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이 선, e2에서 e4로.
지시가 내려지고 e2에 있는 폰이 앞으로 2칸을 나아갔다.
크롬은 미간을 찌푸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판단을 내렸다.
e7에서 e5로 이동.
따라서 e의 있는 검은색 폰을 앞으로 두 칸 이동시켰다.
양측의 폰이 중앙에서 원수와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망설임 없이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과 함께 f의 폰이 e의 폰 옆으로 이동하면서 잔뜩 찌푸려져 있던 크롬의 미간도 펴졌다.
킹즈 갬빗?
크롬은 본인만의 평가를 내렸다.
고전적인 전술이군요.
크롬의 말대로 이는 상당히 고전적인 전술이었다. 흰색은 f의 폰을 사용해 e의 폰을 유인한다. 그러나 검은색이 흰색을 테이크하면 자신도 위험에 노출된다.
크롬은 두 가지 선택밖에 할 수 없다. 킹즈 갬빗을 받아들이거나 킹즈 갬빗을 거절하거나.
e5, f4까지 테이크.
그는 전자를 선택했다.
d8, h4.
b7, b5.
체스 말이 끊임없이 바뀌고 있었다.
둘 다 리듬 있게 게임을 진행하고 있었다. 한 쪽이 지시를 하는 순간, 상대도 곧바로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갑자기 크롬은 속도를 늦추었다. 자신의 체스 말이 떨어진 후에도 다음 행동을 빠르게 말하지 않았다.
여기는 예전에 제 자리였습니다.
그런가요?
크롬은 미소를 지었다.
그에게서 풍기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는 그가 미소 짓던 순간 사라졌다.
그제서야 진짜 크롬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다.
원래 처음 만나서 해야 할 인사가 이제서야 입 밖을 튀어나왔다.
안녕하세요. [player name]님.
그렇긴 하네요.
수석이었던 지휘관님도 그 문제 추첨 시스템에서 어려움을 겪었나요?
확실히 Gestalt 시스템은 학생의 종합적인 소질에 따라 개인이 뽑힐 확률을 변동시키니까요.
크롬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
——선발된 사람은 랭스턴·스미스입니다.
——시스템이 점수를 매기는 중입니다. 다음 문제에 답하세요.
지난날 그 목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맴돌았다.
——저자가... 바로 랭스턴 스미스인가?
——정무장관의 아이이자 학생 수석, 진정한 천재, 거기에 잘생긴 얼굴까지. 하, 좋은 건 다 가졌네.
——그를 왜 초대한 거야.
——천재는 우리랑 다르다고.
……
현실의 목소리가 크롬의 회상을 끊어버렸다.
크롬은 조금 망설였지만 숨길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고개를 저었다.
방금 전까지 조금 기분이 안 좋았지만 지금은 괜찮습니다. 걱정 안 해도 됩니다.
……
크롬은 잠시 침묵했다.
크롬은 천천히 손을 뻗더니 눈앞에 홀로그램 체스 말을 집었다.
g8의 나이트를 f6으로 옮겼다.
크롬은 다시 체스 쪽으로 주의를 돌렸다.
그래서 나도 음성 명령어를 버리고 홀로그램 속 체스 말을 집었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진정한 체스판 위에서 대국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오늘 원래 지휘관님보다 먼저 연설하기로 한 사람이 저였습니다.
검은색 퀸, h4에서 h6으로 이동.
d의 흰색 폰, d2에서 d3으로 이동.
그런데 갑자기 취소가 되었어요.
검은색 나이트, f6에서 h5로 이동.
흰색 나이트, f3에서 h4로 이동.
왜냐면 그들은 구조체가 그런 자격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크롬은 차분할 말투로 얘기했고 손에 있는 퀸을 천천히 g5로 내려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