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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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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미·망성·그중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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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1001

매미가 울고 바람이 부는 여름

귓가에 시끄러운 매미 울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지휘관은 감각이 점차 돌아오면서 천천히 눈을 떴다.

지휘관, 이건 몇이야?

회색 머리의 소녀가 양손으로 권총 모양과 동그라미를 만들어, 지휘관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그러자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햇빛이 비쳐 들어와, 지휘관의 눈을 찔렀다.

지휘관은 매미 울음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인지, 아니면 햇빛이 너무 강해서인지, 뭔가를 잊어버린 것처럼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틀렸어, 70이야! 지휘관은 아직 잠이 덜 깼나 봐.

지휘관은 매미 울음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인지, 아니면 햇빛이 너무 강해서인지, 뭔가를 잊어버린 것처럼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틀렸어, 70이야! 지휘관은 아직 완전히 깨지 않았나 봐.

지휘관은 매미 울음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인지, 아니면 햇빛이 너무 강해서인지, 뭔가를 잊어버린 것처럼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빙고, 70이야! 지휘관은 이제 완전히 깼나 보네!

지휘관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지만, 눈앞의 소녀가 나나미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몸을 움직이자, 등에서 따끔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여름은 푸른 잔디가 가장 무성한 계절이자, 가장 따가운 계절이기도 했다.

지금은 세계가 종말을 맞이했어. 세계 종말이라고.

지휘관은 눈앞의 광경에 왠지 모르게 기시감이 느껴졌지만, 뭔가 미묘하게 달랐다.

지휘관은 아주 먼 어딘가, 혹은 오래전에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같은 말을 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기억은 물에 번진 잉크처럼 흐릿했다.

새가 노래하고 꽃이 향기를 내뿜던 생기 넘치는 지금 그곳은 햇살마저 살아 숨 쉬는 것 같았다.

그곳이 이른바 "종말"이라면, 황폐했던 도시와는 정반대로 활기가 넘쳤다.

이제 지휘관은 나나미랑 같이 보물을 찾으러 가야 해!

가면 기사의 우주 벨트야!

우선은 나나미랑 같이 출발하자!

그렇게 지휘관은 나나미와 함께 도시의 거리로 들어섰다. 그곳의 건물들은 웅장하고 아름다웠으며, 수정 같은 건물 사이로 빛이 반사되어 화려한 풍경을 그려냈다.

그 적막한 도시에서는 매미 울음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거~ 기~ 누~ 구~ 없~ 어?

보통 이런 질문에는 대답이 없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 "세계 종말"의 거리는 달랐다.

전자음

우주 기사 v1.0 아케이드 버전이 정식 출시되었습니다~ 우주 기사를 조종하여 우주를 항행하고, 문명을 구원할 방법을 찾아보세요.

전자음

게임을 클리어하신 유저분들은 우주 기사 벨트를 획득할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나나미의 음성에 반응해 방송이 울려 퍼지는 순간, 지휘관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다가올 모험에 대한 설렘이 가득했다.

보물이야. 임무 목표가 나타났어!

나나미는 투덜거리는 지휘관을 향해 미소를 짓더니, 지휘관의 손을 잡고, 전자음이 들리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짧은 대답을 들은 나나미는 말없이 지휘관의 손을 잡고, 전자음이 들리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전자음

두 유저분은 파노라마 시뮬레이션 헬멧을 착용해 주세요. 게임이 곧 시작됩니다~

그건 나나미도 잘 모르겠지만, 일단 <우주 기사>는 2인용 게임이야.

나나미가 스크린에 나타난 두 유저의 아이콘을 가리켰고, 지휘관을 올려다보는 그녀의 표정에는 설렘과 기대가 가득했다.

야호!

지휘관과 나나미가 헬멧을 착용하자, 눈앞의 풍경이 순식간에 바뀌며, 무한한 우주 속으로 들어왔다.

<우주 기사>는 2인용 가상 현실 모험 게임으로, 광활한 우주 공간을 실제로 누비는 듯한 감각과 함께,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우주의 풍경을 느껴볼 수 있었다.

우와, 나나미가 엄청 멀리 날아왔어.

옆에서 떠다니던 나나미는 지휘관을 뒤돌아보았고, 그녀 너머에 있던 지구는 점점 멀어져 갔다.

<우주 기사>는 우주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심우주 특유의 어둠과 무중력까지도 함께 재현했다.

그렇기에 홀로 심우주를 항행하는 고독감을 감당할 수 있는 유저는 극히 드물었다. <우주 기사>가 2인 플레이를 요구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었다.

지휘관이 내 곁에 있어서 다행이야!

나나미가 몸을 돌려 방긋 웃으며, 지휘관의 손을 잡고 자신의 곁으로 끌어당겼다.

이른바 문명의 궁극의 답을 찾는다는 것은 결국 가상의 우주 속에서 별 모양의 빛나는 점들을 수집하는 것에 불과했다.

