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북풍이 휘몰아친 후, 갑작스럽게 귓가에 고요가 찾아왔다.
은빛 옷을 입은 여인이 혼자 눈보라 속에 서 있었다.
...
순백의 눈이 비앙카의 무력함을 날려버렸고, 그녀의 신앙을 꺼뜨렸다. 그리고 어깨 위와 그녀가 직접 끝낸 생명들 위로 내렸다.
비앙카는 정신을 놓은 듯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
비앙카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러자 핏빛이 인간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 은빛 옷은 죄악의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건 비앙카가 친족을 직접 죽였다는 증거였다.
지휘관... 님?
피 묻은 성검이 눈 위에 끌리며, 피로 물든 하얀 실루엣이 한 걸음 한 걸음 지휘관 쪽으로 다가왔다.
"마녀"... 아이들의 기이한 전설처럼, 지휘관도 그 검 아래 스러질 영혼이 되는 걸까?
중상을 입은 지휘관의 몸은 피로를 감당할 수 없었고, 이제는 도망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비앙카는 여전히 그 비앙카야."라고 머릿속 직감이 일깨워주었다.
"마녀"가 몸을 숙여 앞으로 다가온 뒤, 지친 눈으로 지휘관의 얼굴을 살폈다.
아... 다행이에요. 정말 다행이에요.
지휘관님, 보시는 것처럼 제 검이 수많은 동포의 피로 물들었어요.
저는 소중한 친구, 절 키워주신 아버지, 지휘관님과 좋은 추억이 남아 있는... 이 성당마저 파괴하고 말았어요.
"성검을 든 자는 반드시 그 가시에 상처받게 되리라." 이것은 비앙카의 힘이 치러야 할 대가였다.
저는 "퍼니싱"을 증오해요.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을 수밖에 없는 저 자신을 더욱 증오해요.
정신을 차려보니... 지은 죄가 이미 씻을 수 없을 만큼...
지휘관님, 죄송해요.
이 손은 이제 더 이상 그 누구도 안을 자격이 없어요.
하지만... 지휘관님... 정말 다행이에요.
떠나기 전에, 지휘관님을 마지막으로 뵐 수 있어서요.
지휘관님을 위해 기도할게요. 재난이 하루빨리 물러가고, 살아 있는 이들이 위로받으며, 떠난 이들이 평안히 쉬기를요. 그리고 지휘관님의 일상이 늘 평화롭기를...
지원군이 곧 지휘관님을 데리러 올 거예요.
그 전에... 비앙카는 어쩌면 다시 한번 죄를 지어야만 할지도 모르겠네요.
부디 평안하세요. 지휘관님.
비앙카는 힘주어 지휘관의 손을 붙잡았다가... 천천히 놓으며 부드럽게 지휘관의 손을 펼쳤다.
마녀//성녀의 모습은 그렇게 천천히 멀어져 갔다.
하얀 눈 속에 남은 발자국들은 오는 길이자 돌아가는 길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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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추운데.
힘겹게 눈의 초점을 맞추니, 보라색 머리 소녀가 걱정스럽게 지휘관의 몸을 흔들고 있었다.
어서 일어나세요. 돌아가야 해요!
감각이 돌아오자,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가 느껴졌다. 통증이 얼음송곳처럼 관절을 파고들었고, 몸이 떨릴 때마다 날카로운 고통이 더욱 깊어졌다.
지휘관이 사사의 이름을 부르자, 소녀의 긴장된 표정이 조금 풀렸다.
제가 기억나시다니 다행이네요.
감각이 돌아오자,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가 느껴졌다. 통증이 얼음송곳처럼 관절을 파고들었고, 몸이 떨릴 때마다 날카로운 고통이 더욱 깊어졌다.
지휘관이 누워 있는 곳은 딱딱하고 차가운 곳이었다. 침대는 아니고, 사사의 품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러자, 비앙카가 여기 없다는 사실이 머리에 또렷이 인식됐다.
저 "사사"에요. 성녀님은 이미 떠나셨어요.
좀 어떠세요?
그다음은요?
네. 그건 성녀님의 악몽이에요. 그리고 우리는 지금, 바로 그 "악몽" 속에 있어요.
사사가 조용히 앞에서 비켜서자, 종교 벽화가 그려진 검푸른 돔 천장이 지휘관의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성당이었지만, 비앙카와 만났던 그 성당은 아니었다.
비난과 조롱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저 여자가 그들을 죽였습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때, 온몸이 피투성이인 채로 검을 들고 혼자 도망쳤습니다!
신이시여... 그녀는 분명 당신께서 선택하신 성녀였습니다!
성녀님에게 사정이 있었어요. 그분은 우리를 위해, 모든 사람을 위해 기도하시느라 자신의 생명까지 소진하셨어요. 이건 아이들과 제가 직접 본 사실이에요.
저주예요. 성검의 저주 때문일 거예요!
