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관, 뒤를 조심해!
삐!
권총을 뽑아 민첩하게 피한 후, 주저 없이 뒤로 총을 쐈다.
삐!!
침식체의 눈에서 붉은빛이 사라지며 바닥에 쓰러졌다.
지휘관, 괜찮아?
간단하게 상처를 확인해 보니 다행히 외상만 있었다. 응급 처치를 마친 후, 아이라 쪽도 전투가 이미 끝나 있었다.
잠시나마 안전해졌지만, 침식체들이 수시로 다시 나타날 수 있어.
퍼니싱의 농도가 아직도 매우 높아.
기계 공장의 무인 작업장은 자동으로 작동하고 있기에, 재료만 있으면 더 많은 로봇을 생산할 수 있다.
아이라는 핑크색 머리에 먼지가 묻어 잿빛으로 바뀐 탓에 더 기운이 없어 보였다.
행동 전에 미리 이 기계 공장을 조사해야 할 텐데.
이건 확실히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었다.
하루 전.
예술 협회를 도와 지상에 갇힌 고고 원정대를 구조하라는 임무를 받았다.
고고 원정대는 예기치 못한 침식체의 출현으로 인해 폐허가 된 보육 구역에 갇혀있었다. 임무가 그리 복잡하지 않았기 때문에 군에서는 1명의 구조체만 파견하여 협조해 주기로 했다.
시간을 맞춰 대기실에 도착했는데, 익숙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지휘관!
내가 임무를 개시했으니까.
예술 협회에 어려움이 있으니, 당연히 내가 나서야지~ 그리고 구조체가 착지 후 임무를 수행하려면, 지휘관의 협력이 필요하잖아. 난 제일 먼저 지휘관이 떠오르던데!
지휘관이랑 단독으로 착지해서 임무를 수행하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참 좋은 기회야.
아이라는 신나하며 팔짱을 꼈다.
자, 여기!
아이라는 단말기에 있는 홀로그램 스크린을 켜고, 하나하나씩 읽었다.
예술 협회 고고 원정대의 한 분대가 지표면에서 구원 요청을 보내왔는데
그 대원들은 한 버려진 보육 구역 근처에서 문화재를 회수하다가 예상치 못한 침식체에 발목을 잡혔어.
해당 고고 원정대에는 공격형 구조체가 없기 때문에, 공중 정원으로 구원 요청을 보내왔지.
아, 뒤에 이 분대의 명단도 첨부되어 있는데 한번 확인해 볼래?
물론이지. 난 훌륭한 구조체 전사잖아.
그 근처에 기계 공장이 하나 있는데, 퍼니싱 농도가 이상 상태는 아니었어.
근처의 지형을 관찰해 본 결과, 기계 공장의 침식체가 보육 구역에 나타날 확률은 매우 낮아.
출발하자~ 지휘관. 이번 작전이 너무 기대되는걸.
임시 보호 구역. 아이라는 눈살을 찌푸리며 붕대를 대충 감은 지휘관의 손을 쳐다봤다.
아이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화제를 돌리자, 그녀는 바로 지휘관의 말에 이끌려 손목의 단말기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지휘 센터에서는 이미 우리 구조 신호를 받았고, 원인 해결을 위해 주변의 집행 부대를 기계 공장으로 파견했다고 소식을 전해왔어.
방금 지휘관이 상황을 통제해 줘서 다행이야. 나 혼자서는 그렇게 많은 고고학 대원을 보호하기 어려웠을 거야.
……
아이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지휘관의 상처에 머물렀고, 다소 침울해 보였다.
또 다른 침식체들이 이 임시 대피소로 쳐들어왔다. 파손된 기계 부품들이 공기에 노출되며 이색의 전기 불꽃이 튀고 있었다.
삐!
이런, 지원군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어.
아픈 팔다리를 움직이며 단말기에 기록된 주변 지형도를 확인했다.
아이라 혼자서는 모든 고고학 대원 보호할 수 없다. 이 폐기된 보육 구역 뒤에는 옆문이 하나 있는데, 고고학 소대가 올 때 몰고 온 소형 운송 장비가 바로 거기에 주차돼 있었다.
부상자들이 그곳으로 이송되기만 하면 일말의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선 이 침식체들의 주의부터 돌려 포위를 돌파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간단하게 이동 명령을 내린 후, 아이라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명령에 따라 달려나갔다. 아직 움직일 수 있는 대원들이 아이라를 엄호하며, 부상자들을 우측 후방으로 이전시키기 시작했다.
지형도에 따라 침식체가 돌진해 올 수 있는 경로를 막았고, 침착하게 엄폐물 뒤쪽에 서서 침식체를 향해 권총을 뽑았다.
이 번 공격만 견뎌내면, 지원군도 도착할 것이다.
전투 상태에 돌입한 아이라는 의외로 침착했고, 손에 든 광선 건랜스를 붓처럼 자유롭게 사용했다. 그녀는 몸을 돌려 적들을 피하고, 반대로 달려오는 침식체를 격퇴했다.
고고학 대원들을 포위한 적을 물리쳐야 한다. 침식체들은 총소리에 이끌려 이쪽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침식체가 이쪽에 집중하고 있을 때, 아이라는 손에 든 건랜스를 휘둘러 적을 향해 공격했다. 화려한 광선은 공중에서 빛나는 궤적을 그려내며, 마치 환상 속의 붓처럼 하늘에 아름다운 색채를 더했다.
단말기가 삐삐거리며 울렸다. 방금 전에 옆문으로 이전된 부상자의 소식이었다.
