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마법을 피할 수 없는 꼬마들은 마녀에게 붙잡혀 눈사람이 될 것이다. 꼬마들아, 받아라!
군복을 입은 청년이 두 팔을 벌리고 작은 아이들을 쫓아다녔다.
하하하하하하, 절 잡지는 못할걸요!
베니스는 눈덩이를 만들어 돌아선 뒤, 데이비스에게 던졌다.
윽... 마녀가 자신의 얼음 마법으로 반격당해 5초 동안 제자리에 서 있어야 해! 쿨럭... 쿨럭... 쿨럭...
토비 오빠... 괜찮아요?
나... 쿨럭... 연기한 거야! 아우우... 받아라!
그건 마녀 소리가 아니잖아요!
얘들아, 인제 그만하자. 그리고 당신, 토비·데이비스... 몸이 불편하면 좀 쉬세요. 그렇게 한가하시면 가서 지휘관님을 깨워주세요.
오랫동안 맑은 날을 보지 못했기에 실내로 들어오는 햇빛에 눈이 부셨다.
시간은 2월로 접어들었고, 며칠간 연이어 몰아치던 눈보라는 꿈의 잔영과 함께 사라졌다.
졸린 눈을 비비자, 익숙한 모습이 언제나 그렇듯 지휘관의 눈앞에 나타났다.
지휘관님, 좋은 아침입니다!
에이... 절 좀 반갑게 받아주세요.
보니가 최근 물자 비축이 넉넉해져서 앞으로는 사냥을 자주 나갈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하늘의 기도 의식이 곧 다가와서 저도 같이 도와야 한다고 그랬거든요.
토비 형, 여기 너무 높아서 닿질 않아요.
토비, 한가하면 이리 와서 좀 도와주세요. 지휘관님은 편안히 쉬시게 두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갑니다.
저는 하늘의 기도 준비하러 가 보겠습니다. 약은 여기 있습니다. 성녀님께서 두신 거니까, 꼭 챙겨 드십시오.
성녀님은 평소처럼 아침 기도 전에 나가셨습니다.
오늘도 가 보시려는 겁니까? 며칠이나 되지 않았습니까? 오늘도 성녀님께서 하시는 말씀은 듣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지휘관이 성당을 나가기 전에 "신부님, 돌아오셨어요?"라고 말하는 보니의 놀란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성당이 있는 곳의 날씨는 맑게 개었지만, 산맥의 눈보라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울부짖고 있었다. 눈 덮인 산길을 따라 계속 전진하자, 햇빛은 조금씩 하늘의 끝자락으로 물러갔다.
눈송이가 얼굴을 스치듯 날아들었고, 기류 속에는 간간이 푸른빛 인광이 번뜩였다. 그것은 마치 신의 손끝이 설산의 등뼈를 스치는 것만 같았다.
말발굽이 산 정상 앞에 겨우 멈춰 섰다. 휘날리는 어두운 눈안개를 헤쳐나가자, 비앙카가 맨발로 눈보라 속에 무릎 꿇고 앉아 있었다.
부디 당신의 자비로운 고삐로 광풍의 성난 말을 멈춰주소서...
눈송이가 더는 칼날처럼 처마를 긁지 않게 하시고, 서리의 채찍질은 당신의 손바닥에서 멈추게 해주소서.
날씨가 추워 땅이 얼어붙었는데도 비앙카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그녀는 인간의 작은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 손을 모아 조용히 기도문을 읊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벌써 일주일째 반복되고 있었다.
당신의 별빛으로 빛없는 심연을 어루만져주시고, 당신의 눈동자로 우리의 고통을 살펴주소서.
병든 아이들을 평안한 꿈나라로 인도하여 주시고, 길 잃은 영혼을 난롯가와 입맞춤할 수 있게 이끄소서.
비앙카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고, 경문을 읊는 동안 그녀의 몸에서는 고독하면서도 온화한 광채가 음산한 눈보라 속에서 퍼져 나오고 있었다.
한 달 전, 비앙카의 세심한 간호 덕분에 지휘관의 몸은 생명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마침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성당 근처의 날씨는 따뜻해졌고 눈보라도 멎었다. 하지만... 비앙카는 조용히 사라져 버렸다. 몇 번을 찾아도 헛수고였고, 결국 산 정상에서 겨우 그녀를 찾을 수 있었다.
한 달 동안, 아무리 불러도 비앙카는 답하지 않았고, 가끔 성당에서 마주칠 때면 지휘관을 전혀 알지 못한다는 듯 무심하게 그냥 지나칠 뿐이었다.
