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와타나베·진명·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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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진명·그중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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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하늘이 조금씩 밝아질 무렵, "저항자" 주둔지에서 기상 신호가 울려 퍼졌다.

일어나! 일어나! 수송팀 그 뚱보들 우리에게 쉴 시간을 주지 않아. 밥 먹고 싶다면 날 따라 물자 차량을 막으러 가자!

가고 싶어! 데려가 줘!

나도 가고 싶어. 나 힘세. 절대 방해되지 않을게!

새로운 물자 보급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아직 잠에서 덜 깬 평민들도 흥분하기 시작하면서 서로 가겠다고 손을 들었다.

차를 털자고? 그렇게 위험한 행동에 우리 같은 보통 사람도 함께할 수 있어?

아, 처음 와서 잘 모르지? 우리 차 털 때 다 신중하게 골라.

보육 구역의 물자 차량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어. 하나는 공중 정원의 무장 수송팀인데, 그들은 대부분 총으로 무장한 직업 군인들이라 정면으로 부딪치면 매우 위험하지.

다른 하나는 보육 구역에서 고용한 아딜레 수송 부대야. 그들은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이기 때문에 성공률이 높아. 목숨 걸고 한다면 성과를 얻을 수 있어.

우리가 터는 건 바로 후자야. 그래서 리더가 특별히 규칙을 정했지. 주둔지에 공헌한 사람만 차를 털 자격이 있어.

봐. 저 사람은 우리 주둔지 의사야. 누가 아프거나 다치면 그가 치료를 해주지. 그래서 매번 차를 털 때 그는 가지 않아도 돼. 우리가 털어온 물자에서 그의 몫을 남겨주거든.

그러니까 우리 안전은 걱정하지 말고 너희는 경비나 잘 서.

이번 물자는 짭짤해. 해내면 오늘 밤 모두가 배 터지게 먹을 수 있을 거다!

짭짤하다고? 그 옆의 148호 주둔지 거야?

하하. 역시 148호에서 탈출한 사람이라, 잘 아는구나.

알았다고 해도, 떠벌리지 마. 리더가 그의 계획을 알아채는 걸 엄청나게 싫어하거든. 뭐라고 하더라? 절외...

절외생지.

맞아. 맞아. 역시 148 출신다운걸. 나 같은 공부 못한 사람과는 다르게 머리가 참 좋네.

그럼, 난 먼저 간다. 경비 잘 서라.

막 돌아서려던 병사가 다시 뒤돌며 호주머니에서 포장이 너덜너덜한 선인장꽃 맛 쿠키 한 봉지를 꺼냈다.

참. 어젠 내가 말이 좀 심했던 것 같아. 미안해. 사과의 의미로 이 쿠키 줄게.

맛은 좀 특이하지만 먹을 수는 있어. 탄수화물 보충도 되고.

고마워.

뭘. 여기 온 이상 다 형제니까 서로 돕는 게 당연하지.

손을 흔들며 텐트 밖으로 나간 병사는 이번에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낮은 감시탑에 올라가 밖을 내다보면 끝없는 모래만 보였다. 여기에 오래 서 있으면 이 행성에 과연 식물이 존재하는지 의심이 들기도 했다.

와타나베는 그 쿠키를 받은 후로 줄곧 생각에 잠긴 듯 탑 위에 말없이 앉아 있었다.

음... 지금쯤 보급 차량을 공격하고 있겠지.

어. 보육 구역으로 향하는 보급 차량이 지금쯤 공격받고 있겠지.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자멸적인 사기극에 휘말리지 않도록, 여기서 슈나이더의 계획을 완전히 끝내야 해.

와타나베가 중얼거리듯 한 이 말은 자신에게 하는 다짐 같기도, 누군가에게 하는 약속 같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위로나 격려도 초라해질 뿐이었다. 지휘관도 잠시 침묵을 지키며 시선을 먼 곳으로 돌렸다.

머리 위에 높이 걸려 있는 뜨거운 태양은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사막과 하늘 사이의 지표면에는 실체 없는 결계처럼 희미한 열기가 떠다녔다.

그리고 결계 안에는 일그러진 붉은 암석과 이미 말라 죽은 나무, 그리고 가시로 가득 찬 선인장만 보였다.

사막여우 몇 마리가 모래 위를 빠르게 달려갔으며 작은 발자국을 남긴 뒤, 나무숲 속으로 사라졌다.

……

…………

뭐?

와타나베는 재빨리 일어났고, 지휘관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 모든 게 환각이 아니었다. 잔잔한 호수, 푸른 관목 숲 그리고 물가에서 장난치는 사막여우들까지 마치 이상향이 사막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것 같았다.

유일하게 이상한 점은 그것이 외딴섬처럼 지평선 위에 떠 있다는 점이었다.

녹색 섬의 가장자리는 희미하고 하얀 안개로 둘러싸여 있었다. 공중에 떠다니는 흰 천처럼 녹색 섬과 모래 사이를 가르고 있었다.

그 하얀 안개는 꿈과 현실을 분리하는 경계선 같았고, 그 안개로 들어가면 꿈속으로 들어갈 것만 같았다.

이건 신기루야. 걱정 마. 네 눈이 이상한 게 아니야.

오늘은 기온이 높은 데다, 여긴 사막의 중심부라 이런 식으로 완벽한 신기루가 생기기 쉬워.

조심해. 예전에 몇몇 신병들이 이런 환상 속 오아시스가 정말 있는 줄 알고 흥분해서 그쪽으로 달려간 적이 있어. 결국 저녁이 되어서야 그게 신기루임을 알아차렸고, 하마터면 사막에서 얼어 죽을 뻔했어.

운이 좋으면 신기루가 나타난 범위 몇십 킬로미터 이내에 그 실체가 있을 거야.

