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의 긴급 제동 시스템은 엘리베이터 통로의 중간 부분에 멈추게 했고, 두 사람은 구석에 앉아 있었다.
다행히 통신이 정상적으로 연결되어, 담당자에게 구체적인 상황을 전달했고, 상대방은 즉시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별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구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카레니나는 고장의 원인을 파악하려고, 전자 스크린의 여과탑 청사진을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삐], 왜 이런 간단한 문제를 알아채지 못한 거지?
카레니나가 제아무리 강한 구조체라 하더라도, 고강도의 작업을 지속하다 보면, 의식의 바다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카레니나는 자신의 임시 수면 캡슐을 보육 구역의 아이들에게 내줬다.
저 사람들 못 봤어?
퍼니싱의 재난에서 겨우 몸을 피했고, 적조와 이합 생물에게 살아남았지만, 재건 작업의 지연과 물자 부족으로 다시 삶이 위험해지고 있어.
아무리 많은 침식체와 괴물을 처치한다고 해도 말이야.
카레니나는 이를 악물더니, 주먹으로 옆에 있는 가드레일을 강하게 쳤다.
그들을 구했다고 하더라도, 죽음을 막을 수 없는데, 어떻게 내가 이걸 받아 들 수 있겠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재건 작업을 최대한 빨리 진행해서, 모두에게 최소한의 쉴 곳을 마련해 주는 것뿐이야.
그래서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가 없어.
힘없는 목소리의 카레니나는 고개를 숙인 채, 두 팔로 무릎을 감쌌다.
그건 내가 충분히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야.
전투든 연구든, 난 항상 과격한 방법을 사용해 왔어. 난 결코 내 결정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아! 왜냐면 우리에겐 1분 1초가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야.
나도 자신의 행동에 항상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래서 예전에 난 혼자 있는 한, 잘못을 저질러도 그 결과를 혼자 책임지면 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 더 많은 책임이 있으므로, 그 결정의 결과들도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어.
난 내 선택이 옳은 것인지, 혹시 모두에게 불행을 주는 건 아닌지, 아니면 소중한 사람이 내 잘못 때문에 상처받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돼.
형편없지. 나답지 않게, 이런 약한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네가? 장난치지 마. 넌 나보다도 무모하잖아.
옆에 있는 인간의 목소리는 평온하면서도 온화했다.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던 카레니나에게 무시하기 힘든 피로함이 밀려왔다.
내 전술이 정확한지 걱정되기도 했고, 소중한 사람들이 혹시 나 때문에 피해를 보는 건 아닌지 무섭기도 했다.
선택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감수해야 했고, 카레니나는 이를 외면한 적이 없었다.
오랫동안 카레니나의 대답을 듣지 못하던 차에,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면서, 푹신한 무언가가 기대는 것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카레니나의 감긴 두 눈과 가늘게 떨리는 속눈썹이 보였다. 그녀는 편하게 호흡하며, 단기 휴면 상태에 진입했다.
카레니나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며, 편할 수 있게 자세를 고쳐 앉았다.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그녀가 푹 쉴 수 있도록 놔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을 때쯤, 갑자기 통신 단말기에서 수신 알림음이 울렸다.
카레니나 대장님! 지휘관님! 모두 괜찮으세요?
음, 어? 내가 어쩌다.
신체 대부분을 인간에게 기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카레니나는, 휴면 상태에서 깨어나 벌떡 일어섰다.
손을 들어 통신 단말기의 영상을 가리키자, 정비 부대의 한 대원이 엘리베이터의 감시 카메라 앞에서 기웃거리고 있었다.
너야?
대장님, 저를 기억해 주시는 겁니까?
그건 됐고! 상황은 어때? 해결할 수 있겠어?
별거 아닙니다. 제게 맡겨주세요!
위대한 카레니나 대장님께서 엘리베이터에 갇혀서 나오지 못한 날이 있을 줄이야.
통신에서 갑자기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넌 왜 거기 있는 거야? 공중 정원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카레니나는 이 말을 하면서 이를 가는 것 같았다.
아, 제가 이 보육 구역에 막 도착해서 부대장과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는데, 담당자가 달려오더니, 대장님께서 여과탑에 갇혀 있다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부대장이 대장님의 상황에 매우 관심을 보이면서, 저보고 통신 연결을 유지하라고 했습니다.
나는 관심을 보인 게 아니라, 대장이 실수하는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을 뿐이야.
곰! 돌! 이!
카레니나는 바로 몸을 일으켰고, 누워있던 역원 장치도 번쩍 세워졌다. 통신이 아니었다면, 상대방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릴 것 같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힘이 너무 센 나머지 엘리베이터가 그녀의 동작으로 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아직도 활기찬 너의 모습을 보니 정말 좋네.
그래도 시간을 내서 좀 자. 네가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에게 기대어 입 벌리고 자는 모습이 정말 바보 같았거든.
단말기에서 통신 종료음이 들리면서, 카레니나의 포효는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아하하하, 대장님. 지휘관님. 제가 수동으로 계전기를 연결하겠습니다. 문에서 물러나 주십시오.
부상자가 없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여과탑에서 나가자, 담당자와 보육 구역의 주민들이 걱정하는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게 보였다.
다들 많이 걱정했습니다. 그리고 별일 없어서 다행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대장님, 서부 거점의 문제가 해결되자마자, 바로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공중 정원에 신청한 물자가 내일이면 도착해서, 재건팀이 작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과탑이 문제없이 재가동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2시간 정도면, 여과탑의 원래 효율을 회복할 것으로 보입니다.
좋아. 다른 예비용 어레이도 잊지 말고 검사해. C 구역 3호와 6호의 실행 파라미터에 문제가 조금 있어.
왜 그래?
알았으니까, 계속 앵무새처럼 말할 필요 없어!
맞아요. 대장님.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저희가 알아서 잘하겠습니다.
알았어. 그럼 필터 정비 말인데.
나는...
……
정말 이길 수가 없네. 알겠어.
그럼 너희들한테 맡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