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크롬·영광·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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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롬·영광·그중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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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파오스 학교 내를 잠시 거닐었다.

훈련장, 식당, 로비에서… 마지막에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안에는 황금시대의 서적이 대량으로 보존되어 있었고, 그중 상당수는 예술 협회가 기증한 것이다. 공공 기초 교육 센터에서 열람할 수 없는 서적도 여기에서 원본을 찾을 수 있었다.

——이건 머지않아 이 세계의 진실을 접하게 되는 학생들에게 주어진 특별한 대우였다.

하지만 이 서적들을 학생들은 거의 읽지 않았다. 학생들은 매일 각종 수업과 훈련에 바빴기에, 그들은 군대 체제의 3가지 모순을 암기할 수는 있었지만 기술 변혁이 몰고 올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었다.

도서관은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장소가 아닌, 자습을 하는 장소가 된 것 같았다.

행사 때문에 도서관에는 몇 명의 학생 밖에 없었기에, 크롬과 둘이 도서관에 들어가도 그들에게 아무런 주의도 기울이지 않았다.

사람은 익숙한 곳으로 돌아가면 본능적으로 신체의 기억이 되살아나기에, 나도 모르게 크롬을 2층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옛날에는 시험 때마다 도서관의 자리는 복습하는 학생들이 차지하곤 했었다.

2층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자리가 있는데, 책상 뒤에 몇 줄 있기에 그 장소를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학생들은 도서관에 올 때 선호하는 고정 위치가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가 바로 여기였다.

가는 길에 크롬은 말없이 조용히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도서관에 오자마자 여기로 데려왔지만, 크롬은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 것 같았다.

반대로 크롬도 이 경로를 잘 알았다. 방금 전 코너에서 나보다 앞서 걸었을 정도였다.

목적지에 도착한 후, 크롬은 앉지 않고 먼저 옆 책장 쪽으로 가더니 손가락으로 책을 한번 훑었다.

그 가늘고 긴 손가락이 정확하게 책의 딱딱한 부분에 놓였다. 그리고 검지에 힘을 줘 책꽂이에서 그 책을 꺼내서 맞은편 자리로 돌아가 앉아 손에 든 책을 펼쳤다.

책 표지의 제목은 원래의 글자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닳았다. 크롬의 움직임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마치 어제 절반 읽고 돌려놓은 책을 오늘 다시 익숙한 자리에서 꺼내서 읽는 것 같이 말이다.

참지 못하고 물어보았다.

크롬은 입술을 깨물었다.

어쩌면 지휘관님처럼 익숙할지도 모릅니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지금까지 서로의 익숙한 움직임으로 눈치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나뿐만 아니라 그 또한 이곳의 "단골" 이었다는 것을.

크롬은 조용히 하라는 의미로 손을 입에 가져다 댔다.

지휘관님, 도서관에서는 정숙하셔야 합니다.

나는 웃음소리를 낮추었다.

인생은 참으로 불가사의하다.

어느 날, 자신의 성장 과정과 닮았지만 전혀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을 만나다니.

옛날에 이 학교 다닐 때, 시험 전에는 항상 이곳에서 복습하는 걸 좋아했습니다.

크롬은 책을 읽으면서 낮은 목소리로 옛날이야기를 해 주었다.

맞습니다. 여기는 아는 사람이 적어 자리를 뺏길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계속 말을 이어갔다.

지휘관님도 이 장소를 알고 있으셔서 처음에 놀랐습니다.

수석으로 졸업한 지휘관님이 시험을 위해 도서관에서 밤을 새우셨다니...

죄송합니다. 직함으로만 다른 사람의 노력을 소홀히 하는 실수를 했습니다.

아니요, [player name]님이 개의치 않아도 제가 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크롬은 갑자기 책을 놓고 일어섰다.

잠시만요.

크롬은 나를 향해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더니 서둘러 떠났다.

……

객관적으로 볼 때에는 크롬이 떠난 시간은 실제로는 그리 길지 않았지만, 주관적으로는 꽤 긴 시간으로 느껴졌다.

조금 지루해지자 크롬이 떠나기 전 테이블에 남긴 책에 눈길이 갔다.

책은 크롬이 마지막으로 읽은 페이지에 열려 있었다.

——복잡한 문제에는 반드시 어딘가에 명확하고 쉽지만 틀린 답이 있다.

——미래의 이중성과 불확실성에 대한 인식은 결국, 기술혁신이 전쟁과 정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최종적으로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혁명적인 신기술은 전쟁에 응용될 뿐 아니라, 이전에 없는 규모로 사용되어 종종 예상치 못한 효과를 낳는다.

——말하자면, 이래에 일어날 모든 현상은 지금 현재가 있기 때문이며, 그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역사의 법칙이기도 하다.

이런 문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크롬이 돌아왔다.

그의 두 손에 종이컵 두 개가 있었다. 방금 자신이 본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나를 보자, 크롬은 자연스럽게 종이컵 중 하나를 내 앞으로 밀었다.

크롬이 준 종이컵을 두 손으로 들고 안의 검은 액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네, 제 "사과"입니다.

좋아하지 않을 순 있어도 분명 "그리워"할 겁니다.

밤새 복습하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학생들에게 카페인 지원은 필수적이었다.

카페를 도서관 옆에 설치하는 것은 모든 학교의 관행처럼 보였다.

확실히 가장 "적절한 사과"라고 할 수 있다.

손안에 따뜻함은 남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지난 세월의 고달픔을 증명했다.

——아니 지금은 그것을 아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크롬은 이미 그의 에스프레소를 단숨에 마셨고, 미간을 찌푸리지 않는 걸 보니 쓴맛에 습관이 된 것 같았다.

나도 역시 그의 빛나는 모습에 가려진 고달픔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손에 든 에스프레소를 단숨에 들이켰다.

두 사람은 종이컵을 한 곳에 겹쳐 놓았다.

이 책에 관심있으신가요?

크롬은 책상 위의 책을 주워 들곤 나를 향해 살짝 흔들었다.

이 책은 아마 황금시대의 책일 겁니다.

그 안에는 기술 혁신이 가져오는 영향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출간된 지 상당한 세월이 흘렀지만, 책 안에 핵심 내용은 오늘날에도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파오스를 떠나기 전에 틈만 나면 이 책을 읽었습니다. 수업 이외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했었죠.

그러나 그 당시 저는 이 글자에 담긴 사상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지금 다시 처음부터 봐야 그 속에 담겨 있는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 내가 이렇게 말할 것을 예상한 듯 크롬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