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베라·작망·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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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라·작망·그중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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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와 마왕의 결말은 이미 정해졌다.

용사가 마을을 떠난 이후, 겪게 될 첫 번째 전투로서, 마왕은 "걸림돌" 정도라고 하기에도 부족한 경험 쌓기 던전이었다.

깃털 침대의 부드러운 포옹 속에서, 용사는 점차 깊은 잠에 빠졌고, 그의 머릿속 시스템은 여전히 스토리의 흐름을 반복해 주고 있었다.

시스템

용사는 마왕성으로 쳐들어갔지만, 오히려 감금을 당했습니다.

마왕을 죽이고 싶다면, 먼저 마왕의 호감을 사서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용사는 태어날 때부터 강력한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마을을 떠난 첫 번째 여정에서, 단 한 자루의 검만 들고 있던 용사는 마왕의 공격을 당했고, 마왕에 의해 가시덩굴로 에워싼 정원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용사의 재능은 모든 어둠의 저주를 깨뜨릴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연약한 육체는 가시로 가득한 덩굴과 높이 솟은 성벽을 넘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보통 계략으로는 마왕을 이길 수 없는 게 뻔했기에, 용사는 곧장 새로운 방법을 떠올렸습니다."

시스템은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말을 이었다:

"스토리에 기제된 내용에 의하면, 용사는 신중하게 관찰하여 마왕을 저지할 수 있는 <color=#ff4e4eff><b>저주</b></color>를 발견했습니다."

"마왕의 신뢰를 얻은 후, 용사는 성의 화려한 무도회에서 대담하게 저주를 불러들였고, 그 저주는 마왕을 삼켜버렸습니다."

"이야기는 악으로 악을 물리치는 시원한 결말로 끝났습니다."

용사는 꿈속에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러다 문득 맑은 새소리가 들렸다.

용사는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희미한 아침 햇살과 첫눈이 함께 창문을 통해 스며들었다.

마침 시스템의 알림이 눈앞에 나타났다.

"메인 스토리 임무 목표 업데이트: 계속 [마왕 베라]의 호감도를 올린다. 진행도 [임무 수령 완료] 마왕 호감도: -10 클리어 목표: 마왕 호감도 100 카운트다운: 40시간"

시스템 화면에 목표와는 한참 먼 호감도 수치를 보며, 머릿속에서 관련 장르에 대한 기억을 필사적으로 검색하기 시작했다.

내일 아침 내가 깨어난 후, 당장 이 사람을 내 앞으로 데려와야 한다.

난 고작 이런 말장난으로 만족하지 않거든.

하늘 저편에서 아침 햇살이 살짝 비치기 시작했다.

베라와 만나기 전까지, 시간이 좀 남은 상황이다.

다양한 스토리와 게임에서 본 적이 있는, 서로의 관계를 가까워지게 만드는 경험을 바탕으로 했을 때

우선 그녀를 위한 선물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은 감금 당한 "포로" 신세라서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용사는 방 안의 간단한 가구들을 훑어본 후,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마침 붉은 장미가 만발한 정원이 보였는데, 흩날리는 눈 속에서 더욱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바로 그때 문 밖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말다툼 소리가 용사의 생각을 끊어버렸다.

멍청한 녀석! 사소한 일도 피하려는 거야?! 평소엔 형, 형 하면서, 이런 때는 왜 거북이처럼 숨는 거냐고?!

그럼 이렇게 정하자. 난 다락방에 갇힌 그 나쁜 녀석을 감시하러 가고, 넌 장미 정원에서 청소를 하도록.

난... 난 정원에서... 힘들게 일을 하는데... 형... 형은 그냥 여기 앉아있잖아...

감히 말대꾸를 해! 오늘 이 형님의 파워를 보여주지!

형.... 아니, 때... 때리지 마!

한쪽은 때리기만 하고 한쪽은 얻어맞기만 하던 두 초병은 용사를 보자마자 경계하며 무기를 들었다.

