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아이라·만화·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아이라·만화·그중 셋

>

예술 협회의 로비에는 곳곳이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지난번 임무에서 회수한 자료를 예술 협회에 넘기고 나니, 점심시간에 가까워졌다.

예술 협회 로비를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문득 아이라를 못 본 지도 꽤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대화 기록은 며칠 전 아이라가 매니저에게 잡혀 전시 준비를 해야 돼서, 최근 며칠은 자신의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낼 거라는 내용에 머물러 있었다.

아이라의 작업실이... 예술 협회 쪽에 있었던 거 같은데...

단말기에서 전에 아이라가 자신에게 보낸 작업실 주소를 찾아냈다. 그리고 길을 물어보며 주소로 찾아갔다.

아이라의 작업실 앞에 도착하자마자, 단말기에 그녀의 메시지가 떴다.

아이라는 머리를 긁적이는 캐릭터의 이모티콘을 보내왔다. 아직도 전시회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듯했다.

아이라

지휘관, 어디 있어? 흑흑, 전시회 준비 때문에 머리가 너무 아파.

왜 전시회에는 작품만 내놓으면 안 되는 걸까!

정말이지 작업하기 너무 싫어! 지휘관이랑 같이 놀면 안 돼? 어디 있지?

아이라

응!?

작업실에서 물건들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조급한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문이 세게 열렸다.

지휘관! 정말 지휘관이네!

난 지휘관이 장난치는 줄 알았어!

아이라의 옷자락에 하얀 안료가 묻어 있는 걸 보니, 아마도 "창작 상태" 중인 듯하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에는 기쁨이 넘쳐났다.

그런 거야? 앞으로도 자주 이 근처에서 업무를 봤으면 좋겠네.

어서 들어와. 내 작업실에는 온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네.

바닥이 좀 지저분하긴 한데, 신경 쓰지 마.

그러게 왜 갑자기 나타났어. 정리할 틈도 안 주고 말이야...

아이라는 어깨에 닿은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모처럼 어색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 정도면 요즘 들어 가장 잘 정돈된 상태야. 전에 캔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만든 적이 있어서, 집안 곳곳에 여러 가지 캔 조각으로 가득했었거든.

현관에 들어서 보니, 작업실 내부가 지저분해 보이긴 했다.

사방에 튄 알록달록한 안료, 석고상에 아무렇게나 꽂힌 조화, 이상한 금속과 나무를 이어 붙인 장치, 사방으로 흩어진 액자와 화구 가방, 그중에 심지어 지휘관을 그린 미완성품도 있었다.

그건 아직 완성하지 못했어.

지휘관의 시선을 눈치챈 아이라는 재빨리 옆에서 천 하나를 꺼내어 그 미완성품을 가렸다.

그날 자료 찾을 때 파오스의 제복을 봤었는데, 지휘관이 입으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서 한 번 그려봤어.

잠깐만, 다 그리면 보여줄게. 더 이상 거기에 신경 쓰지 말아 줘. 그나저나 지휘관은 초상화를 보려고 온 거야?

영감이 떠오르면, 자연스럽게 그려지잖아.

당연하지. 얼마나 열심히 그렸는데.

다 그리면 선물로 줄게. 그레이 레이븐 소대 휴게실에 걸어둬야 해!

지휘관의 대답에 만족한 듯, 아이라는 붓을 옆에 있는 받침대에 꽂은 후 팔짱을 꼈다.

좋아. 이제 아이라 선생님이 숙제를 검사할 차례야.

요즘 그림 연습 좀 했어? 지난번에 가르쳐준 몇 가지 구도의 표현 방법은 다 익혔나?

그녀는 능글맞게 눈을 가늘게 뜨며, 마치 지휘관이 "아니"라고 대답하면, "연습을 많이 해야만 성장할 수 있다"는 사례로 날카롭게 지휘관을 채찍질할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아이라는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받지 못할 운명이었다.

어? 그럴 리가!

아이라 믿기지 않는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놀라워했다.

얼마 전에 계속 지상 임무를 수행하지 않았어? 어떻게 그림 연습할 시간이 있었지?

지상에 있을 때 많이 바쁘긴 했지만, 그래도 이동할 때 노트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 정도는 항상 있었다.

꼭 매번 잘 그린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심지어 어쩔 땐 운송 장비가 흔들려서 그림이 삐뚤빼뚤하기 그려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연필만 들었다 하면, 자꾸 자신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럼, 지휘관 상대로 시험지를 내야겠어.

아이라는 바닥에서 이젤을 하나 일으켜 위에 빈 종이 한 장으로 교체했다.

이 석고상을 한번 그려봐! 저번에 내가 강조했던 투시 관계와 명암 변화에 신경을 써줘!

한낮의 햇살이 창문을 뚫고 석고상에 비치자, 지면에 짙은 그림자가 생겼다.

창밖에 점점 시끄러워지는 사람들의 소리도, 눈 부신 빛도 점심시간이 되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네. 점심시간이네.