역시 여기 계실 줄 알았어요. 지휘관님.
저와 함께 돌아가시죠. 성녀님은 지금 지휘관님의 말을 듣지 못할 거예요.
하... 이상하게 생각하시는 것도 당연해요. 처음 성녀님을 만나셨을 때부터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지휘관님을 돌봐드렸으니까요.
하지만 지휘관님께서 생명의 위험에서 벗어난 지금, 성녀님은 자연스럽게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신 것뿐이에요.
성녀님께서 홀로 설산에서 기도를 드리는 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겁니다. 이젠 이해되시나요? 다만 지휘관님 때문에 예외가 생겼던 거죠.
성녀님께서 기도를 드릴 땐,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합니다.
성녀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신께 전해드리고, 신의 인도를 듣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타인과의 접촉을 피해야만 하죠.
성녀가 된 이후로, 지휘관님을 돌봐준 그 며칠이 그분을 뵐 수 있었던, 가장 긴 시간이었어요.
"그녀가 받은 매질로 우리는 치유받고, 그녀가 겪는 혹한으로 우리는 따뜻함을 얻게 된다", 원리를 따지자면 대충 그렇죠. 성녀가 된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다행인 건, 성녀의 힘이 있어, 그녀를 눈보라 속에서 보호해 주긴 해요.
다만 인간의 감각을 철저하게 차단할 순 없죠. 이렇게 큰 눈 속이라면 성녀님도 고통과 추위를 느끼실 겁니다.
원래는 이렇게까지 고생할 일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지휘관님도 알다시피 올해의 설원은 좀 심상치 않잖아요.
"심연"에서 기어 나온 괴물들이 마을을 습격했고, 곧이어 역병이 돌기 시작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에 폭설이 한 달 연속으로 내리고 있어요.
이렇게 큰 재앙을 잠재우려면, 성녀로서 치러야 할 대가도 당연히 가늠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요.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있나이다. 아멘.
비앙카가 마지막 기도문을 마친 후 천천히 일어나 뒤를 돌아보았다.
햇빛이 먹구름을 가르며 대지를 비추었고, 비앙카의 눈동자가 갑자기 맑아지면서, 천분의 일 초라는 짧은 순간,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
아름다운 눈동자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하지만 다음 순간 눈보라 때문에 얼어붙어 조각으로 변해 비앙카의 뺨에서 하나둘 떨어져 나갔다.
그녀는 지휘관과 보니를 보지 못한 것처럼, 또다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연민의 표정을 지은 채 돌아가는 산길에 올랐다.
불러도 소용없어요, 지금도 역시 듣지 못할 거니까요. 내일이면 하늘의 기도 의식이 시작되니, 일단 저와 함께 준비하러 돌아가시죠. 성녀님께서 성당에 돌아가신 뒤, 하고 싶은 말씀은 얼마든지 하실 수 있을 거예요.
내일이면 하늘의 기도 의식이 시작되니, 일단 돌아가서 준비하시죠.
되게 거창하게 들리죠?
명목상으로는 성녀님께서 백성들을 위해 성당에서 기도를 드리는 의식이에요. 실제론 성녀님을 끊임없는 기도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게 하기 위한 거죠.
쉽게 말씀드리자면, 성녀님을 속여서 좀 쉬시게 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신부님께서 돌아오셨는데, 지휘관님을 뵙고 싶어 하세요.
네. 저희는 스노우 신부님이라고 불러요. 저희의 아버지 같은 분이시자, 하늘의 기도 의식을 처음 제안하신 분이기도 해요.
북쪽 교구는 워낙 외진 곳이라 성당에는 신부님 한 분뿐이셨어요. 과거 많은 사람들이 아기를 이 설원에 버리곤했거든요, 우리는 모두 신부님이 데려와 키운 아이들이에요.
많은 일들을 신부님을 뵈어야 알 수 있을 거예요.
성당 안
다음 날 아침
다음 날 아침, 성당 안
신부님, 별일은 없으셨나요?
남쪽의 여러 마을을 다니며 사람들의 아픔을 경청하고 왔단다. 어쩌면 지금 이런 말투로 말하는 것도 오만한 표현일 수 있겠군...
아이야, 남쪽에서 네게 줄 백합꽃 씨앗을 가져왔단다.
올해 겨울은 평탄하지 않았는데, 혹시 어떤 재난이라도 겪으셨나요? 신부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참 많아요.
서두를 것 없다. 하늘의 기도 의식이 곧 시작될 테니, 먼저 가서 준비하거라. 이야기는 나중에 천천히 하자꾸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