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나나미·요성·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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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미·요성·그중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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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바닷바람이 짠 냄새를 풍기며 후각을 자극했고, 요람처럼 편안한 흔들림이 나를 깨웠다. 눈을 떠보니 앞은 온통 파랬다.

지구상의 생명은 바다에서 기원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하늘과 육지가 생명의 금지 구역이었을 때, 바다는 치명적인 광선을 막아, 생명을 시작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생명은 바다에서 수십억 년 동안 변화하며 발전했다. 우연히도 해안을 두드리는 조수는 그녀의 아이를 지상으로 보냈고, 육지 생물의 조상이 되었다.

지상에 남은 생물들은 냉혹한 시련을 거쳐, 환경에 적응하고 점차 발전했다.

그들 후손 중 뛰어난 사람들은 육지에 문명을 세웠는데, 그 문명은 바다의 긴 수명 앞에선 갓 태어난 아기일 뿐이었다.

지금 그녀도 늘 그랬듯이 두 팔을 벌리고, 나와 나나미 발밑의 외로이 떠 있는 배를 보호하고 있었다.

배 옆에는 낚싯대 두 개가 있었다.

맞아. 그리고 이번에 나나미는 빨리 감기를 하지 않을 거야.

나나미가 왼쪽에 있는 낚싯대를 들며 신나게 말했다.

지휘관, 우리 누가 물고기를 더 많이 잡는지 내기하자!

절대 안 해. 나나미는 공평한 경기를 원한다고!

흥흥, 지휘관은 나나미를 너무 얕보는데.

말을 마친 뒤, 나나미는 미끼를 꿴 낚싯바늘을 물에 던지고 등을 돌려 앉았다.

바닷바람이 회색 머리카락을 가볍게 흔들며, 강한 반사광이 얼굴 옆을 비추자, 그녀에게 다른 색의 얇은 베일을 씌웠다.

나나미의 표정에는 집중력, 진지함 그리고 경건함이 담겨 있었고, 그건 전에 본 적이 없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어떤 목소리가 나에게 어렴풋이 말했다.

나나미가 크면 아마 이런 모습이겠지?

지휘관, 아직도 시작 안 한 거야?

재빨리 미끼를 꿴 다음, 낚싯대를 잡고 힘껏 던졌다.

낚싯바늘이 물 위에 작은 파장을 일으켰고, 부표는 물결에 따라 출렁였다. 나도 그렇게 자리에 앉았다.

시선을 부표 위에 단단히 고정시키고, 어떠한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았다.

시선을 한 사물에 집중하면, 항상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없게 된다. 눈앞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흩어진 생각이 다른 감각을 무한히 확장시키게 했다.

먼저는 후각이었다. 내 코끝에 맴도는 옅은 짠 냄새가 누에고치에서 명주실을 뽑아내 듯 촘촘한 실을 한 가닥 한 가닥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그건 잘 깎인 잔디이자, 갓 말린 이불이며, 진수성찬이고, 모든 것이 타락하게 되는 상상이었다.

이어서 청각이었다. 고요한 물결은 언제나 잔잔한 멜로디를 연주했다.

물의 속삭임은 가장 부드러우며, 과거에서 온 당부 같기도 했고, 미래에서 온 부름 같기도 했다.

가까운 곳에 있는 듯, 먼 곳에 있는 듯, 거리감이 애매모호해지기 시작하면서, 잔잔한 숨소리는 바닷바람 속에 녹아 먼 하늘로 떠내려갔다.

나를 끌어당긴 것은 촉각이었다. 돛단배의 공간이 협소해서 나와 나나미는 나란히 앉은 게 아닌 서로의 등을 맞대어 바짝 붙여 앉아 있었다.

내가 가장 선명하게 느낀 건, 상대방 등의 온도가 아니라 묶은 머리였다.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가장 부드러운 실처럼, 피부와 살을 넘어 척추를 부드럽게 감싸자, 약간의 간지럼을 줬다.

고개를 저으며 흩어진 주의를 다시 부표 위에 집중시켰다. 하지만 뜻밖에도 뒤에서 가벼운 충돌이 느껴졌다.

