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와타나베·진명·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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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진명·그중 여섯

벌써 세 시간이나 지났는데, 오아시스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네.

창밖의 변함없는 황사를 보는 것도 슬슬 지겨워질 무렵, 지휘관은 천천히 뒤로 기대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공중 정원에 돌아가면 뭐 할 거야?

그래. 이번 여정에서 쌓였던 피로를 좀 풀어야지.

공중 정원에는 일이 그렇게나 많아?

어쨌든 이번에 슈나이더 일당을 무사히 와해시킬 수 있었던 건 모두 네 덕분이야.

망각자는 언제든지 널 환영해.

아니. 난 쉴 시간이 별로 없어.

맞아. 너도 슬슬 그레이 레이븐 소대 대원들이 걱정 되잖아.

가볍게 웃는 와타나베가 조금은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 자신의 전장에 있는 게 맞아.

잠깐. 저건 뭐지?

일정한 속도로 계속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급정거했다. 지휘관은 눈을 뜨고 지평선 너머에 희미하게 보이는 녹색을 바라보았다.

신기루는 수평면 위에 떠 있지, 높이에 변화가 생기진 않아.

가서 확인해 보자.

와타나베는 핸들을 돌려 녹색이 보이는 방향으로 직진했다.

녹색에 가까워질수록 그 초록색의 형체가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오아시스가 와타나베와 지휘관 눈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나무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풀숲 사막여우 몇 마리가 조용히 누워 있었고, 관목 숲은 숲속 요정의 드레스 자락에 달린 레이스처럼 호수를 둘러싸고 있었다. 에메랄드빛 호수 표면은 거대한 포도 보석처럼 맑았고, 그 안에는 반짝이는 빛들이 반사되고 있었다.

오아시스에 가까이 다가가자, 몇 마리의 하얀 새들이 놀란 나머지 날아올랐다. 그 새들은 푸른 하늘을 가로지르더니 다시 숲속으로 사라졌다.

와타나베가 호수에 손을 담그자, 검은 강철로 만든 손바닥이 가볍게 잔잔한 수면을 뚫고 지나가며 물결을 일으켰다.

이번엔 진짜인 것 같군.

여기서 좀 쉬고 갈까? 호숫물이 생각보다 깨끗해.

지휘관도 몸을 굽혀 와타나베를 따라 호수에 손을 넣었다. 차가운 느낌이 몸에 서서히 스며들면서 피로를 풀어주었다.

그럼, 여기서 조금 더 쉬자. 잠깐 게으름 피운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니까.

지휘관과 와타나베는 호숫가에 앉아 이 사막 속 낙원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사막여우들은 낙원에 온 새로운 친구들을 슬쩍 보고는 다시 수풀 속에서 낮잠을 청했다.

인기척에 놀라 달아났던 물고기들도 하나둘씩 돌아오기 시작하더니, 투명한 공기 속을 날아다니는 것처럼 호수 바닥에 희미한 윤곽만 남겼다.

시끄러운 전장에 오래 있다 보면, 세상에 이렇게 조용한 곳이 있다는 사실을 자주 잊게 된다.

여기에는 퍼니싱의 침식도, 사람들 간의 끝없는 음모도, 내일을 알 수 없는 불안도 없었다. 오직 자연의 가장 원초적인 법칙이 조용히 작동하고 있을 뿐이었다.

황량한 사막 속에서도 이렇게 생명이 잉태될 수 있었다.

[player name]. 그때 네가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야.

고개를 돌린 지휘관은 진지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와타나베의 눈을 봤다. 그의 눈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어려 있었다.

난 긴 길을 걸어왔고, 많은 사람을 만났어. 하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해야 했지.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망각자의 수장이 되기로 했어. 하지만 수장이 되고 나서야 그 대가로 더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걸 깨달았지.

모두가 목숨을 걸 정도로 나를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난 항상 스스로에게 물었어. 이번 선택이 정말로 옳은지, 내가 정말로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지 말이야.

나는 정말... 그들의 희생에 보답할 수 있을까?

브루스

상실의 슬픔에 휩쓸리지 마. 와타나베.

앞만 바라봐.

난 1시간 뒤에 합류할게.

별일 없을 거야. 와타나베.

너는 내 아들이 눈앞에서 죽는 걸 지켜봤어. 그 애의 가장 친한 친구가 바로 너잖아. 그 애를 위해 싸우겠다고 했잖아. 넌 이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니?!

그럼, 내 희망은? 나처럼 버려진 수많은 병사는? 지상에 남은 사람들의 희망은?

난 여전히... 용서할 수 없지만, 음... 어쩌면 용서할 수 없었던 건 나 자신이었는지도 모르겠구나.

