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나나미·망성·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나나미·망성·그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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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1

종이에서 글자가 사라지고, 대지는 바다로부터 잊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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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지휘관~

지휘관이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 순간, 강렬한 빛이 눈을 찌르면서, 아직 잠에서 덜 깬 머리를 더욱 어지럽게 하였다.

몸을 움직이자, 단단한 철근과 땅바닥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때, 회색 머리의 소녀가 눈 부신 빛을 가려주며, 지휘관에게 미소를 지었다.

지휘관이 계속 움직이지 않자, 회색 머리의 소녀는 눈 부신 빛을 가려주며, 지휘관을 일으켰다.

이에 완전히 정신을 차린 지휘관의 눈앞에는 황폐한 폐허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휘관, 일어났구나. 이거 봐, 지금은 세계 종말이야!

바다 내음이 가득한 가운데, 지휘관은 머릿속의 소음을 떨쳐내며 몸을 일으켰고, 그와 동시에 저린 감각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그곳의 햇빛은 너무 눈부셔서 어지러울 정도였으며, 지휘관은 어째선지 뭔가를 잊어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휘관은 과거에 무언가를 오랫동안 찾아 헤맨 것 같았으며, 그 여정에서 중요한 뭔가를 잃어버린 듯했다.

그렇게 지휘관이 소중히 여겼던 것들과 그에 관한 기억들은 모두 이 종말 속에서 사라져버렸다.

지휘관?

지휘관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지만, 눈앞의 소녀가 나나미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나나미는 지휘관의 앞에서 걷고 있었으며, 그녀의 포니테일은 경쾌한 발걸음에 맞춰 통통 뛰고 있었다.

소녀가 즐거워하는 모습에 지휘관은 마음속 먹구름이 걷혔다. 그 순간 나나미의 밝은 모습은 어느 쪽이 진짜 태양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음, 왜였더라...

왠지 알겠어!

나나미는 전설의 기사, 가면 기사야. 그리고 너는 나의 지휘관이고!

세계를 구하는 신비한 영웅이란 뜻이야!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말하던 나나미는 금방이라도 출발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이제 지휘관은 나나미랑 같이 보물을 찾으러 가야 해!

가면 기사의 우주 벨트야!

나나미가 진지한 표정과 함께 낮은 목소리로 말하더니, 이내 가슴을 펴고 방긋 웃으며 지휘관의 손을 잡았다.

일단 출발하고 보자!

나나미와 함께 앞으로 걸어가자, 바다 내음이 점점 더 짙어졌다. 그렇게 소금기 묻은 바람을 따라가다 보니, 그들은 어둡고 긴 터널로 들어서게 되었다.

그 후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와 바깥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지휘관은 쏟아지는 햇살에 눈을 찌푸렸다.

포효하는 재난, 목숨 걸고 싸우는 전사, 흉측한 괴물, 사방에서 타오르는 전쟁의 불길... 지휘관은 "종말"에 있을 법한 광경을 계속 상상했다.

엄청 높아!

하지만 지휘관의 상상과는 달리, 그곳에는 버려진 건물들뿐이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거리는 반짝이는 물결에 잠겨있었으며, 바다 내음의 근원은 바로 이곳인 것 같았다.

이곳에는 분명 어깨를 나란히 했던, 어떤 대의를 위해 함께 싸웠던 누군가가 있었을 것이었다.

거~ 기~ 누~ 구~ 없~ 어?

그때, 옆에 있던 나나미가 지휘관의 의문을 대변하듯 목소리 높여 외쳤다.

나나미의 외침이 빈 거리를 따라 춤추듯 퍼져나가면서, 적막했던 도시에 그녀의 생기 넘치는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수많은 나나미가 동시에 소리치듯, 메아리가 겹겹이 울려 퍼졌다. 비록 아무도 나나미의 외침에 대답하지 않았지만, 메아리 덕분에 신기하게도 도시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지휘관이 잠시 망설이더니, 나나미를 따라 큰 소리로 외쳤다.

그들의 외침이 빈 거리를 따라 춤추듯 퍼져나갔다. 비록 아무도 그들의 외침에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도시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한 번 더!

몸을 앞으로 숙인 나나미가 볼이 부풀 정도로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두 손으로 확성기 모양을 만들어 다시 한번 큰 소리로 외쳤다.

거~ 기~ 누~ 구~ 없~ 어?

후우...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오는 건 메아리뿐이었고, 너무 힘을 준 탓인지 나나미의 볼은 빨갛게 부풀어있었다.

생기 넘치는 나나미의 볼을 꼬집자, 그녀는 참고 있던 숨을 한 번에 내쉬었다.

윽!

곧이어 몸을 돌린 나나미가 허리에 손을 얹고 지휘관을 바라보더니, 뭔가를 준비하는 듯 볼이 다시 동그랗게 부풀어 올랐다.

흥. 지휘관, 받아랏!

나나미가 곧바로 지휘관에게 반격했다. 그렇게 지휘관과 나나미는 그렇게 장난치고 웃으며, 발길을 돌려 그 높은 곳을 벗어났다.

