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비앙카·심흔·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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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앙카·심흔·그중 여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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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이 다가오면서, 높은 하늘 위, 우주에 가득 존재하는 별의 흐름을 볼 수 있었다.

태양이 모습을 감추었을 때, 사람들은 매 순간 팽창하는 이 세계에서 태양보다 빛나는 존재가 저 멀리에 무수히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청록색의 띠는 여신이 엮어 만든 치맛자락처럼, 끝없이 뻗은 별빛 아래 떠돌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수없이 많은 별의 공간을 수백만 년 동안 떠돌던 빛의 알갱이가 드디어 여정의 종착지를 찾은 것처럼, 사람의 두 눈동자에 담겼다.

분명 인간이 평생 도착할 수 없는 거리를 두었는데

단순하게 눈길 하나로 이렇게 미묘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보기 드물게 고요하고, 바람 없는 밤.

별하늘에서 뚝뚝 떨어지는 신비로운 빛은 손만 뻗으면 쉽게 닿을 것만 같았다.

지휘관님, 이런 시간에 함께 외출하자고 해서 죄송해요.

미안해하는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가 밤하늘을 보던 지휘관의 시선을 돌리게 했다.

지휘관과 비앙카는 탁 트인 설원 위에 서 있었다. 난방 장치의 따뜻한 불빛이 비앙카의 옆모습과 별빛이 담긴 눈동자를 비추고 있었다.

지구의 다른 곳과 달리, 이곳엔 태양의 직사각도가 존재했다. 그 때문에 남북극의 구역 대부분은 계절의 변화로 인한 오랜 시간의 백야 현상이 나타났다.

마침 지휘관과 비앙카가 배정받은 과학 기지는 극권의 끝자락에 있어서, 남극권에서의 긴 낮과 달리, 겨울철 야경을 즐길 수 있는 남극에서 몇 안 되는 곳이었다.

어두운 밤은 길어 봤자 대여섯 시간밖에 되지 않아서, 별하늘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은 그중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요즘은 줄곧 밤에 외출을 못했던 것 같아요.

남극에 머문 지 2주가 넘어, 수송기가 도착할 날이 머지않았다.

랜턴호의 복원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보름 후면 일반적인 사용은 가능할 것 같았다.

탐사 부대의 일손 압박이 줄어들게 되면서, 소대장은 지휘관과 비앙카에게 마지막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밤이 다가올 무렵, 비앙카는 갑자기 지휘관에게 제안했다.

그렇게 지휘관과 비앙카는 차를 몰고, 탁 트인 고원에 왔다. 그리고 광활한 백야를 넘어, 별하늘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곳을 찾았다.

3일 후면 우린 공중 정원으로 돌아가야 해요. 그래서인지 소대장도 우리에게 외출 임무는 배정하지 않더라고요.

임시 대원이긴 하지만, 가능하다면 마지막 순간까지 그들을 돕고 싶어요.

여기는 십여 일 만에 아쉬움 없이 돌아갈 수 있는 곳은 아닌 거 같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많이 아쉽네요.

하지만 저는 우리가, 아니, 전 충분히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이곳에 머문 시간은... 제가 공중 정원에서 복무한 이래, "정화 부대 대장"이라는 신분으로 활동하지 않은 가장 긴 기간이었어요.

바닷속에 잠수해 있던 사람이 오랜만에 바다 위로 올라와, 마스크를 벗고 공기를 마시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어요.

이 게으른 모습을 부대의 대원이 보게 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상상하기도 어렵네요.

그래서 그동안 제 옆에 계셨던 분이 지휘관님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비앙카를 "게으르다"로 표현한다면, 지휘관은 옆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전 제가 맡은 임무에 불만이 없어요. 오히려 정화 부대에 가입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

정화 부대만이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사태들이 있거든요.

그리고 일부 목표는 정화 부대의 신분에 의존해야만 달성할 수 있죠.

심해의 물고기도 가끔 바다 표면에서 흘러내리는 햇빛이 신기해서 따라갈 때가 있어요.

하지만 그건 잠깐의 환상일 뿐, 결국 물고기는 심해로 돌아가야 하죠... 죄송해요. 제가 적절하지 않은 비유를 했네요.

어쨌든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저에게 있어 꿈만 같아요.

