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나나미·요성·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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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미·요성·그중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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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이마의 통증은 또렷하게 느껴졌고, 등 뒤에는 침대 매트리스의 부드러운 촉감이 전해왔다. 머리 위의 샹들리에가 지나가는 바람에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난 처음의 침실로 돌아온 것 같았다. 방 안의 진열은 전과 똑같았고, 입혀져 있는 의상도 똑같은 캐주얼 복장이었다.

그러나 그전과 달리 창밖에는 밝은 햇살이 비쳤고 책상 위의 알람시계는 현재 시간이 8:00시라고 알렸다.

하지만, 나나미는 아직 이 방에 없는 것 같았다.

"쿵쿵쿵."

경쾌한 노크 소리가 귓가에 전해졌다. 옷의 주름을 조금 가다듬은 뒤, 방문 앞으로 걸어가 손잡이에 손을 얹고 문을 돌리니...

나나미

지... [player name] 선배, 일어났어?

문밖의 목소리를 듣자, 전류가 발바닥에서 경락을 따라 척수를 타고 두개골 쪽으로 돌진하는 것 같았다. 한순간에 온몸의 근육이 팽팽시켜, 손잡이를 돌리던 내 손을 멈췄다.

이제 나나미가 자신의 역할을 연기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마음을 가다듬고 문을 열자,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얌전히 입구에 서 있었다.

어, 이미 일어났네. 나나미가 깜짝 놀라게 해 주려고 했는데.

아쉽다...

아, 그래.

키의 반쯤 되는 전기톱은 나나미가 내던지는 대로 바닥에 부딪혀 둔탁한 소리를 냈다.

지... [player name] 선배가 늦잠 자는 모습을 볼 수 없네.

아, 아니야. 나나미는 그냥 전기톱으로 문을 열려고 했을 뿐이야.

기습... 그냥... [player name] 선배 늦잠자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뿐이야.

군인의 일과 휴식은 규칙적이니까.

그렇구나.

나나미는 또 전광판을 꺼내서 몇 글자를 기록했다.

지... [player name] 선배, 그럼 우리 빨리 학교 가자.

잠깐, 난 궁금한 게 있어.

나나미는 후배를 경험해 보고 싶으니까!

음, 대답은 나나미다워. 하지만...

하지만 설정상...

음...

지휘관 말이 맞아. 나나미는 역시 이 호칭에 더 익숙해.

나나미가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는 것을 보고, 마음속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침내 '나나미 후배'라는 사회적 생매장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어, 어디 가려는 거야?

방금 학교 가자고 하지 않았어?

아, 그건 이미 끝났어.

끝났다고?

나나미가 경험하고 싶었던 건 지휘관의 후배였어. 방금 지휘관을 깨운 것만으로도 경험은 끝난 거야.

데이터베이스처럼 늦잠을 깨게 하는 장면도, 나나미가 준비한 전기톱도 쓰지 못했지만, 후배의 전장은 이렇게 끝났어.

그 '깨게 한다'라는 게, 물리적 의미의 '깨게 한다'였어?

학교에 가면, 학년이 다르다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후배와 헤어져야 하는데, 그러면 '동급생'에게 빈틈의 기회가 주어지는 거잖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게 할 거야!

나나미는 두 손을 교차시켜 큰 'X'자를 표시했다.

그리고 학교는 너무 재미없어. 나나미는 별로 가고 싶지 않아.

공부를 쉽게 보면 안 돼!

지휘관, 우리 다음으로 넘어가자!

이~렇~게 많이 있어!

나나미가 전광판을 켰더니 끝이 보이지 않는 글들이 줄줄이 내 앞에 나타났다.

하단의 지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안심해. 나나미에게는 해결책이 있어!

그리고 지휘관은 시간에 대해선 걱정할 필요 없어. 이곳의 체감 시간은 실제보다 훨씬 빠르거든.

지체하지 말고, 어서 출발하자.

나나미가 내 손을 잡아당기자, 눈앞의 풍경이 순식간에 침실에서 놀이공원으로 변했다. 게다가...

지휘관, 익숙한 느낌이 들지 않아?

맞아. 여기는 전에 지휘관이랑 같이 왔었던 폐기된 놀이공원이야.

하지만 이곳의 설비를 전부 나나미가 수리했어!

아쉬움이 남지 않게 놀 수 있을 거야!

나나미의 말대로 눈앞의 놀이공원은 이전의 적막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모든 설비가 새롭게 수리되어 있었다.

대관람차는 유유히 돌아가고 있었고, 롤러코스터는 휙휙 지나갔고, 귀신의 집 입구에서는 조커 로봇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강철, 플라스틱, 천 등은 다양한 색으로 칠해져, 한 편의 동화 같은 놀이공원이 눈앞에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지휘관, 우리 같이 회전목마 타러 가자!

나나미의 안내로 회전목마 앞에 가서, 아무거나 골라 탔다.

그리고 나나미는 내친김에 등 뒤에 앉더니, 두 팔을 뻗어 내 허리를 감았다.

지휘관, 목마가 움직이면 반드시 꽉 잡아야 해.

나나미가 말을 마치자, 목마가 조금씩 회전하기 시작했다.

지휘관 심장이 엄청 빨리 뛰고 있어.

나나미는 심장의 설렘을 듣는 듯 내게 바짝 붙었고, 말할 때 나오는 입김은 옷감을 통해 등 쪽으로 전달됐다.

하지만, 난 그런 것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태어난 뒤로 심장이 이렇게 격렬하게 뛰는 것은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금의 내 심장은 엄청 빨리 뛰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탄 목마는 시속 500km의 속도로 하늘을 나는 파노라마 비행 체험이었다.

고속 기류가 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했고,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뼈를 벗겨내려는 듯 얼굴을 때렸다. 목마를 꽉 껴안고, 광풍에 떨어지지 않는 것만이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하하하, 지휘관도 재밌지?

인간은 흥분하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잖아. 지휘관 심장 박동이 이렇게 빠른 걸 보니 엄청 재미있구나!

반론의 말은 기류에 휩쓸려, 무의미한 속삭임으로 변했다.

그럼 나나미가 좀 더 재밌게 해줄게!

후후, 숨겨놓은 예비 에너지, 가동!

어떤 설계 원리인지 모르겠지만, 목마는 마지막에 무사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목마에서 내릴 때, 다리가 풀리지 않도록 안간힘을 썼다.

지휘관, 어땠어?

맨 처음 공포를 느낀 이후로, 도파민같은 스트레스 호르몬 작용이 우세를 차지하면서, 연일 업무 처리로 쌓인 피로가 말끔히 사라졌다.

다음은 롤러코스터야, 그다음에는 귀신의 집, 대관람차, 범퍼카가 있고...

나나미가 이름을 말할 때마다, 내 얼굴은 창백해져갔다. 그 놀이 기구들이 나나미에 의해 어떻게 바뀌었는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나미가 손가락으로 수를 세는 모습을 보면서, 도저히 그녀를 거절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