우주 기사라는 말은 영웅주의적 색채가 강한 단어지만, 게임 자체는 오히려 느린 템포의 여행에 가까웠다.

한없이 넓은 은하를 누비고 다녀도, "답"이라고 불릴 만한 별빛은 소수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시간은 목적지도 없이 유영하는 것의 연속이었다.

얼마나 떠다녔을까, 지휘관은 문득 잡고 있던 손을 놓친 게 느껴졌고, 주변은 마침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지휘관은 한 줄기의 빛도 없이, 온 세계에 혼자만 남겨졌다.

지휘관! 여기 있어, 나나미는 바로 여기 있다구!

귓가의 소리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지만, 지휘관은 그 한 줄기 빛을 놓치지 않았다.

순간 우주에 가볍고 느린 리듬이 들려오며, 길 잃은 기사를 꿈속으로 끌어당기려 했다.

바로 그때, 공간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지휘관!!!

순간 고공에서 추락하는 아찔한 감각이 온몸을 휘감았고, 지휘관은 반사적으로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지휘관이 깨어난 것을 본 나나미는 그제야 흔들던 손을 멈추었다.

나나미의 손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그렇게 잠시 멍해 있던 그녀가 미소와 함께 다시 지휘관의 손을 꼭 움켜쥐자, 곧이어 무중력도 천천히 사라졌다.

파노라마 시뮬레이션 헬멧이 고장 난 것 같아. 나나미랑 지휘관이 클리어했는데도 지휘관은 헬멧을 벗지 않더라고. 나나미는 지휘관이 게임에 푹 빠진 건 줄 알았어!

나나미가 걱정스러운 듯 지휘관의 이마를 만져보았다.

창밖에서 매미가 울어대던 가운데, 적막에 잠긴 거리를 본 지휘관은 우주를 유람하면서 느꼈던 그 고독함을 다시 느꼈다.

아쉽게도 이건 <우주 기사>의 프롤로그일 뿐이야. 그 두 우주 기사가 과연 이 세계를 구했을까?

이 빛바랜 세계 속에서는 오직 나나미만이 밝은색을 띠고 있었다.

나나미의 순수한 눈빛을 마주하기가 부담스러웠던 지휘관은 자연스레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간단해. 나나미가 헬멧의 CPU에 연결해서, 파노라마 이미지 생성 중추가 만드는 데이터 스트림에 진입한 후, 데이터 스트림에서 분석을...

나나미는 자신이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했다는 걸 깨달은 듯,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 후, 캄캄한 우주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지휘관을 찾으면 되는 거야!

오래 걸리지는 않았어. 여기서는 1분밖에 안 지났는걸?

"여기"서는 1분이었을지 몰라도, 데이터 스트림 속에서 보낸 시간은 훨씬 더 길었을 것이다. 그렇게 지휘관이 고뇌에 빠지려던 그때, 누군가가 다시 정신을 차리게 해주었다.

어쨌든, 나나미는 지휘관이 어디에 있어도 달려갈 거야!

흥얼거리던 나나미가 브이를 하며, 장난스럽게 지휘관을 향해 윙크했다.

전자음

축하합니다! 두 분은 <우주 기사> 2인 게임의 글로벌 랭킹에서 1위를 달성하셨습니다! 상점 카운터에서 보상을 수령해 주세요~

야호!! 지휘관, 우리의 보물을 받으러 가자!

그러나...

승자를 위한 "글로벌" 랭킹에는 지휘관과 나나미, 단둘의 이름만 존재했다.

게임기 언니, 이거 왜 이래?! 왜 랭킹에 나나미랑 지휘관 둘밖에 없는 거야!

전자음

축하합니다! 두 분은 <우주 기사> 2인 게임의 글로벌 랭킹에서 1위를 달성하셨습니다! 상점 카운터에서 보상을 수령해 주세요~

사전 설정에 불과한 프로그램은 나나미의 질문에 답할 수 없었고, 그저 기계적으로 똑같은 답변만 반복할 뿐이었다.

게임기 언니, 이 게임을 아무도 안 해봤을 리가 없잖아. 그리고 분명 내부 테스트도 거쳤다고!

전자음

축하합니다! 두 분은 <우주 기사> 2인 게임의 글로벌 랭킹에서 1위를 달성하셨습니다! 상점 카운터에서 보상을 수령해 주세요~

지휘관이 전자 스크린을 보니, 텅 빈 랭킹에는 순위 하나만이 홀로 최상단에 있었다. 그 순위에는 나나미와 지휘관의 이름이 표시되어 있었고, id 코드는 000000001이었다.

거대한 오락실 안에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전자음과 길게 이어지는 매미의 울음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이 세계는 시끌벅적했지만, 지휘관과 나나미를 제외하면 대화할 수 있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다들 어디로 간 거야. 게임기 언니...

1등 보상이 이게 다는 아닌 거지? 그렇지?