바로 그때, 한숨 소리를 들은 나나미가 재빨리 다가와서 지휘관의 표정을 꼼꼼히 살펴봤다.

지휘관, 왜 갑자기 한숨을 쉬는 거야?

어떤 생각에 잠긴 듯한 나나미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결정했어. 나나미는 꼭 그 보물을 찾을 거야! 보물을 찾으면, 지휘관이 더 이상 한숨을 쉬지 않을지도 몰라!

나나미도 왜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찾고 보자!

나나미는 그 말과 함께 주먹을 들더니, 우주로 날아가려는 슈퍼히어로 같은 포즈를 취한 후, 이내 지휘관의 손을 잡아 함께 그곳을 떠났다.

도시에 들어서니 긴 거리는 깊디깊은 바닷물에 잠겨, 지붕만 간신히 보이는 건물들이 위태롭게 기울어져 있었다.

그곳에서는 잔잔한 물결이 폐허가 된 벽들을 어루만졌다. 지휘관은 나나미와 함께 황폐해진 도시 이곳저곳을 살펴보았지만, 사람은커녕 어떤 생명체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바다 괴물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나나미가 장난스레 혀를 내밀고는 투덜거렸다. 그렇게 지휘관과 나나미는 도시 전체를 뒤졌고, 마침내 높은 지대의 저택에서 인간이 머물렀던 유일한 흔적을 찾아냈다.

고요했던 여느 오후와 다름없이, 서늘한 바람에 커튼이 살랑거렸다. 흩어진 종이들은 춤추듯 날아올랐고, 적막한 방 안에서는 책장이 바람에 실려 넘어갔다.

그곳에서 지휘관은 누렇게 변색된 일기 한 장을 찾았고, 세월의 흔적이 담긴 그 종이의 글씨는 흐릿하게 바래있었다.

대재난 이후, 인간은 겨우 몇 명만이 살아남았고, 해수면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해수면이 높아지고 13년이 지난 지금, 나는 살던 도시를 떠났다.

해일이나 큰 재난은 없었다.

그저 고요 속에서 서서히 잠겨가는 시대일 뿐이다.

육지는 잠기고, 생태계도 천천히 붕괴했다.

우리는 이 행성에서 잊혀지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인간, 새 그리고 그녀들이 머물렀던 대지를 잊어버렸다.

나도 점점 많은 것들을 잊어버리게 되었다. 내 사랑, 내 어린 시절까지...

우주 기사 벨트와 함께, 그 우주 도시에 기억들을 두고 왔다.

세상에 정말 우주 기사가 있다면, 나를 대신해 우주 도시의 별하늘을 다시 한번 봐줬으면 한다.

노트의 주인은 그 시대의 마지막 인간 생존자였고, 끝내 병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일기장의 각 페이지에는 이런 차가운 사실들이 적혀있었다.

그때 지휘관은 나나미와 둘러본 도시의 모습이 떠올랐다. 노트에 쓰인 대로, 그곳의 건물들은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으며, 대부분의 주택가는 바닷물에 잠겼었다.

하늘을 나는 새, 바다를 헤엄치는 물고기 하나 없는 황량한 이 도시는 이끼 한 점조차 보이지 않았다.

지휘관이 방을 나서자, 바닷물이 무릎까지 차올라 있었다. 이 도시도 얼마 지나지 않아 서서히 잠길 것이었다.

지휘관?

지휘관의 망연자실한 표정을 알아차린 나나미가 주변을 정찰하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나나미는 햇빛을 듬뿍 머금기라도 한 듯, 싱그러운 봄의 향기와 포근한 온기가 느껴졌다.

엥? 왜 갑자기 이렇게 꽉 안는 거야? 나나미가 도망가기라도 할까 봐 그래?

투덜거리는 말과는 달리, 나나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지휘관의 등을 토닥였다.

...!

그렇구나. 지구 할머니는 울고 있어. 그리고 이 세계에는 나나미랑 지휘관 둘만 남은 거야.

응! 나나미랑 지휘관은 분명히 그 벨트를 찾을 거야!

나나미는 눈을 반짝이며 방금 찾은 사진을 지휘관에게 보여주었다. 사진 속의 아이는 멋진 벨트를 찬 채, 가면 기사로 변신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이건 가면 라이더와 우주 도시의 슈퍼 콜라보 버전이야! 우주 함선 모형을 벨트의 런치 슬롯에 넣으면, 변신할 수 있어.

그 작은 집 안은 누렇게 바랜 사진들과 빼곡한 메모들로 가득했다. 이는 누군가가 기억을 지키려 노력한 흔적들이었지만, 이제 집 주인은 이 행성에서 완전히 지워졌다.

떠나기 전, 지휘관은 마지막으로 책장이 펄럭이는 방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 뭐 놓고 가는 거라도 있어?

예전 주인은 이미 떠났으며, 남은 건 긴 침묵뿐이었다.

그러게. 지휘관이랑 나나미가 떠난 후에...

나나미는 입술을 깨물며, "여기도 바다에 잠길 거야."라는 뒷말을 삼켰다.

