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아이라·만화·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아이라·만화·그중 넷

>

찬란한 불빛으로 가득한 공중 정원 연회장.

시상식 시간이 다 됐다. 연회장 배치와 참석 인원의 리스트를 보면, 예술 협회가 이번 시상식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아이라는 무대에서 발언하고 있었다. 이번 시상식을 위해 그녀는 새로운 코팅으로 갈아입었다. 머리 위엔 모자를 비스듬히 눌러썼고, 착용한 드레스는 특별한 디자인으로 인해 우아해 보이면서도 예술가의 트랜디함이 묻어났다.

지휘관! 이건 내가 신규 기체를 위해 디자인한 신규 코팅이야!

완성하자마자 제일 먼저 지휘관에게 보여주려고 입고 왔어! 어때? 특별하지?

드레스 같은 특별한 디자인으로, 우아해 보이면서도 예술가의 트렌디함을 잃지 않았어. 이번 옷깃의 디자인이 아주 마음에 들어.

예쁘지!

아이라는 가볍게 한 바퀴 돌았고, 360도로 지휘관에게 그녀가 새로 갈아입은 코팅을 보여줬다.

내 새 기체의 첫 번째 코팅인데, 소중히 여겨야지.

이 핑크색은 내가 특별히 만든 거야.

연회장의 시상대에서 아이라는 미소를 띠며 계속해서 연설하고 있었다.

이 혼란스러운 시대에, 우리는 많은 영웅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인간의 집을 되찾기 위해 스스로를 장작으로 삼아 불태웠고, 세계의 문명을 재건하기 위해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갔습니다.

우리는 아마 여러 가지의 제한 때문에, 이런 영웅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손에 든 붓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전해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기록하고, 말하고, 또 생각합니다.

그 불꽃처럼 반짝이는 영웅 정신은 예술 작품들 속에서 영원히 우리에게 나아갈 방향을 안내할 것입니다.

예술 협회에서 무대 조명을 특별히 개조한 것 같았다. 아이라가 연설하는 동안 바닥에서 흩어져 있던 황금빛 별빛이 떠올랐다.

황금빛 유광이 아이라의 눈동자에 반사되었고, 수많은 찬란한 별들이 그녀의 주위를 에워쌌다. 황금빛이 감도는 무대 속에서 아이라는 미소를 지으며 지휘관의 방향으로 손을 내밀었다.

뮤즈.

왠지 모르게 며칠 전에 봤던 고대 신화 속의 단어가 갑자기 머릿속에 떠올랐다.

지금의 아이라는 마치 신화 책에 나오는 예술을 담당하는 정령 같았다.

습관적으로 몸에 지니고 다니는 노트를 꺼낸 후, 망설임 없이 시상대 위에 있는 소녀의 모습을 간단한 선으로 그려나갔다.

시간의 흥망성쇠는 멈추지 않지만, 예술만은 영원합니다.

다음 봄에, 꽃이 다시 싹을 트는 그때, 함께 흙 속에서 솟아나는 것은 오랫동안 잃어버린 사랑과 아름다움이기를 바랍니다.

조명이 어두워지자, 주변의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지휘관의 생각을 도화지에서 끌어냈다.

아이라는 이미 연설을 마쳤고, 앨런이 무대에 서서 간단하게 마무리를 하고, 연회의 시작을 알렸다.

지휘관! 여기!

연회장 긴 테이블 옆에 있는 아이라가 지휘관을 향해 힘껏 손을 흔들었다.

무대에서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조명 온도가 너무 높았는지, 아니면 무대 뒤에서 축하주를 마셨는지, 아이라의 얼굴에는 홍조가 띠었고, 덕분에 더 빛나 보였다.

아이라는 옆 테이블에서 유사 알코올 전해액 한 잔을 들더니, 옆문으로 따라 나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옆문 밖의 작은 광장, 가로등은 이미 켜져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연회 사교에 전념하다 보니 여기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이미 매니저랑 얘기해 놨어. 문제가 있으면 매니저가 해결해 줄 거야.

이런 자리에서 지휘관을 한 번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다른 사람까지 응대하고 싶지 않아.

아이라는 눈을 가늘게 뜨며, 손가락으로 가슴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말았다.

아니면, 다른 일이 있는 건가? 지~휘~관?

헤헤, 다행이네.

근데 방금 지휘관이 내 연설에 집중하지 않던데!

이러면 안 되지. 지휘관이 온다고 해서, 내가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서 작성한 연설 내용인데!

아, 정말? 그럼 지휘관은 어떤 부분이 좋았어?

마지막 두 마디만 들었구나!

아이라는 화난 척하며 팔짱을 꼈다.

지휘관이 노트에 뭔가 쓰는 걸 봤어! 분명 새로운 작전 계획이나 지난 회의 요약 같은 걸 썼겠지!

아이라의 강렬한 눈빛 때문에 지휘관은 조용히 노트를 꺼내 방금 그림을 그린 페이지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응??

날 그리고 있었던 거야?

아이라는 매우 기뻤다. 조심스럽게 노트에서 그 페이지를 떼내어 가로등 아래에서 찬찬히 감상했다.

실력이 좀 는 것 같은데. 지휘관~

여기의 형체 처리도 참 잘했네. 저번에 문제가 됐던 투시도 개선이 됐고...

아이라는 컵에 담긴 음료를 두 모금 마시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가로등 빛에 그녀의 눈동자는 반짝이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뭔가 좀 부족해.

이렇게 환한 장면에 색깔이 없다니?

안료? 그림을 그릴 때 안료에 얽매이지 않아도 돼.

예를 들자면...

아이라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컵에 담긴 금색 액체를 그림 속 소녀의 주변에 흩뿌렸다.

찬란한 빛이 도화지에서 알록달록한 광채를 만들어내며 화려한 빛깔을 자아냈다.

색깔은 꼭 안료로만 표현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아이라는 "색"을 칠한 도화지를 보여주며, 눈동자에 비친 으쓱함을 감출 수 없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아이라는 비밀스럽게 지휘관을 향해 검지를 세우고, 그 그림을 들어 올렸다.

"치익."

불이 붙는 소리다.

타오르고 있는 주황색 불길이 점점 도화지에 가까워졌고, 불빛이 종이의 선을 흐리게 만들었다.

아이라는 그 스케치에 불을 붙였다.

신기하지?

불길은 종이 위 액체가 퍼져나간 흔적을 따라갔고, 그림 속의 소녀는 마치 불빛 속에서 춤추는 것처럼 보였다. 불빛에 알코올로 붉게 물든 아이라의 얼굴은 더욱 빛났다.

이 모든 것이 유사 알코올 전해액의 발화점과 부식성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이라는 초승달 같은 눈웃음을 지으며, 불을 끄고 도화지를 들었다.

불길에 의해 생겨난 무늬는 가로등의 빛에 비쳐 그림 속 소녀 등 뒤의 공간을 환하게 밝혀 주었다.

이 그림도 나한테 선물로 주면 안 될까?

꼭 잘 간직할게~

아이라는 지휘관이 후회할까 봐 말할 틈도 주지 않고, 그대로 그림을 몸에 지니고 있던 화구 가방에 넣었다.

어, 매니저가 나한테 메시지를 보낸 것 같은데?

근데 아직 지휘관이랑 제대로 대화도 못했는데...

응... 그렇지, 나중에 기회도 많으니까.

그럼 같이 연회장으로 돌아가자고. 이번에는 꼭 그들이 주문한 디저트를 맛봐. 정말 맛있어.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밤, 자리를 지키는 가로등이 두 사람의 뒷모습을 길게 늘어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