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로제타·아레테·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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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타·아레테·그중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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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상태가 예상보다 훨씬 더 안 좋아…[player name]도 알고 있나?

아니, 몰라.

그래. 애초에 그 사람은 구조체 전문가도 아니고, 너도 굳이 말을 안 했겠지.

그럼…

시간이 없어, 로제타. 짧게 말할게. 네 기체 손상 상태는 네가 제일 잘 알 거야. 지금 이 기체는 최대로 쳐줘도 정격 전투력의 40% 정도밖에 못 써. 앞으로 이동하는 동안 전투는 가급적 피해야 해.

더 심각한 건 의식의 바다야. [player name]이(가) 네 의식의 바다를 안정시키려고 시도해 봤나?

여러 번 시도해 봤지만… 나아지지 않았어.

예상대로야. 네 새 기체는 새로운 설계 방안을 도입했어. 인간형과 아인형 구조체 사이를 전환할 수 있게 돼 있지.

때문에 기체 형태를 바꿀 때도 여전히 의식의 바다가 안정되게 하려면, 기체 최초 기동 시점의 의식의 바다 초기 상태를 확실하게 고정해야 해.

결론만 얘기해 줘.

결론은 이거야. 기체는 최초 기동 때 필수적인 의식의 바다 초기 유지 작업을 거치지 않았어.

너랑 [player name]이(가) 공중 정원으로 돌아와서 정비를 받기 전까지는, 지휘관을 통한 의식의 바다 안정화는 불가능해.

지금 상태로 보면, 의식의 바다 편차 손상은 계속 악화될 거고, 기체 제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

최악의 경우는?

의식이 끊긴 것 같은 휴면 상태에 빠지는 거지.

두 사람에게 주어진 통화 시간은 극히 짧았다. 몇 분만 지나면, 극지 전역을 덮은 간섭 전파가 이 통화마저 끊어버릴 게 분명했다. 그걸 알면서도, 로제타는 잠시 말을 멈췄다.

나한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돼?

내가 가진 기체 데이터 기준으로는 대략 5일이야. 공중 정원에는 네 의식의 바다에 맞는 조정 장비가 있어. 여기까지 도착하기만 하면 모든 손상은 복구가 돼. 다만…

내가 움직일 수 없게 되기 전까지는 철수 지점에 도착해야 한다는 거지?

맞아,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거야.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과… 무사히… 도…

마지막 단어는 통신을 가득 채운 "지직" 소리에 묻혀버렸다. 통신이라는 하늘의 커다란 연줄에 의해 이어져 있던 두 사람은, 그 실이 끊어지며 지표 위에 홀로 떠도는 존재가 되었다.

설원

북극 지역

출발 이틀째

북극 지역, 알 수 없는 구역, 설원, 출발 이틀째.

전날의 고요한 날씨와 달리, 이날은 기후가 다소 악랄했다. 두 사람은 어제 날씨가 좋을 때 충분한 거리를 이동해 둔 걸 다행으로 생각했다.

앞에서 걷고 있던 구조체는 인간의 말을 듣지 못한 듯 계속 걸음을 옮겼다. 그 침묵은 그녀의 머릿속에서 진행 중인 복잡한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player name], 사람은 죽으면 어디로 간다고 생각해?

로제타가 뒤를 돌아봤다. 인간의 기억 속에서, 로제타의 눈에 이만큼의 혼란과 슬픔이 담긴 적은 없었다.

정말로… 죽은 자들의 나라 같은 게 있을까?

……

그녀의 침묵에는 희미한 상실감이 섞여 있었다.

다만?

로제타는 말없이 인간의 뒤를 따라 조용히 걸으며 그 말의 의미를 곱씹었다.

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땅 위의 고운 눈가루가 휘감겨 올라가, 하늘과 땅의 경계를 흐렸다.

갑자기 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인간은 로제타보다 앞서 걸으며, 탁해진 길과 그녀 마음속의 혼란을 함께 헤쳐 나갔다.

누리거나, 참고 버틴다라… [player name]은(는) 모든 사람이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건 아니라는 얘기야?

두 사람은 눈보라를 거슬러 이동하고 있었다. 인간이 먼저 눈 비탈 위로 올라가 뒤에 있는 구조체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우리는?

눈보라 속에서, 방금 인간의 도움을 받아 비탈을 오른 로제타는 그 개념을 곱씹어 보았다.