보육 구역 외곽에서 전투 소리가 들려왔다. 단말기로 수신된 정보에 따르면, 지원하러 온 집행 부대의 대원들이 이미 그 공장을 포위했다고 한다.
보육 구역 내 마지막 침식체를 물리친 후, 아이라는 서둘러 장애물을 넘어 지휘관에게로 달려왔다.
지휘관, 괜찮아?
다만 조금 전 격렬한 움직임으로 인해 상처가 다시 터져, 대충 감아둔 붕대에 다시 핏자국이 번져 나왔다.
내가 다시 처리해 줄게.
아이라는 작전 가방에서 다양한 부품과 붕대를 꺼냈지만, 쓸 만한 약품이 없었다.
낙담한 듯 기운을 잃어버린 아이라의 표정에는 드물게 막막함이 느껴졌다.
지휘관, 나...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아이라는 자신의 무릎을 껴안고 다시 한번 침묵에 빠져들었다.
땅에 떨어진 살짝 타버린 나뭇가지를 주워, 몇 번의 간단한 터치로, 만화 스타일의 아이라가 울먹이는 표정으로 더러워진 붕대에 나타났다.
아, 이런 못생긴 모습은 그리지 마.
아이라는 얼굴에 묻은 얼룩을 지우려 했지만, 손에 묻은 먼지와 순환액 때문에 오히려 더 얼룩덜룩 해졌다.
만화 스타일의 아이라가 얼룩덜룩 해진 아이라가 되었다. 얼굴을 찡그리는 모습이 지금 아이라의 표정과 거의 똑같았다.
풉.
아이라는 마침내 얼굴을 찡그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여전히 너무 기뻐 보이진 않았지만, 적어도 방금처럼 낙담한 기색은 없었다.
자신이 이전에 겪었던 위험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정말 별거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난 그냥...
아이라는 무릎을 감싸 안고, 눈을 돌렸다.
지휘관에게 착지 임무 협력을 신청한 건 나인데, 내가 지휘관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어.
임무 협력을 신청할 때, 난 지휘관을 무사히 돌려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난 결국 이번 상황을 잘 통제하지 못했어.
미리 전반 상황에 대해 조사를 하지 못했고, 심지어 지휘관이 사용할 약품조차 준비해 놓지 못했어. 나...
응..
아이라는 입술을 깨물었고, 그녀의 눈동자에는 어두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
우주 정거장의 일이 발생한 후, 회장은 세레나를 찾기 위해 고고 원정대를 만들었어.
처음에는 모두가 들떠 있었고, 이 작전을 "고래 찾기 작전"이라고 불렀었어.
고고학은 매번 예술품이 발굴되는 즐겨움을 누릴 수 있지만, 이 작전은 달랐지. "고래 찾기 작전"에서...
매번 느낄 수 있는 건 끝없는 실망뿐이었어.
아무도 불평은 하지 않았지만, 대원들의 노력이 모두 헛수고가 됐을 때, 그들의 실망감과 분노는 항상 느낄 수 있었거든.
그러다가 난 이 작전을 중단하겠다고 신청했고, 혼자서 세레나의 노래를 찾기로 결정했지.
계속해서 나와 동행하겠다는 분도 있었지만... 거절했어.
그래서 난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항상 혼자였어.
아무래도 다른 작전이나 전투와 다르다 보니, 이런 작전은...
아이라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 후의 일은 나도 잘 알고 있어.
세레나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 아이라는 혼자 지상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혼자서 싸워가며, 혼자서 움직이며, 혼자서 돌아다니며 고래가 헤엄치는 방향을 찾고 있었다.
……
아이라의 맑은 두 눈에 혼란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될까?
지휘관에게... 의지하라고?
이번 같은 경우는, 아이라 혼자서도 대부분 고고학 대원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었겠지만, 그들이 목숨을 걸고 가지고 나온 예술품들은 손상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모든 신분을 떠나서, 결국 아이라도 혼자였으니까.
풉... 참 이상한 논리네!
입으로는 이상하다고 했지만, 아이라의 표정은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래도 지휘관한테는 미안할 따름이야.
내가 지휘관에게 어떤 보상이라도 줘야 할 것 같은데?
조각상을 만들어 주는 건 어떨까?
전에 내가 지휘관에게 그려준 그림 기억나? 그 키가 221cm 되는 그림 말이야!
내가 그 그림을 조각상으로 만들어 줄게! 아니면 3D 투영 예술을 더 좋아하나? 그것도 아니면...
아이라가 더 엉뚱한 제안을 하기 전에 입을 열어, 그녀의 확산적 사고를 막았다.
첫 번째 관객?
음? 그게 무슨 보상이야~
음, 그런가?
하지만 나한테는 "보상"이라고 할 수 없는데.
왜냐하면 나에게 있어 전시회든 뭐든...
지휘관이 내 모든 작품의 첫 관객이 되어줬으면 좋겠어!
아이라의 눈은 마치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처럼 반짝였다.
그럼, 약속한 거다~!
이후에는 시간이 날 때마다 내 신작을 보러 오라고 지휘관을 초대해야겠어.
익숙한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자, 아이라는 다시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황량한 보육 구역에서, 소녀는 신나게 새로운 작품의 아이디어를 얘기했다.
방금 문득 생각난 건데, 새로운 작품 시리즈를 "둘만의 종말 여행"으로 하면 어떨까?
첫 번째 작품 주제는 이 폐기된 보육 구역으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