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절하고 말았다.
정신이 흐릿하고 혼란스러웠다.
이곳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었다. 누워있는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에 의해 일어선 것 같기도 하고, 업혀있는 느낌도 들고……
귓가에 윙윙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자식 정말 귀찮게 구네!
……
절대 이 깃발을 쉽게 뽑아가게 두지 않겠어!
……
하, 하……아프다. 이 정도의 고통을 느껴본 게 얼마 만이더라?
아, 모르겠다. 이봐, 정신이 들어?
하…… 아직 의식은 있나 보네. 내 말 들리지?
그럼!
당장!
일어나!
흔들흔들, 무언가 내 몸에 충격을 주는 듯 몸 여기저기에서 압력이 느껴졌다.
하지만 전혀 아프지 않았고 조금의 촉감이 느껴질 뿐이었다.
[player name] 지휘관이 중상을 입어 피를 너무 많이 흘렸습니다!
긴급 상황! 응급 환자입니다! 의사 없습니까? 인간을 치료할 수 있는 구조체 없냐고요!
아…… 그래. 내가 부상을 입은 거구나.
누군가 내 상처를 치료해 주기 위해 여기까지 옮긴 거겠지.
겨우 눈을 뜬 순간 눈꺼풀 사이로 빛이 흘러들어왔다. 회색 하늘 아래 산처럼 가득 쌓인 폐기 구조체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흑…… 흑! 죽으면 안 돼요!
누군가 날 부르고 있는 듯했다.
상태를 보아하니 대규모 수술이 필요하겠어.
하, 이럴 때 무슨 묘약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안 그래?
묘약? 묘약……
일종의 강심제라고 보면 돼. 주사하는 순간 죽기 직전인 인간도 다시 되살릴 수 있지.
온 힘을 다해 손을 들었고, 힘들게 작은 소리를 내뱉었다
성대가 살짝 떨렸지만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었다.
이봐! [player name] 지휘관이 뭐라고 말을 한 것 같은데?
제대로 못 들었어. 뭘 부탁하신 건가?
일단 이것보다 여기 정말 의사는 없는 거야?
하하하.
사람들 뒤에서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 있는 붉은색 머리카락 구조체의 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됐어. 방해하지 말고 다들 비켜.
절대 이 자식이 내 앞에서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지금부터 이 의료 텐트에서 대수술을 진행할 거니까 날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전부 다 나가.
잠, 잠깐. 지금 뭐 하는 거야?
다들 나가라고. 내 말 안 들려? 꼭 무기를 들어야겠어?
하지만 그쪽도 다쳤으니까 휴식이 필요……
하, 지금 날 걱정해 주는 거야? 쓸데없는 걱정이야. 어차피 이제 임무도 끝났고, 너희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돌아가서 여기 무서운 자식이 있다고 떠들든 말든 상관없다고.
하지만 만약 방해가 된다면 바로 무력으로 제압할 테니 알아둬.
이 정도 부상이라면 수술에는 지장이 없어. 오히려 이 정도 고통은 수술할 때 정신을 잃지 않도록 도와줄 거야.
화려한 붉은색 머리카락의 구조체가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날 향해 다가왔다. 아니, 사람들이 그녀에게 길을 터주었다.
붉은색 머리카락의 여인이 내 앞에 앉았고, 흐릿한 시야 사이로 진지한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지휘관, 살고 싶은 거지?
그녀는 내 눈앞까지 다가왔다. 부드러운 머리카락 사이로 그녀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그럼 기대해. 내가 치료할 수 있어. 좀 아프긴 하겠지만……
아니, 분명 많이 아플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