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비앙카·휘명·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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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앙카·휘명·그중 여섯

설산에 오르기 위해 온갖 방법을 시도했으나 모두 헛수고였고, 어느덧 5월이 되었다. 지휘관은 로사와 함께 산 아랫마을들을 돌아다니며 비앙카의 소식을 수소문했다.

그녀들은 심연에서 나온 괴물보다 더 무서워요!

군중 한가운데서 누더기를 입은 스캐빈저가 뒤에 있는 초상화를 가리키더니 팔을 휘저으며 소리쳤다.

인간인 척하면서 우리 동포들을 학살하고 있어요, 벌써 몇 명이나 실종됐단 말이에요!

지휘관님, 저 초상화 중 하나가 비앙카 같아요!

당신들이 저 마녀를 알아요? 저 마녀 때문에 우리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죽었는지 알기나 하냐고요?

스캐빈저가 팔을 크게 휘젓고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어디에 있는지 우리가 알고 있었다면, 모든 사람이 이렇게 불안에 떨지 않았을 거라고요!

당신의 주변 사람들이 희생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태평한 소리를 하는 거겠죠?

결국 당신은 그 마녀의 편에 섰으니, 이렇게 두둔하는 거잖아요!

"그래. 맞아.", "마녀는 우리 마을에서 꺼져라." 남쪽 마을 성당 사람들처럼, 이들도 비앙카에 대해 깊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몇 번의 말다툼이 헛되어지자, 지휘관은 로사와 함께 조용히 군중에서 빠져나와 비앙카의 흔적을 스스로 찾기로 했다.

저렇게 흥분한 표정을 보니,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았다.

지휘관은 현명하게도 끊임없이 떠들어대는 스캐빈저를 무시한 채, 로사와 함께 조용히 군중에서 빠져나와 비앙카의 흔적을 스스로 찾기로 했다.

지휘관님, 기억나세요? 마을에서 들었던 소문 중, 심연의 신도가 된 사람들이 많다는...

마을 골목길을 걷던 중, 로사가 갑자기 지휘관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이 마을은 심연과 가까워서 그런지 조금 무섭네요.

지휘관은 로사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위험이 바로 코 앞에 닥쳤음을 직감했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그림자 속에서 불순한 시선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몇 시간 동안 이곳저곳을 살폈음에도, 아무도 지휘관과 로사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다.

지휘관님, 저기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 같은데요?

제발. 부탁이야.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무너진 나무집 아래에서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고, "괴물"들의 시체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들의 송곳니는 아직 다 자라지 않았지만, 표정은 이미 흉측하고 고통스러워 보였다.

누더기를 걸친 남자가 비참하게 무릎을 꿇고 있었다. 낮에 마녀를 격렬히 비난하던 바로 그 스캐빈저였다.

그들이 "심연"을 숭배하면 힘을 얻고 식량도 구할 수 있다고 했어요. 제가 기도를 막 시작하려는데 그들이 변이됐다고요, 괴물이 될 줄 알았다면 절대 오지 않았을 겁니다!

마녀님, 부탁입니다. 제 딸아이가 자라는 모습만이라도 볼 수 있게 제발 저에게 기회를 주세요. 그걸 허락하실 수 없다면, 차라리 절 죽이고, 시신을 마을에 보내주세요. 그들이 알아서 할 겁니다.

스캐빈저가 무릎 꿇은 방향에는 망토를 두른 여성이 있었다. 하지만 비앙카는 아니었다.

알았으니까 꺼져. 난 네 시체 나를 시간 없어.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알겠어요, 알겠다고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절대...

스캐빈저는 여러 번 이마를 땅에 조아리더니, 마침내 떨면서 도망쳤다.

소용없어.

마녀라 불리는 여성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지휘관 쪽을 응시하며 말했다.

네가 한 사람을 설득하면, 또 다른 누군가가 편견의 눈으로 우리를 볼 거야.

우리가 누군가의 가족, 연인, 친구를 죽이는 한, 이건 절대 변하지 않아.

어차피 사람들 눈에는 더러운 일인데, 비앙카는 아직도 망설이기만 한단 말이야.

여기 신자들 다 비앙카가 처리한 거야. 하지만 일을 끝내자마자 가 버렸어. 내가 왔더라면 방금 그 남자는 벌써 시체가 됐을 거야.

내가 어떻게 알아? 아마 너한테 피가 튀는 걸 걱정해서 그런 걸지도.