챕터1071 한여름의 숨바꼭질

이런 기묘한 감각이 지휘관을 다시 찾아왔다. 귓가에 가벼운 이명이 울리며, 곧이어 매미 울음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그 와중에 나나미는 옆에서 끈질기게 질문을 이어가고 있었다.

게임기 언니, 1등 보상이 이게 다는 아닌 거지? 그렇지?

한여름의 태양이 쏟아내는 빛 속에서 나나미의 모습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녀는 전보다 조금 더 투명해진 것 같았다.

전자음

……

전자음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오늘은 휴무일이라 스태프들이 부재중입니다. 각 스태프에게 복귀 지시를 전달했으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10초 정도 지나자, 상점의 기계체들이 하나둘씩 나타나, 지휘관과 나나미의 주변을 둘러쌌다.

저는 우주 기사를 클리어하신 손님을 처음 봤습니다!

손님, 이곳에는 재미있는 게임들이 많이 있으니, 많이 즐겨주십쇼!

추가 경품은 이쪽에 있습니다.

뭐야, 다들 나나미랑 숨바꼭질하고 있었구나!

그렇게 거리는 천천히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비행차, 곳곳에 보이는 가상 스크린, 보도를 가득 메운 로봇까지 나타나면서, 이곳은 어느새 첨단 도시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점차 여러 소음에 묻혀갔고, 나나미는 즐거운 분위기에 이끌려 어딘가로 놀러 갔다.

안녕하세요.

창백한 얼굴의 청년이 모자를 벗으며, 지휘관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그 청년은 다소 엉뚱한 별명에 개의치 않는 듯 미소를 지었다.

청년이 미소로 지휘관의 인사에 답했다.

정말 아름다운 세계지 않습니까?

황금빛 햇살이 비추는 번화한 도시, 그곳은 최첨단 과학 기술이 일상이 된 세계였다.

음, 이 세계는 확실히 아름답긴 합니다. 다만...

꽤 예리하시군요.

대재난 이후, 이 행성의 원래 주인이었던 "인간"이라는 생물은 멸망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 재난 속에는 영웅이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인간들은 멸망이라는 결말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반면에 인간들의 창조물인 기계는 살아남았지만, 그것도 아주 일부에 불과합니다.

그 후 우리는 인간의 <phonetic=황금시대>가장 빛났던 시대</phonetic>를 재현했지만, 이런 헛된 행동으로는 인간을 되돌릴 수 없었습니다.

당신과 나나미라는 소녀분은 저희 상점의 가장 특별한 존재입니다. 두 분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때,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습한 공기를 걷어냈고, 그 청년은 곁에서 즐겁게 노는 회색 머리 소녀를 바라보다, 다시 지휘관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안타깝지만, 그렇습니다.

청년이 간결하게 답을 건넸다.

"그렇지 않아".

지휘관의 마음속에서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불현듯 울려 퍼졌다.

그러고는 흐릿한 기억들 사이로 상반된 결론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만약 지휘관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음, 그럴지도 모르죠.

청년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반면에 "잿빛"이 아닌 종말은 상상하기 힘든 시련이 따를지도 모릅니다.

……

그저 추측일 뿐입니다. 그나저나, 우주 기사의 경품이 있는 곳까지는 거리가 좀 있어서, 손님께서 조금 수고를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오락실을 나선 나나미와 지휘관은 함께 거리를 거닐었고, 나나미는 행복한 표정으로 자신이 찾은 "보물", 우주 기사 벨트를 껴안고 있었다.

종말의 잿더미 속에서 다시 생명이 움트며, 기계체들의 지혜로 인간 문명은 이전보다 더욱 찬란하게 재현됐다.

도시의 밤하늘은 깨끗했지만, 수많은 별은 화려한 네온사인들이 뿜어내는 불빛에 묻혀, 자취를 감추었다.

이 번영한 세계는 지휘관이 속할 곳이 아니었다.

나나미도 몰라.

나나미는 조용히 대답한 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곧 언제 그랬냐는 듯 깡충거리며 지휘관 앞으로 달려왔다.

지휘관, 지금 표정이 어떤지 알아? 못난이 호박보다도 주름이 많아.

나나미는 장난스럽게 지휘관의 심각한 표정을 따라 하더니, 곧 밝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이 세상을 구했는지는 모르지만, 나나미는...

지금 지휘관의 못난이 호박 같은 표정을 막아야 해!

나나미가 지휘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양손을 살짝 들어 올려 억지 미소를 만들어냈다.

분명 지휘관이 진심으로 웃을 수 있는 세계가 있을 거야.

왜냐하면 나나미는...

그 순간, 시간의 흐름이 점점 느려졌다. 소녀의 입술은 희미하게 움직였지만, 그 말소리는 도시의 소음 속으로 아득히 묻혔다.

곧이어 현란한 네온사인과 함께 나나미의 모습도 점차 흐릿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