그럼… 우리도 언젠가는 죽은 자들이 되는 거겠지?

우리는 지금… 떠나고 있는 중이야?

인간은 로제타의 뺨에 얼어붙은 눈을 조심스럽게 닦아냈다.

인간은 걸음을 멈추고 두꺼운 방한 장갑을 벗은 뒤, 몸을 숙여 깨끗한 눈을 한 줌 집어 들었다. 피부와 얼음이 맞닿는 순간, 가장 원초적인 열 교환이 시작됐다.

로제타는 눈이 그의 손바닥에서 물로 빠르게 변하는 걸 지켜봤다. 그리고 그 따뜻함을 품은 손에 눈의 온도가 남긴 선명한 붉은 자국도 보았다.

그럼… 할아버지는…

로제타는 어떤 가능성을 떠올린 듯, 확인을 하기 위해 인간을 바라봤다. 하지만 인간은 고개를 젓지도 끄덕이지도 않았다.

로제타는 분명, 할아버지의 영혼이 체온과 함께 자신의 품에서 조금씩 빠져나가던 감각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퍼니싱의 침식을 막을 혈청을 찾아 이곳저곳을 헤매고 있었다.

하지만 퍼니싱조차 죽은 자에게는 손을 뻗지 않았다. 죽음은 병이 아니기에 치료할 수 없었다.

로제타는 인간의 손이 얼마나 차갑고 붉게 변했는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그 손을 단단히 잡고, 자신의 온기를 전해 줄 뿐이었다.

응, 그럴 거라 믿어.

혼란에서 잠시 벗어난 로제타는 그제야 날씨가 급격히 나빠진 걸 알아차렸다. 지금 상태로는 계속 이동하기 어려웠다.

눈보라 더 심해진 것 같아.

다행히도 멀지 않은 눈 비탈 아래에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동굴 하나가 숨어 있었다. 그 동굴은 극야의 깊은 어둠과 두껍게 쌓인 눈 사이에서 두 사람을 향해 은밀하면서도 교활한 빛을 보내고 있었다.

동굴 입구에 선 인간은 몸에 쌓인 눈을 털어내고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엄청 어둡네…

불을 피우면 금방 밝아질 거야.

칠흑 같은 숲속에 희미한 불빛이 켜졌다. 횃불을 든 노인과 로제타는 고요한 숲을 가로질러 걷고 있는 중이었다. 불빛에 놀라 깨어난 짐승들이 사방으로 달아났지만, 두 사람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들은 며칠 전 미리 설치해 둔 함정이 있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숙련된 사냥꾼은 총이나 활 같은 한 가지 수단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이미 며칠 전부터 포브와 로제타는 숲 곳곳에 이런 함정들을 설치해 두었다.

그리고 이제, 수확의 시간이 찾아왔다.

세 번째 함정에 다다르기 전, 두 사람은 부상당한 사냥감이 고통 속에서 내는 짧고 낮은 울음소리를 들었다.

죽음을 앞둔 사슴 한 마리가 사냥꾼이 설치해 둔 함정 안에 쓰러져 있었고, 그 눈에는 할아버지와 손녀의 내려다보는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로제타는 그 눈에서 너무도 익숙한 공포와 절망을 보았다.

로제타, 이건 네게 맡기마.

로제타는 함정 안으로 뛰어내려 사슴의 목 부근을 빠르게 살폈다. 가장 빨리 고통 없이 끝낼 수 있는 부위였다.

단검이 순록의 살 속으로 파고들자, 사냥감이 마지막 울음을 토해냈다.

할아버지, 제가 또 기도를 잊은 걸까요?

이젠 안 해도 된다, 로제타. 너는 이미 훌륭한 전사야. 너는 할아버지보다도 훨씬 많은 생과 사를 봐 왔으니, 그 무게가 뭔지도 잘 알고 있을 거야.

생과 사의… 무게요?

노련한 사냥꾼은 거침없는 손놀림으로 사냥감을 해체했다. 갓 태어난 죽음은 극지의 숲속에서 아직 식지 않은 열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너는 이미 타인의 죽음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알고 있잖아.

…내 죽음도 포함해서 말이다.

죄송해요, 할아버지… 죄송해요… 저 때문에… 할아버지가…

무슨 소리야… 아가야.