"마녀"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지휘관을 한 번 응시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비앙카가... 몰래 우리를 지켜주고 있었던 건가요?

"비앙카는 이 근처에 있어." 순간적인 직감에 지휘관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흩날리는 밤하늘 아래 하얀 눈발 속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 후로도 지휘관은 로사와 함께 세계 구석구석을 헤매고 다녔다. 비앙카의 흔적은 어디에나 있는 듯했지만, 정작 그녀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이제... 돌아가는 게 어떨까요?

벌써 6월이에요. 비앙카가 있을 만한 곳을 모두 찾아다녔지만, 그녀는 누구도 자신을 찾는 걸 원치 않아요.

우리는 비앙카에게 자신의 꿈에 누군가가 왔었다는 것만 알려주면 돼요.

로사가 앞으로 나아가는 지휘관의 옷자락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이미 알고 계시잖아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예요.

그 어느 곳에서도 비앙카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어. 대체 어떻게 해야 만날 수 있는 걸까?

비앙카가... 몰래 우리를 지켜주고 있었던 건가요?

지휘관의 마음속에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

검 끝이 다시 한번 급소를 관통하자, 뜨거운 피가 흩날리는 눈발 속으로 튀었고, 차가운 기온 탓에 회색빛 붉은 딱지가 되어갔다.

한 번에 죽이면 고통은 없었다.

비앙카는 성검을 허리에 찬 뒤, 말없이 신자들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은 죽은 어머니를 다시 보고 싶어서, 이 사람은 견딜 수 없는 과거에서 도망치고 싶어서, 또 이 사람은 연인이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평안히 살기를 원해서...

영혼을 심연에 팔기 전, 그들이 빌었던 소원들은 하나같이 그토록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것이었다.

지금은 눈 아래 쓰러진 흉측한 잔해일 뿐, 더 이상 인간의 모습이라 할 수 없었다.

...

숙청이 끝나자, 비앙카는 산 아래에서 제복을 입은 채,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둘이 헤어진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얼음과 눈 속에서 집요하게 헤매고 있었다.

지휘관님, 잘 지내시는 것 같네요.

상대방의 상태를 확인한 비앙카는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비앙카가 있는 한... 반드시...

비앙카의 발걸음이 흔들리더니, 떠나려던 걸음을 멈추었다.

우리는 비앙카에게... 자신의 꿈에 누군가가 왔다는걸...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예요.

아니야, 아직이야.

그 사람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다.

...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난 비앙카는 산봉우리의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겼다.

지휘관은 사사에게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속삭인 뒤 홀로 떠났다.

잠깐, 저 방향은...

지역의 경계를 향해 계속 나아가자, 끝없는 세계의 양옆으로 단층이 보이기 시작했다. 울퉁불퉁한 눈밭 아래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백골이 묻혀 있었다.

광풍의 날카로운 비명은 수많은 망령이 울부짖는 것 같았고,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어둠의 그림자가 더욱 깊이 드리워졌다.

지휘관은 절벽 끝에서 겨우 멈춰 섰다. 이곳이 바로 비앙카의 악몽의 경계였다.

혼자서 "심연"으로 가시겠다고요?

지휘관의 결정에 로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왜 하필 그곳에서 비앙카를 찾으시려는 거죠? "마녀"로서의 사명을 수행하는 그녀라면, 인간 세상에만 있을 거예요.

아시모프 박사님께서 비앙카의 악몽 속이라도 지휘관님이 받는 생명의 위협은 곧바로 마인드 표식에 반영된다고 말씀하셨어요.

황혼의 어스름이 첫 빛을 내미는 순간에 엉겨 붙어 있었다. 그리고 심연이 천천히 거대한 입을 벌려 하얀 설경을 하나둘 삼켜갔다.

괴물

끽!!!

수많은 손이 순식간에 치솟아 올라와 지휘관의 발을 움켜쥐려 했다.

지휘관은 본능적으로 검을 휘둘러 촉수 몇 개를 잘라냈지만, 더 많은 촉수가 목과 심장을 향해 맹렬히 돌진해 왔다.

떨어지면 정말 죽을 것만 같았다. 그 어둠은 그렇게 숨이 막힐 만큼 깊었다. 하지만 촉수들은 곧 휘두른 검을 휘감더니, 지휘관의 팔을 움켜쥐고 몸을 아래로 끌어당겼다.

지휘관이 몸을 움직이기도 전에 발밑의 지반이 먼저 무너져 내렸다.

