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와타나베·진명·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와타나베·진명·그중 다섯

>

사막에서 몇 시간을 달리는 동안 날이 점점 어두워졌다.

사막의 낮과 밤은 온도 차가 매우 컸다. 해가 지고 난 후에는 기온이 최저 영하 십여 도까지 떨어졌다. 인간들은 낮과 밤의 경계에서 시간을 다투며 보육 구역으로 이동해야 했다.

게다가 모래 폭풍이 잠잠해진 뒤라 가시성이 매우 낮았다. 와타나베는 약한 조명과 사막 지역에 대한 익숙함을 바탕으로 방향을 판단하고 있었다.

차 안에 있던 저항자들에게 죽음의 고비를 넘긴 기쁨은 사라지고, 현실과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겨우 탈출하긴 했지만, 앞으로 감옥에 갇혀야 한다고 생각하니 기뻐할 수가 없네.

불평하지 마. 네가 선택한 길이잖아.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어.

어휴. 나도 은혜를 원수로 갚을 생각 없어. 구해준 건 당연히 고마워해야 할 일이야. 근데 넌 감옥에 들어간 후의 삶이 두렵지 않아?

당연히 무섭지. 하지만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건 사실이잖아. 자업자득인 거야. 이제 와서 불평해 봤자 뭐가 달라지겠어.

쓸데없는 얘기 그만하자. 내일 할 일이 많으니까 빨리 자.

뒷좌석 평민들의 속삭이는 소리가 점점 줄어들면서 대부분 잠에 든 것 같았다.

탁...

지휘관은 와타나베가 운전하는 데 방해하지 않기 위해 뒷좌석의 창문을 닫았다.

괜찮아. 이 정도 소리에는 영향받지 않아.

그들도 결국 감정을 가진 보통 사람들이니까. 내가 목숨을 구해줬다고 해서 갑자기 사람이 바뀌지는 않을 거잖아.

난 그들이 나에게 감사한다거나, 은인으로 여길 거라고 기대하지 않아. 그들이 이후에 올바른 길로 돌아가길 바랄 뿐이야.

이렇게 큰 문제에 끌어들여서 미안하게 됐군.

와타나베는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운전했다. 그의 얼굴을 비추는 차의 불빛이 희미해서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와타나베의 말투에는 피곤함이 전혀 없었다. 오늘 일어난 일을 아주 평범한 하루처럼 이야기할 뿐이었다.

정말 감사 인사를 듣고 싶었다면, 너 같은 전우의 감사만으로도 충분해.

그들이 나에게 고맙다고 해도, 그게 진심인지 아니면 겉치레인지 알 수 없으니까.

그들을 구한 건 내 양심을 위해서야.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내 알 바 아니야.

하지만 너... 너희들은 달라. 너희는 나를 믿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온 거잖아.

너희가 나를 믿어주고, 내가 하는 일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 준다면, 내 고집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그래. 그들이 이 기회를 잘 잡기를 바라야지.

밤이 깊었네. 서둘러 그들을 보육 구역으로 데려가야겠어.

밤이 되면서 사막의 기온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휘관은 무의식적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여기 담요 있어. 덮어.

와타나베는 운전석 옆 수납공간에서 약하게 담배 냄새가 밴 담요를 꺼내 지휘관을 덮어주었다.

148호 보육 구역에 도착하려면 아직 한참 남았어. 좀 자둬.

잊었어? 나는 구조체라서 휴식이 필요 없어.

처음으로 혼자 임무를 수행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그렇게 참을성이 없는 것도 아니야.

차 안은 미묘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잠시 후, 와타나베가 애정 어린 말투로 말했다.

좋아. 뭘 얘기하고 싶어?

차창 밖의 별하늘은 수억 년 전 은하에서 온 빛을 반사했고, 하늘에 걸린 달은 조용히 대지 위에 서리처럼 희미한 빛을 드리웠다.

아득한 지평선에는 어떤 인공 건물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는 자연이 지배하는 영역으로, 인간의 간섭을 말없이 거부하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모래언덕들은 마치 수묵화의 그림자처럼 겹겹이 쌓여 있어서, 가까우면서도 멀게 느껴졌다.

