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장관의 아들이자 수석, 그리고 수많은 명예를 한 몸에 받은 사람.
천재의 존재 자체는 특별히 드문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천재의 몰락은 최고의 가십거리임이 틀림없었다.
자해적인 의식 연결 사용으로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손상을 입어 지휘관이 될 기회를 영원히 잃었고, 마지막에는 스스로 구조체가 되었다.
——그런 일들은 일부러 알아보려 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입과 입을 통해 귀에 들어왔다.
파오스 군사 지휘 학교는 구조체를 지휘하기 위한 지휘관의 양성을 위해 탄생한 학교다. 하지만 본래 지휘하는 위치에 서있어야 할 인간이 지휘 받는 체스 말이 되어 버렸다.
특별한 역원 장치를 가진 크롬은 어떤 지휘관의 속박도 받지 않는다. 하지만 "구조체"라는 사실 만으로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쉽게 평가받았다.
구조체를 강단에 올려 연설을 하게 했다.
일부 사람들이 보기에는 한 병사가 그들의 장관에 대해 손가락질을 하는 것과 같은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설령 그가 과거에 파오스의 수석일지라도.
모든 것은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무의식 중에 게임을 멈췄다.
크롬도 움직임을 멈췄다.
그렇게 하죠. 체스와 관계없는 일을 생각하면서 계속 둔다면, 그건 더 이상 진정한 체스가 아니죠.
저도 이런 기분으로 지휘관님과 체스를 두고 싶지 않습니다. 체스는... 저의 몇 안 되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수단이니깐요.
……
처음 접했을 때는 좋아하지도 싫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스미스 가문의 사람으로서 모든 분야에서 뛰어나야 했습니다.
아버지와도 가끔 체스를 둘 때가 있죠.
하지만 처음 몇 판에서는 그를 이긴 적이 없어서 매우 실망하셨죠.
그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저는 여가 시간에 죽을힘을 다해 연습했습니다.
그리고 뜻밖에도... AI와 연습하다 보니 경기로서 체스의 재미를 느꼈죠.
비록 64칸의 체스판이지만, 인류가 평생에 걸쳐도 깨달을 수 없는 가능성이 담겨 있습니다.
하나의 전술, 하나의 대책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그것을 제 취미로 지금까지 계속해 왔습니다.
지휘관님의 포인트는 거기인가요?
옛날 생각이 나서 그런지 크롬은 시선을 살짝 떨구었다.
파오스의 학생이었을 때 저는 "사교적인"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대국을 해줄 친구도 없었고요.
크롬의 말을 듣고 계속해서 말했다.
네?
...그런가요?
지휘관님이 말씀했듯이.
만약 저희가 같은 학년이고, 공교롭게도 지휘관님이 제 앞에 앉아 있었다면.
크롬은 입술을 깨물고 그 가능성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가 무심코 한 말이 그를 이렇게 오래도록 깊은 생각에 빠뜨릴 수 있다니.
잠시 후 크롬은 결론을 내렸는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에… 확실히 지휘관님의 말씀대로 우리는 그럴 겁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만약"은 없다.
서로가 이것은 단지 말로만 하는 공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 대화 주제도 여기서 끝났다.
홀로그램을 끄고 크롬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내 앞으로 와서 허리를 약간 굽히고 손을 내밀었다.
이것은 완벽한 초대의 제스처였고, 예의 바르면서도 약간의 거절도 안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 말은 제가 했어야 했습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