몸이 끝없이 추락하면서, 눈앞의 빛마저 점점 사라져갔다.

???

지휘관님.

머릿속에 격렬한 통증이 찌르듯 밀려오더니, 이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가슴이 순식간에 마비되며 호흡조차 힘들어졌다. 마인드 표식이 긴급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비앙카의 악몽 속에서 죽게 되는 걸까?

???

지휘관님!!

매서운 검광이 눈앞의 어둠을 찢어내더니, 지휘관의 몸이 순식간에 위로 끌어올려졌다.

지휘관... 님?

발이 다시 땅을 딛는 순간, 사라졌던 감각들도 되돌아왔다.

심연의 절벽 가장자리에서 마지막 촉수를 베어낸 비앙카는 천천히 몸을 돌려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지휘관님이 어떻게 여기 계신 거죠?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아세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여기서 목숨을 잃었는지 알기는 하세요? 방금 얼마나 위험했는지 아시나요? 제가 제때 도착하지 못했다면, 지휘관님은...!

지휘관님, 죄송합니다.

머나먼 길을 달려 "심연"까지 오신 이유를 말씀해 주시겠어요?

?

...

어떻게 이럴 수 있죠?!

지휘관님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는 하세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휘관님의 안위를 걱정하고, 평화로운 삶을 사시길 바라는지를요. 단지 저 한번 보기 위해 이 모든 걸 도박의 판돈으로 거시다니요!

제가 바라는 건 단 하나예요. 비앙카는 영원히 지휘관님을 지킬 거라는 걸 알아주세요. 우리가 다시는 만나지 못하더라도, 이 약속만큼은 절대 끝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이제는 말씀해 주세요. 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건가요?

?

인간은 비앙카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고집스럽게 자신의 말을 반복했다.

...

죄송해요. 지휘관님.

실은... 오래전부터 결심했었어요.

봄이 오면, 성당에 다시 기도하는 여행자들이 찾아올 거고, 신부님의 다리 상처도 서서히 나을 거라고요. 그리고 날씨도 조금씩 따뜻해질 거라고요.

산길을 막고 있던 눈이 녹으면, 지휘관님은 군으로 복귀하시겠죠?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백합이 피어날 시기가 곧 다가올 테니까요.

우리가 약속했던 것처럼, 지휘관님은 다시 성당으로 오셔서 저와 함께 백합이 피어나는 걸 보실 거예요.

봄에는 여름의 약속을, 여름에는 가을의 약속을... 이렇게 시간이 하나둘씩 쌓여가겠죠.

그리고 어쩌면 언젠가는 제가 축복했던 수많은 연인처럼, 우리도 평생을 함께하는 사이가 될지도 모르죠.

제가 직접 저 자신을 축복할 순 없지만, 스노우 신부님은 분명 기꺼이 해주실 거예요. 우리가 성당에서 신부님의 인도 아래 의식을 치르고...

그 후엔 어디로 갈까요? 설원도 아름답지만, 저는 남쪽도 가 보고 싶어요. 음, 산자락 작은 마을에 아담한 집 하나를...

성검을 들지 않은 저는 조금 약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믿음직하고 든든한 지휘관님이 계셔서, 참 다행입니다.

그때의 전 더 이상 성녀가 아니고, 그저 평범한 인간으로써 지휘관님과 함께 천천히 늙어가겠죠.

비앙카

...

비앙카

저는 결국 성검을 들었으니까요.

저는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요. 다만, 타인의 죄를 끝내기 위해, 죄를 지은 건 사실이에요.

비앙카

맞아요. 전 어쩔 수 없이 성검을 들어야 했고,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그들을 향해 검을 겨눠야 했어요.

언제나 그런 이유로 자신을 위로하곤 했죠.

눈보라가 휘몰아치더니, 뼈를 에는 추위가 살갗으로 파고들었다. 인간의 모습이 거센 폭풍에 연이어 뒤로 밀려나면서, 더 이상 한 치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되었다.

눈송이들이 마법에 걸린 듯, 고집스럽게 비앙카의 모습을 무기질의 회백색 속으로 집어삼켰다.

비앙카는 바로 지휘관의 눈앞에 있으면서도, 닿을 수 없을 것처럼 멀었다.

비앙카

이것들은 제가 묻혔던 피를 가리기 위해 내리는 거예요.

전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지만, 죽은 사람들은 더 이상 돌아오지 못해요.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공간은 너무나도 차가웠다. 하지만...

비앙카

눈이 그치게 되면, 저의 세상은 다시 피로 물들겠죠.