성검의 힘을 사용하려 한 자, 반드시 성검의 반서를 받게 된다고... 그녀가 성검을 뽑았기 때문에 살의를 억제하지 못한 거예요!
유일하게 구조된 지휘관님이 당신입니까?
그녀가 자신을 거두어 준 스노우 신부님을 살해했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
토비도 살해당했습니다! 그 녀석은 저희 부대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생사를 함께한 전우였습니다. 설원 특산 술 두 병을 가져다준다고 약속했었는데, 한 잔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허무하게 칼 아래 죽어버렸습니다!
전 토비를 어렸을 때부터 봐 왔어요. 항상 낙천적이고 누구에게나 친절했어요. 더 밝은 미래를 누려야 할 아이였는데, 그 마녀 때문에 모든 게 산산조각 났어요.
어쨌든 그녀의 손은 피로 물들었어요. 성당은 그런 마녀를 받아들일 수 없어요!
왜 성녀님께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보지 않는 거죠?!
왜 그들은 죽인 거죠? 이게 자신이 도와준 사람들을 대하는 그녀의 방식인가요? 그럼, 우리도 스노우 신부님과 토비처럼 죽일 건가요?
절 말리지 마십시오. 토비와 스노우 신부님의 원수를 갚아줄 겁니다!
분노에 찬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지휘관과 보니의 말을 전혀 믿으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분노하고 있었다.
지휘관이 좀 더 설명하려던 찰나, 사사가 먼저 지휘관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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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장소를 피로 더럽힌 피의 마녀는 반드시 신의 심판으로 추방될 것이다!
"마녀를 처단하라. 마녀를 처단하라."라며 들끓는 군중이 팔을 휘두르며 외쳤다. 각자의 "신"이 비앙카에게 무자비한 심판을 내리고 있었다.
사사가 지휘관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붐비는 군중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지휘관을 끌어냈다.
이건 아이의 작은 힘으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둘의 반투명해진 몸이 육신 없는 영혼처럼 다른 사람들을 그대로 통과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미 눈치채셨군요.
로사예요! 아시모프 박사님의 조수, 로사라고요!
우리가 데이터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겠지만, 결국은 너희 둘에게 달려있어.
아시모프 박사님께서... 전 데이터를 수집하는 사람이니, 최대한 제 역할을 잘 해내라고 하셨거든요.
비앙카가 깨어나기 전까지는 꿈에 너무 많은 간섭을 하지 말라고요.
하지만, 이제 비앙카가 깨어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됐기 때문에 지휘관님을 데리러 온 거예요.
음... 이제 비앙카가 깨어날 조건이 충족됐으니, 우리는 나갈 수 있어요.
"성검"을 드는 거요.
성검은 분명 그중 하나일 텐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비앙카가 가장 고통스러운 과거와 마주하게 되면서, 성검을 들기로 선택한 후, 비앙카의 기체 데이터가 전반적으로 회복되기 시작했거든요.
그렇다는 건, 비앙카가 이제 휘명 기체의 힘을 정상적으로 쓸 수 있다는 뜻이에요. 목표를 달성했으니, 우리도 그녀의 꿈에서 나가도 된다는 거죠.
그렇긴 하죠.
그럼, 동쪽의 괴물들이 더 일찍 습격했을 거예요.
지휘관님은 그들을 죽일 수 없어요. 오직 성검의 힘만이 그걸 해낼 수 있었거든요.
우리는 그들을 설득할 수 없어요. 저건 비앙카의 마음속 목소리니까요.
지휘관님께서 정식으로 심층 연결을 하기 전에, 이미 수차례 데이터를 수집했어요. 이 세계에는 그만의 법칙이 있어서, 어떤 일들은 반드시 그 논리대로 전개될 수밖에 없어요.
아시모프 박사님께서 인간의 꿈은 모두 과거의 경험으로 구성된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우리는 "미래"를 바꿀 수 있지만, "과거"를 수정할 수는 없죠.
비앙카가 성검을 들고 고통스러운 과거와 마주하게 도와주신 것만으로도, 지휘관님께서는 충분히 많은 일을 하셨어요. 이제 그녀는 정상적으로 깨어날 수 있을 거예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럴 거예요. 기억은 수정할 수 없으니까요.
지휘관님, 잠시만요. 어디 가시는 거예요?
4월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지만, 날리는 눈발이 화창한 봄 풍경을 가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심연의 괴물이 나타난 후로 많은 사람이 심연의 신자가 됐다고 말해 줬어요.
네. 심연의 신자는 심연의 침식을 받지 않고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해요.
그리고 비앙카는 행복을 빼앗는 "마녀"가 됐고, 그녀가 든 검도 마검이 됐어요.
지휘관은 로사와 마을 주변을 돌아다니며 수소문했다. 하지만 시간만 흘러갈 뿐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건 소문과 한숨뿐이었다.
함께 말을 탄 둘은 한 줄기 희망을 안고 설원으로 돌아갔다.
