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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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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라·비요·그중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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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113호 보육 구역.

먼저 소개부터 하지. 이쪽은 [player name], 공중 정원의 수석 지휘관이지. 그리고 난 지휘관을 보조하는 구조체야.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우리한테 말해.

어머, 자~ 그럼 오늘부터 우리는 보수 작업이 끝날 때까지 너희와 함께 지내며 최선을 다해 임무를 완료할 거야. 다들 잘 부탁해.

네. 도와주러 오셔서 감사합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주요 임무 지점을 소개해 드리죠……

이 보육 구역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많은 민간인들을 수용한 탓에 일손이나 물자 면에서 부족한 게 많으니 두 분이 도움을 주셔야 할 일들이 많을 겁니다.

마중을 나온 구조체는 미소를 지으며 날 향해 고개를 끄덕이더니 길 안내를 시작했다.

113호의 보육 구역을 누비는 동안 이곳에 수용된 난민들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베라는 복잡한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그들을 향해 활짝 웃으며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지만 딱히 이에 반감을 드러내는 이도 없었다. 그들은 그저 우리를 뚫어져라 바라볼 뿐이었다.

반면 베라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날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어머, 왜 그래? 지휘관? 이건 뭐 금방이라도 심장병이 발작할 것 같은 표정인데?

하.

베라는 차갑게 웃음을 짓더니 갑자기 손을 들어 내 멱살을 잡아 확 끌어당겼다.

왜? 이런 모습은 별로야?

여기는 날 알아보는 사람이 없으니 굳이 내가 누군지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야. 귀찮잖아. 뭐 그쪽이 나를 대신 소개해도 별 상관은 없지만.

하지만 그전에 이번 임무에서 그쪽이 맡은 일이 뭔지 명심하도록 해.

시스템

지금부터 임무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수행인: [player name].

이번 임무는 113호 보육 구역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해당 보육 구역은 현재 일부 기초시설이 파괴된 상태이며, 내부에 주둔 중인 정비 부대와 집행 부대의 전투력 부족으로 난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이에 [player name] 지휘관과 보조 능력을 구비한 구조체를 지원 파견하겠습니다.

지원 임무는 현지에 배치된 인원들이 미처 완료하지 못한 일을 도와주는 것이었다. 이런 임무를 담당하는 구조체들은 좋은 친화력이 필수였다. 현지의 동료들과 보육 구역의 주민들이 마음 놓고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기에 "사신"이라는 베라의 별명과 평소 보여주는 태도는 모두 임무의 방해 요소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정성을 들인 연기와 변덕스러운 행동은 단지 이번 임무에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왜? 불만있어?

그럼 조용히 해. 불만 있으면 이번 임무에 참여하지 못한 그 자식을 탓하라고.

그럼 그냥 참아. 불만 있으면 이번 임무에 참여하지 못한 그 자식을 탓하라고.

하, 그 표정은 뭐야? 별로 내키지 않는 눈치네? 재밌어.

솔직히 말할게. 바로 지금 그 표정을 보려고 흥을 좀 내본 거야.

기존의 기체는 지금 수리 중이야. 갑자기 임시 파견 임무를 받았을 때 시스템을 부숴버리고 싶었지만, 임무 담당자가 그쪽이라는 걸 듣고 참여하기로 결정했어.

이렇게 재미있는 지휘관이 옆에 있는데 어떻게 놀려먹지 않을 수 있겠어?

나 덕분에 번거로운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거나 마찬가지니 고마워하라고.

뭐, 어쨌든 다른 사람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으니, 이제 첫 번째 임무를 시작하지.

존경하는 지휘관님~

보육 구역 외곽.

고생하셨어요. 침식체들을 정리했으니 한동안은 안심할 수 있겠어요. 기초 시설 보수는 저희한테 맡기세요.

별말씀을. 우리가 해야 할 일인 걸~

정비 부대의 구조체들은 나와 베라를 둘러싸고 수집한 자원들을 정리했고, 그중 몇몇은 감사 인사를 건네왔다.

이건 브라이언의 인식표…… 그렇게 건장하던 사람이 이렇게 가벼워져서 돌아오다니……

너무 슬퍼하지 마. 이 구조체는 자신의 사명을 훌륭하게 완성했어. 이제 너는 그의 유지를 받들어 계속 싸워나가야만 해. 이 모든 건 퍼니싱이 초래한 비극이고, 우리가 싸우는 건 그런 비극을 피하기 위해서니까!