마왕님께서 명령하셨어, 넌 절대 방에서 나올 수 없어!

네가 뭘 도와줄 수 있는데?

안 돼, 혹... 혹시라도 틈을 타서 도망가면... 그... 그치? 형?

스티녹은 무기를 들고 접근했다.

경고하는데, 수작 부려서 도망갈 생각은 마.

그분께서 뭐 때문에 화를 내신다는 건데?

용사는 갑자기 말을 더듬는 초병 호일십이를 지목했다.

난... 난... 마왕님께 충성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헛, 헛소문을... 퍼, 퍼뜨린 적 없거든!

그... 그건... 형!

호일십이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곁에 있던 형을 바라보았고, 용사는 "휙"하며 손가락을 스티녹에게 돌렸다.

나한테 무슨 죄가 있다고 그래?!

뭐라고?! 내가 뭘 의심했는데? 내가 뭘 실수했다는 건데?

용사는 갑자기 몇 발자국 물러서더니, 열린 창문으로 뛰어올랐다. 눈송이가 차가운 바람에 휩쓸려 방으로 쏟아지고 있었고, 용사의 몸도 바람 속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야! 당장 내려오지 못해! 지금 뭘 하자는 거야!

헛소리!

용사는 창턱을 잡고 예의 바르게 손을 흔들었다.

휙——

용사는 두 팔을 벌리고, 몸을 뒤로 젖혀서 넘어졌다.

스티녹&호일십이

저 녀석을 잡아! (어서, 어서 잡아!)

으아아아아——

그들은 성의 복도에서 몰래 움직이고 있었다.

억압적인 분위기는 단지 어두운 성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양쪽에서 뻗어 나오는 엄격한 감시의 눈빛에서 비롯됐다.

일단 네 말대로 할게, 하지만 절대 마왕님께는 알리지 마! 그렇지 않으면 모두 다 끝장이라고!

이런, 교활한 인간을 봤나...

비록 잠깐 "1차 승리"를 거두었지만, 이렇게 끌려가는 느낌은 여전히 불쾌했다.

<i>다행히도... 눈앞에 나타난 정원이 적절하게 분위기를 완화시켜 주었다.</i>

<i>아침 햇살이 비치고 있는 성은 어제 처음 본 때처럼 음침하지 않았고, 흰 눈에 덮인 와중에도 붉은 장미가 피어 있었다.</i>

<i>용사는 조심스럽게 꽃잎 위의 눈을 털어내고, 시든 잎을 잘라내며, 두손으로 얼어붙은 꽃을 감싸주었다.</i>

<i>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손 안의 꽃은 체온의 보살핌을 받아 활력을 되찾았고, 용사는 그제서야 장미를 꺾었다.</i>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말고, 여기 있는 장미를 다 뽑아서 밟아버려. 하나도 남기지 마! 이렇게 하란 말이야, 알겠어?

초병들은 말을 하면서 정원에 있는 장미를 힘껏 뽑아내고, 발로 짓밟았다.

방금 꽃이 만개했던 장미 정원은 순식간에 초병들의 폭력에 의해 폐허로 변해버렸다.

그런 건 따지지 말고, 입이나 다물어. 어서 다 처리하지 않으면, 그분께서 네 머리를 비틀 수 있다고!

용사는 잠시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장미를 옷깃 속에 넣었다.

너, 넌 죽고 싶어서 작정했냐? 그, 그 장미를 남기면... 마왕, 마왕님께서...

쉿! 어서 마무리하고, 저 녀석을 마왕님께 보내자고, 괜히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라고.

저 녀석을 그냥 내버려둬, 죽고 싶든 말든 상관없잖아.

초병의 말을 듣고, 용사는 폐허가 된 장미 정원을 보며, 문득 의문이 떠올랐다.

앗... 마왕님!