공중 정원으로 돌아가면, 전 여전히 "정화 부대의 대장 비앙카"일 것이고

지휘관님도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이라는 신분으로 계속 나아가실 거예요.

하지만 그전에...

일단 이 꿈을 마무리하죠.

여기까지 말한 비앙카는 눈을 살짝 감았다.

쉿.

지휘관의 의혹스러운 표정을 본 비앙카는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

시간이 다 됐어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비앙카의 말에 담긴 마력에 이끌린 것처럼, 하얀색의 희미한 빛이 바라보고 있는 밤하늘을 가로질렀다.

그것은 어둠의 끝이자, 여명의 전주곡이었다.

아름다운 별하늘이 하얀 빛에 의해 조금씩 사라지면서, 세계를 뒤덮은 어두운 커튼이 곧 자신의 무대를 내줬다.

하지만 밤과 낮이 바통 터치하기 전

별과 빛이 잠시 공존하는 그 순간에

희미하고도 찬란한 빛이 조용하게 흑백으로 어우러진 하늘을 가득 채웠다.

다이아몬드 같은 빛이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은 대기 중에 떠 있었다.

오늘의 기온과 습도 조건으로 판단했을 때, 해가 뜨기 전 이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탐사 부대 인원이 말해줬어요.

낮은 고도의 수증기가 응결되면서 만들어진 미세한 얼음 결정이 공기 중에서 떠다니다가 햇빛을 받게 되면, 다이아몬드의 광채를 낸다고 해요. 더 설명해 드리면 분위기를 깰 것 같네요.

"다이아몬드 더스트"는 여명의 경계선에서만 몇 분 동안 볼 수 있는 광경이에요.

지휘관님, 이걸로 남극 여행의 마침표를 찍는 건... 어떠신가요?

수증기가 응결되면서 발생한 아이스 헤일로 현상 속에서 비앙카의 청황색 눈동자는 다시 지휘관을 주시했다.

평소의 저라면 절대 이런 일을 하지 않았겠죠.

하지만 지금만큼은 제 작은 이기심을 만족시킬 수 있게 해주세요.

이곳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저와 지휘관님만의 성지예요.

여기서 한 발짝만 내디디면, 우린 각자의 길로 돌아가게 돼요. 어쩌면 언젠간 다시 대립 관계가 될지도 모르죠.

그날 본 펭귄처럼... 저도, 지휘관님도... 모두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빙산"이 있으니까요.

그건 어떤 어려움에 맞닥뜨리더라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비전이에요.

하지만...

제 마음속에 한자리를 남기고 싶어요.

이건 영원히 다른 사람과 경험하지 못할 지휘관님과 저의 처음이자 마지막 추억이라고... 제 마음대로 정했어요.

그걸로 무의식 중에 어둠 속으로 들어온 빛을 소장할 거예요.

이런 일이 지휘관님을 곤란하게 한다 해도, 전 사과하지 않을 거예요.

비앙카의 말투에는 타협할 수 없는 단호함과 집요함이 가득했다.

바로 잡고 싶은 부분이요?

지휘관은 품에서 그동안 들고 다니던 카메라를 꺼냈다.

전원을 켜고, 노브를 돌렸다.

짧은 수십 일 동안의 답사 생활 속에서 지휘관은 이 카메라로 수백 장에 달하는 사진을 찍었다.

대부분은 비앙카와 함께 찍은 거지만, 지휘관이 비앙카와 떨어져서 혼자 행동할 때 찍은 사진도 여러 장 있었다.

그중에는 지휘관이 이번 남극 여행에서 찾아낸 답이 들어있었다. 그래서 그 부분을 비앙카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이건...

카메라를 받아 든 비앙카는 작은 스크린에 담긴 사진 데이터를 봤다. 그러자 예상했던 것처럼 그녀는 멍한 표정을 보였다.

사진에 담긴 건 한 무리의 황제펭귄들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황제펭귄의 큰 무리가 혼자 빙야를 걷고 있는 황제펭귄에게 천천히 다가가 합류하는 장면이었다.

부대를 이탈한 자와 큰 무리. 경로는 다르지만, 그들이 도달하고 싶은 건 같은 "빙산"이었다.

그러므로 이 여정은 영원히 교차하지 못하는 두 개의 평행선이 아니었다.

