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베라·작망·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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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라·작망·그중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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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어서 일어나... 저주가... 다가오고 있어!

어서, 어서 일어나... 시간 없다고!

젠장, 왜 이리 깊이 잠든 거야?!

어렴풋이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곧 자신의 몸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뜨자, 익숙한 시스템 알림이 아닌, 두 초병의 다급한 얼굴이 보였다.

빨리 일어나! 얼른 떠나야 돼! 마왕님께서 너더러 당장 성에서 나가라고 하셨어!

"그놈"이 곧 올 거야! 야! 일단 이것부터 챙겨! "마을 최고의 검"이라며!

초병은 그렇게 말하며 압수했던 무기를 용사에게 던졌다.

그것까지 설명할 시간이 없다고!

초병의 고함소리와 함께, 문득 이 감옥에 기이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걸 깨달았다.

기괴한 그림자가 사방 벽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생명을 가진 듯했고, 용사의 예민한 신경도 미묘한 압박감을 감지했다.

자세히 볼 틈도 없이, 흐르던 그림자는 순식간에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그 그림자에 휩쓸린 공간엔 뒤틀린 공기만이 남았다.

그림자는 빠르게 요동치며, 순식간에 앞장서 달리던 초병의 팔을 휘감았다.

나... 젠장... 이런!

이건 대체 정체가... 뭐냐고! 윽!

용사는 다시 마을 최고의 검을 움켜쥐고, 초병을 덮친 어둠의 안개를 단숨에 끊어냈다.

치직!

시스템

경고. 캐릭터 설정 붕괴 행위가 감지되었습니다.

시스템

레드라인 행위가 여러번 감지되어, 강제 진행 프로세스를 시작합니다.

시스템

시나리오 자동 보완 중... 경로 자동 탐색을 시작합니다.

시스템의 알림이 잠시 멈춘 뒤, 거대한 데이터의 파도가 뇌 속으로 밀려들었다. 그 데이터는 기억의 모든 영역을 짓누르듯이 파고들었다.

시스템

용사는 재앙을 부르는 붉은 장미를 품고 마왕의 대전으로 향했다. 그는 거짓된 사랑을 속삭이며, 신뢰와 호의를 얻은 후, 망설임 없이 저주를 풀었다. 순간, 저주는 그의 손에 쥐여졌고, 이어서 모든 것을 정화하고 삼켜버렸다.

시스템

그 후, 용사는 초보자 마을을 떠나 수많은 시련을 겪었다. 흑룡왕을 쓰러뜨려 용골을 손에 넣었고, 쿠로 빌딩을 폭파시켜 시간 역행술을 익혔다. 이윽고 삼계를 종횡무진하며, 천하무적의 대주재가 되었다. 그러나 어느 눈 내리는 밤에...

시스템

대주재가 된 용사는 버려진 고성을 찾아갔다. 가시덩굴로 뒤덮인 정원엔 붉은 장미가 만개해 있었다.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그날은 연극이 아니었고, 세상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마왕이, 자신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갔다는 것을.

야! 왜 그래!

뭐라고?

초병은 손을 내밀어 용사의 등을 향해 세게 내려쳤고, 그 덕분에 머릿속 시스템까지 번쩍거리게 됐다.

시스템

마*&*왕(%)/~*@)@마왕#!——용사#*(~&¥(*!@*/*/!

시스템 업데이트 앵커 지점을 확인했습니다, 마왕성 대전입니다.

초병이 도와준 덕분에 머릿속의 속박이 잠시 느슨해졌다. 용사는 놀란 눈빛으로 초병을 바라보더니, 곧장 그들을 이끌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 끔찍한 그림자가 무엇인지 따져볼 겨를조차 없었다. 어제 보았던 광경마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돌벽이든 장식이든, 이미 그림자에게 모두 침식당했다. 차가운 기운이 몰려들고, 달리며 들이마신 공기조차 내장을 파고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마왕의 처지는 어떻게 될까?

그게... 저... 저주 때문이야...

장, 장미의 꽃잎이... 다 떨어지면, 저, 저주가 발동돼... 이, 이 성 안의 모든 게 사라질 거야...

야, 너... 너 제정신이야? 그 장미를 남겨두면... 마왕님께서는...

내 부하들이 알려주지 않았나? 그 ‘장미’가 나한텐 어떤 의미인지?

그래! 수년 전, 마왕님은 붉은 장미의 저주를 받으셨어! 그래서 장미를 그렇게까지 미워하신 거야!

