내 완전히 꺼졌고, 밤하늘의 짙은 먹빛이 땅 위로 스며들었다. 장면은 점점 색을 잃어 가며 마치 장례식이 시작되고 끝나는 순간처럼 흐려졌다.

갈림길은 뭉개져 하나로 뒤섞이고, 빛을 잃은 세계는 점점 액체처럼 흐물거리는 질감을 띠기 시작한다. 대지는 너를 배신했다. 너는 가라앉고, 추락한다. 벗겨진 색채들이 잔혹하게 선언했다. 너는 죽은 자들의 나라에서 추방되었다고.

아직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가로등을 붙잡고 그것에 맞서 보려 했지만, 너는 이 세계에 속하지 않는 산 자다. 너에게는 승산이 없다. 이 별은 죽은 자들을 기반으로 구축된 행성이다. 이제 그들은 너를 다시 꿈속으로 돌려보내려 한다.

로제타, 좋은 꿈 꿔!

탁한 음절과 문장을 미처 받아들이기도 전에 수은의 감옥이 다시 너를 덮친다. 너는 뒤집힌 채로 질식이라는 혼란 속으로 곤두박질친다. 불확실한 의식의 바다에서 태어난, 조각나고 무질서한 꿈은 너의 유배지가 된다.

꿈은 오직 산 자에게만 허락된 심문실이다.

꿈은 네가 기억한 것과 잊어버린 모든 것과 마주하게 한다. 그리고 모든 모호한 기억과 인상으로 네 삶을 심문한다.

꿈은 너에게 죄책감을 강요하고, 후회를 강제하며, 본래 네 것이 아닌 신체를 조종해 스스로를 해치게 만든다.

리하, 미안해…

너의 불운 때문이야, 그래서 너희가 그렇게 된 거야…

아시모프는 너더러 지금의 네 상태를 전부 [player name]에게 얘기하라고 했어…

미안해… [player name].

의식의 바다 편차 경고! 의식의 바다 편차 경고!

꿈은 네 의식의 바다의 이탈과, 끓어오름과, 진동을 무시한 채… 네 입과 코를 막고, 눈을 가리고, 뇌를 차단한다.

심문실의 문이 갑자기 활짝 열렸다. 죄를 인정하고 서명하기 전에, 보석 보증인이 도착한 것이다.

로제타!

기이한 감각이 들었다. "너"의 인식, 기억, 의식, 가치 판단은 전부 "로제타"라는 기체 안에 그대로 남아 있는데, 오직 "너"라는 감각과 그 말이 가리키는 대상만은 지금 이 동굴 안에 있는 유일한 인간에게 옮겨 간 느낌이었다.

어둡고 눅눅한 동굴 안에서 습기를 잔뜩 머금은 장작이 필사적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차가운 공기와 희미하게 흔들리는 시야가 그녀의 불안정한 인식을 다시 흐트러뜨리려 했다.

그러다 누군가의 손이 그녀를 붙잡아 일으켜 세웠다. 이 손의 주인은 죽은 자들의 나라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player name], 나… 나 할 말이 있어…

너… 다 알고 있었구나…

아마도… 다 들었을 줄은 몰랐어, 좀 부끄럽네.

인간은 모닥불에 데운 물 주전자를 건넸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수증기가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아니야… 그냥… 꿈을 꾼 것뿐이야…

그럼 내가 들은 말들은 뭐였어?

고마워…

응, 맞아…

두 사람은 잠시 말이 없었다. 장작 타는 소리만 동굴 안에 울리는 가운데, 로제타가 다시 인간을 바라봤다.

조금이라도 쉬었어?

인간은 자신의 단말기를 들어 보였다. 화면에는 둘이 함께 매복해 파괴한 기계체에서 적출한 저장 코어가 연결되어 있었다.

뭐 알아낸 거 있어?

음… 안 좋은 소식부터 알려 줘.

그래…

로제타는 동굴 벽을 짚고 천천히 일어섰다. 시간을 확인한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쉬었는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우리, 언제 출발해?

어차피 이동 경로는 다시 바꿀 거잖아. 그땐 네가 알려 줘.

두 사람은 짐을 정리하고 다시 도망의 여정을 준비했다. 이번 여정은 이전보다 더 굽이치고, 더 고된 길이 될 것이다.

설원

알 수 없는 구역

출발 사흘째

그들은 다시 눈보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