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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받은 구조체 병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3인 1조로 흩어져, 분산된 침식체를 조금씩 포위하기 시작했다.
병사들의 화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다수의 침식체에 심각한 피해를 주지는 못했지만, 집중 사격으로 침식체를 지정된 위치의 근처까지 물러나게 할 수는 있었다.
구조체 병사들은 방아쇠를 당기는 손을 멈췄다. 총구는 계속해서 침식체를 조준하고 있었지만, 병사들은 전투가 이미 끝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갑자기 총탄의 압박이 사라지자, 바로 회복한 침식체들은 눈앞의 적을 갈기갈기 찢으려는 듯한 공격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곧 침식체들은 자신의 발밑이 꺼지는 느낌이 들었고, 모든 침식체들이 지면이 무너져 내리면서 생긴 구멍으로 빨려 들어갔다.
지휘관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많은 침식체들 때문에 지면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곳은 과거 상업 중심의 최상층으로, 황폐해진 구조는 최대 하중을 넘었을 경우, 그대로 무너져 내려, 그 위에 있는 모든 것들을 지옥으로 보내버릴 수 있었다.
카레니나의 정확한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요즘같이 총알 하나하나가 귀한 시기에, 근처 침식체들을 힘들이지 않고 해결할 수 있었다.
이 근처에 있는 침식체는 모두 정리됐습니다.
저희는 익숙해졌지만, 현재는 정비 부대가 가장 힘들 겁니다. 재건에 필요한 보급이 수송 중이긴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안정적인 거처가 없습니다.
위험한 건물을 철거한 뒤부터, 카레니나는 보육 구역을 발이 보이지 않을 만큼 동분서주했고, 휴식도 제대로 취하지 못했다.
마침, 공중 정원에 제출해야 하는 건축 재료 필요 목록에 카레니나의 서명 받아야 해서, 임무 완료 후, 찾아가 볼 예정이었다.
단말기를 열어 카레니나의 위치를 확인해 보니,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그녀의 신호를 발견했다.
쓰레기가 인간 문명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면, 지금 "언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쓰레기 더미는, 황금시대의 발전 속도 일부분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고요한 쓰레기 더미 속에서 활력이 넘치는 소녀가 갑자기 눈에 띄게 나타났다.
카레니나는 쓰레기 더미 밑에서 시커먼 판자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으쌰!
카레니나는 "에잇"하는 기합과 함께, 순식간에 거대한 판자를 빼냈고, 그 위에 쌓인 쓰레기들은 아주 살짝만 흔들렸다.
흐흠, 완벽해.
하지만 자랑스러운 것도 잠시, 움직이지 않던 쓰레기 산이 갑자기 카레니나에게 쏟아져 내렸다. 쓰레기 더미에 잠길뻔한 카레니나는 판자를 머리 위로 받치고 있어서, 다행히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외치는 목소리를 들은 듯, 쓰레기 더미 속에 파묻혀 있던 카레니나의 역원 장치가 삐죽 튀어나왔다.
그와 동시에, 카레니나가 신속하게 쓰레기 더미에서 뛰쳐나왔다.
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당연하지. 이런 게 날 다치게 할 리가 없잖아. 방금은 그냥 놀랐을 뿐이야.
카레니나는 내 앞으로 단숨에 뛰어올랐고, 그녀의 얼굴과 가까워지자, 어디에서 묻었는지 알 수 없는 먼지가 묻어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카레니나는 개의치 않는 것 같았고, 먼지를 뒤집어쓴 그녀의 두 눈이 햇빛 아래서 유난히 맑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카레니나보다 더 눈부시게 빛나고 있던 것은 손에 들린 판자였다.
어? 이거? 예전에 태양에너지를 모으는 데 사용했던 전지판이야. 태양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모은 다음에 저장할 수 있어.
요즘 저녁 날씨가 선선하잖아. 이동한 스캐빈저에게 임시 수용소가 생기긴 했지만, 난방 시설은 되어있지 않아. 그래서 이 전지판하고 쓸만한 물건들을 수집한 다음에 간단한 난방 장치를 만들어 주려고.