분명히 저주가 발동되는 시간은 오늘 밤 12시였는데... 어떻게 0벌써 시작된 거지? 설마, 어제 그 장미를... 마왕님이 받아들인 건가?!

마왕님께서는... 모든 게 사라진다고... 하셨어...

무서워, 너무 무서워... 저 그림자한테 먹히면... 엄청 아플 것 같은데...

다 너 때문이야! 이 교활한 인간 때문이라고!

용사는 뭐라고 반박하려 했으나, 방금 전 시스템 오류 발생 후, 그가 작성한 막장 스토리를 떠올리고는 씁쓸하게 깨달았다. 지금 이 모든 상황은 자신이 만들어낸 게 틀림없다.

그 사이, 뒤따라온 그림자가 결국 덜 믿음직한 두 초병을 붙잡아버렸다.

쯧! 참 짜증나게 구네... 왜 하필 넌 안 잡는 거야!

형... 형의... 몸이 벌써...

그림자가 두 사람을 점점 더 깊이 휘감고 있었고, 용사가 도와서 베어내도 침식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웠다.

스티녹

너 이 녀석... "빛을 두른 존재"라면... 우리 마왕님을 좀 도와줄 수 없을까?

스티녹

너는...

스티녹은 갑자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용사를 바라보았다.

스티녹

마왕님께서 오랜만에 그렇게 웃었거든!

호일십이

걱, 걱정 마, 우린 마왕님의 초병이니, 어떻게든 빠져나올 거야, 아아아아...

용사는 두 명의 시종을 붙잡으려 했지만, 그들의 몸은 이미 서서히 투명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그림자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모든 것이 허무로 돌아갔고, 모든 것이 요동치는 그림자로 의해 삼켜졌다.

성은 더 이상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없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 역시 흐르는 그림자에 막혀 있었다.

용사는 본능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났지만 그림자는 여전히 따라붙었다. 그림자에 가까운 쪽의 팔은 한순간에 뼛속까지 스며드는 냉기에 휩싸였고...

단 한순간 망설인 탓에 무기를 제대로 쥐지 못했고, 용사의 몸은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 순간, 시스템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시스템

강제 보완을 진행합니다.

용사의 호흡이 점점 가빠졌다. 마치 끈적한 어둠의 늪에 휘말린 듯, 모든 것이 정지되고... 굳어졌다...

하지만 의식이 점점 차가운 끈적함에 잠식되기 직전, 누군가 자신의 손목을 힘껏 당기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

역시... 난 이런 결말을 받아들일 수 없어.

확——!

익숙한 목소리가 혼돈의 장벽을 뚫고 들려왔다. 흐려지던 의식이 다시 또렷해졌다.

불타는 듯한 붉은 빛이 어둠을 꿰뚫고, 휘날리는 붉은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다.

용사는 간신히 정신을 다잡고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자 보이는 건 마왕 베라였다.

하지만 감정이 북받친 것도 잠시, 곧 용사는 그녀의 몸에 이미 그림자의 흔적이 스며들었음을 알아차렸다.

시스템

경고, 스토리 흐름에 혼선이 발생했습니다. 수정을 진행합니다.

극심한 고통이 사지를 덮쳤고, 용사의 팔다리마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왕은...

마왕은 용사의 손목을 확 붙잡아, 그대로 품 안에 끌어안았다.

왜 하필 너였을까?

그녀는 슬퍼하는 것 같았다. 좀처럼 슬퍼하지 않는 그녀가, 슬퍼하고 있었다.

밖에 있는 그 교활한 "원숭이"들은 역시 지나치게 진화했어. 몇백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마지막 "인류 시대"의 생존자를 놓아주지 않네.

됐어, 난 원래부터 그놈들 눈의 가시였으니까. 이번엔 제대로 된 방향을 찾아냈군.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네, 꼬마 인형.

그녀는 용사를 꼭 끌어안았고, 그림자가 온몸을 뒤덮어도 절대 놓을 기색이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이마로 용사의 눈썹을 가만히 눌렀다. 마치 살결로 이 순간을 새기려는 듯이.

가능하다면, 나와 다시 연결해줘, [player name].

수백 년 동안 지속되던 악몽을... 누군가와 나누는 것도 참 오랜만이야.

시스템의 혼란을 뚫고, 낯선 통증이 그대로 용사의 머릿속에 파고들었다.

익숙한 빛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