베라는 그 구조체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그녀의 표정은 매우 평온해 보였다. 마치 그 인식표의 주인을 자신이 맨손으로 분해하고 뽑아냈던 것을 잊은 것처럼…

제 말이 맞죠? 지. 휘. 관. 님?

베라는 날 향해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아 하고 싶은 말들을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다.

고맙습니다, 아가씨…

구조체는 감격스러운 얼굴로 베라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더니 작은 금속들을 챙겨 빠르게 자리를 떴고, 다른 구조체들도 물자들을 정리한 뒤 떠났다.

마지막까지 내 앞에 남은 건 주먹을 꽉 쥐고 있는 깡마른 어린 남자아이뿐이었다. 차림새를 보아하니 이곳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부랑자처럼 보였다.

어머, 꼬마야 무슨 일 있니? 도움이 필요하다면 말해. 여기 [player name] 지휘관님이 최선을 다해 너희들을 도울 테니 사양하지 마렴.

베라의 말처럼 여기 온 뒤로 정비 부대를 도와 임무를 수행하는 걸 제외하고도 보육 구역 주민들의 의뢰를 따로 받기도 했다.

아, 아니에요. 보육 구역을 위해 충분히 많은 걸 해주셨어요. 두 분께 고마워해야 한다고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딱히 드릴만 한 것도 없고. 이, 이거라도 받으세요.

어린 남자아이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날 향해 손바닥을 폈다. 주먹을 너무 꽉 쥐고 있어서인지 들꽃 한 움큼이 쭈글쭈글해진 상태였다.

난 구겨진 들꽃을 받아 조심스럽게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망설이는 표정을 보아하니 분명 뭔가 부탁할 게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의 준비를 했다. 이런 일 또한 이번 임무라고 할 수 있으니…

음…… 지휘관님은 역시 예리하시네요. 그럼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앞으로 이 보육 구역에서 계속 지낼 생각은 없으신가요?

그…지휘관님도 며칠 동안 지내보셔서 아시겠지만 여긴 물자도 부족하고 공중 정원의 지원이 필요한 곳이에요…… 그래도 풍경은 꽤 아름다워요. 맑은 물과 산도 있고 말이죠.

이 아이는 보육 구역에서 멀리 나가 본 적이 없는 게 분명했다. 이 근처는 아이의 말대로 들꽃도 피어있고 풍경도 나쁘지 않았지만 조금만 더 멀리 가면 폐기된 금속들이 쌓인 전장뿐이었다.

지금은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저희도 힘이 있어요. 저희는 지구에 남겨졌을 뿐 능력이 없는 건 아니에요. 우리도 함께 이곳을 개척해나갈 수 있다고요.

제가 이 보육 구역에 온 지도 시간이 꽤 흘렀어요. 여러분들처럼 직접 전장에서 싸울 수는 없지만 최대한 사람들을 도우려 하고 있어요. 다들 함께 노력하면 분명 이곳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머, 여기서 이 수석 지휘관님과 같이 살겠다고? 음~ 아주 좋은 아이디어네.

베라가 날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살짝 치켜뜬 눈동자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남자아이는 베라의 장난에 살짝 흔들린 듯 멈칫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저기… 누나,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면 안 돼요. 여기 있는 구조체들의 말을 들어 보니까 공중 정원에도 무서운 사람이 많다면서요?

예를 들면…… "사신"이라고 불리는 구조체도 있다던데. 다른 구조체들을 죽이는 일까지 하는 무시무시한 구조체래요.

아하.

순간, 베라의 미소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사신은 하늘을 날 수도 있고 신비로운 은신 능력도 가지고 있대요. 또 손목을 접으면 기괴한 대포가 나오기도 하고. 어쨌든…… 굉장히 무시무시한 존재래요.