카레니나는 시선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모른 채, 귀밑머리를 손가락으로 말았다.
저 안에서 직접 불을 피우기에는 너무 위험하고, 화재라도 발생한다면, 정비 부대가 또 수습해야 하니깐.
카레니나는 눈을 깜빡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
네가? 이건 전투 지휘와는 달라. 머리보다 보는 눈과 관찰하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해.
손안에 들어있는 게 가치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보물"인지 "쓰레기"인지를 구별할 방법은 경험과 상상력밖에 없어.
카레니나가 말하며 발밑의 쓰레기 더미에서 보잘것없어 보이는 장치를 집어 던져주었다.
이건 에너지 전환 인터페이스야. 조금 손상되긴 했지만, 수리할 수 있을 거야.
옛날 빈민가에 있었을 때, 할아버지하고 쓰레기 더미에서 자주 보물찾기 했었어. 여러 가지 부품을 찾아다니면서, 내가 생각해도 뭔지 모를 로봇 장치를 조립하곤 했었지.
에너지 전환 인터페이스를 받은 카레니나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수리된 태양에너지 전지판에다 연결했다.
하찮은 쓰레기라도, 기술자의 수리와 개조를 통해,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보물이 될 수도 있어.
몸을 굽혀서 찾다 보니, 햇빛에 비쳐서 빛나는 물체를 발견했다. 주워서 확인해 보니, 세밀한 무늬가 있는 어떤 칩 같았다.
카레니나는 물건을 받아서 햇빛에 비춰봤다. 햇빛이 반투명한 유리를 관통하며, 일곱 빛깔의 빛으로 변했지만, 그녀는 별것 아니라고 했다.
아쉽지만, 이건 유용한 물건이 아니라 장식용 전구일 뿐이야. 기껏해야 빛만 조금 날 뿐이지. 그리고 이미 망가진 상태라 "쓰레기"나 다름없어.
카레니나에게 장식용 전구를 건네받은 난 실망한 나머지, 쓰레기 더미에 힘껏 던지려고 했다.
잠시만, 버리지 않아도 될 거 같아!
장식용 전구를 빼앗은 카레니나는 눈앞에서 자세히 관찰하며, 미소를 지었다.
주운 것도 인연이라고 할 수 있잖아. 나한테 맡겨. 내가 어둡고 작은 전구를 눈이 멀만큼 강력한 조명 장치로 개조해 볼게!
아니면, 다른데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있을 거야. 맞다. 저기다!
카레니나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건물의 그늘에서 익숙한 시설이 보였다.
맞아. 대관람차에는 다양한 색상의 전등을 사용하니깐. 이걸 설치해서 더 빛나게 해보자.
맞아. 하지만 이 대관람차는 안정적인 구조라, 방치한다고 해서 갑자기 무너지지는 않을 거야.
동력 시스템이 작동한다면, 재가동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나중에... 쳇,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잖아!
시선을 거둔 카레니나는 몸을 굽혀, 방금 쓰레기 더미에서 획득한 "전리품"을 정리했다.
하? 아니거든. 그냥 영화의 샛별에서의 그날 밤이 생각나서...
카레니나는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갑자기 몸이 굳어지면서, 얼굴이 빨개졌다.
내 얼굴이 왜 이렇게 더러워졌지?
카레니나는 전지판에 비치는 자신의 몰골을 확인한 듯, 다급하게 손으로 얼굴을 닦았다.
왜 알려주지 않았어!
그런 거 아니거든!! 이 바보야!!
내가 말을 하려고 할 때, 갑자기 보육 구역의 담당자가 이상 없이 작동하던 여과탑이 갑자기 고장 났다고 다급한 목소리로 통신을 보내왔다.
여과탑의 효율이 갑자기 떨어졌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일단 알겠어. 금방 갈게!
두 사람은 수집한 재료를 수송차에 임시로 쌓아두고, 여과탑 쪽으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