도착했어요, [player name]
도착했어요, [player name]
역시 여긴 괴물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네요. 하지만...
하지만... 폐허가 되어버렸어.
로사와 함께 말에서 내린 지휘관은 걷기 시작했다. 한때 웅장했던 성당은 하얀 눈이 만든 바닷속에 잠겨 있었고, 묘비처럼 적막했다.
비앙카가 여기 있을까?
여긴 비앙카 언니가 이야기를 들려주던 곳이에요. 지휘관님이 여기 계실 때, 저희는 함께 지휘관님을 둘러쌌고...
지휘관은 로사와 함께 부서진 담벼락 위를 올라가 얼어붙은 창문을 열고, 예전에 화원이었던 곳으로 들어갔다.
지휘관님은 모두와 눈싸움했고, 비앙카는 말썽부리는 아이들을 잡으러 다녔는데, 매번 지휘관님만 잡혔었죠.
그날, 비앙카는 성검을 뽑기로 선택했고, 화원은 피로 물들 수밖에 없었다.
비앙카에게 견디기 힘든 과거가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꿈속에서조차 그녀는 평안을 얻지 못했다.
계단 앞 눈이 되게 얇네요. 화원 중앙에는 작은 차양까지 설치되어 있고요. 어... 여기 누가 다녀간 걸까요?
계단 앞에 추억이 서린 정원이 있었고, 정원 중앙에는 희망이 담긴 꽃씨가 있었다. 눈은 정성스레 치워져 있었고, 꽃씨는 차양 아래서 보호되고 있었다.
봄이 오면 지휘관님께서 성당으로 돌아오셔서 저와 함께 백합꽃이 만개하는 걸 보는 거예요.
이제 봄인데...
하지만 눈 아래의 새싹은 혹한 속에서 시들어버렸다.
함께 심었던 씨앗은 이루지 못한 감정과 함께 땅속 깊이 묻혀서 다시는 피어날 수 없게 되었다.
3월 말. 비앙카는 성당의 마지막 시신을 설원의 묘지에 묻은 뒤 두 손을 모았다.
부디 이들의 영혼을 받아주시고, 영원한 평안 속에서 안식을 얻게 하소서...
마을 구석에서 지휘관의 안위를 확인한 후, 비앙카는 다시 이 성당으로 돌아왔다.
진상을 조사하러 왔던 지원군들은 극심한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그 이후 비앙카는 홀로 성당의 화원에 들어섰고, 계단 앞의 눈을 쓸었다.
그녀는 묵묵히 정원을 깨끗이 치우고, 흙을 일구었으며, 물을 주고 거름을 준 뒤, 마지막으로 작은 차양을 덮어주었다.
"봄이 오면 지휘관님께서 성당으로 돌아오셔서 저와 함께 백합꽃이 만개하는 걸 보는 거예요."
이제 봄이에요.
비앙카가 일어서서 살며시 한숨을 쉬자, 하얀 입김이 눈 속으로 흩어졌다.
그녀는 이 씨앗들을 보며 다시 피어나기를 기대했지만, 자신의 기대가 비현실적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꽃잎이
비앙카는 자신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날, 단죄의 검광은 비앙카의 기억도 반으로 갈라버렸다. 한쪽은 쓰라리지만 밝았고, 다른 한쪽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player name]은(는) 전자에 서 있었고, 비앙카는 후자에 서 있었다.
지휘관님께서 항상 햇빛 가득한 곳에 계셨으면 해요.
육묘장에 차양을 덮은 비앙카는 조용히 화원의 문을 닫았다.
지휘관과 로사는 말을 타고, 비앙카가 기도를 올렸던 설산으로 향했다.
춥네요.
로사는 얼음 결정이 휘날리며 멀어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가 울고 있어요.
눈송이가 애처롭게 춤추며 내려오다가 영롱한 눈물처럼 쉽게 부서졌다.
비앙카가 울고 있어요.
로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녀의 눈앞에서 눈송이들이 애처롭게 춤추며 내렸고, 그것들은 눈물처럼 영롱하면서도 쉽게 부서져 갔다.
얼어붙은 눈길을 밟으며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서리 바람이 칼날 같은 눈발을 휘감으며 몰아쳤다.
비앙카가 여기 있을까?
대답은 귓가를 스치는 시끄러운 바람 소리뿐이었다.
지휘관과 로사는 힘겹게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바람에 밀려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그러다 산 중턱에 이르러서는 한 치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빽빽한 눈송이가 눈앞에서 회전하는 창백한 감옥을 만들면서 산 위쪽의 풍경을 그 안에 가두었다.
눈앞의 세계가 칠흑 속으로 빠져들었다.
지휘관이 시야를 되찾았을 때, 그는 로사와 함께 이미 산기슭에 돌아와 있었다.
둘의 작은 형체는 하얀 바다를 떠도는 배처럼, 전진하더라도 눈의 파도에 휩쓸려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비앙카가 여기에 있든 없든, 그녀의 마음은 이미 닫혀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