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나나미·요성·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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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미·요성·그중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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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에서 침대 매트리스의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져 왔다. 머리 위의 샹들리에가 지나가는 바람에 살짝 흔들렸다.

잠깐 동안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회전목마를 경험하고 나서, 나나미가 개조한 놀이 기구를 다시 마주하니 난 오히려 태연해졌다.

최고점까지 올라간 뒤에 궤도를 이탈해 90° 경사로 지면 마그마로 급강하하는 롤러코스터가 아닌가?

나나미와 함께 대관람차를 타고 최고점에 다다랐을 때, 아니나 다를까 자유낙하 현상이 나타났다.

그후, 객실은 자기장 사출 장치의 힘으로 10,000m 고공까지 날아올랐고, 그 다음에는 자유낙하에다 공중 해체의 두개 경험이 더해졌다.

오싹하고 무서운 귀신의 집에는 아이스하키 헬멧을 쓴 괴인이 있었는데, 그 괴인은 칼을 들고 해가 질 때까지 내가 가는 놀이공원의 모든 곳을 쫓아왔다.

나는 바쁘게 진행되는 계획 속에서 나나미와 함께 놀이공원의 모든 프로젝트를 체험했다.

완전 신난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맨발의 나나미는 분수의 파란돌 끝에 앉아 다리를 흔들며 물장구를 쳤다.

석양빛과 바닥의 불빛이 튀는 물보라와 함께 어우러져, 보석 유리 같기도 했고, 수많은 집의 등불 같기도 했다.

지휘관, 진짜 같이 물에 안 들어갈 거야? 엄청 시원하고 상쾌해!

옆에 세워져 있는 "고압 전기 위험" 안내판을 보고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음... 그럼 이 항목은 긋자...

나나미는 또 휴대용 전광판을 꺼내 또 옵션 하나를 제거했다.

음,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지휘관, 내일 봐!

지휘관과 함께 하고 싶은 게, 이~렇~게 많이 있으니까.

나나미는 세상을 다 끌어안으려는 듯, 온 힘을 다해 두 손을 벌렸다.

하루라는 시간이 우리에겐 너무 짧기 때문에, 나머지는 내일로 넘길 수밖에 없어.

하지만 지휘관, 걱정할 필요 없어. 나나미가 전에 말했듯이, 이곳의 체감 시간은 실제보다 훨씬 빨라.

그러니 우리의 남은 인생을 여기서 다 보내도 전혀 문제없어!

아이참, 당연히 나나미가 농담한 거지.

하지만 며칠 동안 여기에 있는다고, 문제 될 건 전혀 없어.

지휘관, 나나미랑 며칠만 더 같이 있어주면 안 돼?

나나미가 목록을 완료할 수 있게 해줘!

나나미는 자주 말썽을 피웠지만, 나쁜 마음은 없었다.

기왕 온 김에 맘 편히 먹고, 노크 소리나 통신 연락을 기다렸다.

기다렸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갑자기 울린 방공 경보 때문에 창문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이때, 머리 위에서 휙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림자가 하나가 천장을 뚫고, 내 곁으로 다가왔다.

짜잔, 나나미 등장!

마음속으로 묵묵히 생각했다.

이후 나나미는 계속해서 자신의 역할을 바꿨고, 나도 그녀와 연기 호흡을 맞추는 데 익숙해졌다.

때론, 그녀는 곤란에 빠진 국민을 구하는 슈퍼 영웅이었고,

난 그 물과 불 속에 2000번이나 빠진 재수 없는 놈이었다.

때론, 그녀는 대가 없이 세상을 구하는 명의였고...

난 수술대에 누워 그녀의 전기톱으로 배가 갈리는 환자였다.

때론, 그녀는 상대의 수준에 따라, 맞춰주는 지식이 풍부한 선생님이었고,

난 단상 아래서, 그녀에게 끊임없이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학생이었다.

이러한 것들...

이 기간에, 나나미는 내게 끊임없이 물어봤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색깔, 음식, 추위를 많이 타는지 더위를 많이 타는지, 커피에 설탕을 넣는지 등을 기록했고, 심지어 내가 길을 걸을 때, 왼발이 먼저인지 아니면 오른발이 먼저인지까지 기록했다.

기록에 사용된 빛의 장막의 내용들은 금세 나나미가 경험하고 싶은 내용을 초과했다.

체험을 한 번 완료할 때마다 나나미는 전광판의 한 개 옵션을 그어버렸다. 하지만 "며칠"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막은 줄어들지 않는 것 같았다.

나나미도 이를 눈치챈 듯, 주저하지 않고 중간 과정을 넘겼다.

무언가가 그녀에게 이 프로젝트들을 빨리 끝내라고 재촉하는 것 같았다.

대충 경험하고 넘어가는 방법에 나는 나나미와 얼마만큼의 시간을 보냈고, 얼마나 많은 역할을 연기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내 옆에는 어려 보이는 나나미가 있었다.

지휘관, 아빠 엄마가 우리한테 잡초를 뽑으라고 했어.

잡초가 무성한 정원으로 시선을 돌리자 갑자기 눈앞이 희미해졌고, 다시 초점이 잡힌 뒤에는 잡초가 사라져 있었다.

지휘관, 우리 미미랑 놀자.

몸을 일으켜 하얀 털의 강아지를 안으니, 눈앞이 또 한차례 희미해졌다. 고개를 숙이고 바라보니, 미미는 마라톤이라도 하고 온 듯, 혀를 내밀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지휘관, 이 화분에 씨앗을 심으러 가자.

지휘관?

생각을 간파 당한 나나미는 조금 당황한 듯 보였지만,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녀는 고개를 떨군 채,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눈앞의 여자아이는 놀이공원에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얼굴의 미소도 어느새 사라지고 초조함만 가득했다.

그러나 내 눈빛을 눈치챈 나나미는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휘관, 이제 질문 시간이야. 지금까지 나나미의 소원이 얼마나 이루어졌을까?

스크린에 표시됐던 수많은 내용을 떠올렸다.

푸푸! 오답이야. 하지만 70%는 맞아!

그러니까 지휘관, 나나미가 마지막으로 하루만 마음대로 하게 허락하면 안 될까?

나나미는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아.

응!

지휘관도 나나미가 없으면 안 되는 거였어? 하아~ 이걸 어떡하지?

나나미랑 지휘관 둘 다 많이 바쁘잖아. 그리고 각자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일도 있고.

하지만 나나미는 조금 욕심나. 이 정도 시간으로는 부족해.

지휘관은 나나미 곁에 계속 있을 수가 없잖아...

구조체와 인간 사이에는 수명의 벽이 존재했다. 사람의 육체는 결국 구조체의 곁에 평생 있을 수는 없었다.

시간과 공간의 강을 건너고, 생사의 경계를 넘어서라도 말이야.

나나미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 분명 한낮의 햇살이었지만, 나나미의 눈빛은 밤처럼 어두웠다.

잠깐 사이에 나나미가 무슨 말을 삼킨 것 같았다. 설마 내가 나나미의 뜻을 잘못 알고 있는 걸까?

입을 열기도 전에 해는 져서 하늘은 어둠에 빠져들었다. 등이 밀리는 느낌이 약속처럼 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