용사가 질문을 하기도 전에, 초병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급히 그의 뒤쪽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용사는 뒤돌아볼 필요도 없이, 그들의 '마왕님'이 지금 뒤에 서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고개를 돌리니 역시나 예상했던 것처럼, 베라의 차가운 얼굴을 보게 되었다.

규칙을 지키지 않는 자는 처벌을 면치 못하지... 넌 그 벌을 맛보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내 명령 없이는 방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말라고 말했을 텐데, 혹시 기억하나?

용사의 말을 들은 마왕은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살짝 올렸다.

무슨 수단이라도 있는 건가?

이게... 선물이라고?

장미꽃을 본 순간, 마왕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순식간에 접근했고, 손의 움직임을 보기 전에 차갑고 단단한 촉감이 목에 닿았다.

굳이 시선으로 확인하지 않았지만, 목에 날카로운 단검이 닿았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칼날이 서서히 피부 위에서 미끄러지며 움직였고 약간의 통증을 남겼다.

감히 이런 걸 선물이랍시고 나한테 들이밀다니... 정말 무심한 일인가?

내 부하들이 너에게 말하지 않았나? '장미'가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는 용사의 귓가에 속삭이며, 발끝으로 밟고 있던 장미를 천천히 짓밟았다.

어제 감옥에서 베라와 똑닮은 "마왕"이 뭔가 속삭인 것 같았지만, 그때는 미처 자세하게 분석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용사는 경직된 자세를 유지하며, 손에 든 장미를 조금 위로 올렸다. 마치 과거의 폐허 속, 고열 상태에서 불타는 붉은 머리카락을 잡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

마왕은 잠시 멍하니 동작을 멈췄다.

잠깐의 침묵을 거쳐, 원래 목에 느낄 수 있었던 차가운 압박감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칼을 내려놓았다.

여전히 자신의 처지에 대해 자신감이 넘치는군, 하지만 이런 행운은 다시 오지 않을 거야.

칼날이 인간의 손끝을 스쳐 지나갔다. "휙" 하는 소리와 함께 손에 들고 있던 장미는 베라에 의해 베어졌고, 그녀의 손끝에 가볍게 얹혔다.

그녀는 살며시 꽃잎을 용사의 얼굴에 대고 문지르며, 상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했다.

감옥으로 꺼져,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

그녀는 차갑게 명령을 내린 뒤, 난장판이 돼버린 이곳을 떠났다.

촤악!

마왕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거라!

용사는 마왕을 쫓아가려 했으나, 초병들이 무기로 앞을 가로막았고, 마침 시스템도 다시 경고를 보내기 시작했다.

베라는 용사의 부름에 아랑곳하지 않았고, 적색 빛을 띈 그녀의 뒷모습도 곧바로 눈보라 속으로 사라졌다.

이번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줄 알았던 용사는 시스템에 표시된 알림 문자를 보며 사색에 잠겼다.

"메인 스토리 임무 목표 업데이트: 계속 [마왕 베라]의 호감도를 올린다. 진행도 [임무 수령 완료] 마왕 호감도: -10 클리어 목표: 마왕 호감도 100 카운트다운: 40시간"

메인 임무 목표 업데이트: 계속하여 【마왕 베라】의 호감도를 올린다. 진행도: 【임무 진행 중】 마왕 호감도: 20 클리어 목표: 마왕 호감도 100 카운트다운: 39시간

"호감도" 수치가 몇 번 깜빡이더니, 천천히 상승하며 원래의 음수에서 20으로 바뀌었다.

쳇, 가소롭군...

마왕은 손에 쥔 이 꽃을 바라보며, 다시 앞에 놓인 또 다른 "유리 덮개"를 쳐다보았다.

검은 마법의 장벽에 의해 이루어진 투명한 장벽 속, 붉은 피처럼 선명한 장미 한 송이가 미세한 달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운명을 짊어지고, 이 성과 함께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는... 혐오스러운 "장미"였다.

보기 하찮아.

거기서 역겨운 냄새만 풍기면서, 나를 비웃는 건가? 미친 시스템?