와타나베는 재미있는 게 떠오른 듯이 긴장했던 얼굴에 조금씩 미소가 번졌다.

관심 있다면, 다음에 같이 찾아보러 가자.

찾아본 적은 없지만... 꽤 괜찮은 사막 여행은 몇 번 했었지.

용병 캠프에서 훈련받았던 신병 시절, 휴일만 되면 몇몇 동기들과 차를 몰고 사막으로 화석을 찾으러 가곤 했어.

대부분 사막이 수억 년 전에는 태고 시절의 심해저였어. 그래서 조금만 파면 옛 소라 화석이 꽤 많이 나왔어. 한 번은 엄청나게 큰 말미잘 화석도 발견했어.

풀뿌리 하나도 내리지 못할 만큼의 사막이 몇억 년 전엔 심해저이었다고 생각하면, 인간의 역사가 참으로 짧다는 생각이 들더라.

해석이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듣기는 좋네.

몇천 년 후의 인간들이 어떤 방법을 통해, 지금 우리의 생각과 고민을 볼 수 있다면, 그들은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군.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든, 답을 얻을 수 없는 가정일 뿐이야.

어쨌든, 지금 당면한 큰 문제를 해결해야만 이 세계를 다음 세대에게 넘길 수 있어.

와타나베는 감시탑의 낮은 벽에 기대어 멀리 있는 신기루를 바라봤다. 바람이 그의 머리카락을 자유롭게 스쳐 지나가도록 놔두었다.

더운 바람이 과거의 메아리를 데려온 것처럼 와타나베의 머리카락 끝을 애틋하게 맴돌다가, 한참이 지난 후에야 바람 속으로 사라졌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벽에 기대어 멀리 바라보는 와타나베는 조금 슬퍼 보였다.

[player name]. 난 줄곧 널 존경해 왔어.

오랜 침묵 끝에, 와타나베는 마음 깊숙이 눌러뒀던 생각들을 풀어 놓으려는 듯 입을 열었다.

아무리 불합리한 일이 닥쳐도, 너는 항상 거리낌 없이 감당해 냈잖아. 책임질 필요 없는 일들까지도 떠안고 모두를 이끌었지.

퍼니싱이 존재하는 한, 이런 분쟁은 절대 끝나지 않는 걸 알아. 우리도 슈나이더 같은 권모술수가 다시 나타나지 않게 막을 방법이 없어.

인간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일지도 몰라.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똑같은 일이 반복해서 일어날 거야. 하지만 그래도...

와타나베는 병사가 건네준 그 쿠키를 꼭 쥐었다. 얇은 은박 포장지가 바람 속에서 부스럭 소리를 냈다.

그렇다 해도 나는 그들이 진정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싶어.

인간의 생존 의지가 야망을 이루는 도구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한숨을 내쉰 와타나베가 고개를 돌려 지휘관의 솔직한 눈빛과 마주 보았다.

네가 그런 성격이니까, 모든 일을 네게 맡기고 싶지 않은 거야.

넌 모든 게 네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걸 떠안으려고 하겠지.

알았어. 정말 말로는 이기지 못하겠군.

와타나베의 말투는 어쩔 수 없다는 듯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만족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 내 "협력자"는 영원히 너야.

하지만 내 지시를 꼭 따라야 해. 절대로 위험한 짓은 하지 마.

네가 위험에 처한 모습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

와타나베

최대한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

키 큰 구조체가 단호한 말투로 강조했다.

와타나베와 지휘관은 더 이상 논쟁하지 않고, 감시탑 꼭대기에 앉아 모처럼의 고요함을 만끽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생각을 충분히 이해했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깊은지 잘 알고 있었다.

이러한 신분과 입장을 초월한 솔직함이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멀리 있던 신기루가 어느새 조용히 사라졌다. 그 환상적인 오아시스는 잠시 나타났다가 다시 광활한 사막 속으로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제야 와타나베와 지휘관은 잠깐의 휴식을 마쳤고 벽 옆에서 감시탑 내부로 돌아왔으며, 오늘 밤의 대응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성공한다면, 오늘 밤 축하연에 슈나이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최대한 그와 마주치지 않도록 해야 해.

상황이 여의찮을 때, 내가 협박했다고 해. 걱정 마, 내 기회를 봐서 빠져나갈 테니까.

슈나이더가 협상할 의사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자진해서 항복한다면, 보육 구역 쪽도...

와타나베는 말하다 말고 갑자기 멈췄다.

지휘관도 갑자기 바뀐 바람의 흐름을 감지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살랑거리던 미풍이 이제는 사막을 휘젓는 격렬한 바람으로 변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날아오는 모래알과 작은 돌들이 얼굴을 스쳤다. 지휘관이 손으로 얼굴을 닦자, 손바닥에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얼굴이 갑자기 굳어진 와타나베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고, 급히 지휘관의 손을 잡고 감시탑을 빠져나갔다.

저 멀리 하늘 끝에서 거대한 갈색 먹구름이 마치 거인이 걸어오는 것처럼 작은 주둔지를 향해 천천히 내려앉고 있었다.

갈색 먹구름이 땅바닥을 훑고 지나가자, 수많은 모래가 휘몰아치며 더 큰 장막으로 변했다. 그러자 남아 있던 햇빛마저 완전히 가려버렸다.

이 광경을 마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인간은 이런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으며, 이 소용돌이에 휘말린다면 기다리는 것은 파멸뿐이라는 것을.

와타나베는 지휘관의 팔을 꽉 잡았다. 거대한 폭풍 앞에 서 있는 와타나베와 지휘관은 행성 아래에 서 있는 두 마리의 사마귀처럼 작았다.

그는 어렵게 입을 열었지만, 내뱉는 말은 모두 거센 바람 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 모래 폭풍이 오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