하지만 이곳의 구조체들도 그 사신을 만난 적이 없대요. 그 정도 사람이라면 아마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겠죠. 공중 정원에서 누나들도 그런 사람한테 당할까 봐 걱정이 돼요……

풉……

베라는 웃음을 터트리더니 입을 틀어막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어머 어머, 아직도 그런 구조체가 있다고? 참 대단한데? 공중 정원에 그렇게 무시무시한 구조체가 있다니~

근데 꼬마야,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리도 공중 정원의 멤버로서 조심할 테니까.

우리는 아주 중요한 책임을 짊어지고 있어.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없는 몸이라고. 물론 기회가 된다면 자주 와 볼게.

음…… 아신다면 됐어요……

어린 남자아이는 입을 삐죽 내민 채 그 자리에서 서성이며 투덜거리더니 곧 자리를 떴다.

남자아이의 모습이 점차 시야에서 사라지고 베라는 그제야 손을 내렸다.

그리고 하늘을 찌를 듯한 웃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하하하! 하늘을 날고, 닌자처럼 은신술까지 쓴다고? 게다가 손목에서 대포도 나온다니 참 대단한 사신이네.

정말 너무 웃긴 소문이지 않아? 그 남자아이가 여기 남으라고 얘기한 것보다 더 웃긴 것 같아!

아이는 이곳에 주둔하고 있는 구조체의 전투력이 부족한 걸 알고 겁을 먹은 듯했다. 침식체들이 기습을 해오면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보육 구역은 언제든지 파괴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그래서 나도 이곳에 주둔하기 바라는 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 같다.

하하하하, 좋아! 아주 좋아!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더 나타나면 이 보육 구역을 부숴버리고 공중 정원으로 돌아가 버릴지도 몰라.

단말기

삐삐—— 삐삐——

아, 단말기가 울렸리는 걸 보니 또 새로운 임무가 도착했나 보네.

안 되겠다. 너무 웃겨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겠네.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저 밖에 있는 침식체들은 그쪽이 알아서 처리해.

아, 알겠어. 내가 일단 확인해 볼게. 내가 할 수 없을 것 같으면 그쪽이 알아서 해. 하하하하……

베라는 크게 웃더니 단말기를 클릭했다.

단말기 내용을 확인한 순간 얼굴에 피어있던 미소가 굳어지더니 표정이 바로 진지하게 변했다.

쯧, 실수했네. 여기 다른 의료진이 없다는 걸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니.

여기 온 지 며칠이나 지났는데 이제야 의료 임무에 배치하다니…… 젠장, 일손이 부족하면 사람을 더 파견할 것이지.

[player name], 가자. 어서.

의료 텐트로 가자.

베라는 빠르게 앞으로 걸어갔다. 내가 아무리 빨리 따라가도 적색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그녀의 뒤를 따라 텐트로 들어가 보니 베라는 자신의 몸을 소독하고 있었다.

쯧, 이렇게나 많다니. 게다가 응급조치도 엉망이야. 의학 지식이 아예 없는 건가…… 아니, 그럴 만한 조건이 없었던 거겠지.

베라는 앞머리를 귀 뒤로 넘기더니 포니테일로 깔끔하게 묶은 뒤 메스의 칼자루 끝을 입에 물었다.

응? 저걸 왜 물지? 이유가 뭔지 생각하던 그때, 그녀가 두 손을 들고 바쁘게 병상 사이를 누비는 걸 본 순간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의료 기구들 전부 챙겨서 고온에 소독해. 그리고 간이식 무균실을 설치하고…… 쯧, 인간과 구조체들이 엉망진창으로 섞여있으니 구분하는 것도 일이네.

약품도 확인하고…… 그래, 적어도 목숨이 위험할 일은 없겠네.

이봐, 뭘 보고 있어? 어서 와서 거들어. 지금 일손 부족한 거 안 보여? "존경하는 지휘관님"이라고 불러야 움직일 건가?

다시 정신을 차린 나는 임무 수첩에 적힌 내용을 숙지하고 베라를 뒤따랐다.

부상부터 확인해. 인간이든 구조체든 더 심하게 다친 쪽부터 수술을 진행해야 해. 여긴 나 혼자면 충분하니까 옆에서 기구들이나 잘 준비해. 저 폐기물들한테서 수집한 것들로 말이야.

됐어. 치료를 시작한다. 일단 이 인간 여자아이부터 시작해야겠어.