비앙카는 고집스럽게 자신을 한겨울 속에 가둬두고 있었다.

비앙카

이제 이해하셨죠? 여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순수하고 깨끗하지 않아요. 저는 결국 전설 속의 "마녀"가 되어버렸어요.

비앙카

그럼, 지휘관님은요? 죄가 깊은 사람을 위해, 심연 속으로 홀로 뛰어드신 건가요?

비앙카

...

지휘관님, 비앙카는... 자신이 걸어갈 길을 선택했어요.

비앙카

죄와 가시로 뒤덮인 길을요. 이건 고통으로 가득 찬 길이에요.

비앙카

그러니 이 길은 저 혼자 걸으면 돼요.

성검의 저주처럼, 설원 속에서 검은 가시덤불이 솟아오르더니 비앙카를 단단히 가두었다.

비앙카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마세요. 가시가 지휘관님을 찌를 수도 있어요.

비앙카

제발 돌아가세요.

비앙카

됐어요. 지휘관님.

<i>세상을 떠난 이들은 이미 안식을 얻었어.</i>

<i>그리고 네가 구한 아이들은 세월 속에서 잘 자라고 있어.</i>

<i>네가 내린 눈보라는 마을의 평화를 지켜주고 있어.</i>

<i>사람들이 두려워할지라도, 네가 해온 모든 일들은 사실 우리를 구하고 있었던 거야.</i>

<i>내가 "심연"으로 들어설 때, 단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았던 건</i>

<i>"마녀"라고 불리는 네가 피로 물들었는지 몰라도, 성녀의 영혼은 절대 변하지 않았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야.</i>

<i>네가 어둠에 빠진 건, 다른 이들에게 빛을 남겨주기 위해서였어.</i>

<i>게다가 "비앙카", 너와 약속한 일들은 절대 변치 않아.</i>

너와 같은 "마녀"가 내게 말했어. 넌 항상 망설이고 나약하다고.

하지만 난 네가 왜 매번 진실을 찾으려 했는지 알고 있어.

사람들은 어둠에 빠지기 전, 마음속 아름다움을 고집스럽게 지키려 한다는 사실을 넌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야.

게다가 넌 모든 꽃잎이 피어나는 걸 직접 보고, 모든 꽃술을 직접 만지고, 모든 봄을 직접 거닐고 싶어 했어.

그것들은 모두 네가 깊이 사랑하는 것들이잖아.

비앙카

좋아요. 지휘관님.

...

???

지휘관님.

은은한 향기가 코끝을 스쳐 갔다.

비앙카

지휘관님?

지휘관이 고개를 돌리자, 깨끗한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이미... 깨어나셨어요. 지휘관님이 제 의식의 바다를 안정시키는 데 성공하셨고, 우리 모두 현실로 돌아왔어요.

네. 지휘관님이 제 의식의 바다를 안정시키는 데 성공하셨어요. 그래서 우리 모두 현실로 돌아왔어요.

기체 데이터가 깨어날 수준에 도달했음에도, 지휘관님은 제가 자연스레 깨어나는 걸 포기하지 않으셨다고 로사가 말해 줬어요.

혼자서 위험한 "심연"으로 가시고,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었다고요. 다행히 마지막엔 마인드 표식이 손상되지 않았네요.

농담하시는 걸 보니, 회복이 잘 된 것 같네요.

비앙카가 못마땅한 듯 지휘관을 흘겨보았다.

정말 무모하셨어요.

그래도 잔소리는 이제 충분히 들으셨을 테니, 어쨌든...

감사합니다, 지휘관님.

비앙카가 몸을 돌려 하얀 꽃다발을 들어 올렸다. 방금 그 꽃향기는 바로 이 꽃다발에서 났던 거였다.

순수한 소원이 꿈속의 차가운 땅에 깊이 묻혀 있었다. 하지만 현실의 온실에서 싹을 틔우고 꽃으로 자라났다.

이 꿈을 영원히 제 가슴에 새길게요.

기억이 꿈의 고향을 만들었다. 아무리 견디기 힘든 과거와 수없이 마주하게 되더라도 비앙카는 망설이지 않고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과거는 바꿀 수 없었지만, 눈앞의 사람은 과거를 뚫고 미래로 좇아가, 끝없는 눈보라 속에서 비앙카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래서 비앙카도 [player name]의 손을 잡고, 백합을 그녀의 손에 꼭 쥐여주었다.

네, 지휘관님,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