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탐사 임무는 여러 단계로 나뉘어 있어. 쉽게 말하면 우리는 여러 번 여기에 올 필요가 있고 상황에 따라 야영을 할 수도 있어.
임무가 시작되자 로제타는 항로 연합과 거리가 있는 설원으로 데려왔다. 주변에는 흰 눈과 몇 그루의 나무밖에 없었다.
그러니 지휘관, 설원에서 생활하는 방법을 익혀야 될 거야.
역시 지휘관은 다르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바로 파악하다니.
책으로 읽힌 지식은 얕은 법이지. 지식보다는 실전에 어떻게 응용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그러니 지휘관, 임무를 더 잘 수행하기 위해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바로 불을 피우는 거야.
야생에서는 불을 피울 수 있는 것에 따라 생존이 결정된다는 건 지휘관도 알고 있지?
지휘관이 제대로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말한 불을 피우는 법은 비교적 원시적인 방법을 말하는 거야.
각종 도구의 도움을 받으면 당연히 쉽지. 하지만 숲을 지키는 자는 도구에 의존하지 않아, 왜냐면 우리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니까.
숲을 지키는 자는 불을 피울 때는 보통 사전에 준비한 불을 피우는 물건 외에는 모두 현지에서 조달하는데, 예를 들자면 이처럼 어디서든지 볼 수 있는 작은 땔감 같은거지.
로제타는 말을 이으며 바닥의 나뭇가지를 주운 후 쌓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숲을 지키는 자는 불을 피워 새로운 동료를 환영하는 관습이 있어. 비록 지휘관은 "새로운 동료"는 아니지만, 이 기회에 환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럼 지휘관, 땔감을 수집하는 걸 도와줄 수 있어?
숲을 지키는 자는 유치원이 아니야. 웬만한 일은 자기가 직접 해야 해.
고마워. 하지만 사실 이건 아주 평범한 관습이라서 지휘관의 기대에 못 미칠지도 몰라.
——
근처를 한참 뒤진 후에야 땔감을 어느 정도 모아 드디어 불을 피울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가져온 땔감이 별로 좋지 않지만, 그래도 문제는 없을 거야.
땔감이 제대로 말랐는지 확인한 로제타는 가장 밑바닥이 나올 때까지 바닥의 눈을 가능한 한 많이 파냈다. 흙을 본 로제타는 왠지 몰라도 안심한 것 같았다.
밑이 빙판이 아니어서 다행이네...
응. 보통 이 구역은 빙판이 별로 없지만, 간혹 빙판일 때가 있거든. 그래서 보통은 사전에 확인을 해두는 편이야.
아주 드물지만, 그런 일을 가끔 겪었거든.
아무래도 지휘관이랑 함께 있으니 운이 더 좋아진 것 같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카드 게임을 하기 전에 함께 하자고 했을 텐데...
물론 재미로 그런 거지, 카드의 그림도 마음에 들고... 항상 운 때문에 중요한 순간 지게 되지만...
게임 규칙은 그래도 쉬운 편이니 지휘관도 금방 터득할 수 있을 거야.
아무튼 잡담은 나중에 하고 불부터 피우자.
로제타는 뒤에서 부싯돌 같은 걸 꺼낸 후, 몇 번 부딪치자 바닥에 쌓아 둔 땔감에 불이 붙었다.
불이 땔감을 통해 서서히 피어오르면서 커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을 녹일 수 있는 따뜻한 불더미가 됐다.
그럼 환영식을 시작하자.
불꽃이 안정되자 로제타는 지정 위치에 앉으라고 한 후 천천히 다가왔다.
함부로 움직이면 안 돼. 불이 꺼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응. 나도 외부인한테 이걸 하는 건 처음이라서 조금 서툴수도 있어.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로제타에 놀랐지만, 로제타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결국 로제타의 숨결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곧 닿으려는 순간...
하지만.
지진!?
갑작스러운 진동에 로제타가 움직임을 멈췄다. 진동이 일어난 방향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직경이 약 10m 크기의 대형 눈덩이 하나가 보였다.
나도 모르겠어. 일단 이곳을 벗어나자, 지휘관.
응. 나무가 있는 곳으로 뛰자!
제때 반응한 로제타 덕분에 그 사고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렵게 만든 불더미는 눈덩이가 지나가면서 흔적조차도 남지 않았다.
……
이런 기묘한 상황에 로제타는 순간 넋을 놓았다. 그리고 익숙한 발걸음 소리가 눈덩이가 굴러온 방향에서 전해져왔다.
어? 로제타와 [player name]잖아?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맞아. 임무를 시작하기 전에 지휘관을 위해 작은 환영식을 열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눈덩이 하나가 굴러와서...
그건 우리가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굴린 눈덩이 같은데... 상황을 보니 설마 그 눈덩이에 불더미가...
오늘은 연합과 협의한 휴식일이거든. 그래서 대원 몇몇을 이끌고 함께 대형 눈사람을 만들기로 했는데, 눈덩이를 너무 크게 만들어 굴러가 버린 거야...
그래서 눈덩이를 추적 중인데, 어디로 굴러간 지 봤어?
…………
역시 난 운이 나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