아이라는 오랜만에 듣는 명사를 들은 것처럼 갑자기 멍했다.

지휘관은 먹고 싶은 거 있어?

미리 사 둔 점심 도시락 안에서 스며나오는 뜨거운 증기와 함께, 풍부한 향기가 작업실 안을 가득 채웠다. 그 향기는 대예술가 아이라를 예술의 세계에서 현실의 소동 속으로 끌어들였다.

후... 냄새가 너무 좋네!

이 시간에 식사를 해야 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참 오랜만이야.

아이라는 펄쩍 뛰어, 베이 윈도에 있던 잡동사니를 모두 바닥으로 떨어뜨리며, 냅킨으로 쓸 덮개 천을 깔고, 위에 배달 용기를 이쁘게 배치해 놓았다.

뭔가 부족한 것 같은데... 맞다!

아이라는 석고상에 꽂힌 조화를 꺼낸 후, 위에 있는 알록달록한 안료를 털어 정성 들여 다른 꽃병에 꽂았다.

완벽해!

아이라는 이런 세팅에 매우 만족해 보였다.

이렇게 세련된 세팅 때문인지, 오늘 점심은 혼자 밥 먹었을 때보다 맛있는 것 같았다.

참~ 지휘관! 며칠 후에, 예술 전시 시상식이 하나 있거든. 지휘관에게도 초대장을 보냈을 텐데.

어디에 뒀더라? 아, 수납장 안에 있는 것 같아!

아무리 들어도 이런 시상식은 자신과 아무 상관 없는 것 같았다.

찾았다!

아이라는 옆에 그림이 가득 쌓여 있는 수납장을 한창 뒤지더니, 갑자기 초대장 하나를 들어 올렸다. 위에는 초대된 자의 이름, 시상식의 시간 그리고 주소가 간단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세계 정부와 예술 협회가 연합해서 함께 주최하는 꼬마 화가 대회야.

이번 대회의 주제는 "내 마음속의 영웅"이야. 집행 부대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예술 협회에서도 일부 지휘관을 게스트로 초대할 예정이거든.

난 당연히 지휘관이 제일 먼저 생각났지~ 초대장도 내가 직접 썼어.

아이라는 손에 든 초대장을 흔들며 떨어진 머리카락을 휘감았다.

어때? 시간 괜찮아? 존경하는 [player name] 지휘관?

초대장을 받아 확인해 보니, 시상식 시간이 때마침 저녁 식사 전후였다. 그날 일정을 계산해 보니, 몇 시간 정도 비울 수 있어 참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잘 됐네. 그럼 그날 시상식 장소에서 보자!

아이라는 행복에 젖은 표정으로, 분주하게 자신의 새로운 코팅 디자인 안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지난번 갑작스레 떠오른 영감에 의해 그려진 새로운 작품...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베이 윈도에 잊힌 음식이 식어가고 있었다.

아, 또 잊을 뻔...

아이라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 식사를 하다가, 또 창밖 어느 구석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바로 예술가들의 "영감이 떠오르는 상태"인 건가?

조용히 몇 걸음 물러서서 바라봤다. 창틀에 무심하게 놓인 꽃병, 창밖에 펼쳐진 푸른 천막, 베이 윈도에 앉아 있는 아이라의 모습이 창틀과 함께 어우러져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를 완성했다.

방금 아이라가 설치한 이젤과 붓은 바로 옆에 놓여 있었다. 단말기를 확인하니, 휴식 시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생각이 깊어지기도 전에 이미 도화지에 닿은 붓은 자유롭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창밖을 바라보는 옆모습, 그리고 아무렇게나 세운 다리, 소녀의 모습은 익숙하게 그려졌다.

스케치가 끝나자, 단말기가 울리며 다음 회의로 이동해야 한다고 알렸다.

아이라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 미완성품을 그대로 뒀고, 조용히 문을 닫고 아이라의 작업실을 떠났다.

"달칵"

문 닫는 소리가 아이라의 마음을 떠다니는 천막에서 작업실로 끌어왔다.

지휘관?

왜 인사도 없이 간 거야...

아이라는 베이 윈도에서 뛰어내려, 가볍게 바닥의 "장애물"을 피해 방금까지 텅 비어 있던 도화지를 봤다.

도화지에는 화려한 코팅도, 환한 미소도 없었다. 그림 속 그녀의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었고, 옷자락에는 안료와 석고가 묻어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다 먹지 못한 배달 음식 용기가 놓여 있었다.

베이 윈도에 앉은 소녀는 생각에 잠겼고, 그녀의 눈동자에는 빛이 반짝이는 것 같았다.

내가 방금... 이런 모습이었을까?

아이라는 그려진 선에 따라 그림 속 소녀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그려보았다.

내가 멍하니 있을 때 이런 모습이었구나...

오후의 햇살은 창문 사이로 어수선한 작업실에 흘러들어 아이라의 핑크빛 눈동자에 비쳤다.

앞에 놓인 도화지를 보며 아이라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