장갑차의 밝은 헤드라이트가 유성처럼 이 언덕들 사이를 가로질러 나아가고 있었다. 탐조등이 비추는 작은 영역은 똑똑히 볼 수 있었지만, 사막의 전경을 다 볼 수는 없었다. 그 느낌이 참으로 묘했다.

뭐가? 이 사막이?

와타나베는 창문을 내렸다. 그러자 차가운 밤바람이 순식간에 차 안을 가득 채웠다.

그래. 아무도 나한테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지만,

사막의 밤이 낮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건 인정할게.

하하. 그렇게 좋으면, 망각자 주둔지에 상주하는 게 어때? 그럼, 매일 볼 수 있잖아.

바꾸고 싶은 곳이지, 도망치고 싶은 곳이 아니라고. 걱정하지 마. 그건 잘 기억하고 있어.

그럼, 이건 전쟁이 끝난 후에 다시 이야기해 보자.

담요 때문에 온몸이 따뜻해지자,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player name]?

눈꺼풀이 조금씩 무거워지더니, 지휘관은 서서히 눈을 감았다.

와타나베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마음속에 알 수 없는 안도감이 생겼다.

와타나베의 곁에 있으면, 이 허황한 꿈들이 곧 현실이 될 것만 같았다.

따뜻한 안도감에 감싸인 지휘관은 조수석에 기대어 천천히 잠이 들었다.

부드러운 꿈속으로 빠져들기 직전, 지휘관은 다정한 한마디를 들었다.

와타나베

잘 자. [player name].

눈 부신 햇살에 눈이 떠진 지휘관은 이미 보육 구역에 도착해 있었다.

운전석은 텅 비어 있었다. 보아하니 와타나베가 일부러 지휘관을 깨우지 않은 것 같았다.

차 문을 열고 내리니, 와타나베가 슈나이더 일행을 데리고, 보육 구역 문 앞의 병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와타나베 님, 148호 보육 구역의 평화를 위해 힘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사람들은 법정에 넘겨져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천만에.

참, 이번 행동에서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 [player name]이 많은 도움을 줬어. 보고서에 꼭 기재했으면 좋겠군.

[player name] 지휘관님 말인가요? 알겠습니다. 공중 정원에 제출하는 보고서에 꼭 기재하겠습니다.

인계 작업이 거의 마무리된 것 같았다.

와타나베가 보육 구역을 떠나려던 순간, 한마디도 하지 않던 슈나이더가 갑자기 그를 불러 세웠다.

와타나베. 밸러드를 따르던 사람이 그렇게나 많은데, 나 하나 없앤다고 이 모든 게 끝날 거라고 생각하나?

너는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세상이 이 모양인 이상, "저항자"들은 계속 나타날 거야!

야! 뭐라고 하는 거야? 가만히 있지 못해?

보육 구역 병사들이 다급히 달려와 슈나이더를 제압하려 했지만, 와타나베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상관없어. 몇 명이 있든, 내가 하는 일은 변하지 않아.

내 행동으로 증명해 주지. 우리가 지키려는 이상도 그렇게 약하지 않다는 걸.

와타나베는 뒤돌아보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햇빛 아래 그림자가 슈나이더의 모습과 조금씩 분리되면서 더 이상 겹치지 않게 되었다.

아. [player name]. 벌써 일어났네.

괜찮다. 너도 많이 피곤했잖아. 좀 더 쉬어.

공중 정원 쪽에서도 148번 보육 구역을 통해 너에게 연락했었대. 새로운 접속 지점을 지정해 줬는데, 내가 차로 데려다줄게.

와타나베가 시동을 걸자, 엔진 소리가 안정적으로 울렸다. 그렇게 와타나베와 지휘관은 다시 여정에 올랐다.

차 밖에는 햇빛이 쏟아지면서, 맑은 하늘과 노란 땅이 완벽한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차 안으로 불어 들어오자, 기분도 자연스레 좋아졌다.

지휘관은 자기도 모르게 어제의 약속이 생각났다.

그냥 웃어넘길 줄 알았던 농담에 와타나베가 고개를 끄덕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와타나베는 핸들을 꽉 잡고 속도를 천천히 올렸다. 강한 관성으로 인해 와타나베와 지휘관은 등받이에 밀착되었다.

와타나베

좋아. 그럼, 오아시스를 찾으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