집행 부대의 지휘관이 정화 부대의 비앙카에게 완전히 공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그건 불 보듯 뻔한 성의 없는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멀리 떨어져 있는 전장에 있더라도...

잠시 낯선 사람처럼 대해야 하고, 만나도 담담하게 서로를 지나도 좋다.

어느 날, 물러날 수 없는 이유를 가지고, 다시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지라도 괜찮다.

어느 순간, 결연한 의지로 서로를 향해 검을 들어야 한다고 해도 상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휘관은 믿었다.

지휘관이 동경하는 그 미래이자, 자신의 평생을 바쳐 쟁취하는 세계에서...

맑고 푸른 하늘을 되찾으면, 그녀는 하늘 아래에서 지휘관과 다시 만나기를 기다릴 것이다.

……

지휘관의 말을 들은 비앙카는 잠시 침묵에 잠겼다.

지휘관님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말들을 하시네요.

우리의 길은 미래에서 엇갈리게 될 거예요.

지휘관님은 그걸 단지 아름다운 상상으로 생각하지 않으시는 것 같네요.

이런 용기는 많은 사람이 갈망하지만, 얻을 수 없는 거예요.

정말 어쩔 수 없게 만드네요.

비앙카는 지휘관의 예상치 못한 고집에 백기를 든 것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지휘관님.

수송기에서 제가 지휘관님을 선택해서 함께 행동한 것에는 더 개인적인 이유가 있다고 말했던 걸 기억하시나요?

그때 계속 질문하셨다면, 전 대충 핑계를 지어 냈을 거예요.

그때의 전 그 충동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저 자신도 알 수 없었거든요.

사실 지금도 그 원인에 대해선 잘 몰라요.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말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요.

비앙카는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 이유 말입니다...

그냥... 아무 이유가 없었던 거 같아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신청서가 이미 지휘 센터에 전달돼 있었어요.

그 "합리성"을 채우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했고요.

"핑계"는 모두를 설득할 수 있었지만, 저 자신만은 속일 수 없었어요.

참 신기하죠. 과거에 수많은 걸 포기했었는데, 유독 이 일만은 포기하기가 그렇게 어렵더라고요.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진 것 같아요.

그 "이유"를 꼭 찾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죠?

……

죄송해요. 지휘관님.

방금 전까지도 지휘관님을 속이려고, 아니, 저 자신을 속이려고 했어요.

전 자신을 미화할 이유가 없고, 이유를 찾고 싶지도 않아요.

그 충동에 대해 어떤 이유인지를 설명해야만 한다면

제가 대답할 수 있는 것은 단 한마디뿐이에요.

유명한 탐험가가 자신이 오르고 싶은 "세계의 지붕"에 했던 그 말처럼

이유를 말하자면...

지휘관님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에요.

말을 마친 비앙카는 희미한 입김을 길게 내뿜었다. 긴장했던 몸도 다 풀린 것 같았다.

후, 마음에 담아뒀던 말들을 입 밖으로 내뱉으니 개운해지는 것 같아요.

비앙카는 어색한 듯, 기침을 두 번 하고는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휘관님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요.

그래도 신사답게, 방금 들은 내용을 조용히 소화해 주시면 안 될까요?

아... 깜빡했네요.

"다이아몬드 더스트"가 곧 끝나가요.

흔하지 않은 현상인데, 기념 촬영 안 하시나요? 지휘관님.

밤과 낮이 교차하는 시간이 지나가고, 곧 완전한 일출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왜죠?

추억은 필름이나 광학 이미징으로 기록되는 사물이 아니었다.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더스트도, 비앙카의 웃는 얼굴도

진심으로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도, 예상 밖에 하소연하는 것도 좋았다.

지휘관은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그런가요?

카메라로 곧 사라질 장면을 찍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비앙카가 전에 말했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든 걸 어떤 형식을 통해 "기념"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순간과 절대 잊지 말아야 하는 사물.

이것들은 현실의 저장 장치로 기록하기 전에

사람의 마음속에 이미 새겨져 있었다.

지휘관은 영원히 카메라를 간직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추억은 사진으로 모든 걸 담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지휘관은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이후...

참나, 이러면 너무 급해 보이지 않나요?

햇빛이 조금씩 해수면 끝에서 떠오르고 있었다.

그래도 고마워요. 그리고...

우리 약속한 거예요. 지휘관님.