기구 준비를 마치고 베라 뒤로 다가가 보니 그녀의 팔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베라는 전장의 의사로서 수많은 구조체를 치료한 경험이 있다는 건 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난 베라가 인간 의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녀는 숙련된 손길로 수술에 필요한 모든 작업을 끝마쳤다.

빠르게 움직이는 두 팔을 보니 그제야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내 앞에 있는 이 구조체는 기체 타입을 불문하고 의료진으로서 이 보육 구역에 파견되었다는 걸 말이다.

의료진으로서 그녀는 부상자들의 몸 상태와 모든 상처들의 위험 정도를 완벽하게 알고 있었다.

그녀는 덤덤한 표정으로 시체를 해부하고 그들의 몸에서 앞으로 우리의 생존에 필요한 정보들을 획득했다.

여자아이

아—— 아악——!

——그녀는 비명소리에도 표정 변화없이 수술을 계속 진행했다.

쯧, 기준치보다 몇 배는 더 희석된 마취제를 사용하고 있다니. 살아있는 게 기적이군.

멍청하게 서 있지 말고 어서 흡입식 마취제나 가지고 와!

부족하다고? 어쩔 수 없네.

베라는 혀를 차더니 돌아서서 또 다른 수술 기구를 집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수술대 위에 있는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꼬마야, 지금 밖에 널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너도 살고 싶지?

살고 싶다면 대가를 치러야 해.

여자아이

훌쩍……훌쩍……

참아. 조금 아플 수도 있어……

아니, 분명 많이 아플 거야.

……

울부짖음과 비명소리, 병실의 잔인함은 결코 전장에 뒤떨어지지 않았다.

베라가 수술을 집도하는 모습은 처음이었지만 저런 표정은 결코 처음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메스를 움직이는 베라의 모습은 기창을 휘두를 때처럼 진지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귓가에 울리는 비명소리가 익숙해지고 점점 잦아들 때쯤 난 내 두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음을 발견했다.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서 텐트 구석에 기대어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때 검은 그림자가 내 이마 위에 나타났다.

땀이나 좀 닦아.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베라가 명료한 말투로 간단하게 명령을 내렸다.

구조체는 땀을 흘리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 차례의 고온 소독으로 인해 이마에 맺힌 수증기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보였다.

고마워요…… 언니……

손…… 손 좀 잡아주세요……

가장 먼저 치료를 받은 여자아이가 의식을 회복했다. 가장 심각한 부상을 입었던 그 여자아이는 수술 도중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정신을 잃었었다. 베라를 발견한 여자아이는 힘없이 베라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아직 움직이면 안 돼.

결국 그 손은 툭 하고 떨어졌다.

그리고 이건 상부에서 파견한 임무일 뿐이야. 상부에서 내린 임무가 그쪽을 살리는 게 아니라 시체를 해부하라는 것이었다면, 나 역시 그대로 수행했을 거야.

베라의 목소리가 딱히 크지는 않았지만, 숨기려고 하는 의도 또한 보이지 않았다. 단지 모두가 아는 사실을 설명하는 듯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상대방이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확인하지도 않고 재빨리 다가가 침대 위에서 일어나려는 여자아이를 말렸다.

베라 또한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다음 환자의 치료를 시작했다. 마치 방금 전 그 말은 그녀가 직접 한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흑…… 흑……

무서워요…… 너무 아파요……

여자아이는 낮은 소리로 훌쩍이며 손을 떨고 있었다.

매뉴얼에 따르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이의 손을 어루만지며 적당한 위로를 건네는 것뿐이었다.

아…… 고맙…… 습니다……

위로가 통한 건지 아니면 여자아이의 의식이 점점 더 흐려지기 시작한 건지, 내 손을 꼭 잡은 여자아이의 손에 힘이 풀리고 호흡도 고르게 변하더니 곧 평온하게 잠이 들었다.

여자아이의 팔이 툭 떨어지고 손가락 사이로 노란색 물체가 드러났다. 난 그제야 아이가 손에 들꽃 한 송이를 꼭 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전에 남자아이가 나에게 선물한 것과 같은 종류인 것 같았다.

의아하던 그때 베라가 갑자기 내 어깨를 토닥였다.

지휘관, 아주 좋은 위로였어.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통신으로 새로운 임무가 전달됐어. 또 적들을 제거하러 가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