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와타나베·진명·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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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진명·그중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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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와타나베와 지휘관은 보육 구역에서 탈출한 유랑민으로 변장하여 "저항자"들의 주둔지로 향했다.

둘은 사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풍 망토로 얼굴을 꼭꼭 숨겼다.

똑똑...

문을 두드리자, 허술한 나무문이 거칠게 열렸다.

누구야?

우리는 보육 구역에서 탈출한 유랑민이야. 식량이 다 떨어져서...

그럼, 넌?

왜 이렇게 기침해? 몸에 문제가 있어? 우리 "저항자"는 병자가 받지 않아.

걱정 마. 큰 병은 없어. 그냥 오래 굶어서 약해진 것뿐이야.

와타나베는 망토 아래에서 일부러 바꾼 마른 의수 코팅을 내보이며 자신이 누구와도 싸울 힘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잠깐. 아직 받아준다고 한 적 없어. 어느 보육 구역에서 온 거야?

병사는 두 유랑민을 짜증 섞인 눈초리로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이런저런 사람들이 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에 익숙해졌는지, 그는 더 이상 동정심이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왜지? 거기는 음식을 잘 준다고 들었는데, 왜 탈출했지?

손에 든 무기를 꽉 쥔 병사가 얼굴에 의심과 경계심을 드러냈다.

유랑민으로 위장해 "저항자"들의 심리를 조사하는 게 목적이야. 그래서 그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위장해서 신뢰를 얻어야 해.

"저항자" 멤버들은 대부분 어쩔 수 없어서 물자 차량을 습격하는 빈민들이야. 귀족들을 가장 싫어하지는 동시에,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에게는 동정심을 보이기도 하지.

"저항자"들은 많은 물자를 약탈했지만, 필요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기도 해. 어떻게 보면 그들의 행위가 완전히 나쁜 것만은 아니야.

맞아. 배불리 먹고 잘 사는 건 소수만의 특권일 뿐,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꿈도 못 꿀 일이야.

우린 모든 걸 다 버리고 겨우 여기까지 도망쳐 온 건데, 너희까지 우릴 안 받아주면 진짜 갈 데가 없어…

겉으로 냉정해 보이던 병사도 이 말이 뭔가 마음에 와닿았는지 표정이 살짝 누그러졌다.

알았어. 알았어. 울지 마. 받아줄게.

우리는 자기 수장을 죽이는 "망각자"와 달라. 그 와타나베라는 놈은 지금쯤 자기 침대에서 편안히 자고 있을걸!

…………

뭘 멍하니 있어? 빨리 와. 식당 안내해 줄게!

병사는 계속 투덜거리며 주둔지의 시설을 간단히 소개한 뒤, 와타나베와 지휘관에게 매우 묽은 감자수프 두 접시를 건넸다.

빨리 먹어. 여긴 군식구 받지 않아. 다 먹으면 일을 배정해 줄게.

보통은 리더가 배정해 주는데, 오늘 그가 없으니 내가 배정해 줄게.

고마워. 그런데, 너희 리더는 누구야?

그의 이름은 슈나이더야. 우리는 그를 "리더"라고 불러. 예전부터 밸러드를 따랐던 충신이었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후...

병사가 탁자 위를 세게 내리치자, 원래 얕았던 수프 접시가 흔들리며, 안에 남아 있던 감자수프가 더 줄어들었다.

와타나베 일당들이 끼어들지만 않았더라도 우린 벌써 잘살고 있을 거야!

와타나베가 언급될 때면 병사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다는 걸 눈치챈 지휘관은 분위기가 더 긴장하지 않도록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싸움 잘해? 괜찮다면 매복했다가 망각자를 기습하는 소대에 들어올래?

맞아. 진통 계획이 실패한 후로 망각자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어. 슈나이더 리더는 오래전부터 이 계획을 준비해 왔어. 장비가 다 갖춰지면, 그 위선자들에게 본때를 보여줄 거야.

그럼, 넌? 마르긴 했지만 키는 꽤 크네. 몸에 문제없지?

저항자 병사는 입을 크게 벌리며 키가 큰 "유랑민"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리고 상대가 감자수프에 손도 대지 않았다는 사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미안. 나도 참여할 수 없어.