촤악——

윽! 설마... 네가 짠 시나리오 대로 진행하지 않을까 봐 걱정하는 건가?

마왕은 의식의 바다 통증을 느꼈고, 갑자기 손에 든 장미를 힘껏 쥐고는 돌아서서 창문을 열었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손에 쥔 장미를 눈보라 속에 버릴 준비를 했다.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은 거센 눈보라로 인해 휘날리고 있었고, 선명한 적색은 손에 쥔 장미 꽃잎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마왕의 손끝 움직임은 결국 느려졌다. 그녀는 손을 놓지 못했다.

"빨갛게 타오르는... 불꽃 같아."

비수를 들어 그자의 목에 댔지만, 그는 꿋꿋이 말을 이어갔다. 마치 순수하게 꽃 한 송이를 바치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그의 눈빛에는 탐구욕이 가득했다.

우리 꼬마 지휘관이 열일하고 있네... 윽!

그녀는 계속해서 시스템의 처벌에 도전했고, 의식의 바다에서는 통증이 밀려옴과 동시에 용사가 했던 말도 함께 반복됐다.

"불은 여기 있어."

하하... 하하하...

그녀는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문득 미소를 지었다.

이 한 송이만 남겨둔다면, 저주가 한 걸음 더 다가오게 되는 걸까?

시스템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상관없어, 너도 자신이 곧 죽게 된다는 걸 모르는 모양인데 뭐.

마왕은 갑자기 손을 거두고, 거울 앞을 향해 돌아서서 용사가 선물한 장미를 머리카락에 꽂았다.

선명한 장미가 붉은 머리카락 사이에 만개했고, 용사가 말한 대로 꽃잎의 색상과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은 정말 잘 어울렸다.

좋아... 마왕은 저주받은 것들과 함께해야 마땅하니까.

관자놀이에 꽂힌 장미에서 꽃잎 하나가 떨어져 나갔고, 가볍게 아무 소리도 없이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것과 함께 시든 건 유리 덮개 안에 있는 <color=#Ff4e4eff>“그 장미”</color>였다 — 마침 꽃잎 하나가 또 조용히 떨어지고 있었다.

마왕은 고개를 숙였다.

<color=#Ff4e4eff>“그 장미”</color> 가지에 남은 꽃잎은 거의 없었고, 꽃가지 아래에는 이미 떨어진 꽃잎들로 가득했다.

꽃잎이 모두 떨어질 때, 너와 이 성의 모든 것은 함께 멸망할 것이다.

이야기가 그 진부한 시나리오 대로 계속될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그녀는 주먹을 들고 다시 한번 유리 덮개를 향해 내리쳤다. "마왕"이 된 이후로 그녀는 수없이 이 동작을 반복해왔다.

거대한 충돌 소리와 깨지는 소리가 함께 전해졌고, 그녀의 손에는 찌르는 듯한 통증이 퍼지기 시작했으며, 이어서 액체가 흐르는 따뜻한 촉감을 느꼈다.

장미가 담긴 그 유리 덮개는 여전히 멀쩡했지만, 그 옆에 있던 작은 테이블은 그녀의 강력한 타격에 네 조각으로 부서져 있었다.

이야기 전개가 날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그녀는 손끝을 천천히 두 입술 위로 스쳤고, 피가 입술을 덮으면서 곧 따뜻하고 비릿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그녀는 곧바로 손가락을 모아 입술을 사이에 두고 휘파람을 불었다.

휘익——

휘익——

멀리서 들리는 휘파람 소리가 겨울 밤과 눈송이를 가르며, 지하 감옥에 있는 그 사람의 귀에 들어갔다.

용사는 축축하고 차가운 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다가, 그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눈을 떴다.

의미를 알 수 없는 휘슬 소리가 퍼졌지만, 시스템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마왕은 거울을 바라보며 웃었다. 형체 없는 그림자가 천천히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조급할 필요 없어...

때가 되면, "그 저주"에 제대로 맞서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