돌아가. 누군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기억해줘야 해.

우리가 싸웠던 걸 이 땅이 잊지 않게 해줘.

와타나베

모든 망각자는 즉시 우주 정거장에서 철수 준비한다!

망각자 구조체

알겠습니다!

와타나베 님, 철수 경로를 보내드렸습니다.

…………

"연잎밥"

마지막으로 한 가지 부탁드려도 될까요?

수장님에게 전해주세요. 문제만 일으키던 울보가...

지금은 다른 이를 보호할 수 있게 됐다고요.

바크하우스

야. 여기는 아직 네가 올 곳이 아니야!

그때 날 믿어주고... 무사히 돌아와 줘서 고맙다.

상상일 뿐이지만, 내가 또다시 실수를 저질렀고, 그 실수의 결과를 네가 홀로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 결과만큼은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오래된 명패를 쥔 와타나베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와타나베"라고 새겨진 녹슨 명패는 이 시대의 물건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와타나베가 애써 유지하던 평온한 표정 뒤에 숨겨진 불안을 감지한 지휘관은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았다.

우주 정거장에서 추락한 전투기, 풀리아 삼림 공원에서 타오르는 불꽃, 이합 재난 구역 삼림 지대 가장자리에서 싸운 병사들... 과거의 장면들이 지휘관의 머릿속을 스쳤다.

지휘관의 단호한 말을 듣자, 마치 봄이 다가와 꽁꽁 얼어붙었던 호수에 따뜻함을 불어넣은 듯 와타나베의 금빛 눈동자 속 얼음이 서서히 녹아내렸다.

와타나베의 따뜻한 손바닥은 그의 마음속 감정을 소리 없이 전달하고 있었다.

지휘관은 와타나베의 손을 잡은 뒤, 자기 손바닥으로 그의 손바닥 위에 있는 명패를 덮었다.

지휘관은 그가 내린 모든 결정이 결코 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에게 알게 해주고 싶었다.

모든 책임을 와타나베 혼자 짊어지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 언제부터인지 나도 잊어버린 것 같아.

와타나베도 지휘관의 손을 부드럽지만 확고하게 잡았다.

우리는 시작과 끝을 함께 하며, 각각의 생명에는 반드시 다른 사람들의 기대가 새겨져 있다는 것을 말이야.

우리는... 절대 외롭지 않아.

이제 이 질문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거야. 이 슬픔조차도... 생명의 무게니까.

와타나베는 지휘관의 망토에 묻은 모래를 털어주려는 듯 지휘관의 어깨를 부드럽게 두드렸다.

두드리는 와타나베의 눈에는 누구도 본 적 없는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player name]. 우리 모두 살아남아야 해.

나는 이 슬픔을 기억할 거야. 그리고 살아남은 자의 의무로서, 그들이 싸웠던 모습을 기억할 거야.

그리고 그들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지구가 그들의 기억 속 모습으로 회복되는 것을 지켜볼 거야.

나무 잎사귀를 통과한 햇빛이 와타나베의 몸에 불규칙한 빛 무늬를 만들어냈다.

와타나베의 몸이 부드러운 빛으로 감싸였고, 흩어진 햇살이 그의 머리카락 위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그럼,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리도 이곳을 잘 지켜야겠네.

그래. 이제는 더 이상 막막해할 필요 없어. 예전부터 우리가 해왔던 것처럼 하면 되니까.

와타나베는 뭔가를 결심한 듯, 물가에서 일어나 끝이 보이지 않는 들판을 바라봤다.

그리고 물가에 서 있는 지휘관을 돌아보았다. 와타나베의 눈에는 더 이상 막막함이 없었다. 이어서 그는 오래된 명패를 물속에 던졌다.

가자. [player name]. 다음 목적지를 향해.

차량이 천천히 오아시스를 떠났다. 한때 선명하게 보였던 녹색 그림자는 지평선 너머로 조금씩 멀어지더니, 결국 보이지 않는 작은 점이 되었다.

하얀 사막 위에 차가 지나간 자국은 금방 모래에 뒤덮였다.

그 오아시스는 단지 우연한 만남일 뿐이었고, 짧은 휴식이 끝나면 다시는 그곳에 발을 들일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와타나베와 지휘관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는 것은 새로운 종착점을 찾기 위함이다.

과거에 대한 모든 그리움은 그 오아시스에 남겨두고, 그것들이 숲속에서 떠오르는 빛과 함께 호수 바닥에 영원히 잠들기를 바랐다.

약속했던 내일에 도달하기 위해, 이 사막의 여행자들은 다시 모험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