그는 횃불을 로제타의 손에 쥐여 주고, 몸을 돌려 그들이 걸어온 어둠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사과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나다.

불빛은 노인의 얼굴까지 닿지 못한 채, 사냥감을 짊어진 그의 등만 더욱 굽은 실루엣으로 그려냈다. 로제타는 할아버지가 더 이상 늙지도, 젊어지지도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죽은 나이에 멈춰 있었다.

너한테 얘기하지 못한 게 있어서 늘 후회했다.

...네 부모에 관한 이야기야.

제… 부모님이요?

아주 오래전 일이었어. 그때 나는 무장 작전팀의 직책을 스스로 내려놓았었지.

포브는 자신의 뒤를 따르는 로제타가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걸 잊은듯했다. 로제타는 그의 말속에 담긴 오래된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그 분노는 죽음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그의 영혼에 얽혀 있었다.

통합 기계… 연구 계획 때문인가요?

그렇게 비인간적인 실험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난 일찌감치 그 계획에서 빠져나왔고, 피로 얼룩진 그곳을 떠났지.

네 부모는 그곳의 연구원이었어…

그럼… 엠베리아 개조에 부모님도 참여하신 건가요?

그래. 하지만 엠베리아가 폭주하자, 그들도 양심의 가책을 느꼈는지, 일부 기술 자료를 챙기고 그곳에서 도망쳤지.

물론…

사냥감을 둘러멘 노인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횃불이 비추는 빛 속에서, 로제타는 노인의 눈에 비친 자신을 보았다.

너도 포함해서 말이다, 내 아이야.

기술을 빼돌린 데다 정보 유출 위험까지 있어, 북극 항로는 관련 연구원들을 추적하고 처리하기 시작했지.

네 부모는 나를 찾아와 너를 이곳에 맡겼고, 그게 그들이 선택한 속죄였다.

그 이후에는요? 어디로 가셨어요? 그 뒤로 다시 부모님을 만난 적이 있으세요?

너를 맡길 때, 그들은 이미 추격당하고 있었지. 너와 나까지 연루되지 않게 일부러 반대 방향으로 도망쳐 추격자들의 시선을 끌었어.

그 후로는 다시 보지 못했고... 나중에 눈 덮인 숲에서 피로 물든 그들의 옷을 발견했어...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었다. 지금의 로제타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는 그녀의 부모는, 그녀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 선택을 했다.

그들의 의관묘 앞에서 난, 너를 잘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네 부모의 죽음은 나를 바꿨어.

이제 곧 숲의 끝자락에 도착한다. 로제타는 앞쪽 숲의 그늘 사이로 희미한 빛을 보았다.

그리고 내 죽음 역시 너를 바꿨지, 내 아이야.

죽음은 어떤 것일까. 그건 오직 죽은 자만이 안다. 하지만 죽은 자들은 자신이 느낀 것과 생각을 그 누구에게도 전할 수 없다. 죽음이 확정되는 순간, 의식은 이 세계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사람들은 그저 상상할 수밖에 없다. 죽은 자의 남은 한을, 이루지 못한 바람을, 자신의 죄책감을, 그리고 죽은 자의 의식이 어떤 형태로든 산 자의 세계에 머물고 있으리라는 상상을.

그렇게 사람들은 "죽은 자"를 상상함으로써 스스로의 존재를 끊임없이 수정해 나간다.

로제타… 이게 바로 내가 죄책감을 느끼는 이유다…

노인의 목소리는 낮고, 체념에 가까운 슬픔이 배어 있었다. 그는 끝내 뒤돌아보지 않았다. 마치 그의 죽음처럼, 로제타는 보이지 않는 표정을 상상으로 채울 수밖에 없었다.

죽은 자는 "산 자가 겪을 수 없는 죽음"을 통해 산 자를 붙잡는다.

두 사람은 숲의 검은 장막을 벗어났다. 여명의 눈 부신 빛은 죽은 자들의 나라라는 이름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 순간 로제타는 이 땅의 진짜 이름이 떠올랐다.

―인간 세계.

태양은 이미 수평선 위에 떠올라 있었고, 오랜만에 마주한 찬란한 빛은 로제타를 온전히 삼켜버렸다.

동굴 안은 너무 어두워, 전술 손전등의 빛이 유난히 눈부셨다. 눈앞의 구조체가 눈을 가리자 인간은 허둥지둥, 평소엔 거의 쓰지 않던 장비의 전원을 껐다.