모든 사진과 메모는 바다의 품에 안겨, 점점 지구에서 잊혀질 것이었다.

나나미도 지휘관이랑 같이 기억하고 싶어.

챕터71 다시는 잊지 않기를

조수가 빠졌다.

창가에서 보니 조수가 멈추었다. 심지어는 수위를 유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썰물이 빠지고 있었다.

와아!

나나미도 신이 나서 창가로 달려왔다. 그러나 그때, 그녀에게서 희미한 빛이 나면서 몸이 조금 반투명하게 변했다.

지구 할머니가 이제 눈물을 그쳤나 봐.

눈을 한 번 더 깜빡이니 나나미의 몸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어쩌면 지휘관이 잘못 본 걸지도 몰랐다.

이제 지휘관이랑 나나미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보물을 찾으러 갈 수 있겠어!

지휘관이 멍하니 서 있던 사이, 나나미가 옆 차고에서 멋진 오토바이를 끌고 와, 시동을 걸려 했다.

지휘관, 출발하자. 우리 같이 보물 찾으러 가는 거야!

오토바이를 타고 해변 도로를 달리자, 파도가 몰고 온 바닷바람이 답답했던 마음을 날려주었다. 그때 지휘관 앞에 앉은 나나미는 온 신경을 집중해 오토바이를 몰고 있었다.

나나미가 이렇게 오토바이를 타니까 전설의 우주 기사 같지 않아?

오토바이를 타는 우주 기사도 있어! 헤헤.

나나미가 말하면서 액셀을 힘차게 당겼다.

안~ 들~ 리~ 는~ 데!

후훗, 이래야 진짜 가면 기사지!

엔진이 힘차게 울부짖고, 거센 바람이 귓가를 스쳐 가면서, 하늘을 나는 듯한 짜릿함이 온몸을 감돌았다.

그 순간, 오토바이가 갑자기 심하게 흔들렸다.

지휘관, 여긴 다 산길이라 나나미를 잘 잡아야 해.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이곳에 있던 인간들은 결국 산으로 피난한 것 같아.

도로변의 가드레일은 구간별로 높낮이가 제각각이었고, 일부는 물에 잠겨있기도 했다.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도로 자체도 계속해서 높게 증축된 모양이었다.

응! 이 속도라면, 해 지기 전에 우주 도시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그곳은 생태계가 점점 무너지면서 갈매기조차 볼 수 없게 됐다.

석양빛이 나나미와 지휘관의 그림자를 끝없이 늘어뜨렸고, 두 외로운 영혼은 이 황량한 세계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였다.

지휘관이 아래를 내려다보자, 반짝이는 바닷물 속으로 건물들이 희미하게 보였다. 일기장의 주인이 한 말처럼 지구의 문명은 지구에서 잊혀지고 있었다.

그렇게 오토바이는 해 질 무렵 해변에 도착했다.

이상하네. 좌표로 보면 여기에 벨트가 묻혀있어야 하는데.

나나미가 눈썹을 찌푸린 채, 색이 바랜 지도를 골똘히 들여다보았다. 지도에는 적색 원으로 한 지점이 표시되어 있었으며, 그곳은 과거에나 육지였던 곳이었다.

알았어! 나나미, 잠수 모드!

또다시 지휘관의 손을 잡은 나나미가 바다를 향해 달려갔다.

그 순간, 방호복의 잠수 기능이 작동되면서, 나나미가 지휘관을 이끌고 함께 푸른 바다로 잠수했다.

그렇게 인간 문명을 간직한 우주 도시의 잔해들은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소리 없이 지구에서 잊혀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나미는 평범한 폐허에서 부식된 금속 케이스 하나를 파냈고, 곧바로 지휘관을 향해 환희에 찬 거품들을 뿜어냈다.

케이스 안에는 우주 기사 벨트가 들어있었다. 다행히도 그 벨트는 바닷물에 부식되지 않았고, 신기하게도 이 행성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지휘관, 나나미는 지휘관이랑 함께한 이 시간이 정말 좋았어!

보물을 찾아 해변으로 올라온 나나미와 지휘관은 함께 모래사장을 거닐었다.

계속 상승하는 해수면과 해변을 조금씩 집어삼키는 파도에 형용할 수 없는 공허함이 가슴 한편을 가득 채웠다.

그런데, 나나미는 자꾸 뭔가를 놓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나나미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지만, 짙게 드리운 구름에 가려 별들을 볼 수 없었다. 비록 벨트는 찾았지만, 주인을 위해 별하늘을 보여주진 못한 것이었다.

그 순간, 웅장한 천둥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면서, 지휘관은 마음속으로 묘한 예감이 들었다. 이는 봄의 천둥소리였으며, 어쩌면 머지않아 만물이 다시 소생하게 될지도 몰랐다.

힘들게 벨트를 찾았는데, 지휘관은 빌고 싶은 소원이 있어?

나나미가 미소를 지으며 지휘관 쪽으로 몸을 돌린 후, 두 손으로 "카메라"를 만들어, 지휘관을 "촬영"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