몸엔 문제가 없지만, 이런 폭력적인 행동에는 참여하고 싶지 않아.

말 속에 숨겨진 항의 의미를 알아챈 병사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야. 꺽다리. 너 무슨 뜻이야? 지금 와서 우리를 강도 취급하면서, 너 혼자 고상한 척 이런 일은 하지 못하겠다고?

하지만 와타나베는 조용히 병사를 바라볼 뿐, 병사의 질책에는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와타나베가 이 말을 한 건 개인적인 감정 때문은 아니었다.

너희들의 선택을 이해해. 어쨌든 우리도... 살기 위해서 보육 구역에서 탈출했으니까.

하지만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리는 결정과 나서서 다른 사람을 해치는 건 다르다고 생각해.

다른 더러운 일이나 힘든 일을 시키면 절대 거절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나서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일만은... 할 수 없어.

너도 처음부터 전쟁하기 위해서 "저항자"에 들어온 건 아니지?

이 말을 마치자, 좁은 식당 안은 순간 얼음처럼 차가운 침묵에 빠졌다.

고개를 든 지휘관은 와타나베의 눈빛에 담긴 뜨거운 열성과 그 밑에 숨겨진 미안함을 봤다. 그리고 와타나베가 왜 갑자기 그렇게 단호한 태도를 보였는지 즉시 이해하게 됐다.

와타나베는 이 병사의 입장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충 핑계를 대고 넘어가는 게 더 쉬울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이 순간에 진심을 말하기로 했다.

그는 이 진심이 병사들의 오랫동안 묻혀있던 양심을 일깨우기를 바랐다.

됐어. 그만해. 무슨 뜻으로 말했는지 알겠어.

병사의 목소리는 화를 참고 있는 듯 매우 낮았다. 그래서 와타나베와 지휘관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

우리 하는 일이 영예로운 건 아니지만, 하기 싫은 일을 강제로 시키지는 않아.

하기 싫으면 하지 마. 나도 발목 잡는 사람 데리고 싶지 않아. 너희는 경비나 서도록 해.

두 사람의 설명을 들은 병사는 예상외로 적대적인 태도를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이해해 줘서 고마워.

둘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병사가 예상보다 덜 냉혹한 사람이라는 것에 안도했다.

여기선 격식을 차릴 필요 없어. 모두가 다 통제받기 싫어서 보육 구역에서 나온 사람들이니까.

그리고 꺽다리. 말이 좀 거슬리긴 했지만, 솔직하게 말해줘서 좋았어. 겉으로는 친절한 척하다가 전투할 때 도망가는 겁쟁이들보다는 네가 훨씬 나아.

병사는 일어나서 다시 한번 칭찬하는 마음을 담아, 와타나베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고마워. 너 덕분에 내가 한때는 강직한 사람이었다는 걸 다시 떠올릴 수 있었어.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그만둘 수 있어.

방법은 많아. 꼭 전쟁까지 가지 않아도,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야.

그만두라고? 늦었어. 리더의 미친 계획을 멈출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지금 발을 빼려고 하더라도 리더 손에 죽을 거야.

이 모든 걸 막으려면 하늘에서 영웅이 내려와야겠지. 하지만 그렇게 좋은 일이 우리한테 일어나겠어?

병사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에는 어쩔 수 없는 무력감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날 오후 내내 와타나베와 지휘관은 주둔지에서 경비를 섰다. 그리고 해 질 녘이 될 때쯤, 그들을 이끄는 병사가 두 경비를 섰던 "유랑민"에게 텐트로 돌아가 쉬라고 했다.

새로 들어온 이들에게 제공된 숙소는 매우 허름했지만, 누구도 불평할 마음은 없었다. 밤이 되면 몇도 밖에 안 되는 이 사막에서 이불 한 장은 축복이었기 때문이다.

와타나베는 텐트에 들어오자마자 얼굴을 가리고 있던 망토를 벗었다.

작은 기름 등불을 켜자, 희미한 불빛이 텐트의 절반을 겨우 비춰주었다. 둘은 그 소중한 빛에 의지해 오늘 일어난 일을 복기했다.