죽은 자는 "산 자가 겪을 수 없는 죽음"을 통해 산 자를 붙잡는다.

손전등을 정리하던 인간은 로제타의 낮은 중얼거림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할아버지가 나한테 사과했어…

응, 할아버지가…

로제타는 환각 속에서 들었던 포브의 말을 눈앞의 인간에게 다시 들려주었다. 동굴을 가득 채우던 눈 부신 빛은 사라지고 희미한 모닥불만 흔들리고 있었다. 습기를 머금은 나무는 완전히 타지 못한 채 간간이 타닥거리는 소리를 냈다.

기억을 바라보는 방식?

그럼… 그 사람들은 전부 [player name]이(가) 잃은 전우들이야?

그럼 지휘관도 그들에게 "붙잡혀" 있어?

짊어지고 감당하는 걸 우리 스스로가 선택한 거지…

뭐를?

[player name] 입에서 과학이랑 우리의 관계를 "정복"이라고 표현하는 건 좀 상상이 안 되네.

영원히 남는다는 건… 너무 무거운 것 같아.

인간은 구조체의 손에서 단말기를 다시 받아 들었다. 로제타는 또다시 생각에 잠겼고, 인간은 모닥불을 건드려 불길을 조금 더 키웠다.

응. 방호 장비를 잘 착용하고 조심해!

전신 방호 장비를 갖춘 인간은 동굴 밖으로 나왔다. 확실히 바람과 눈은 한결 잦아들었고, 이동하기엔 나쁘지 않은 날씨였다.

하지만… 텅 비고 고요한 설원 위에서, 인간은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것을 보았다. 적의 신호등이었다. 연구소를 습격했던 기계체들과 완전히 동일한 신호였다.

그리 밝지 않은 불빛이, 빛 하나 없는 설원 위에서 유난히도 눈에 띄었다. 극야 속에서 그 신호는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추격자가 있는 걸 확인한 인간은 곧바로 동굴로 돌아와 로제타와 대책을 논의했다.

연구소를 습격했던 그 세력이 확실해?

내가 가서 전부 처리할게!

[player name], 무슨 계획이라도 있어?

인간은 단말기에 미리 설정해 둔 철수 경로를 띄우고, 그 위에 조금 더 우회하는 새로운 경로를 그려 넣었다.

네가 만약 적 지휘관이라면 추격대를 어떻게 운용할 것 같아? 정말 한 부대만 보냈을까?

추격이 있다는 건 한 부대만은 아닐 가능성이 높아. 우회하면 이쪽은 따돌릴 수 있겠지만, 다른 추격대와 마주칠 수 있어.

아니면…

로제타는 어릴 적 포브와 사냥할 때 쓰던 "매복"을 뜻하는 손짓을 했다.

매복해서 전부 잡아먹어 버리자.

인간은 로제타의 계획 속에 숨어 있는 작은 허점을 포착했다.

…관찰하고, 기다리다가, 환경을 이용해 우위 점해. 잘했어, 로제타.

할아버지, 이렇게 하면 저 눈 족제비를 잡을 수 있나요?

대부분은 맞지만, 한 가지를 잊은 것 같구나. 항상 퇴로를 준비해야 하고, 만약 눈 족제비가 아니라 더 흉포한 녀석이 나타나면 어떻게 할지도 생각해야 해.

더 흉포한 녀석이요?

상대가 너무 강하다고 판단되면, 눈앞의 사냥감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함부로 덤비지 말거라. 스스로를 위험에 몰아넣는 건 사냥이 아니야. 이것이 첫 번째 교훈이다.

절대 사냥감과 위치가 바뀌어서는 안 돼.

위치가 바뀐다고요?

힘의 차이가 크면 사냥을 포기하는 게 맞아. 괜히 나섰다가 목숨이 위태로워질 상황을 만들지 말거라.

하지만 사냥감이 약해졌고, 경계를 풀고 있다면 그땐 망설이지 말고 움직여라.

우린 이미 주변에 미끼를 깔아 두었고, 이 미끼들이 놈들을 우리가 판 함정으로 끌어들일 거다.

멍하니 있지 말고. 방금 할아버지가 한 말, 다 기억했지?

네, 기억했어요./응, 기억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