뒤에 있는 인간에게 허풍을 떨었지만, 생각보다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무언가를 직접 만드는 것이라면 몰라도, 물결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는 부표만 쳐다보는 건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인내심을 소모해야 했다.

안절부절못하는 느낌이 평소보다 일찍 찾아왔고, 빨리 감기 버튼을 누르고 싶다는 생각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상대방의 말이 머릿속에서 다시 떠올랐다.

'경험이 많던 적던, 추억의 무게에는 영향을 주지 않아.'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필요한 것은 메모리에 쌓이는 차가운 데이터가 아니라,

상대방을 완전히 내 의식에 새겨, 마음속에서 '살아'있게 하고 싶은 것이었다.

들뜬 마음을 억눌렀다.

바닷바람의 냄새는 변함없이 짠 냄새가 났고, 그 냄새를 좋아하지 않았다.

파도 소리는 단조롭고 재미없었다. 가능하다면 쓰나미의 격렬함과 변화무쌍함이 더 성향에 맞았다.

그러나 등 뒤에서 느껴지는 촉각은...

인조 피부보다 부드러운 근육이 내 등에 가볍게 닿았고, 상대방은 긴장을 푼 것 같았다.

머리카락과 옷이 사이에 있음에도, 절대 휠 것 같지 않은 척추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마이보의 강력한 연산으로, 상대방의 체온이 정확하게 시뮬레이션됐다.

나와 달리 인간의 체온은 로봇처럼 출력의 변화에 따라 오락가락하지 않았다.

그것은 항상 일정한 범위 내에서 유지됐고, 센서는 현재 36.567℃라고 내게 알려줬다.

이 온도는 내가 싸울 때의 기체 온도보다 한 단계 낮은 온도임에도, 따뜻함을 느끼게 해줬다.

그래서 나도 긴장을 풀고, 상대방의 등에 좀 더 편안하게 기대려고 했는데...

갑자기 상대방이 뒤로 조금 움직이자,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던 난 살짝 뒤로 넘어졌다.

와, 지휘관 무슨 일이야!

뒤에 있던 나나미는 깜짝 놀란 듯 벌떡 일어났다.

음...

정신없었던 이전의 상태를 생각하면, 나도 나나미보다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

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아니야!

해가 곧 지려고 하네. 지휘관은 뭐 잡은 거라도 있어?

나나미도 잡은 게 없으니, 결국 무승부로 끝내야 하나?

좋아. 낚시꾼이 수확 없이 돌아갈 순 없지!

졌네...

소원은 아름답고 현실은 잔혹했다. 오후의 끈기는 결코 원하는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나와 나나미의 물통은 여전히 텅 비어 있었고, 밝고 맑은 보름달이 그 위를 비추고 있었다.

경험으로 봤을 때, 이번 장면의 체험은 끝이 난 셈이었다.

음...

나나미는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고 미간을 찌푸렸다.

잠시 후 나나미는 낚싯대에서 손을 떼고, 내 등으로 다가와 머리를 어깨에 대고 기지개를 켰다.

몰라. 그냥 이렇게 하자!

응, 나나미는 만족해!

유일하게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아무것도 못 잡은 거겠지.

그녀의 소원을 들은 듯, 시종일관 조금도 움직이지 않던 부표가 갑자기 움직였다.

어, 지휘관 쪽에서 물고기가 걸려든 것 같은데.

낚싯대를 들어 올리는 과정이 의외로 가벼워, 정말로 물고기가 낚싯바늘을 물었는지 의심할 정도였다.

잡혔다고 해도 이 물고기는 불쌍할 정도로 작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내가 아주 잘못된 판단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작은 섬'이 바닷물을 밀어내며, 해면 위로 솟아올랐다.

낚싯바닐이 내려간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떠오른 것이었다.

푸우~

낚싯바늘에 걸린 것은 고래였다!

아, 나나미가 생각났어. 이 해역에 방생한 물고기들은 전부 이렇게 컸던 것 같아!

아니다. 구조체의 완력으로는 정말 가능할지도 모른다. 설마 이게 나나미가 내기하자고 했을 때, 자신 있었던 이유인가?

푸우~

돛단배는 쉽게 뒤집혔고, 돛대를 잡지 못한 나도 나나미와 함께 바다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