흩어진 병사 몇 명이 모인 작은 조직일 줄 알았는데, 어느새 이렇게 큰 규모로 발전했네.

오늘 아침 대화를 들어보니 모두가 자발적으로 이 길을 선택한 건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이야.

대다수의 목표는 처음엔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었어. 하지만 슈나이더가 그들의 궁핍을 이용해서 그들에게 희망을 준 뒤, 동포들을 향해 무기를 겨누게 했지.

비열한 수법이지만, 예전부터 효과가 좋은 통제 방법이야.

와타나베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규모 판촉 행사를 할 정도로 식량이 풍부하던 시절에도 슈나이더 같은 교활한 자들이 전쟁을 일으켜 권력을 쟁취하려 했지.

입장, 이익 그리고 지위가 모두 달라서... 전쟁을 일으킨 이유는 정말 많아.

하지만 그 전쟁 장사꾼들 아무리 그럴싸한 이유로 전쟁을 일으켜도, 결국엔 자기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본질은 숨길 수 없어.

그리고 그들은 목적을 이룬 후, 따르던 사람들 가차 없이 버렸지.

맞아. 그래서 더더욱 슈나이더를 용서할 수 없어.

그는 과거의 시대를 직접 겪었는데,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인간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분명히 알면서도 오늘날 다시 사람 마음을 조종하는 수법을 사용했어. 그건 오로지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어.

와타나베가 주먹을 꽉 쥐고, 자신의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지휘관은 와타나베의 분노가 어디서 오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와타나베가 말한 과거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동포에게 총구를 겨누면 안 된다는 마음은 같았다.

지휘관은 가볍게 숨을 들이마신 뒤, 한결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

이런 질문을 받을 줄은 몰랐다는 듯 와타나베가 멈칫했다. 잠시 뒤, 그의 눈빛에는 드물게 그리움이 비쳤다.

말 그대로 황금처럼 빛나는 시대였지. 지금 돌이켜보면 영화관에서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들어.

그땐 모든 인간이 하나로 뭉칠 수 있다고 믿었지. 기술은 계속 발전할 거라 생각했고, 모두가 먼 우주와 미래를 바라보며 살았어. 그리고 매일 뉴스를 보면 좋은 일들만 전했어.

아무도 이런 날들이 갑자기 끝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여러 가지 조짐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런 걱정을 공상과학 영화를 너무 많이 본 후유증이라고 웃어넘기기 일쑤였지.

인간은 게슈탈트를 창조했고, 에덴이라는 낙원을 건설했으며, 영점 에너지도 파악했어. 기적을 만들고 통제하는 존재가 된 거지.

심해의 아틀란티스에서 첫 구조 신호가 들려오기 전까지 말이야.

와타나베는 일부러 이 이야기의 결말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휘관은 그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 날이 곧 올 거야. 지구를 다시 부흥시키는 게 너희 목표 아닌가?

별반 다르진 않을 거야. 문명이 존재하는 한 도시는 계속 재건될 테니까.

달라지는 건 불리는 이름뿐이야. 네가 원한다면 공중 정원을 "컨스텔레이션"이라고 불러도 되는 거지.

와타나베의 다소 엉뚱한 예시에 둘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다양한 도시를 방문해 보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게 될 거야.

결국 그 도시의 이름을 아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지도에서 그 위치를 더 빨리 찾을 수 있는지가 더 실용적이라는 걸 말이야.

와타나베는 텐트 가장자리에 놓여 있던 기름 등불을 집어 들었다. 허술하게 만든 기름 등불은 방풍 효과가 없어서, 손에 들고 있는 동안 연약한 불꽃이 계속 흔들거리며 곧 꺼질 것만 같았다.

많이 늦었다. 내일 아침에도 경비를 서야 하니까, 일찍 자자.

와타나베는 등불의 덮개를 열었, 불꽃이 밤 속에서 자유롭게 춤추도록 했다.

그는 구시대의 신화 속에서 샛별을 손에 쥐고 나아가는 두려움 없는 여행자 같았다.

와타나베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당연히 지금이지.

난 현재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야. 현재는 언제나 최고의 시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